소설리스트

53화 (53/402)
  • 뺏어가 보던지.

    강우네 집안이 외출 준비로 분주했다. 주말을 맞이한 나들이였다. 오늘의 외출 목적은 강우가 사용할 컴퓨터를 사기 위함이었다.

    “강용이, 준비 끝났어?”

    방 안에서 강용이가 열심히 옷을 입고 있었다. 요새는 멜빵바지에 푹 빠져서 항상 패션이 똑같았다.

    “응, 다 입었어.”

    멜빵바지에 안쪽에는 두꺼운 티를 입고 모자까지 눌러쓴 강용이었다. 커서도 패션에 관심이 지대한 강용이는 벌써 그 낌새가 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커버린 강용이었다.

    “형아, 또 그거 입어?”

    반면 강우는 늘 같은 패션이었다. 주로 입는 편한 옷들만 돌려 입는 게 강우의 스타일이었다. 강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가족끼리 놀러 나가는 건데 뭐.”

    “형아도, 잘 입으면 참 멋질 텐데. 맨날 그렇게 입어.”

    강용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밖으로 나갔다. 강우가 픽하고 웃으며 뒤를 따라 나갔다.

    “여보, 준비됐어?”

    아버지는 벌써 현관에 있었다. 그 옆에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성격이 급한 면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공통점이었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해 강우는 느긋한 성격이었다. 매사 긍정적이고 차분한 어머니를 닮았나 보다.

    “강용이 이리 와봐.”

    아버지가 강용이의 머리를 이 대 팔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는 강우를 힐끗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손이 올라오려 하자 강우가 슬쩍 할아버지의 옆으로 피했다.

    “강우야, 머리 단정하게 해야지. 남자는 이마를 내놓고 다녀야 해.”

    “전 이게 좋아요.”

    강우가 싫다고 하자 할아버지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강우의 이마를 넘겨주었다.

    “그래, 아범 말이 맞아. 이마는 내놓고 다녀야지.”

    “네···.”

    강우가 꼼짝 안 하고 할아버지에게 머리를 맡겼다. 이윽고 강우의 머리도 이 대 팔이 되었다. 강용이가 강우를 보며 씨익 웃었다. 강우의 시선이 현관의 전신 거울로 향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두 형제가 모두 이 대 팔이었다.

    ‘하하···.’

    머리까지 같은 스타일을 해놓고 보니 거울 속의 삼대는 정말이지 닮아있었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했다. 아버지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모시고 먼저 가서 차에 타 있어.”

    강우와 강용이가 할아버지의 양쪽으로 섰다. 할아버지의 얼굴에 스르륵 미소가 번져나갔다.

    “그래 나가 있자꾸나.”

    집밖에는 자가용 한 대가 있었다. 강우가 할아버지를 조심히 뒷자리로 모셨다. 할아버지가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뒷좌석에 앉으셨다.

    “편하고 좋구나.”

    강용이가 반대쪽 문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나는 할아버지 옆에 탈래.”

    차에 올라탄 강용이가 할아버지의 옆으로 바싹 붙어 앉았다. 할아버지의 입꼬리가 귓가에 걸쳤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키가 크고 덩치도 큰 강우는 앞자리에 탔다.

    “하아~”

    강용이는 그새 장난을 치고 있었다. 창문에 입김을 불더니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강우가 힐끗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기찬우, 바보.-

    왜인지 모를 낙서 내용에 강우가 피식 웃었다. 강용이도 멋쩍은 듯 씨익 웃었다. 그때, 오성맨션의 공동출입구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왔다. 수수하지만, 단정한 스타일의 아버지와 깔끔한 원피스를 입은 어머니는 그림같이 어울렸다.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

    미래의 기억 속 부모님은 항상 다정하셨다. IMF의 위기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고 흔들리지 않은 것은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였을 것이다. 아버지가 자가용을 쓰윽 보더니 우쭐한 표정이 되었다.

