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그리고 가상현실[게임&판타지] [153 회] 2003-05-28 조회/추천 : 5081 / 12 글자 크기 8 9 10 11 12
천년지애(千年之愛) 이벤트.
후아..컴터 인터넷 안되면 잽팅하고 하나 쓰고 등록 누르면 다시 인터넷 병신
되서 다시 잽팅하고..미치겠습니다..ㅡㅡ;;
벌써 6번째. 5번째에서 인터넷 누르니까 바로 느린..아예 안 뜨더군요. 그래서 또
잽팅..
[ 게임]
뚜벅뚜벅..
음침한 내부. 그에 따라 내 발소리 빼고는 일절 소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같아선 그냥 무상신검 먹여주고 한번에 통과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수는
없었다. 생명의 탑까지 가기 위해선 성에 비밀스런 곳에 존재하는 '게이트'를 통과
해야만 하는데 그것은 각 관문의 보스만이 알고 있었다. 운영자가 또 잊어먹었다면서
전음으로 말해주길 직접 찾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했다. 그 어떤 탐지마법에도
걸리지 않고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이라고 해서 말이다. 결국 나는 시간도 없는데
보스마저 상대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웜급 초과 에인션트 미만..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 정도의 녀석이라면 한방에 보내 버릴 수 있겠지. 괜히 폼잡으며 검을
나눌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 나는 1분 1초가 지나는 것에 피가 마를 지경이다.
그런데 한가하게 결투를 해? 전혀 그럴수 없다. 한번에, 단 한번에 보내버릴 거다.
내가 다짐을 하며 엄청난 살기를 뿌렸기 때문일까? 아까까지만 해도 없던 기척이
잡혔다. 나는 기척이 느껴지는 쪽인 천장 쪽으로 고개를 들어보았다.
펄럭..펄럭..
이젠 대놓고 위치를 자랑하는 용인(龍人).
반인반용(半人半龍). 인간의 몸에 드래곤을 날개와 드래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엄청난 마나와 마법실력 그리고 육체적인 강함을 자랑하는 존재. 드래곤은 쓰지
못하는 검마저 쓸 수 있는(본체는 쓸 수 없다. 혹시 이기어검이 가능하다면 모를까)
강력한 존재다. 등급도 G급. 귀찮게 됬군. 하지만..상관 없지. 나는 바로 자세를 잡고
그랜디스트를 뽑아들었다.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했으니 그런거다. 한방에 끝낼 예정
이지만 자잘한 마법으로 귀찮게 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내가 검을 뽑아드는 동안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으로 천장에 떠 있는 용인.
시간 없는데..여유를 부린다? 나는 그런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로 무상신검을
날려 버렸다.
의검(意劍) 무상신검(無上神劍)!
파아아앗..
이번엔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공중의 목표를 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용인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순백의 빛무리. G급이 버틸수 없을 정도의 내력을 주입했으니 녀석은
한방에 나가 떨어질 거다. 시시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것에 신경쓸 정도로 지금의
나는 여유롭지 못하다.
파아아아아..
내가 그렇게 천장을 '소멸' 시켜버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와 함께 용인이 작살나는
것을 한점의 의심없이 믿고 있을때 다시 뒤에서 느껴지는 존재감.
휘익..
나는 바로 몸을 돌리고는 그 존재를 확인해 보았다. 등에 거대한 드래곤의 날개를
지닌 존재. 타는듯한 붉은 장발을 가진 저 녀석은 틀림없이 아까 천장에서 나의 무상
신검에 '소멸' 되었어야 할 용인이 분명하다. 뭐야?
나는 다시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어보았다. 천장은 사라지고 보이는 시리도록 푸른
하늘. 분명히..맞았다. 아니, 일루젼이다.
일루젼(illusion). 그것이라면 설명이 가능하다. 마나로서 가상의 물체나 존재를 생성
시키는 마법. 천장에 떠 있는 용인이 사라진 것도 내 무상신검에 용인을 형성하던
마력마저 소멸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젠장..겨우 이따위 마법도 알아채지 못하다니
그만큼 내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못하다는 증거다.
그렇게 내가 여러가지 생각에 빠져있을 무렵 갑자기 느껴지는 살기와 엄청난 기운.
콰앙..
급하게 끌어올린 검강에 휩싸인 그랜디스트와 나를 동시에 날려버리는 기천검.
아마 그랜디스트 정도의 유니크 아이템이 아니었다면 당장에 베어버렸을 것이다.
용인. 그러고 보면 위험천만한 짓이다. G급의 존재를 앞에두고 고개를 돌리고 다른
생각까지 했으니..나는 공중제비를 돌아 몸을 착지시키곤 녀석을 돌아보았다.
붉은 빛의 무형검을 생성시키고 서 있는 거대한 붉은 날개를 고히 접고서 서있는 용인
그는 살짝 기천검을 들어보였다. 겨뤄보자는 건가? 좋아. 한번에 끝을 내주지.
