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그리고 가상현실[게임&판타지] [188 회] 2003-06-14 조회/추천 : 3740 / 14 글자 크기 8 9 10 11 12
해변의 이벤트
흐음..오늘이 대망의 절단신공을 쓰는 날이 될지도..
그리고 질문-_-/ 메세지는 어떻게 보내는 겁니까..ㅡㅡ;; 메세지 읽고 답장 보내려
해도 방법을 모른다는 ㅡ,.ㅡ;
댓글이 많다면 절단 후 바로 잇겠다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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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은 아주 길었다. 대충 속보로 20분은 걸었음에도 주욱 이어지는 성벽은 짧게 잡아
도 3km 이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하긴, 이 정도 길이는 되어야 멋진 광경을 연출하
는 바다에 거슬리는 회색빛 성벽이 보이지 않겠지.
예영 일당은 처음 보는 광경이 신기하기만 한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후훗..역시 초보답다. 예전의 나를 보는듯한 순진함. 뭐..속에는 능구렁이 몇마리가
들어있을지는 모르지만.
" 자이언트 크랩. 6~7월 사이에 산란을 한다. 그 때의 광폭함이 너무 극심해 왠만해서
는 접근하지 말 것. 붉은색의 자이언트 크랩은 공격력이 높으며 푸른색의 자이언트 크
랩은 독이 있으니 특히 주의할 것. 알았지?"
끄덕끄덕.
귀여운 것들. 신기하게 구경하는 와중에도 나의 주의사항을 잘 듣다니. 역시 사람은
뭔가 멋진 짓을 해두면 편한가 보다.
쏴아아..
아, 성벽이 끊기고 바다가 보인다. 푸른 빛의 보석과도 같은 끝없이 이어진 듯한 바다
와 높고도 푸른 하늘, 기암괴석(奇岩怪石)이 군데군데 허전한 곳을 메워주는 이곳은
분명히 절경이다. 문제는..저기 몰려오는 붉고 푸른 자이언트 크랩이라고 하겠다.
" 자 그럼 모두 전투준비. 보조주술은 걸어주지 않을거야. 자신의 본래 능력을 잘 파악
해두는 것이 좋아. 언제나 아이템이나 보조적인 주술에만 의존하는 것은 좋지않아."
보조주술을 걸어주지 않는다는 말에 놀란 얼굴을 했지만 역시 나의 진지 모드를 유지
하고 하는 말에 표정을 고친다. 후후..
옆으로 걷는 게들. 전체 크기가 3이라면 몸이 1 두 개의 집게가 2를 차지하는 약간
비정상적인 게들이다. 집게로 베어버리는 것이 아닌 '후려치는' 공격을 하기에 잘
방어해야 한다. 소드 마스터 쯤 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지금 예영 일당의 레벨로는
자이언트 크랩의 완력은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이다.
" 대략 15마리. 여덟은 너희가 상대해 봐. 예영이는 위험하지 않는 이상 실피드는 소환
하지 말도록. 서로 도와가면서 싸우지 않는다면 전멸이야. 조심해."
각자 긴장한 표정으로 전투 준비를 하는 예영 일당. 사실 능숙한 실력이라면 전부를
상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들은 본래의 능력을 제대로 모른다. 그렇기에 각자의 능력
을 깨닫고 그것에 능숙해 지기에 가장 적당한 숫자를 여덟으로 보고 일곱은 내가 상대
하기로 한 것이다.
' 예영 일당의 싸움을 빨리 구경하려면 이 녀석들부터 처리해야 겠지.'
나는 소매에서 역시 누런 부적을 꺼냈다. 이번에는 '뇌(雷)'와 '산(散)' 이다.
' 뇌'는 알다시피 번개이고 '산'은 확산의 주술을 가능하게 하는 부적이다. 뇌전은 일
직선의 속성을 가진다. 그렇기에 단수의 적에게는 좋은 효과를 발휘하지만 다수의 적
에게는 부적합하다. 그것을 보완해 주는 것이 '산'의 부적이다.
" 오빠 먼저 처리한다!"
선도술(仙道術) 합술(合術) 뇌산(雷散)!
파아아아!
백색의 뇌전이 자이언트 크랩에게로 뻗어나간다. 처음에는 한줄기 백색의 선이었지만
산의 부적이 더해지면서 촘촘한 그물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좀 더 정신을 집중하자
그것은 단 일곱의 목표만을 가둔뒤에 번개의 기운을 발출했다.
파지지지직!!
" 끼릭끼릭!"
그물에 갇혀서 몸부림치는 자이언트 크랩들. 하지만 빠져나올 수는 없다. 단일개체로
는 레벨 10이라도 처리가 가능한 기본적인 몬스터인 자이언트 크랩으로서는 82도사의
조합주술을 어찌할만한 능력은 없다.
치이이익..
" 어..어라? 익었네?"
당황하는 수진이. 예영이는 그저 흥미롭다는 표정이고 은지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행동
이다. 허허허..나는 수진이와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나의 주 사냥터는 내륙지방이었다. 즉, 바다의 몬스터는 별로 상대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저번 의검과 환상결을 깨우치고서는 어기비행을 이용해 조금 깊은 바다로 가
서 크라켄을 상대해 본 것이 전부였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바다몬스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화 속성도 아닌 뇌 속성을 이용한 공격에 자이언트
크랩이 익은 상황은 처음 있는 일이기에 당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하..하..하..저거 먹을 수도 있을까?"
