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39/402)
  • 자네의 잘못이 아닐세

    강우가 방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던 방 안에서 하루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봉, 이 무심한 사람아. 살아있었으면 왜 연락을 하지 않았어.”

    “미안하네. 세월이 그럴 수밖에 없었지 않던가.”

    할아버지의 말에는 미안함이 담겨있었다. 하루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네가 그렇게 끌려가고 나를 비롯한 동기들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아는가?”

    “......”

    강우는 할아버지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루오는 할아버지를 끝까지 숨겨주려 했던 친우였다.

    “이제 이렇게 만났으니 내 죽어도 여한이 없네. 자네에게 지은 죄를 던 기분이야.”

    “자네의 잘못이 아닐세.”

    “아니야. 아니야. 지켜주지 못한 우리 잘못일세.”

    “그 일로 나 또한 나라를 위해 몸을 바쳤으니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하루오가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감탄한 표정이 되었다.

    “역시, 자네라면 그럴 줄 알았어. 자신의 조국을 위해 몸을 바쳤을 거라 생각했어.”

    “쑥스럽게 왜 이러나.”

    할아버지가 민망한 목소리를 내셨다.

    “자네가 학교에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나?”

    “그나저나 그게 궁금하군. 어찌 이리 빨리 소식을 들은 거야?”

    사실 하루오는 와세다 대학의 동문회를 총괄하던 회장이었다. 그리고 와세다 대학의 총장도 역임했다. 지금은 두 직책에서 모두 물러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 찾아온 할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듣고 단숨에 찾아온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학술회에서 자네의 졸업장 승인 여부에 대해 회의가 열렸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위원장이 나에게 연락을 해주었지.”

    “허···.”

    할아버지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나는 긴 세월 동안 혹시나 했네. 그래서 학술위원회에 항상 일러두었지. 자네가 아니더라도 자네의 후손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런데 이렇게 자네가 직접 오다니···.”

    “그랬군···.”

    할아버지의 얼굴이 흔들렸다.

    “내 학교의 학술위원회에는 지시해두었네. 자네의 졸업장은 바로 처리가 될 거야.”

    “고맙군. 그리고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이 있네.”

    “그게 뭔가?”

    “동문의 인맥이 좀 필요하네.”

    할아버지의 부탁에 하루오가 의외라는 표정이 되었다. 대쪽 같았던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를 잘 아는 하루오였다.

    “허어···. 자네의 입에서 그런 부탁이 나오다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나 보군.”

    “나도 이제 늙었지. 그리고 내 자손들을 위한 일이고.”

    “그랬군. 자손들을 위한 일이라···.”

    할아버지와 하루오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얽혔다. 서로의 얼굴에 깊게 파여있는 주름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을 엿보았다.

    “나는 젊어서 사업을 했고 실패했네. 내 힘으로 다시 가문을 일으키려 했지만 실패했고, 한동안 참 방황했었지.”

    “이 사람아. 그렇게 힘들었으면 왜 우리에게 진작 연락을 하지 않은 거야.”

    하루오의 말에는 물기가 묻어있었다. 할아버지의 회한 섞인 숨이 터져 나왔다.

    “일본에 있는 자네들의 도움을 받을까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일본에 대한 미움이 더 컸다고 해야겠지.”

    “재봉···.”

    할아버지가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자존심이었지. 아집이었고. 그래서 내 가족을 힘들게 만들었어. 나는 그게 너무 후회되네.”

    “미안하네. 이 말밖에 해줄 말이 없어.”

    하루오는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네. 나이가 들고 죽을 날이 다가오니 무서워졌어. 내 자식과 손자들이 나 같은 삶을 살게 하고 싶지는 않네. 더군다나 내 장손 강우는 나보다 뛰어난 인재야. 앞길을 닦아주고 싶네.”

    할아버지의 말에 강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할아버지···.’

    자신을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알겠네. 우리 모두 자네에게 진 빚이 적지 않으니 최선을 다해 돕겠네.”

    “고맙군.”

    할아버지와 하루오의 대화는 한참을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어갔다. 강우는 문 앞에 앉아 두 분의 대화를 들었다. 할아버지의 회한도 하루오의 회한도 씻겨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분위기가 좋으면 술이 빠질 수 없지.’

    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여관 주인을 찾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강우가 간단하게 차려진 술상을 들고 나타났다.

    똑똑.

    술상을 바닥에 내려놓은 강우가 방문을 두들겼다.

    “누구시오?”

    할아버지의 일본어가 들려왔다. 강우가 능숙한 일본어로 답했다.

    “할아버지, 강우입니다.”

    “그래, 들어오거라.”

    드르륵.

    강우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로는 두 분의 사이로 술상을 내려놓았다. 강우가 힐끗 하루오를 바라보았다. 작은 체구였지만,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노년의 남성이었다. 하루오는 강우를 보더니 살짝 놀라는 눈치였다.

    “자네는 누군가? 재봉의 젊었을 적을 똑 닮았군.”

    “안녕하십니까. 할아버지의 손자 박강우라고 합니다.”

