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402)

용던으로

“강우야.”

아버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강우가 잠에서 깼다. 힐끗 옆을 보니 할아버지와 강용이는 아직 꿈나라였다. 강우가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칙칙.

주방을 나오자 어머니가 계셨다. 가스레인지 위에 압력밥솥이 있었다. 압력밥솥의 꼭지가 하얀 김을 뿜어내며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향긋한 냄새를 보아하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닭백숙을 하고 계신 것 같았다. 어머니는 이번 기회에 못다 한 효를 하고 싶은가 보다.

“엄마, 일찍 일어나셨네요.”

“응, 할아버지 보양식 좀 해드리려고.”

한쪽으로는 강우의 도시락이 준비되어 있었다. 강우가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방에서 교복을 챙겨 입고 나오자 아버지도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양복을 챙겨입은 아버지는 멍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전날의 과음 탓인가 보다.

“꿀물 마셔요.”

어머니가 뜨거운 물에 꿀을 녹인 후 얼음을 타 휘휘 저었다. 그리고는 아버지에게 내밀었다. 아버지가 단숨에 벌컥 마시더니 노곤한 표정을 지었다.

“하아···. 이제 나도 늙었나 봐. 몸이 예전 같지가 않네.”

“이제 당신도 관리 좀 해요. 그 배 봐.”

어머니가 아버지의 배를 쿡 찔렀다. 아버지가 움찔하더니 멋쩍게 웃었다.

“그래도 우리 마누라가 사랑해주니 됐지.”

“아침부터 왜 이래요 징그럽게.”

어머니가 좋은지 싫은지 모를 표정과 행동을 했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넥타이를 반듯이 정리해 주었다.

“빨리 준비해요. 늦겠어요.”

“알겠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를 보며 애정을 뿜어냈다. 그 모습에 강우가 픽하고 웃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했다.

“흠흠···. 그럼 가자 강우야.”

“네.”

강우와 아버지가 현관을 나섰다.

“잘 다녀와요~”

어머니의 목소리가 유독 가벼웠다. 밖으로 나온 아버지가 기지개를 켜며 몸 안에 남은 취기를 밖으로 밀어냈다.

“마사토 아저씨한테 가세요?”

“응, 오늘 회사에 잠깐 들렀다가 공항으로 가야 해.”

마사토의 원래 일정은 금요일까지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만나겠다며 하루 연기해 토요일인 오늘 출국이었다.

“이번 일 잘됐으면 좋겠어요. 김치 공장은 조금 미뤄지겠죠?”

“그렇겠지. 마사토가 일본 돌아가서 일단 기초 작업은 해놓는다고 하더라.”

강우가 살짝 망설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마사토 아저씨 승진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음···. 그건 아빠도 모르겠다.”

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한국에서 수입하기로 한 물품도 제법 되고 중국에서 가져가는 고추의 양을 더 늘리면 되겠지.”

“네, 잘됐으면 좋겠네요.”

잠시 후, 강우는 학교로 이어지는 시장 골목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시장이 아닌 낮은 언덕길을 올라 버스 정거장으로 향하셔야 했다.

“아들, 공부 잘하고. 오늘 일찍 끝나니까 집에 일찍 가. 아빠는 늦을 거 같아.”

“네, 아버지.”

마사토의 비행기 시간은 늦은 저녁이었다. 아버지는 마사토를 배웅하느라 늦는다고 한 것이다. 아버지가 품에서 지갑을 꺼내셨다.

“이거 오늘 맛있는 거 사 먹어.”

“감사합니다.”

강우가 아버지에게서 용돈을 받았다. 이윽고 아버지가 손을 흔들며 언덕 위로 향하셨다. 잠시 그 모습을 보던 강우가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0교시부터 시작되는 학교 덕분에 이른 아침이었다. 시장 골목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썰렁하네.’

강우가 품에서 CD플레이어를 꺼내 귀에 꽂았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폭발적인 성량을 가진 여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역시 노래 잘하네.’