    “여보, 타.”

    어머니가 입을 가리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뒷좌석에 탔다.

    탁.

    아버지가 자신 있게 운전석으로 앉았다. 어머니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천천히 가요.”

    아버지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긴장 안 했으니까.”

    그리고는 룸미러로 뒷자리의 가족을 확인했다.

    “다들 준비됐지? 아버지 출발합니다?”

    아버지가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엔진소리가 나며 차량이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강우가 슬쩍 안전띠를 맸다. 할아버지는 지그시 눈을 감고 계셨다. 강용이는 그저 신이 났다.

    “출발! 출발!”

    “강용아, 할아버지 어지러우셔.”

    어머니가 강용이를 진정시켰다. 이윽고 차량이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우가 힐끗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 아버지는 드디어 면허를 땄다. 미래의 기억 속에는 없던 아버지의 운전하는 모습이었다. 강우는 지금의 순간이 신기하기만 했다.

    ‘면허는 나만 있어서 항상 내가 운전해서 다니고는 했었지.’

    이제 곧 강우도 면허를 딸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바로 면허시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량이 골목을 벗어나 커다란 도로에 들어섰다.

    “주말인데 거리에 차들이 별로 없네.”

    아버지가 약간은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일요일인 오늘. 거리는 이상하리만큼 한산했다. 아버지의 차량은 이윽고 커다란 컴퓨터 판매점에 도착했다.

    -서진 컴퓨터랜드-

    90년대를 휩쓸었던 컴퓨터 판매 전문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얼마 전 대기업에 지분을 판매한 상태였다.

    “어서 오십시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강우가 매장 안을 살펴보니 텅 비어 있었다. 불과 작년만 해도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던 곳이었다.

    ‘슬슬 실생활에서 불황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거지.’

    텅 비어 있던 거리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그때, 주차를 끝내고 온 아버지가 강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들 오늘은 돈 걱정하지 말고, 사고 싶은 거로 사.”

    “그래, 강우야. 그동안 공부 열심히 했으니까 엄마가 제일 좋은 거로 사줄게.”

    겨울 방학을 하기 전 강우가 받아온 성적은 전교 1등이었다. 아직도 성적표를 전해드리던 순간이 생생히 떠올랐다. 호탕하게 웃던 아버지와 눈물을 글썽거린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어.’

    아버지는 전교 1등을 한 보상으로 컴퓨터를 사준다고 했다. 강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근래 들어서 컴퓨터를 살까 고민 중이긴 했다. 이제 곧 인터넷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

    ‘지금 PC라고 해봤자. 펜티엄인데···.’

    미래의 기억이 있는 강우에게는 느리고 답답한 기종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매번 인터넷 검색하려고 원주집에 가는 것도 미안하고 말이지.’

    상념을 끝낸 강우가 컴퓨터를 고르기 시작했다. 세진컴퓨터는 가격이 저렴하고 정가제로 유명했다. 강우가 매장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고심 끝에 컴퓨터를 골랐다. 펜티엄 MMX를 기반으로 하는 구성이었다.

    “계산이요.”

    아버지가 단번에 계산을 마쳤다. 컴퓨터는 내일 중으로 집으로 배달을 해주기로 했다. 인터넷 설치 기사도 내일에 맞춰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제 저녁 먹으러 가자.”

    컴퓨터 쇼핑을 끝낸 강우 가족은 근처의 중식집으로 향했다.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기 위해서였다.

    * * *

    저녁을 먹고 돌아온 강우가 소파에 앉아있었다. 강우의 앞으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앉아있었다. 어깨를 맞대고 바싹 붙어있는 모습을 보는 강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관계는 맞닿은 어깨만큼이나 회복되어 있었다.

    사각. 사각.

    한쪽에서는 어머니가 커다란 쟁반에 놓인 과일을 깎고 있었다. 연신 콧노래를 부르시는 어머니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나날이 승승장구하니까 말이지.’

