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그리고 가상현실[게임&판타지] [5 회] 2003-05-11 조회/추천 : 16462 / 23 글자 크기 8 9 10 11 12
평범한 일상
[ 현실]
" 야들아~(이 녀석은 이상한 사투리를 쓴다.) 내가 아주! 아주! 기막힌
정보를 입수했다!"
성진이 녀석. 오늘은 다른 때와 다르게 좀 더 흥분한 듯한 모습을 보여 준다. 아이들이
몰리자 벌떡 일어서서 침을 파파팟~ 튀기며 서론을 꺼내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얼마나
힘들어 보였으면 한 녀석이 가방에서 박카스(이런 것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를 꺼내더
니 '힘들어 보인다 좀 마셔.' 이러면서 뚜껑까지 손수 따서 성진이에게 건내는 참으로
우정이 가득한 행동을 보여줬다. 성진이는 그것을 잡아채더니 단숨에 원샷~해 버리고는
다소 진정돼었는지 자리에 앉더니 가방을 뒤적였다.
잠시 가방을 뒤지던 성진이는 손에 둘둘 말린 양피지를 꺼냈다. 오호 양피지? 양피지
라면 요새는 찾아보기 힘든 종이가 아닌가? 먼 옛날에나 쓰던 것을 어떻게 가져 왔을
까? 나의 궁금증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진이는 양피지를 펼치더니 그것을 집어들고는
우리에게 천천히 흔들었다.
' 마법진?'
놀랍게도 그것은 마법진이었다. 평범한 오망성이나 역오망성이 아닌 이해할 수 없는
기하학적인 '과연 저런 모양이 나오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일게 만드
는 문양들과 역시 어지럽게 휘갈겨 쓴 도형의 주위를 돌며 일정하게 배열된 '문자(文
子)'라고 추정되는 것들.
" 이야 이게 뭐냐? 오늘은 좀 흥미로운데?"
아직 2달밖에(?) 지나지 않아 이름을 알 수 없는 키가 좀 작아보이는 녀석이 재미있다
는 듯이 말한다. 그리고 주변의 아이들 역시 눈에 재미있다는 감정이 가득했다.
" 그렇지? 내가 우연히 가게를 청소하다가 진열대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을 살펴봤는데
먼지가 가득한 양피지가 보이지 않겠냐? 버리려고 하는데 나의 날카로운 눈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려줘서 펼쳐보니까 이런 그림이 보이지 않겠냐? 크하하..더 중요한 것
은 거기에 딸려있는 놀랍게도 '우리 나라'의 언어가 적혀 있다는 것이지! 사실 한글이
적혀 있다면 사기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놀랍게도 그 글자는 양피지가 쓰여질 당시에
써진 것이라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면서 아주 놀라워 하셨지. 금고에 보관하려는 것
을 내가 잽싸게 들고 튀었단다 크하하.."
.. 얘는 오늘 집에 가면 내일의 태양을 보기가 힘들지 않을까?
" 아. 그래. 거기에 써져 있던 것이 뭔지 알아? 그것은.."
꿀꺽..
어느새 애들이 성진이의 말에 빠져든 아이들. 부인하고 싶지만 나 역시 그 이야기에
빠져 들고 있었다.
" 그것은..'이 마법진은 태고의 두 절대적인 존재를 '소환'하게 해주는 매개체. 그대가
' 자격'이 있다면 그 두 존재들은 그대의 '영혼의 맹약자'로서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 바로 이거야! 멋지지 않냐? '영혼의 맹약자' 캬..'소환'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을
보면 '씰'을 말하는 거 같은데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을 보면 엄청나게 센 씰을 소환
해주는 것이 아닐까? 음하하.."
끝인가? 더 들을 것도 없네. 나는 주위의 성진이를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는 녀석들과
거기에 의기양양하게 웃는 성진이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 쯧쯧..이것들아 뭘 그래 놀래? 성진아. 꼴 보니까 분명히 '자격'이라는 말에 마음을
가다듬고 별 짓을 다해 봤겠지? 그러고 안돼니까 가지고 온 것이고. 쯧..언제 환상에서
깨어날래?"
나의 핵심을 찌르는 말에 움찔거리는 성진이. 그리고 주위에서 '그럼 그렇지'라고 말하
며 성진이를 한대씩 쳐주며 각자 자리로 사라지는 반 아이들. 성진이는 그들의 행동에
치를 떨었지만 움직이지는 못했다. 아마도 '쪽팔림' 때문이겠지.
쩝..하지만 나도 흥미가 동한다. 씰이라..
능력자들이 생기게 됨과 함께 나타난 검과 마법을 다루는 이계의 존재들. 그들은 일정
한 마법진에 의해 소환됀다. 지금까지 알아낸 마법진은 13가지. 그리고 그 마법진으로
부르면 소환되는 아름다운 존재들. 그들은 소환자의 자격이 됄 경우 '맹약자'로서 명령
을 듣게 됀다. 하지만 씰들은 소수여서 보기가 상당히 힘들지.
..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괜히 자괴감에 빠지지 말자.
나는 마법진과 씰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리고는 가상의 공간으로의 '문'의 역할을 하는
판타지아의 단말기를 꺼냈다. 휴대폰의 기능을 겸하는 이 기기는 시가 50만원이라는
초고가의 물품이지만 베타 테스터들에게는 공짜로 지급됐기에 나는 가질수 있었지.
판타지아. 최초의 가상현실게임. 베타 테스터 모집에서 1:2000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보인 게임이지. 모든 일에 식상해 있던 나는 바로 베타테스터를 신청했지만.......
떨어졌다. 정말이지..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어렵게 알아낸 운영자의 개인
메일로 하루에 수십통씩 절절한 사연을 적어(거의 지어낸;) 추가로 뽑아달라고 끈질기
게 부탁했고 운영자는 고맙게도 나를 추가 베타 테스터로 뽑아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판타지아의 전설적인 유저 '신비지인'이 되기까지의 첫번째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