강우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골목을 걸었다. 강우의 학교는 이 골목을 지나 시장이 끝나는 곳에 있었다.

‘어?’

시장 골목의 앞쪽으로 김춘배가 걷고 있었다. 축 늘어진 어깨로 터벅터벅 걷는 김춘배의 모습에는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강우가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는 총총걸음으로 김춘배에게 다가갔다.

“야!”

“악! 깜짝이야.”

김춘배가 화들짝 놀라며 강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실소를 흘렸다.

“뭐야? 아침부터 사람 놀라게 하고.”

“인마, 사내자식이 어깨를 펴고 다녀야지.”

강우가 김춘배의 어깨를 툭 쳤다. 김춘배가 ‘끙’ 소리를 내며 어깨를 폈다.

“피곤해서 그래.”

강우가 김춘배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 가득 피로함이 가득했다. 근래 들어 계속 피곤해 보이는 김춘배였다. 쉬는 시간이면 항상 거울을 보며 머리를 넘기고 노래를 부르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너 요즘 뭐 하는데 학교만 오면 죽으려고 하냐?”

“나?”

김춘배가 힐끗 강우의 이어폰을 보았다. 그리고는 푹 한숨을 쉬었다.

“나도 CD플레이어 살라고 아르바이트 좀 했다.”

“아르바이트를? 그럴 시간이 어딨어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생활에는 빈틈이 없었다. 공부를 포기한 학생들도 일단 야자는 전원 참석해야 하는 게 학교의 방침이었다.

“새벽에 신문 배달도 좀 하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그랬구나.”

강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의아했다. 김춘배의 집안은 넉넉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사는 곳도 목동의 아파트 단지였다.

“너도 알잖냐. 우리 부모님이 좀 극성이신 거. 공부하는 거 빼고는 사달라는 건 절대 안 사줘.”

“그렇구나.”

김춘배는 학원을 여러 군데 다녔다. 다만 잘 가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김춘배는 공부할 생각이 없었다.

‘진로 조사할 때 연예인 하고 싶다고 했었지 아마···.’

학기 초에 조사한 진로 조사에서 당당히 연예인이라고 적어낸 김춘배였다. 담임은 그것을 가지고 김춘배를 나무랐고, 교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었다.

“강우야.”

“왜?”

“너 오늘 학교 끝나고 뭐 하냐?”

“나? 집에 가야지.”

“그러지 말고. 학교 끝나고 나랑 용산에 좀 같이 가주라.”

“용산? 아···. 돈 다 모았냐?”

강우가 픽하고 웃었다. 아르바이트했다더니 돈을 다 모았나 보다. 김춘배가 멋쩍게 웃었다.

“어, 오늘 사러 가는데 같이 가자.”

강우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평소라면 강용이가 늦게 왔다고 한 소리를 했을 게 뻔했다. 하지만 오늘은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래, 뭐···. 오늘은 시간이 좀 남네.”

“오케이.”

드르륵.

이윽고 강우와 김춘배가 교실로 들어섰다. 토요일 아침의 교실 분위기는 옅은 설렘이 가득했다.

“강우야, 왔냐?”

“강우야!”

교실의 곳곳에서 강우를 보며 인사를 해왔다. 강우가 손을 들어 반 친구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까불까불하던 일진들도 강우를 향해 슬쩍 아는 척을 해왔다.

“어, 안녕.”

강우는 일진들의 인사도 받아주었다. 그리고는 창가 쪽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신원주가 강우를 보며 반겨주었다.

“왔냐.”

“어.”

강우가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교무실로 향했던 주번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야! 오늘 담임 안 왔다!”

주번의 말에 아이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반장이 교실을 진정시키려다 흠뻑 욕을 얻어먹고는 자리에 앉았다. 김춘배가 대번에 책상으로 엎드렸다.

“잘됐다. 수업 전까지 잠이나 자야지.”

