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실 그리고 가상현실-12화 (12/238)

현실 그리고 가상현실[게임&판타지] [12 회]  2003-05-11 조회/추천 : 14315 / 23   글자 크기 8 9 10 11 12

몸풀기 공성전!

[ 게임]

3 초간의 무중력을 느끼고서 바람이 느껴지자 나는 눈을 떴다.

현실에서는 영상으로만 보는 것이 가능한 나무와 벽돌로 만든 집. 서구적인 느낌이

나는 이곳은 서대륙의 작은 마을 아실라나이다.

판타지아에서는 접속 후 잠시간의 딜레이 때문에 유저가 공격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필드나 던전, 그리고 마을에 몬스터등이 접근할 수 없고 P.K가 불가능한

리스장이 준비되어 있다. 작은 곳에서 회사측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

마을 동쪽으로는 넓은 공터가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우리 반의 길드의 거처인 작은

성이 있다. 시비가 붙은 그쪽이 우리 쪽으로 오기로 했지.

대충 2km 정도니까 걸어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일류 경공 정도만 써도

5 분 정도 걸릴만큼 가까운 거리다. 현재 게임시간으로 공성전 시작까지 10분 정도

남았으니 가볍게 경공을 발휘해서 이동하면 되겠지.

휘이잉~

바람에 긴 머리가 휘날린다. 지금 내 모습은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

게임에서 수정 가능한 것은 머리카락의 색깔과 길이. 약간의 얼굴선의 조정과 피부

색깔 정도다. 만약 신체의 한 부분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생성해 준다.

나는 앞 머리는 얼굴의 반을 덮을 정도로 기르고 뒤로는 종아리까지 닿은 머리카락을

목에서 하나로 묶고 있다. 얼굴선은 약간 가늘게 했고 옷은 위에는 넓은 소매를 가진

한복과는 다른 흰 옷이고 바지는 움직이기 편한 흰 바지다. 3년 동안 바뀐 적이 없는

패션이다. 신비지인일 때도 말이다. 그 덕에 한동안 판타지아에서 흰 천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소문이 있다.(유저들이 따라한다.)

마지막으로 왼쪽 허리에 검을 차고 있지. 수수한 붉은 빛을 발하는 검이다. 평범하지만

그 실체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 검사라면 꼭 갖고 싶어하는 3대 검 중 하나인 모든

유저들이 알고 있는 초 유니크 검인 '태양천강지검(太陽天剛之劍)'이 이 검의 정체

니까. 절대마검사의 검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세한 모습을 알고 있는 유저는 우정 길드

의 길드원들과 운영자들을 뺀다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내가 언제나 천으로 감싸고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가릴 필요가 없고.

바람에 날린 머리를 정리한 나는 성진이에게 쪽지를 날리기 위해 성진의 아이디를

생각해 보았다.

으음..뭐였더라..뭐였지..

떠오를듯 떠오르지 않는 성진의 아이디. 크악..이놈의 건망증 정말 고칠 방법이 없나..

그렇게 머리를 부여잡고 기억을 뒤진 결과 나는 겨우 녀석의 아이디를 떠올릴 수 있었

다.

" 맞다! '주접성진'이었지! 크윽..이렇게 쉬운 아이디를 기억 못하다니.."

잠시 내 하드 디스크(?)를 한탄한 뒤에야 쪽지를 날리는 나.

{ 성진아 나 방금 접속했다. 금방 날아갈께~}

쪽지를 날린뒤 동시에 날아오는 녀석의 답장.

{ 임마 니가 7클래스 마법사냐? 날아오게?}

.. 꼭 태클을 걸어요 태클을.

{KIN/ 렉/사}

가볍게 몇자 적어준 나는 바로 수신거부와 귓말거부를 선택해 준 뒤에 경공을 시전

했다.

마스터 레벨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은 유저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간간히 구경하며

일직선의 도로를 달리자 어렴풋이 작은 성이 보였다. 햇볕에 푸른 빛을 반사하는

저 작지만 멋진 성이 우리 반 길드의 성이다. 휘유~ 언제봐도 멋지단 말이야. 물론

우리 길드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하핫..

화아아악!

멋들어진 성을 감상하며 서 있는 나를 향해 날아오는 화염의 기운. 파이어 볼이다.

휙~

물론 이런 것 정도는 가볍게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가볍게 한 발짝 옆으로 물러

선 나를 지나 뻗어나가는 파이어 볼. 하지만 그 뒤에 또 다른 파이어 볼이 나에게

뻗어오고 있었다. 흐음..

" 매직 실드(Magic shield)"

마법을 막는데는 매직 실드가 효율적이다. 물리적인 공격에는 피지컬 실드가 좋고.

콰앙~

파이어 볼이 매직 실드에 부딪히자 약간은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사라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약간은 화난 목소리.

" 이자슥! 감히!"

성진이다. 뭐가 '감히'냐 '감히'가.

" 자식..귀엽게 노는군."

나의 말에 더욱 흥분해서 돌진해 오는 성진이. 요새 영악한 아이들과는 다르게 쉽게

흥분하는 녀석이다.

달려오는 녀석에게 가볍게 홀드(Hold)를 걸어준 뒤에 녀석을 살짝살짝 놀려주고 있을

때 우리반 회장이자 '3학년 10반 최강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동진이가 우리에게 말

했다.(실제 작가의 반-_-)

" 야야 그만. 적이다."

입맛을 다시며 성진이를 풀어주자 녀석은 싸우지도 않았는데 헉헉거리고 있었다.

정신적 타격이 큰가보다.

성진이에게서 성벽 밑으로 시선을 돌리자 전체가 푸른 옷을 맞춰입은 40여 명의 인간

들이 보인다. '청룡 길드'라는 깃발을 들고 있는 유저들. 저들이 우리의 적이겠지.

이제..시작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