    강우의 유창한 일본어에 하루오의 얼굴에 이채가 서렸다.

    “일본어를 잘하는군.”

    “감사합니다. 할아버지를 닮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강우의 당당한 말에 하루오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래, 할아버지를 닮았으면 범상치 않을 법하지.”

    “감사합니다.”

    강우가 술상의 잔을 각각 채워드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이야기가 길어지실 듯해 술상을 준비했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하루오가 감탄했다. 내심 강우가 마음에 든 눈치였다.

    “참으로 싹싹한 손자를 두었군.”

    “우리 강우가 그렇긴 하지.”

    하루오가 강우를 붙잡았다.

    “나가지 말고 여기 앉아 늙은이들 술친구나 되어주게.”

    “알겠습니다. 다만 제가 아직 미성년자라 잔만 채워드리겠습니다.”

    하루오가 깜짝 놀라며 강우를 보았다.

    “허···. 아직 미성년자라고?”

    “네, 이제 열여덟···. 아니 열일곱 살입니다.”

    “체격이 커서 대학생은 넘어 보였는데 말일세.”

    하루오가 또 부럽다는 표정이 되었다. 할아버지가 술잔을 들더니 하루오에게 내밀었다.

    “한잔하지.”

    하루오가 고개를 끄덕이다니 술잔을 들었다. 할아버지와 하루오는 한동안 쌓인 회포를 풀었다.

    “그럼 내일 자리를 한번 만들어 보겠네.”

    “고맙네.”

    한참 동안 이어진 술자리가 끝났다. 강우가 살짝 취한 하루오를 부축해 여관 앞으로 나왔다. 고급 세단이 하루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우 군, 아니 재봉의 손자니 내 편하게 강우라고 불러도 될까?”

    “네, 당연합니다.”

    하루오가 씨익 웃었다. 덩치 좋고 남자답게 생기고 싹싹하기까지 한 강우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강우, 할아버지 잘 모시게 아주 훌륭한 분이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하루오가 강우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리고는 세단의 뒷자리에 올라탔다.

    스르륵.

    세단이 미끄러지듯 여관 앞을 벗어났다. 방으로 돌아오니 할아버지는 잠을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저분 범상치 않은 분이신 거 같은데요?”

    “그래, 할아비가 대학에 다닐 때도 학생회장을 하던 친구지. 집안 대대로 학자를 배출하고 정치인도 여럿 배출한 명문가라고 할 수 있지.”

    강우가 감탄하며 눈을 빛냈다. 말로만 듣던 와세다 대학의 동문회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할아버지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보았다.

    “강우야, 할아버지는 잠깐 쉬어야 할 거 같구나. 아범이랑 마사토가 찾아오거든 나를 찾아오라고 해라.”

    “네, 할아버지.”

    강우가 할아버지의 잠자리를 봐 드렸다. 할아버지가 몸을 누이시더니 짧게 숨을 뱉어냈다.

    “그런데 강우야, 일본어는 또 언제 공부한 게야?”

    “일본 온다고 해서 틈틈이 했어요.”

    “그래, 기특하구나.”

    할아버지의 얼굴에 대견함이 떠올랐다. 딱히 놀랍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할아버지에게 언어란 그런 것이었다. 이윽고 할아버지가 옅은 숨소리를 내며 스르륵 잠이 드셨다.

    * * *

    할아버지의 앞쪽으로 앉은 아버지와 마사토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잘 듣거라. 내일 동기들을 만나기로 했다. 나는 나대로 준비를 할 테니 너희들도 김치 공장을 세울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 같구나.”

    아버지와 마사토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할아버지가 말을 이어갔다.

    “마사토, 공장을 세우는데 부족한 게 뭐가 있더냐?”

    “네, 어르신. 일단 공장을 세울 부지가 마땅치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장을 세울 위치는 생각해 두었고?”

    “네,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쿄를 공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도쿄 외곽지역에 공장을 세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마사토의 말에 아버지가 침음성을 흘렸다. 버블경제가 무너진 이후 집값과 땅값이 폭락했다고는 하지만 도쿄는 도쿄였다.

    “그것도 내가 알아보마.”

    “네, 어르신.”

    “자금은 부족하지 않은 게야?”

    마사토가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푹 떨궜다.

    “사실 자금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단 물려받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모자라면 퇴직금까지 합쳐서···.”

    “조금 기다려 보거라.”

    할아버지의 말에 마사토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내 동기들을 만나고 난 후에 결정하자꾸나. 아마 다들 돈이 없지는 않을 테니.”

    마사토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 이어진 아버지와의 인연이 여기까지 흘러올 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저···. 정말이십니까?”

    마사토의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와세다 대학의 정치경제학과 출신들은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많았다.

    “공장을 세우는데 들어가는 자본은 내 인맥을 통해 빌리는 형식이 될 게야.”

    할아버지의 말에 마사토가 깜짝 놀랐다.

    “그리 큰돈을 빌릴 수 있다는 말이십니까?”

    “일단 만나 봐야겠지.”

    아버지와 마사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 조건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어르신.”