정말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진 않았기에 나도 바로 기천검을 생성시켰다. 벌써부터
' 의검(意劍)'을 쓰고싶은 생각은 없다. 저 정도라면 기천검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
나는 바로 내력을 끌어올렸다. 이번에 내가 쓸 검은 섬광이다. 1:다수에 쓸 확상형이
아닌 집중형. 검에 섬광의 기운을 극한까지 압축한뒤 적과 검을 부딪히는 순간 한번에
터뜨려 버리는 검.
나의 엄청난 기세를 느꼈기 때문일까? 녀석도 엄청난 기운을 끌어올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원래같으면 미친 짓이지만 나도 검에 기운을 모으고 있었기에
공격은 할 수 없기 때문에 탁월한 선택이다. 기회에 맞는 가장 적합한 기술을 사용
하는 것이 고수의 방법이니까.
내가 검에 섬광의 기운을 압축시켜갈 무렵 녀석의 캐스팅이 끝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듣는 용인의 목소리.
" 드래곤 브레스."
드래곤 브레스. 내가 알기로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알다시피 드래곤의 주무기이고
하나는 8클래스의 화염계 범위 마법이다. 하지만 검에 이글거리는 저 엄청난 불꽃은
용인이 쓴 마법이 인첸트 계열의 마법이란 것을 증명해 준다. 흐음..스킬을 하나
만들어 낸 것인가? 예상하기로는 드래곤 브레스의 마법을 인첸트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 같았다. 좋아. 마음에 들었어.
준비가 끝난 나는 바로 기천검을 발검(發劍)의 자세로 고쳐 잡았다. 물론 검집에
꽂지는 않았다. 잊어야 꽂지. 그리고 있다고 해도 닿으면 바로 소멸이다. 지금 기천검
에 모인 기운은 압축된 섬광의 기운이다. 의검으로 자연의 내력을 엄청나게 끌어 모아
만들지 않는 이상 어떤 검집도 버티지 못할 기운인 것이다.
발검자세에서 달려가 바로 녀석에게 휘두른다. 그럼 녀석도 분명 맞대응을 하겠지.
힘 대 힘이다. 약한 쪽이 지는 것이다. 그리고 패배는 녀석의 차지. 운영자가 말했고
저 녀석도 느끼고 나도 느낀다. 저 녀석의 필패!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이 맞대응을
하겠다는 것은 용인의 자존심일까 아니면 호승심일까?
.. 모르겠다. 그냥 붙으면 되는 것이다. 그냥 즐겁게.
타악.
나는 땅을 박차며 자연지행 가속을 시전했다. 그리고 한줄기 빛이 되어 쏘아져 나가는
나의 신형. 녀석 역시 드래곤 브레스라는 인첸트(아마도.)가 걸린 기천검을 들어올려
나를 맞을 준비를 했다. 달려오는 힘까지 맞받아치겠다? 무슨 생각이지?
힘에 열세인 저 녀석이 0.0001%라도 믿을만한 가능성이라고는 가속도에 의한 더해진
힘밖에 없을텐데 녀석은 나를 가만히 서서 맞받아 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수는 없는 일. 시아가 걸린 일이다.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시간을 끌 수는
없다. 나는 녀석(이름도 모른다.)의 지척에서 바로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파아아아앗..
섬광의 기운이 검의 궤적에 따라 같이 흐르며 지나간 자리를 무(無)로 되돌린다.
그리고 나의 행동에 따라 역시 검을 마주쳐 오는 용인.
파아아아아..
요란한 폭발음은 없다. 너무나 거대한 기운은 '파괴'가 아닌 '소멸'의 힘을 내뿜는다.
섬광이 녀석을 향해서 폭사하기 시작했다. 의검은 말그대로 의지의 검. 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힘이다. 일체의 빗나감 없이 용인만을 향해 쇄도하는 소멸의 빛.
그리고 그에 맞서는 레드 드래곤의 숨결인 불꽃의 기운. 하지만 역부족이다.
에인션트 드래곤 브레스와도 정면으로 맞섰던 나의 검이다. 에인션트에 미치지 못하는
용인으로서는 이 기운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나의 예상에 따라 점점 소멸해
가는 붉은 불꽃. 녀석은 승부에서 패했음을 알았을까? 날 향해 잠깐 웃음을 보이고는
소멸을 맞았다.
죽어가면서 웃는다..라? 위선적인거 같지만 왠지 모르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럼 끝인가.
그런데 왠지 모를 찝찝함이...뭐지? 뭐지..?..?..?..!!..?..!!!!!!!!
허..허억? '게이트'!!!!!!! 게이트의 장소는 알려줘야 할거 아냐?
그래. 게이트의 위치를 물어보지 못했다. 이런 썩을..
내가 건망증을 탓하며 발광을 시작할 무렵 용인이 소멸을 맞은 자리에서 나타나는
검은 빛의 문.
게이트로군. 이래서 운영자가 찾지 못할 거라고 했나? 하긴, 이러면 보스를 이기지
않고서는 절대로 이동할 수 없겠군.
용인. 그럼 나 간다. 게임에서의 만남이었지만 천국가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게이트를 향하면서 용인의 천국행을 빌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