어색하게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사실 그냥 이 분위기를 날려버리고자 한 소리일 뿐이
었다. 하지만 그 때 나선 예영이.
" 흠 좋아. 일단 이 녀석들 처리하고 한번 먹어보자!"
" 그래. 저거 어쩌면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을지도.."
예영이의 엽기성이야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동조하는 은지는 뭐란 말인가?
역시 속단해서는 안 됄 존재들이다. 예영 일당은.
" 일단 처리하고 보자고! 실프 둘 소환!"
현재 예영은 두번째로 친화력이 높은 살라만다를 소환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는 물이
많은 바다이며 자이언트 크랩은 수(水)속성의 변종동물. 차라리 실프 둘을 소환하는
것이 더 좋다. 오호, 예영. 역시 전투에 있어서는 소질이 있는데?
휘이이잉..
바람이 일며 나타나는 투명한 몸을 가진 녹빛의 요정들. 주위에는 미약하나마 바람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 라이트닝 에로우(Lightning Arrow)!"
단 하나이지만 라이트닝 에로우를 시전하는 수진이. 보통 4원소(물, 불, 바람, 땅)의
화살은 1클래스 마스터라면 모두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뇌전의 기운을 가진 좀 더 높
은 단계인 라이트닝 에로우는 2클래스가 되어야만 가능한 마법. 수진이는 레벨이 30이
되었기에 라이트닝 에로우를 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노력의 결과가 빨리 나타나는 직
업이 마법사이다. 그렇기에 보람을 느끼기 쉬운 직업도 마법사이고.
" 삼품(三品) 풍류비검(風流飛劍) 풍독(風毒)!"
좋은 말로 삼품이고 나쁜 말로 삼류의 무공인 초보 때 지급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도
적의 무공인 풍류비검 상의 보조 기술 풍독이다. 시프는 처음에 공격력이 부족하다.
레벨20까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25쯤 되면 그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그
것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 풍류비검상의 보조 기술 풍독이다. 검에 바람의 기운을 실어
절삭력을 높임과 동시에 독까지 추가하는 기술. 초보 때 배우는 기술이지만 고레벨이
되어도 가장 쓸모있는 기술 중 하나이기에 시프들 사이에서는 필수 기술로 통한다.
레인이나 루인 역시 풍독의 12레벨 마스터이니까 말이다.
" 자 그럼 내가 먼저 간다! 토네이도 스피어!"
예영의 외침과 동시에 바람으로 화(化)해 회전해서 작은 바람의 창이 되어 자이언트
크랩에게 쇄도했다. 단 둘이지만 바람의 정령답게 속도를 중시했기에 가속도가 더해진
바람의 창은 높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 끼릭끼릭!"
뭔가 심오한(?) 기합(?)과 함께 빠르게 옆으로 몸을 트는 자이언트 크랩. 직각으로 꺾
을 수는 없는지라 반원을 그리고서야 옆으로 회피할 수 있었다. 어찌나 빠른지 지금
검사 레벨 62 정도의 동체시력을 가진 나도 잔상이 보일 정도였다.
하하하..뭐야 저거!?
" 오빠. 자이언트 크랩이 저렇게 빠른 거였어?"
" 나도..몰라."
너무나도 황당한 지라 나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다. 또다시 이상해진 분위기. 몇 분
간 그런 분위기가 계속되자 은지가 답답했는지 땅을 박차고는 앞에 있는 붉은 색의 자
이언트 크랩을 향해 녹빛을 머금고 있는 단검을 일자로 그었다.
파앗!
" 끼리릭!"
이번에도 예의 그 심오한(?) 기합(?)과 함께 회피를 시도하는 자이언트 크랩.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다. 예영이의 공격이 나의 뇌전의 기술이라면 은지의 공격은 나의 일자
베기 기술이다.
뒤로 반원을 그려 회피를 시도하는 자이언트 크랩을 예상한 은지는 휘두름을 멈추고는
한 번 더 걸음을 옮긴뒤 가볍게 자이언트 크랩을 그어버렸다. 반 쯤 박혔지만 독이 묻
어 있는 단검이기에 자이언트 크랩은 잠시 버둥거리다가 추욱 늘어져 버리고 말았다.
동료가 당하자 열이 받았는지 은지의 뒤를 점하고 있던 자이언트 크랩 하나가 역시 무
서운 속도로 집게를 휘둘러 왔다. 은지는 약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보법을 밟으며 자
이언트 크랩처럼, 하지만 좀 더 부드럽게 반원을 그리면서 자이언트 크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렬하는 뇌전의 화살!
파지지직!
" 끼리리릭!!"
짜릿한가 보다. 몸을 부르르 떨어대는 자이언트 크랩. 박힌 뇌전의 화살은 그 형체를
버리고 자이언트 크랩을 그물처럼 둘러싸고 전류를 방출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이언트
크랩을 지지던(;) 전류는 5초가 지나자 서서히 그 출력을 줄이더니 또다시 5초 후에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크리티컬로 라이트닝 에로우를 맞아버린 자이언트 크랩은 저
높이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말이다.
" 휘유. 멋진데?"
나의 감탄성에 약간은 부끄러운 듯 브이자를 그리는 수진이. 흐음..위험하군. 부끄러
워 하면서도 할 것은 다하다니. 예영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를 빌 뿐이다.
" 자 그럼 좀 더 분발하도록 해. 나는 열심히 구경해 줄께."
두 마리를 팀워크로 쉽게 잡은 예영 일당은 10분 후 기진맥진한 상태로 자이언트 크랩
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