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二章 (233/254)

어딜 가도 두 곳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었다.

정사 연합과 암천회.

무림이 사실상 양분했기에 당연하면 당연했다.

“정사 연합과 암천회가 다시 붙었다는군.”

“으휴, 무림이 한창 난리구먼.”

암천회가 남부로 칠천의 전력을 움직였으니, 주목을 받는 건 당연했다.

관부도 대대적인 전쟁에 약간의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의외로 반응은 미지근했다.

“무림인이 출병했다고 해 봤자, 이만에서 삼만이 아니겠나.

그 정도면 그리 많은 숫자도 아니지.”

“적림인가 뭔가 하는 도적놈들도 관여됐다고 하더군그래.”

“지들끼리 싸워서 괴멸한다면 최고일 거야.”

내부의 이만, 삼만보다 외부에서 몇십 만에 이르는 오랑캐가 더 위협적이었다.

예의 주시는 해도 직접적인 관여는 하지 않았다.

도리어 도적의 소탕을 해 준다며 좋아했다.

명의 인식은 딱 여기까지였으나, 무림은 달랐다.

향후 운명이 걸린만큼 요동치는 반응을 보였다.

“자네, 남부 전선의 소식을 들었는가?”

“패신군이 등장했다면서?”

사도의 영웅이자 신비의 절대고수, 패신군!

상천 중에서도 장막에 가려져 있는 인물이다.

워낙 신비스럽다 보니 등장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다는 사파인조차 패신군 앞에선 꼼짝도 하지 못한다는 소문은 유명하다.

어쨌거나, 남부 전선의 전황은 실시간은 아니나 그래도 비교적 최신 소식이 차례대로 알려졌다.

반나절, 아니 반 시진이나 한 시진마다 전서구가 수십, 수백 마리 이상이 중원을 돌아다녔다.

무림의 운명을 건 싸움인 만큼, 정보가 중요하여 그에 관련된 소식이 금세 전해진 덕분이었다.

“남부 연합의 진격!”

“과연 정사의 연합답군그래.”

“암천남군이 밀린다!”

정보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여러 반응을 보였다.

“으윽, 이럴 수는 없어……”

“아니, 승패의 결과로 도박을 하다니! 미친 건가?

사람의 목숨이 얼마나 걸렸다고 생각하는가!”

“잔소리하려면 돈이나 내놔, 선비 놈아.”

도박을 하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안 돼! 아들아, 아들아!”

“내 딸이!”

“아이고, 여보! 우린 어떻게 하고!”

“사부님!”

“흐흐흑!”

부모와 형제, 자식을 잃은 자들의 비통으로 가득했다.

이는 암천회도 연합군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은 승리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무수하게 남겼다.

다양한 소란 속에서도 전황은 담담하게 알려졌다.

남부 연합이 암천남군을 장강 유역까지 밀어붙였으나 수림팔채의 등장과 일부 무리가 배반했다는 대목에는 정사인이 얼어붙고, 그 외의 사람들은 환호했다.

해남검파의 지원까지 수를 읽혔다는 소식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나, 괜한 걱정으로 돌아갔다.

“수룡이 나타나?”

“그러네!”

“자네 지금 제정신인가?”

“정말이라니까?”

수룡, 정확히는 이무기의 등장이 화제가 됐다.

단연 처음엔 허무맹랑한 취급을 당했다.

그러나 목격자가 워낙 많다 보니, 진위 논란이 이어졌다.

다만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무기고 뭐고 간에 남부 전선의 결과 탓이었다.

“암천남군이 패했다!”

“남부 연합의 승리다!”

“와아아아!”

무림맹, 사도천 그리고 정파와 사파가 승전에 환호했다.

소규모도 아닌 대규모 격전에서의 승리였다.

그것도 향후 전세의 운명이 걸린 대전이었다.

용이고 이무기고 간에 이 결과가 중요했다.

각 지부를 지키던 정사의 지부장은 자던 도중, 혹은 밥 먹는 도중에 바깥으로 나와 환호했다.

또한, 이 와중에도 어디로 붙어야 살 수 있을지 고민하던 기회주의자들의 마음도 정해졌다.

“역시 정사 연합이다.”

“암천회가 대단하긴 하지만, 무수한 역사 동안 무림의 패자가 된 정파와 사파의 연합을 이기겠는가.”

승리한 만큼, 남부 연합의 활약상도 평가됐다.

“아미파의 활약상에 대해서 들었나?

경처사태의 무공이 굉장하다고 하더군.”

“나날이 고수의 배출이 적어져 도태된다고 하더니만…… 금강이 있어서 다행이야.”

“남궁세가가 창룡을 필두로 전선에서 누구보다 앞서 싸웠다고 하네.”

“검악의 오욕을 씻으려면 그 방법 외에 더 있겠나.

그래도 그동안 이용당한 건 거짓이 아니었나 보군.

그 후손들만 불쌍하게 됐어.”

“검창칠공자 단하성, 그리고 그 휘하의 점창파의 제자들에 대해서도 들었나? 괜히 실전의 점창파가 아닌 모양이야. 그들의 판단력에 사도천도 감탄했다네.”

