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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그리고 가상현실-195화 (193/238)

현실 그리고 가상현실[게임&판타지] [206 회]  2003-06-19 조회/추천 : 3763 / 17   글자 크기 8 9 10 11 12

신의 던전 바벨탑

후훗..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여보세요 왜 말 안하니

울고 있니 내가 오랜만이라서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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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뭐 크게 이상하진 않다.."

김빠진 류가의 한 마디.

확실히 천국의 풍경 같기는 하다. 파릇파릇한 동산과 깨끗한 냇가는.

그곳에서 한가로이 나무를 뜯는 거대한 나비와 맑게 개인 하늘을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소 역시 크게 이상하진 않다.

" 크르르.."

우리를 발견했는지 씹던 나무를 탁! 뱉어낸 대충 길이 1m 날개까지 합쳐 50cm 정도

되보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나비가 우리에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노란 색의 얇은

날개로도 꽤 빠르다.

" 으에에엑.."

당황했는지 내 뒤로 물러서는 모두들. 하아..뭐야 이거!

태극검법(太極劍法) 태양검기(太陽劍氣)

태양천강지검을 뽑아든 나는 가볍게 가로로 검을 그었다. 그와 함께 초승달 형태의 붉

은 빛의 검기가 나비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2류 검법이지만 상위의 검법을 내재한

태극검법 후반부의 상승검법 중 하나인 태양검기다.

스각!

" 캭!"

가볍게 잘려버린 거대 나비. 화(火)의 속성을 가진 태양검기이기에 반으로 갈라진 몸

에는 불이 붙었고, 종이가 타듯 단숨에 타버렸다.

".. 확실히 레벨 30 정도만 되면 사냥하기 좋을 정도네. 내가 경험치 5를 받을 정도면

너희들은 대충 120정도 얻으니까."

예영 일당은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더니 재만 남은 아까전만 해도 거대 나비였던 몬스

터를 보았다. 슬금슬금 다가가는 모습이 상당히 웃겼지만 참았다. 그래도 용기를 가져

야 상대를 하지 않겠는가? 몬스터를 무서워한다면 사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우오오오오!!"

" 꺄아아아악!!"

.. 하지만 그런 나의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독수리의 날개를 가진 튼실한 황소(...)

녀석이 힘차게 콧김을 뿜으며 날개를 퍼덕여 예영 일당에게 쇄도했다. 물론, 예영 일

당은 엄청난 스피드로 내 뒤로 숨고.

나는 이마를 손으로 덮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 끄응.."

조화검(造化劍) 일원만파기검(一圓萬波波氣劍)

조화를 추구하는 조화검은 무당의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묘리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하

는 부분이 많다. 지금과 같은 일원만파기검처럼.

작게 원을 그리는 나의 검. 그와 함께 움직이는 기(氣). 그것은 하나의 원을 그리면서

주변의 기를 이끌었고 그것들은 또다른 기를 이끌며 작았던 기운을 더욱 크게 만들어

갔다. 기술명처럼 극성에 이르면 만개의 기의 파(波)를 이끌지는 못하지만 엄청난 수

의 파를 만들고, 그것은 엄청난 기운으로 변한다. 가히 무상신검 정도의 기운으로.

뭐, 지금은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았기에 대충 에어 블래스트(Air Blast) 정도의 기운이

생성 되었다. 하지만 레벨 28정도로 보이는 저 기형 소를 상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

다.

퍼엉!

" 크워억~"

달려오는 속도에 더해 일원만파기검의 기운에 정면충돌한 소 녀석은 오던 속도의 두

배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당연히 사망.

" 푸..풉..푸하하"

" 꺄하하..저 등X."

예영 일당이 어이 없는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세리엘 등도 역시 웃음을 참지 않

았다. 나는 웃고 있는 예영을 돌아보았다.

" 예전 멧돼지 같은 녀석이 또 있었군. 끄응..예영이, 수진이, 은지. 봤지? 기껏해야

E(easy) 급 보다 약간 힘든 정도라고. M(Medium)급 보다 약한 것들이야. 너희 정도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고."

끄덕끄덕.

이번에는 쫄지 않겠지. 나는 저쪽에 적당히 나무를 뜯고 있는 그나마 순한(?) 인상(?)

을 하고 있는 나비 녀석에게 약하게 힘을 줘서 돌을 던졌다.

딱!

" 캬아아악!"

머리에 돌을 맞아서인지 광분해서 달려드는 나비 녀석.

탁~

나는 가볍게 은지의 등을 밀었다.

" 앗!"

당황하는 은지. 하지만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 그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단검을

꺼내들었다. '샤프'의 마법이 걸린 마법단검이다. 내가 하나 선물했지.

삼품(三品) 풍류비검(風流飛劍) 풍독(風毒)

먼저 녹빛을 띄는 절삭력을 높여주는 독이 섞인 바람을 단검에 부여한 은지. 그리고는

살짝 땅을 박찼다. 나비가 단검의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은지는 다시 풍류비검을 시전

했다.