0교시의 아침 수업은 자율 학습이었다. 감시할 담임이 없으니 아이들이 신이 나는 게 당연했다. 앞을 바라본 강우가 피식 웃어버렸다. 교실의 절반이 전부 엎드려 있었다. 교실이 순식간에 수면실이 돼버렸다.

“나도 잔다.”

신원주마저 잠을 청했다. 그러자 강우도 밀려오는 졸음을 참을 수 없었다. 확실히 어젯밤 늦게 잔 영향인가 보다. 강우가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 * *

덜컹. 덜컹.

흔들리는 지하철에 강우가 서 있었다. 강우의 주변으로는 잔뜩 긴장한 표정의 김춘배가 있었다. 강우가 힐끗 앞을 바라보았다. 신원주가 지하철의 문가에 기대어 밖을 보고 있었다. 창문으로 밖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야! 다음 역이다. 내릴 준비해.”

치이익.

문이 열리고 강우와 아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강우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미래의 기억 속에서는 서서히 몰락해갔던 곳이었다.

“와···. 사람 진짜 많네.”

김춘배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곳곳으로 모두 다르게 생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 용산역을 벗어나고 있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용산 처음 와보냐?”

신원주가 김춘배를 툭 치며 물었다. 김춘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나 처음이야. 너는?”

“사실 나도.”

신원주의 말에 김춘배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강우가 픽하고 웃었다.

‘나도 처음이긴 하지.’

물론 기억 속에서는 여러 번 왔던 곳이었다. 기억 속 강우는 참 게임을 좋아했었으니까 말이다.

“우리도 가자.”

강우가 앞장을 서서 지하철 역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신원주와 김춘배가 뒤를 따랐다. 이윽고 인파를 뚫고 용산역의 개찰구를 벗어났다. 그리고 조금 걸어가자 전자 상가로 향하는 기다란 통로가 나타났다.

“와~ 뭐가 이렇게 길어?”

김춘배가 다시 감탄했다. 서울 촌놈이 따로 없었다. 강우가 앞장을 서자 신원주와 김춘배가 따라나섰다. 이윽고 복도가 끝나고 계단이 나타났다. 강우가 거침없이 계단을 올라 전자 상가의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시작된 수많은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 용산이네.’

가게들의 진열대로는 온갖 브랜드의 이름이 적힌 작은 패널이 있었다.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등등. 모두 이 시대를 주름잡던 일본 브랜드들이었다.

“여기서부터 천천히 둘러보자.”

말을 마친 강우가 잠시 묘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의 용산은 그야말로 최전성기였다. 90년대의 청소년들은 그야말로 일본문화에 열광하고 있었다. 온갖 애니메이션부터 게임까지 일본문화의 융성기나 다름없는 시기였다.

강우가 김춘배에게 물었다.

“어디 거 살 건데?”

강우의 물음에 김춘배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답했다.

“소나 거 사야지.”

“하긴···. 그게 가격 대비 좋지.”

강우가 다시 앞장서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무수히 많은 호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학생! 뭐 보러왔어? 여기서 보고가.”

“학생! 딴 데 가봐야 다 똑같아. 그냥 여기서 사라.”

호객 방법도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부드럽게 또 누구는 윽박지르듯 호객을 했다.

“네···. 네?”

그때마다 김춘배는 움찔했다. 신원주는 세상 태연한 표정이었다.

“일단 가격부터 다 물어보고.”

신원주의 말에 김춘배가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한쪽에 있는 가게를 향해 다가갔다. 비교적 온순한 인상의 남성이 있는 가게였다.

“저 소나 거 B-330을 사러 왔는데요.”

“아 그래? 얼마에 살려고?”

남성의 말에 김춘배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니, 얼마 생각하고 왔냐고?”

강우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흘렸다. 지금의 용산은 이런 곳이었다. 정찰가도 없는 완전 가격 흥정 제도 말이다.

“그게. 제가 가진 돈이···.”

