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실 그리고 가상현실-6화 (6/238)

현실 그리고 가상현실[게임&판타지] [6 회]  2003-05-11 조회/추천 : 15953 / 22   글자 크기 8 9 10 11 12

회상

[ 현실]

내가 처음 판타지아를 접한 것이 3년 전..그러니까 베타 테스터를 모집할때 부터 했다

는 소리다. 나 외에도 100여 명 정도가 참여했지만 그들을 보기는 힘들었다. 워낙 대륙

자체가 넓기에. 베타 테스터에게는 단 한가지, 베타 테스트 기간만은 동대륙과 서대륙

으로의 이동이 자유로웠다는 특혜를 주었다. 그 외에는 어떤 혜택도 주지 않았지만 나

는 오히려 이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판타지 대륙의 검법은 단순하고 강한 검법이

거의 대부분이었고 심법은 찾을 수가 없었다. 판타지 대륙은 심법이 없는대신 아이템으

로 그것을 보충했기에 나는 베타 테스터가 되지 못했다면 마법과 무공을 배운다는 생각

을 접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베타 테스터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베타 테스터가 되고서 판타지아 접속 기기가 오기를 얼마나 기대했던가? 모르긴 몰라도

내가 처음 컴퓨터를 샀을 때보다 훨씬 들떠 있었던 걸로 생각한다. 잠도 못 이루고 기

다리길 이틀. 나는 눈 밑이 검어진 채로 배달부가 들고 있는 소포를 잡아채서는 방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바로 접속. 내가 한 몇 안되는 온라인 게임의 아이디는 모두 같다.

'MaSTeR 성검'

애착이 가는 아이디를 만들고 처음 도착한 곳은 작은 집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NPC 의 설명을 듣고 주 직업으로 검사, 서브 클래스로 마법사를 택하고는 가장 기본적

으로 주어지는 짧은 단검과 1클래스 마법서를 받고서 얼마나 기뻤던가?

들뜬 마음에 처음으로 동대륙을 택한 나는 이동된 마을에서 경비병 NPC에게 물어

서점을 찾아 삼재검법(三才劍法)을 수중에 있던 3실버(은자) 중 1실버나 지불해 사서

익히고는 또 희열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기분을 몰아 가장 기초가 되는 야생동물들을 잡기를 게임시간으로 5시간.

나는 삼재검법을 12성 대성하고(쉬웠다.) 1클래스 마스터가 되면서 레벨 18을 달성

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그 당시 착했던(??) 나는 학원 때문에 게임을 끝낼 수 밖에

없었고, 판타지아에 대한 생각 때문에 공부에 전혀 집중을 할 수 없었던 나는 학원차

대신 튼튼한 두다리로 열나게 뛰어서(뛰는게 더 빠르다. 귀찮아서 차 타는 거지.)

부모님께 인사하고는 바로 판타지아로 접속했지.

사냥 중에 나온 2류 검법서 천지검법(나중에 내가 가진 무공 중 두번째로 강한 무공인

태극천지조화검 중에 '천지(天地)'의 검법이었다.)을 사용해 좀 더 빠르고 1클래스 마

스터에 근접해 좀 더 편하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야생 동물이 질렸다고 느낄 무렵

나는 레벨 20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만났지. 지금 나의 가장 편안하고 사랑하며

아끼는 존재. 그녀 '세이시아'를.

그녀가 있었기에 내가 '신비지인'이 될 수 있었다고 자신있게 선언할 수 있다. 그녀는

내가 판타지아 제 1고비라고 불리는 레벨 20에서 50 사이의 지루함을 이길 수 있게

해 주었다.

레벨 50이 되기 전까지는 유저는 몬스터를 잡을 수 없이 씰에게만 의존해야 하는 1고비

에서 나는 그녀를 서포트해 주면서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기만 했다. 어색했지만 나만을

위해 준다는 느낌 때문이었을까? 그녀를 처음 만나고서 나는 처음으로 다른 '존재'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제 2고비. 레벨 80~81이 되는 고비. 이것 역시 간단했다.

난생 처음 실물로 본 오크들을 시아와 함께 잡으며 더욱 친해질 수 있게 되었고 그것

으로 나는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점점 마스터 레벨에 가까워진다는

설레임이 나를 들뜨게 했다.

제 3고비.

이것은 사람의 심리를 잘 아는 인간이 했다면 정말 사.악.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고비다. 점점 경험치가 많아진다면 그러려니..하겠지만 단 1레벨을 앞두고 1~81이 되는

경험치를 모아야 한다는 것은 성과마저 미미하게 나타난 듯이 느끼기에 나는 처음으로

게임이 '지루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나 혼자였다면 그저 여기에 만족한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그저 판타지아의 수많은 유저 중에 하나로 남았겠지만 나는 복받은

놈이었다.

세이시아.

그녀가 그런 나의 몫까지 경험치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씰이 얻은 경험치는 바로 그

주인에게 돌아간다. 주인이 잡은 경험치는 씰에게 줄 수 있지만 씰이 얻은 경험치는

바로 주인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늘어가는 경험치를 이상하게

여겨 알아보니 시아가 몬스터들과 악전고투하며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는 나는 마음을

고쳐먹고 사냥에 열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시아에 대한 내 감정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