    마사토의 회사와 연이어 계약을 따내는 아버지였다. GIC 미국 본사는 아버지의 능력을 크게 평가하고 있었다. 어느덧 안정된 직장을 다니는 아버지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거기다가 마사토 아저씨도 승진에 성공했고.’

    지난 연말 마사토는 드디어 전무 승진에 성공했다. 기무라의 인맥도 중요했지만, 역시 아버지와의 활발한 무역거래가 큰 몫을 했다. 강우의 얼굴이 스르륵 부드러워졌다. IMF라는 파도를 버틸 단단한 방주가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과일들 드세요.”

    어머니가 과일 쟁반을 가운데로 스윽 밀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기다렸다는 듯 과일을 집어갔다. 강용이는 손에 작은 알 모양의 게임기를 들고 있었다. 작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임이었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었다.

    “강용아, 게임 그만하고 과일 먹어.”

    “응, 엄마. 먹이 좀 주고 끌게요.”

    텔레비전에서는 경제 상황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찰은 오늘 제원 은행장을 비롯한 한보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을 소환조사···.-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노기를 띠고 있었다. 관보 철강과 관보 그룹의 부도 사건은 단순한 기업 부도가 아니었다. 온갖 비리와 정경유착의 결정체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라에 도둑놈들이 너무 많아.”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말에 동의하며 소리를 높였다.

    “관보그룹 부도나고 법정 관리하면서 곧 구조조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애꿎은 직장인들만 또 손해를 입게 생겼구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탄식을 뱉어냈다. 강우도 뉴스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사이 삼일 그룹이 또 부도가 났다.’

    벌써 환율을 조금씩 오르고 있었고, 주가는 연일 불안한 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강우네 가족은 점점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얼마 전 할아버지는 보증금과 연금 대출을 받아 강우에게 주었다. 강우는 그 돈을 고스란히 달러로 바꾸어 보관 중이었다.

    ‘당장 환율로 보는 이익은 3배 정도가 최대치겠지.’

    강우가 IMF에 대해 알고 있는 기억은 굵직한 기억들이었다. 대한민국을 할퀴고 간 거대 사건이었던 만큼 제법 자세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의 기억 속 강우는 주식을 해본 적도 관심도 없었다. 불확실한 미지의 영역에 손을 대기에는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고 생각을 했다.

    * * *

    다음 날, 오전 일찍 컴퓨터가 배달됐다. 그리고 곧이어 인터넷 설치 기사도 왔다. 강용이가 제일 신났다. 컴퓨터를 설치하는 기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난리였다. 이윽고 설치가 끝났다.

    “형아, 빨리 켜봐.”

    “어.”

    강우가 조심스럽게 전원을 켰다. 익숙한 운영체제의 로고가 떠오르고 한참이 지났다. 파란 바탕화면이 나타났다.

    “형아. 여기.”

    강용이가 기다렸다는 듯 게임 CD를 내밀었다. 블로자드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디어블로라는 게임이었다. 작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아직도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윙- 윙-

    CD롬이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나긴 시간이 지났다. 설치가 끝나자 강용이가 살짝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으으···. 형아, 이거 무섭지는 않겠지?”

    “엄청 무서울걸?”

    강우가 양손을 들고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강용이가 흠칫하더니 이내 표정을 다잡았다.

    “나 이제 3학년이야.”

    “아~ 맞다~”

    강우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강용이를 쓰다듬었다.

    윙- 윙-

    게임이 구동되자 CD롬이 격한 비명을 질렀다. 화면이 어두워지더니 음산한 음향이 흘러나왔다. 강용이가 강우의 옆으로 바싹 붙었다.

    -크아아아아!-

    오프닝 영상이 절정에 다다르더니 화면에서 괴물이 포효했다. 강용이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딸꾹’하고 소리를 냈다.

    “네가 해볼래?”

    강우가 게임을 권했다. 그러자 강용이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형 하는 거 구경할래.”