“춘배야. 잠깐.”

보다 못한 강우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김춘배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딴 데 가서 사자. 여기서만 파는 것도 아니고. 딴 데 널린 게 그 제품인데.”

“뭐??”

남성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강우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데 가서 사려고요. 뭐 잘못됐어요?”

“어? 그건 아니지···.”

남성이 살짝 움찔했다. 체격이 건장한 강우였다.

“가자.”

강우가 김춘배를 이끌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아예 주도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가만히 뒀다가는 돈도 시간도 탈탈 털릴 지경이었다.

“B-330 보러 왔습니다.”

“얼마 생각하는데?”

“18만 원이요.”

“뭐? 그 가격에 누가 팔아.”

강우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게를 벗어났다.

“딴 데 가자.”

“어어어?”

김춘배는 이번에도 멍한 표정으로 강우를 따라나섰다. 신원주는 제법 익숙한 듯 말없이 강우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전자 상가를 헤맸다. 하지만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밖에도 나가보자.”

“밖에?”

김춘배의 망설이는 표정에 강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 B-330 가격이 내가 알기로는 일본 정식 발매가격이 23,800엔 정도야. 지금 환율이랑 이윤 붙이는 거 생각해도 20만 원 이상은 바가지라고.”

김춘배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자 상가 안의 가게들은 하나같이 20만 원대 이상의 가격을 부르고 있었다. 강우와 아이들이 전자 상가를 벗어났다. 전자 상가를 벗어나자 엄청난 숫자의 인파들이 용산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일단 저쪽 가서 게임 타이틀부터 사자.”

신원주가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기다랗게 늘어서 있는 상점들에는 온갖 게임 타이틀이 틀어져 있었다.

“그럴까? 괜찮냐?”

강우가 김춘배를 보며 물었다. 김춘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원주 거부터 사자.”

신원주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오늘 강우와 김춘배를 따라나선 목적이 바로 지금의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오늘 온 김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거 다 산다.”

신원주가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전의를 다졌다. 그 순간이었다. 김춘배가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어? 저거 재식이 아니냐?”

강우의 시선이 김춘배의 손끝을 따라갔다. 그리고는 굳은 표정이 되었다.

“맞네. 재식이.”

제법 덩치가 있는 남성들에게 둘러싸인 채 남재식이 걷고 있었다. 터질 듯 얼굴이 붉어진 남재식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강우가 가방을 벗어 신원주에게 내밀었다.

“잠깐 여기서 기다려봐.”

“어어? 어디 가?”

신원주가 당황하며 가방을 받아 들었다.

“근처에 파출소 있을 거야. 빨리 가서 경찰한테 신고부터 해. 저놈들 돈 뺏는 깡패들이야.”

“까···. 깡패? 돈을 뺏어?”

신원주와 김춘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실 이 시기의 용산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깡패들 소굴이나 다름없었다. 고가의 물건들을 사러 온 학생들의 지갑을 털어먹는 양아치들의 소굴이었다.

“빨리 가.”

강우가 소매를 걷으며 남재식에게 다가갔다. 신원주와 김춘배가 망설이더니 파출소가 있는 방향으로 냅다 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강우가 크게 소리쳤다.

“재식아!”

걸음을 걷던 남성들이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는 일제히 강우를 바라보았다.

“뭐야? 네 친구냐?”

남재식이 화들짝 놀라더니 우물쭈물했다. 그리고는 강우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저리 가라는 듯 손을 휙휙 했다.

“아니에요. 제 친구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겁에 질린 상태에서도 강우가 피해를 볼까 걱정이 됐나 보다. 강우가 속으로 제법 의리가 있는 놈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걸 그냥 지나치면 할아버지의 후손이라 할 수 없지.’

강우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위험에 빠진 친구를 모른 척하는 것은 할아버지의 손자로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 나 재식이 반 친구다.”

남재식이 얼굴을 쓸어내리며 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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