    할아버지가 진중한 목소리로 아버지와 마사토에게 말했다.

    “너희 둘 다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한다는 거다.”

    아버지와 마사토가 잠시 멈칫했다. 두 사람의 나이대가 되면 승진과 사직 중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사업이라는 단어는 그런 중년남성들에게는 꿈이자 탈출구였다.

    “왜? 싫은 게야?”

    할아버지의 다그침에 아버지와 마사토가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아버지.”

    “회사는 계속 다니겠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어르신.”

    할아버지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정식아, 차근차근 생각하자꾸나. 사업이 안정되고 나면 그때 회사를 박차고 나와도 내 말리지 않으마.”

    “네, 아버지.”

    아버지의 얼굴에는 할아버지에 대한 강한 신뢰가 담겨있었다.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마사토를 보았다.

    “그래, 그리고 마사토 너의 승진도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지 한번 알아보마.”

    “가···. 감사합니다. 어르신.”

    마사토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그 순간, 강우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완벽하다. 다만 일의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

    강우가 생각보다 할아버지의 인맥과 힘은 강력했다. 할아버지의 추진력도 어마어마했다. 특히 하루오에게 동문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강우도 깜짝 놀랐다.

    ‘하루오가 당황하던 게 당연할지도.’

    일본인들은 그런 직설적인 부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중을 감춘 채 최대한 돌려 말하고는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말 그대로 스트레이트를 날려버리신 것이다.

    ‘일이 너무 빨리 진행되면 좋지 못해.’

    이제 1996년의 하반기였다. 강우가 도약의 시점으로 생각하는 IMF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그전에 무리한 투자는 위험부담이 있었다.

    ‘음······.’

    상념을 멈춘 강우가 할아버지를 보며 눈을 빛냈다.

    “할아버지, 부탁이 있어요.”

    “부탁?”

    “네, 동문분들 만나러 가실 때. 저를 데리고 가주세요.”

    “강우 너를?”

    할아버지가 놀란 눈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럼 나와 강우가 가는 거로 하자꾸나.”

    할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아이구~ 이제 우리 강아지랑 좀 놀아줘야지. 종일 안보였다고 삐지겠구나.”

    할아버지가 너털웃음을 흘리며 방을 나섰다. 강우와 아버지 그리고 마사토가 여관방에 남았다.

    “강우야, 괜찮겠니?”

    마사토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강우의 입에서 담담하게 일본어가 흘러나왔다.

    “괜찮습니다. 제가 모시고 가는 게 할아버지도 편하실 거예요.”

    마사토가 멍한 표정이 되었다. 분명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일본어를 못 하던 강우가 아니던가.

    “일본어를 그새 익혔어?”

    “네. 독학으로 공부 좀 했습니다.”

    마사토가 아버지를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일본어가 이리 쉬운 거였던가?”

    “강우가, 좀 특별한 거지.”

    마사토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강우네 가족의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심지어 강우의 아버지조차 조금씩 일어를 하는 중이었다.

    “흠흠···. 마사토, 강우에게 맡겨도 아무 걱정할 게 없어.”

    아버지가 강우를 대견한 눈빛으로 보았다. 이미 중국에서 강우의 능력을 겪은 아버지였다.

    “강우야, 이번에는 할아버지를 잘 모시고 다녀오거라.”

    “네.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마사토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강우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외환위기가 오면 일본에서는 한국에 투자했던 달러를 모두 회수해 간다.’

    빌려준 돈을 가져간 것이지만, 시기가 애매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 IMF의 결정적 요소도 아니었다. 강우가 눈을 빛냈다.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일본의 자금으로 기회를 잡아보겠어.’

    * * *

    마사토의 승합차가 와세다 대학의 근처의 한 전통 찻집 앞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고 잘 차려입은 강우가 내렸다. 할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급하게 새로 산 옷이었다.

    “강우야. 할아비 좀 부축해다오.”

    강우의 부축을 받으며 할아버지가 내렸다. 역시나 깔끔하게 입으신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어르신, 그럼 연락해주십시오. 여관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았다.”

    마사토의 승합차가 멀어져갔다. 강우가 힐끗 건물을 확인하니 오래된 가옥을 보수한 찻집이었다.

    “여기서 만나자고 하다니 짓궂군.”

    할아버지가 피식 웃었다. 강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시는 곳이에요?”

    “아는 곳은 아니다. 다만 예전에 동기들이랑 찻집에 모여 토론을 벌이고는 했었지.”

    “아······.”

    강우가 할아버지를 부축해 찻집 안으로 들어섰다. 돌담을 지나자 정갈하게 꾸며진 내부가 드러났다.

    끼익.

    낡은 경첩 소리가 울리자 웅성거리던 찻집 안이 정적에 빠졌다. 할아버지가 중절모를 벗어 한쪽에 놓인 옷걸이에 걸었다.

    “재봉!”

    “정말 자네인가?!”

    찻집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할아버지를 알아본 동기들의 동요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땅에 탁 짚으셨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곧은 자세를 잡으셨다.

    “다들 잘 지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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