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그리고 가상현실[게임&판타지] [187 회] 2003-06-13 조회/추천 : 3859 / 19 글자 크기 8 9 10 11 12
해변의 이벤트
절대지검(絶代之劍) 의검(意劍) 심검(心劍)의 장(章) 심즉기행(心卽氣行)!
아아..빨리 저 무공을 예진이가 쓰게 했으면 좋겠다는..언제 저기까지 진행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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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라는 기분 잡치는 녀석 때문에 지체되었지만 곧 예영 일당은 레벨 30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제 해변 이벤트에 참가가 가능한 것이다. 뭐 '이벤트'라기 보다는 퀘스트를
수행하면 얻게 되는 보상 제도인 듯 하지만 이벤트라면 이벤트겠지 뭐.
" 자 그럼 시작의 도시로 돌아가자."
나의 발언에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 은지. 이제는 서먹서먹함이 많이 줄었다. 오히려
화기애애해져 간다고 할까?
" 저기 오빠? 다른 사냥터로 가지 않구요?"
그럴 필요가 없지. 레벨업이라면 여기서 하면 되니까. 그러고 보니 내가 말하지 않았
구나.
" 아, 말해준다는 것을 깜빡했네. 우리는 이제 해변 이벤트 하러 간다~ 레벨 30 이상의
유저들만 참가 가능한 이벤트야. 그래서 폭렙을 한 것이고. 사실 초보 때 즐길 수 있
는 것도 많지만 내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미안하긴 하지만 빠른 레벨업을 했으니 봐
주라."
두 손을 모으고 살짝 비는 내 모습에 웃음을 짓는 예영 일당. 그래도 착한 애들이다.
" 에 괜찮아요. 그보다 해변 이벤트는 뭐에요?"
나는 그녀들에게 메모창을 띄워보라고 했다. 가이드북이라는 레어 아이템은 역시 탁월
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그녀들은 바로 메모창을 띄울 수 있었다. 나는 그 중 '공지'를
선택하라고 했고 그녀들은 '공지'라는 단어를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그리고 나타
나는 화면. 거기서 '해변의 이벤트'를 클릭해 보라고 했다.
그녀들은 공지를 읽더니 바로 흥미있다는 표정을 띄운다. 역시 여름에는 바다여행이
다. 가상현실이라지만 현실과 크게 다를바가 없는 이곳이기에 그녀들 역시 들뜬 기분
일 것이다.
" 자 그럼 가자. 거기서 마법진을 이용해서 바다쪽으로 바로 이동해 버릴거야."
나는 자세한 설명 후 시아에게 워프 게이트를 열 것을 부탁했다. 마력이 많이 소모
되지만 시아는 마력을 높게 설정해서 봉인했기에 가능하다.
" 워프 게이트."
곧 공간을 잇는 문이 우리의 앞에 생성되었다. 예영 일당은 워프 게이트를 처음 보는
것이기에 호기심에 가득한 표정으로 워프 게이트를 살펴 보았다. 그런 예영 일당을
하나씩 밀어 넣어준 나는 마지막으로 힘들게 서있는 시아를 부축해 게이트를 넘었다.
가볍게 잡은 허리의 감촉과 그녀의 머리에서 나는 이름 모를 꽃의 향기는 나를 황홀
하게 했다.
게이트를 넘어서서 예영 일당이 나를 부르지 않았다면 얼마나 그렇게 정신이 나간 상
태로 있었을지..나의 행동을 깨닫고서 얼굴이 화악 달아올라서 이동 마법진이 있는 곳
으로 가기까지 시아를 쳐다볼수도 없었다.
이동 마법진이 있는곳. 그곳은 중앙분수에서 북쪽으로 쭈욱~ 일직선으로 가면 보이는
곳이다. 일단 신전 형식이기에 못 찾는다면 그 사람은 아마 '길치' 스킬을 12레벨 마
스터 한 사람일 것이다. 문은 없다. 그저 백색의 밝은 빛을 내뿜는 마법진을 둘러싼
형식의 신전만이 존재할 뿐이다. 12개의 기둥이 아치형의 지붕을 받치고 있는 형식의
신전 앞에는 백색의 로브를 입은 두 명의 NPC마법사가 있었다. 모두 50대 이상의 모습
으로서 연륜이 느껴진다. 하하..너무 현실적이야..
우리들이 다가가자 오른쪽의 마법사가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가슴까지 기른 하
얀 수염이 인상적이다.
"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모두를 대표해 내가 나섰다. 이런 일은 내가 전문이지.
" 마법진을 이용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목적지는 해변의 이벤트가 열리는 한 제국의
동남쪽 해변가입니다."
" 아 그렇습니까? 모두 다섯 분이시군요. 일인당 1실버 50페이니까 7실버 50페이 되겠
습니다."
