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그리고 가상현실[게임&판타지] [123 회] 2003-05-20 조회/추천 : 5809 / 13 글자 크기 8 9 10 11 12
묵혼이 배신한 이유
[ 게임]
아아..이거 빨리 끝나겠군요.
콰과과과과광..
은빛의 강기에 의해 빛을 거부하는 검은 빛의 성은 이곳저곳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검은 빛 성에 순백의 강기가 떨어지는 모습은 가히 예술이라 할 광경을 연출
했고 더 이상 지켜볼 수는 없어서 일까? 드디어 기사단이 등장했다. 그런데..
우리의 복수의 대상인 묵혼은 보이지 않았다. 끝까지..기사로서의 명예를 더럽히
겠단 말인가 묵혼? 그리고 그런 기사단장의 행동에도 저 신뢰의 눈빛과 결의에 찬
행동을 보이는 저 기사단들은 무엇인가? 반드시 성을 사수하겠다는 저 결사의 각오로
우리의 앞을 막는 저 기사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
난 왠지 모를 기분 나쁨에 무형검을 생성시켜 앞으로 달려나가 기사들을 공격해
나갔다.
" 모두 막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나의 공격에 한 기사가 필사적인 목소리로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아마 부단장 이리라. 그의 명령에 따라 기사들은 서로 모여서 나에게 검을 들이대며
나를 저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앱솔루트 소드 마스터. 현경의 경지. 서대륙의 단어로는
이 이상의 경지는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동대륙에서는 나의 경지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한다.
생사경.
그래 현경 그 이상의 자연을 다룰 수 있는 경지. 그것이 생사경이다. 그리고 나는
레벨 480을 넘김으로서 생사경에 오를 수 있었고 그것은 나에게 거의 무한한 내력을
선물해 주었다. 드래곤에게는 비할 수 없지만 유저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내력을
가진 나에게 이들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무형검 마저 생성시킬 수 없는 이들은 나의
단 한번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하고 허무하게 쓰러져 갔다.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길드원들도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들을 베어가고 있기에
그들이 쓰러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악인이라면 당연히
검을 버리고 도망쳐야 할 그들은..
필사의 각오가 담긴 눈빛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단 1초라도 벌기 위해 쓰러지면서
까지 우리의 팔을 잡고 늘어졌으며 다리를 잡아 끌었다. 이런 이들의 행동에 우리들은
동시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무엇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행동
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묵혼의 그 기사를 걸고한 맹세. 그것을 가볍게 어긴 행동..
그런 기사의 명예를 가볍게 여기는 자를 위해 이들은 왜이렇게 필사적인 것일까?
" 모두..물러서라. 경고다. 그냥 도망가라. 잡지 않겠다. 나 '절대마검사'이자 우정
길드의 마스터로서 하는 약속이다. 그냥..가라."
나는 더 이상 이들을 마주볼 수 없어 도망가라는 권유를 했다. 그래..그냥 가라.
더 이상..싸우기 싫다.
" 우리의 명예를 더럽히겠다는 말인가! 우리를 넘지 않고서는 단장님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모두 쳐라!"
.. 너희들에게 명예가 있었나! 명예가 있었다면..왜 그때 함께 싸우지 못했나!
왜! 왜!
달려오는 그들..더 이상..마주 볼 수 없다. 난 결국 시아에게 '명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을..한번에 죽여주라고.
" 시아. 모두..한번에..죽여버려."
그리고 이런 나의 명령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하는 시아.
" 예. 환상.. 카오스 필드."
.. 달려오는 그들 주위로 마력과 신성력이 요동친다.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달려오는
기사들.
지지지직..
요동치는 마력과 신성력. 시아..세리엘의 검기성강을 시전하는 건가? 하지만, 왠지
그와는 다른 기운이다.
꾸우우우우우우우웅...
반발력이 극에 달한 신성력과 마력은 결국 폭팔하고 말았다. 하지만 무분별한 폭발이
아니다. 폭발의 기운은 기사단들만을 휩쓸고 하늘로 솟았다. 마치 빛의 바벨탑을 보는
듯한 그 기운은 잠시간 그 위용을 뽐내다가 사라졌다. 그리고..그 빛이 사라진 곳에는
그 처절한 모습의 기사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