“무당파와 청성파는……”

“이봐, 정파의 이야기만 할 건가?

사도사문의 묘가검문, 사독문 또한 보통이 아니라고!”

“아니, 그것보다 패신군의 신위가……”

누가 순위를 매기거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강호인 아니랄까 봐 강함에 관련된 것도 화제였다.

“좋았어!”

현 무림맹주, 운광이 무릎을 탁 치며 환호했다.

하남의 임시 본부 역시 축제 분위기였다.

“후우!”

제갈상이 작전실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해용문의 매복이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제갈수란도 제갈상도 천기가 눈치챌 걸 우려했다.

정사 연합 역시 암천회처럼 전력의 반절이 걸려 있었다.

노심초사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우리 또한 해남도의 상황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남해의 연고지라곤 왜구밖에 없는 암천회이니, 아무리 천기라도 남해용문에 대해선 모를 거라 생각했지.’

나름 자신한 작전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니 긴장하고 있었다.

“더 이상 쉽게 당하지는 않는다.”

피눈물을 흘리며 퇴각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조부의 목숨을 앗아 간 원수의 이름을 불렀다.

“천기.”

* * *

암천회.

“이 잡것들이……!”

쿠웅!

지도가 펼쳐진 책상이 흔들렸다.

방 안은 천기의 분노로 가득했다.

“웃기지 말란 말이다!”

콰앙!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니, 완벽했었다.

패신군의 등장 정도는 예상했다.

해남검파의 존재와 지원도 당연히 예상했다.

주서천이 최남부인 해남도까지 다녀올 이유야 하나밖에 없다.

해남도의 분쟁 해결을 빌미로 중원의 전란에 도움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진의야 사실은 전혀 다른 것이지만 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기도 했다.

어쨌든, 남부 연합이 함정에 빠진척하면서 해남검파와의 반격을 노리는 의도가 보여 한껏 비웃었다.

‘천군사고 모사미봉이고 결국 애송이로다.’

남부 전선의 대승리의 미래를 예상했다.

그러나 허수의 허수, 그리고 또 허수에 당했다.

그걸 떠올린 순간 최근 승승장구하여 안정됐던 혈압이 오르기 시작했다.

팔을 잃은 부위가 욱신 아파 왔다.

“으아아악! 개 같은 연놈들! 옥형성은 뭐하고 있느냐?

제갈상과 제갈수란을 당장 암살하지 않고!”

“며, 명!”

“천선성! 패신군에 대해선 아직도 알아 온 것이 없느냐!”

“죄, 죄송합니다!”

“그놈에 대해서 모르면 주변 인물에 대해서라도 알아…… 으윽!”

천기가 명치 아랫부분을 움켜쥐었다.

“개새끼들……”

물살이 거세기로 악명 높은 장강도 이무기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물의 신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무기를 내버려 두고 맨몸으로 건너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과연 이무기답게 속도가 대단했다.

참고로 이동은 수면 위가 아닌 수중을 이용했는데, 혹시라도 암천회의 감시망에 잡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수인공 덕에 숨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도 있고, 물의 압력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으니 문제될 건 없었다.

‘남부 전선이 수월하게 끝난 건 좋지만, 수뇌를 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주서천은 이무기의 머리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수중에서 이동중인데도 엉덩이에 뭐라도 붙인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은 모습이 신기했다.

‘암천회주나 천기야 중앙, 합비의 본부에서 자리 잡고 있다고 쳐도 당명인이 안 보이는 게 신경 쓰여.’

정파의 독룡.

그리고 암천회의 천추, 당명인.

그를 떠올리자 심장 부근이 저릿하게 당겨 왔다.

‘당명인은 독공도 독공이지만 지략도 보통이 아니다.’

오랫동안 정파, 아니 무림을 속여왔다.

괜히 정파의 어둠을 맡은 게 아니다.

‘남부에 오지 않았더라면 북부에 있을 터.’

팔짱을 풀고 이무기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좀 더 서둘러야겠구나.’

이무기에게 속도를 붙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 * *

장마 구름이 걷히면서 무더위도 끝났다.

대지를 벌겋게 달구던 태양도 끝났다.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가벼웠다.

그러나 북부 전선의 분위기는 앞으로 있을 격전 탓에 가볍지 못하고, 한여름의 열기처럼 고조됐다.

드넓게 펼쳐진 들판, 지평선 너머로 해 대신 시커먼 물결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암천회의 북군이었다.

암천남군이 대부분 정사의 배반자 및 기회주의자로 구성됐다면, 암천북군은 반대다.

군관 출신이던 요광이 옛적부터 훈련을 시킨 사병 출신이나 혹은 최근처럼 전력 보강 목적으로 동원해 온 무림인이 아닌, 몇 년 혹은 십수 년 이상 충성을 맹세한 정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움직임이 범상치 않았다.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절도가 배어 있는 건 물론이요, 마치 한 사람이 된 것처럼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척, 척, 척!

암천의 무인들이 잘 훈련된 군사처럼 박자를 맞췄다.

만약, 갑옷 차림이었더라면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대지에 울렸을지도 모른다.

대신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마치 땅과 공명하는 것 같았다.