하하..비싸다 비싸.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7개의 은빛 동전과 1개의 약간은 큰 동빛 동전을 마법사에게
건냈다. 물건을 파는 것이라면 예전 NPC상인의 퀘스트를 해결해서 얻은 스킬 '바가지
씌우기'을 이용해서 비싸게 팔아먹겠지만 이것은 내가 사는것. 아쉽게도 '가격 깎기'
스킬은 없었다. 크흐흑..4차 직업으로 상인을 선택해야 하나?
피 같은 돈 때문에 잠시 정신이 나갔지만 시아가 내 손을 잡고 마법진으로 이끌어서
그 생각은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으윽..예전 같으면 그저 얼굴만 붉히겠지만 지금은
영 서먹한 것이..나만 그런 것인지 시아는 예전과 다름없는 태도다. 나 역시 그러고
싶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 자 그럼 이동합니다. 텔레포트(Teleport)!"
7 클래스 마도사의 이동 마법인 텔레포트가 시전되고 우리는 빛에 휩싸여 해변의 이벤
트가 열리는 한 제국의 동남쪽 해변가로 공간을 넘었다.
- 해변의 이벤트 현장
파아앗!
텔레포트로 인한 효과인 밝은 빛무리는 우리가 도착했음을 알리기 위함인지 한 번의
강렬한 빛을 발하고는 사라졌다. 눈을 뜬 곳에서 보이는 것은 저 멀리 보이는 한없이
넓어 보이는 푸른 바다와 그 앞의 눈부신 금빛의 백사장이었다. 잠시 그 모습에 멍~
해졌던 나와 예영 일당. 시아는 특별히 표정 변화가 없어서 모르겠다.
풍경에 심취했던 나의 기분을 다운(Down)시키는 것은 그 앞에 있는 성벽..이라고 하
겠다. 바다에 무슨 성벽이야? 우리가 서 있는 곳 역시 백사장이다. 뒤로는 기암괴석
( 奇岩怪石)으로 이루어진 절벽이 있고 앞은 성벽으로 막혀 있다. 성벽만 없다면 한폭
의 완벽한 그림일텐데..
우리는 굳게 닫힌 성벽을 지키고 있는 창을 든 사각형의 얼굴을 가진 병사에게 다가갔
다. 전형적인 한 제국의 병사의 복장이었다. 예전 삼국 시대의 병사의 복장말이다.
이번에도 내가 대표로 다가가 병사에게 물어보았다. NPC이지만 존댓말이다. 되도록 현
실과 같은 상황을 즐기고 싶다고 할까?
" 저기 여기 왠 성벽이 있습니까?"
나의 물음에 스윽 고개를 돌린 병사는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내게 답변을 해 주었
다.
" 현재 서쪽 백사장을 통해 자이언트 크랩(거대 게;)들이 사람들을 습격하고 있다. 그
에 따라 현명하신 황제께서 이곳에 기다란 성벽을 쌓아 자이언트 크랩의 습격에 대비
하고 있다."
하하..그런가? 자이언트 크랩이라..이름만 거창하지 사실 별거 아니다. 사람의 무릎
까지 오는 바다게일 뿐이다. 뭐 확실히 보통 게보다 크기는 크다. 무기는 날카로운 집
게일 뿐 다른 특별한 기술은 없다. 초보 전용 몬스터라는 말이지.
병사는 끊었던 말을 다시 이었다.
" 만약 그대들이 자이언트 크랩 킹을 잡아 자이언트 크랩들을 몰아내 준다면 이 곳 해
변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해주마. 응하겠는가?"
퀘스트(Quest)다. 당연히 받아야지. 아마 우리 길드 사람들은 먼저 들어가 있을 것이
다. 1분도 안 걸린다. 이동하고 찾는다. 그 후 아마 세리엘의 검기성강..이면 바로 끝
이겠지. 그 후에 다시 이동하고 임무 완료. 안 봐도 비디오다.
" 응하겠습니다. 인원은 5명. 장소는?"
" 서쪽 백사장이다. 자이언트 크랩들이 몰려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대화 끝. 능숙하게 이루어진 대화에 놀라는 예영 일당. 후훗..내가 퀘스트 한두번 깨
보냐? 시아랑 깬 퀘스트만 해도 세자리 수다.
짝짝짝!
세 번 정도 박수를 쳐 분위기를 환기시킨 나는 예영 일당과 시아에게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게임은 즐겁게 하는 거다.
" 자자 모두 서쪽 백사당이다! 이 퀘스트 깨면 바로 즐거운 바캉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힘내자!"
" 우아아아~"
내 대사에 바로 호응해 주는 예영 일당. 당연히 나까지 당연히 기분이 업(UP)되어서
같이 함성을 지르고는 서쪽 백사장으로 향했다. 후후..자이언트 크랩. 기대하라구.
내가 짜릿한 뇌전(雷電)을 선물해 줄테니.
그렇게 업된 기분으로 우리는 서쪽 백사장을 향해 힘차게 걸음을 내딛었다.
다가올 불행은 알지 못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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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참가해 줘~요~
이미 결과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몰표..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따르겠다는 ㅋㅋ..남성 최고의 여성상이 탄생하겠군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