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그리고 가상현실[게임&판타지] [248 회] 2003-07-31 조회/추천 : 2280 / 10 글자 크기 8 9 10 11 12
환상 속에서‥‥
크어어;; 255회 안에 끝나겠는데 아거 힘드러..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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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15년이 다되어간다. 그동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칠때까지, 정신력이 바닥날때까지 녀석에게 심검
을 날려댄다.
그리고 여전히 무표정하게 흥미없다는 듯이 심검을 받아주는 녀석. 아니, 정확히는 무시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처럼, 그래.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처럼 나를 쳐다보는 녀석.
오늘도 변함없이 녀석은 나의 앞에 무표정하게 서 있다. 그리고 나는 공격하다 지쳐서 헐떡이고.
[ 바보 같은 녀석. 나를 인정한다면 저 녀석쯤이야 이길 수 있을텐데..]
아, 변한 것이 있다. 지금 내 안에 존재하는 녀석.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몽롱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내게 말을 걸어온
녀석.
녀석은 자신의 이름도 모른다고 했다. 어느새인가 내 마음 속에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그는 말했다. 자신도 '의경'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자신도 저 앞의 녀석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묘하게 믿음을 주는 것.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
존재를 나는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다.
이것도 의경의 힘일지 모른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무의식적으로 이 존재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름조차 모르는, 생전 처음 알게
된 이 존재를 내가 꺼린다는 것.
미련하게도 저 존재를 이길 수 있을지 모르는 단 하나의 존재를 나는 멀리한다.
" 시끄러. 하아..넌 이상하게 거부감이 든단 말이다."
".. 오늘도 그 존재와의 대화인가? 나를 이길 수 있다던?"
" 닥쳐!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언제나처럼, 그래 이 존재 하나를 제외한다면 변함없는 하루.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끝없는 윤회처럼 반복되는 일상은? 너무나 답답
하다.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타나 주었으면 한다. 물론, 엘과 시아가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가 나타나기를 바
란다.
".. 이제는 지쳤다. 더 이상 너와 놀기도 지겹다."
" 무슨..소리지?"
" 끝내겠다는 소리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변화가 생겼다.
무형의 기운에 얽매인 12장의 피에 물든 날개를 힘없이 늘어뜨린, 그리고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녹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천
사.
아름다운 천사. 나의 단 둘인, 마음을 준 단 둘의 존재 중 하나가..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처참한 모습으로.
" 아아, 끈질겼어. 두 년을 잡아왔는데 말이야, 하나는 반항이 너무 심해 죽여버리고 말았지.
그래도 하나는 버티고 악착같이 살더군. 너 하나를 보겠다고 말이야. 물론 이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겠지만. 큭큭."
"... 뭐라고?"
나는..모두 알아 들었다. 그럼에도 믿을 수 없다. 지금 엘이 죽었다고 했다. 그리고..시아는 저렇게 변해버린, 처참한 모습으로 내
눈 앞에 존재해 있다.
정말..너무나 슬픈 모습으로. 내가 있다는 것도 모를만큼, 망가졌다는 소리.
툭. 툭.
아아,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흐른다. 눈 앞이 뿌연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난..'눈(眼)'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났는데 말
이다. 모든 것이..캄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너무나 투명한 물방울만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소중했던 시아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고 말이다.
".. 당신..저 존재를 이길 수 있다고 했지?"
[ 물론. 이제야 마음을 잡은 것인가?]
그동안..알지 못할 불안감에 그를 부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어찌되든, 지금도 경고를 발하는 본능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
지금..아무것도 필요없다. 엘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시아마저 처참하게 만들어버린..저 존재만 없애버릴수 있다면 말이다.
영원히 없애버릴 수 있다면..내가 어찌되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 그래. 마음껏..날뛰어 보라고."
[ 잘 선택했어.]
내 눈에는..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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