삼품(三品) 풍류비검(風流飛劍) 일섬(一閃)

빠르게 한줄기 빛을 그리는 은지의 단검. 단순한 찌르기 이지만 정확한 급소를 향해

일격필살(一擊必殺)을 노리며 공격하는 시프의 단검술이다.

파악!

" 캬아악!"

단번에 몸체가 뚫리며 추락하는 거대 나비. 은지는 같이 땅에 내려서더니 손을 들어

브이를 그렸다.

" 아하하. 별것도 아니잖아~"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나비를 툭툭 차며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은지.

쯧..회피도 못하는 저런 '별것도 아닌' 몬스터를 무서워했던 주제에..

나는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고는 예영이와 수진이를 보며 말했다.

" 봤지? 저런 녀석들이야. 전혀 무서워할 것 없어."

예영이는 이미 예전의 기색을 되찾은지 오래였고, 수진이 역시 자신감이 생긴 듯한

표정이다.

" 그럼 우리는 갈께. 300층부터는 장담할 수 없는지라.."

" 알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

손을 흔드는 예영 일당. 우리는 역시 마주보며 손을 흔들어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 역시 운영자들은 (삐~)이코인지도.."

끄덕끄덕.

만장일치로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 도대체 저런 엽기적인 녀석은 왜 만들었는지..

얼마 걷지 않아 보이는 백색의 텔레포트 마법진. 우리는 이번에는 놀라지 않고 텔레포

트 마법진에 올라섰다.

쉬이이잉..

이번 역시 마찬가지로 작게 휘몰아치는 바람. 그와 함께 생성되는 실피드. 아까와 다

르지 않다. 사람과 같은 피부색과 백색의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모습이다.

[ 잘 오셨습니다~♡ 300층까지 안내해 드립니다. 몇 층으로 가시길 원하세요?]

사소한 것까지 신경쓰다 보면 큰 일을 하지 못하는 법이다. 나는 애써 뭔가 꿈틀거리

는 감정을 마음속 깊이 눌러두고는 짧게 말했다.

"300 층."

[ 어머 무뚝뚝하셔라~♡]

빠드득..

무의식적으로 이가 갈려 버렸다.

[ 에이~♡ 무서워요~ 아아, 알았다구요. 300층 갑니다~]

들어올린 손에 기천검이 생성되려 하자 급하게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실피드.

아암. 탁월한 선택이었어.

후와아아아앙!!

미치겠군. 이번엔 10클래스 급의 마력이다. 이미 안색이 파리해진 길드원들.

그런 우리들을 아까와 같은 빛무리가 감쌌다.

[ 자 300층 도착입니다. 그럼 나중에 봐요~]

싹싹하게 인사하고 바람으로 돌아가는 실피드. 그리고 남은 것은 멍해져 있는 길드원

들이었다.

" 끄응..왜들 그렇게 있어? 놀라지 말자며."

나의 지친듯한 말투에 표정을 바꾸는 사람들.

" 아아, 그래. '신의 던전'이지. 놀랄게 못 돼. 아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레인.

" 그보다..여기 아까랑 크게 변한 것이 없네. 저기 엄청 큰 나무는 제외하고."

루오 형이 한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루오 형의 말대로 였다.

아담과 하와가 살았던 듯한 평화로운 동산.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하늘 높이 솟아오

른 거대한 붉은 빛을 띄는 나무라 하겠다. 가지는 저 하늘에 닿은 곳에서부터 뻗어

있었다. 그 밑으로는 굵기만 해도 80M에 달하는 듯한 나무가 땅까지 뻗어있다. 살짝

들어난 잔뿌리만 해도 내 몸통의 3배는 되어보인다. 허허..

" 저곳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세리엘이 말했다. 고개를 좀 더 내려보니 동산 밑 공터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충

보니까 그랜드 급에 달한 유저들이었다. 우리들은 빠르게 공터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를 발견했는지 웅성대는 사람들. 그들은 넓은 원(圓)을 형성하고 있었다. 우리가

오자 길을 비켜줬는데 그쪽으로 보인 풍경은 엄청난 것이었다.

" 수룡출해(水龍出海)!"

앞쪽의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와 은빛 머리카락을 짧게 기르고 손이 무릎까지 닿는 검

을 쓰는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팔을 가진 남자에게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수룡을

날리는 푸른 빛의 머리카락으 등까지 아무렇게나 기른 역시 물빛 무복을 입은 16세

정도의 소년.

그의 낭랑한 외침과 함께 날아간 수룡은 창백한 피부의 남자의 한번의 손짓에 소거되

고 말았다.

" 수신룡(水神龍) 실란?"

아마 맞을 것이다. 엄청난 기세와 그가 쓴 무공을 보자면.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을 게임에서 처음 만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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