    강용이가 이불 속으로 숨었다. 그리고는 고개만 쏙 내밀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강우가 픽하고 웃으며 게임을 시작했다.

    딸칵. 딸칵.

    마우스 소리가 점점 격해지고 강우가 게임에 몰입했다. 역시 게임을 좋아하는 강우였다. 이윽고 강우가 보스를 만나고 단칼에 죽음을 맞이했다.

    “강용아.”

    강우가 고개를 돌리자 강용이가 엎드린 채 잠이 들어있었다. 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용이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컴퓨터로 돌아와 앉았다.

    띠이이. 띠이이.

    모뎀이 접속되고 PC통신의 접속화면이 떠올랐다. 강우가 능숙하게 정보의 바다를 누비기 시작했다.

    * * *

    시간이 흘러 개학이 다가왔다.

    드르륵.

    교실에 들어선 강우가 창가 쪽으로 걸어가 신원주의 옆자리에 앉았다. 3학년이 되면서 김춘배와 남재식은 다른 반으로 흩어졌다. 다만 신원주는 여전히 같은 반이었다. 삼 년 내내 같은 반이라니. 강우도 믿기지 않았다.

    “어제 뭐 했냐?”

    책상에 엎드려 있던 신원주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벌게진 눈으로 하품을 했다.

    “밤새 기사 좀 찾아보느라. 잠을 좀 설쳤다.”

    “기사?”

    신원주가 눈을 빛냈다.

    “어, 아빠가 요즘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데 좀 도와달라고 하셔서.”

    “그래? 어떤 거 준비하고 계신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계셔.”

    강우가 묘한 눈으로 신원주를 바라보았다. 신원주의 아버지인 신철민 교수는 경영학 교수였다. 한국의 경제 상황을 누구보다 직관적으로 주시하고 있을 것이었다. 이윽고 담임이 교실로 들어왔다. 새로 3학년의 담임이 된 선생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이었다.

    “이제 3학년이다. 수능이 얼마 안 났으니 이제부터는 알아서들 공부 열심히 해라.”

    담임이 무료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담임을 주시했다. 고3은 앞으로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오면 공부를 하지 않았던 아이들도 미래의 걱정에 빠지고는 했다.

    “오늘은 개학식만 하고 끝이다. 집에 돌아가서 푹 쉬고. 내일부터 제대로 공부해보자.”

    담임의 말에 반 아이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개학식이 시작됐다. 강우는 계속해서 고민에 빠져있었다.

    딩동. 딩동.

    개학식이 끝나고 종이 울렸다. 반 아이들이 가방을 싸며 분주해졌다. 강우와 신원주도 가방을 싸고 집에 갈 준비를 했다.

    “네가 박강우구나.”

    그때 누군가가 강우를 불렀다. 가방을 싸던 강우가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바짝 마른 체형에 안경을 낀 학생이 서 있었다.

    “나 연정호라고 해. 같은 반 돼서 반갑다.”

    순간 머리가 지끈하며 연정호에 관한 기억이 밀려들었다. 물론 강우와는 접점이 없었던 아이였다. 하지만 모를 수가 없는 아이였다.

    ‘내게 자리를 뺏기기 전까지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던 공붓벌레. 서울대를 두 번이나 합격한 괴물 중의 괴물.’

    강우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아···. 네가 연정호구나. 만나서 반갑다.”

    연정호가 힐끗 강우의 내민 손을 보았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손을 잡았다.

    “지난번에는 내가 몸살이 나서 조금 실수한 거야. 다음 시험에서 1등은 내 거다.”

    강우가 멋쩍게 웃었다. 사실 미래의 기억 속 자신은 연정호의 성적 반의반도 따라가지 못했었지 않던가. 하지만 지금의 강우는 질 마음이 없었다.

    “뭐···. 뺏어가 보던지.”

    연정호가 움찔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신원주가 실소를 흘렸다.

    “너희 둘이 뭐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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