암천북군이 진격하면 지면이 몸을 파르르 떠는 것처럼 울어 댔다.

쿠웅!

지척에서 본다면 위압감에 압도당했을지도 모른다.

바람에 흩날려 춤추던 풀이 뭉개졌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이 무겁기 그지없었다.

그 누구도 입 하나 뻥긋하지 않았지만, 눈빛만은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어쩌면 선선한 바람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고요 속 열의 때문일지도 모른다.

“허어……”

개방도가 정면의 광경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살이 다 떨리는군.”

개방도는 혹시라도 눈이 마주칠까 봐 사전에 파 둔 구덩이 속으로 몸을 숨겼다.

평원 지형 특성상 완전히 모습을 감출 수는 없으나, 먼 거리면 그래도 그럭저럭 숨을 수는 있다.

“녀석들이 움직입니다.”

“나도 방금 전에 봤다. 뭔 군대 같더라.”

“아니, 그게 아니라…… 흩어졌습니다.”

“뭐?”

개방도가 벌떡 일어나 머리만 빼꼼 내밀었다.

오른손을 눈썹 위에 올리고, 눈을 게슴츠레 떴다.

안법으로 시력을 올려 시력을 일순간 상승시켰다.

개방도는 암천북군이 반으로 쪼개지는 걸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다. 포복공(衛劉功)으로 얼른 이곳을 벗어나 소식을 알리도록 하자. 앞으로가 걱정이구나.”

개방도는 포복으로 물러났다가, 일정 구간에 도착하자마자 경공을 펼쳐 소속된 부대로 돌아갔다.

“드디어 움직였군요.”

당혜가 나비 모양의 암기를 닦다가 고개를 들었다.

“출전하기 전 재편성된 구성과 목표를 다시 한번 확인하겠어요.”

북부의 연합군이 재편성됐다.

명칭은 위치상에 맞춰서 북상군(北上軍), 북하군(北下軍)이라고 정해졌다.

“무림맹 직속 오백, 금의검문에서 구백, 당가와 팽가가 각각 이백과 오백이에요.

그리고 화산파에서 백, 종남파 삼백을 합해 총 이천오백 명이며 총지휘는 팽자호 가주님께서 맡습니다. 또한 부관은 저, 독봉 당혜입니다.”

결정된 사항이기에 딱히 이견은 없었다.

“천기성이 눈치채면 곤란하니, 초장에 밀어붙였다가 중반에 들 무렵에 승기를 내주고 후퇴하는 척하면서 기관으로 유도할 예정이에요.

이해하지 못하신 분이 계시다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세요.”

수뇌부 전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혜는 탁자 위에 손을 올리곤 주의를 줬다.

“만약, 잘난 자존심 탓에 주저하고 있다면 차라리 출전하지 않기를 바라요. 저 역시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기룡이나 기관을 작업한 이들에게 물어 봤으니까요. 참고로, 어중간하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명심하기를 바랄게요.”

“명심하겠소.”

“여러분, 무운을 빌겠어요.”

당혜는 전략 회의를 끝내고 정비 겸 준비를 위해 개인 막사에 들어섰다.

“고생이 많네.”

당혜는 천막을 열자마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어머나. 표정이 안 좋네.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단리화 언니께선 사문과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네요.

아니면, 골치 아파서 쫓겨나기라도 한 건가요?”

당혜가 단리화를 보고 낮게 으르릉거렸다.

“그럴 리가.”

단리화답게 당혜의 독설에도 눈 하나 껌뻑하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어깨를 으쓱이는 모습이 그렇게 얄밉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성격이 워낙 안 좋으셔서 파문이라도 당하신 줄 알았는데 아니니 참 아쉽네요.

그런 게 아니라면 어째서 청성파가 있는 남부가 아닌 북부에 있는 거죠?”

“짓궂어라.”

단리화가 검집을 손으로 슥슥 훑었다.

“무슨 말을 하시는 거죠?”

당혜가 서슬 어린 눈초리로 쏘아보며 물었다.

표정에서 뭔 개소리를 하냐는 말이 읽혔다.

단리화는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으나, 눈초리를 부끄러운 듯 아래로 내리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그야 검신의 크고 긴 걸 확인하기 위해서잖니.”

“무, 무, 무슨!”

당혜가 소리를 빽 질렀다.

방금 전 냉철한 부관과 동일 인물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눈이 쌓일 정도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뺨 부근은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동공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처럼 흔들렸다.

단리화는 당혜가 당황하는 걸 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소매로 입을 가리곤 꺄르르 웃어 댔다.

‘저 변태에게 또 휘둘리고 말았어!’

당혜는 단리화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열불이 터졌지만, 머리를 차갑게 식히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저 여자는 날 당황시키는 것이 더 즐거운 거야.’

단리화의 심정이 뻔히 보였다.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즐거워한다는 생각에 차라리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그녀였다.

“어머나, 어머나. 독봉께선 무얼 상상하셨는지요.”

“흥, 또 같잖은 말장난으로 절 놀릴 생각이시라면, 그만두는 편이 좋아요.”

당혜가 어림없다는 듯 코웃음 쳤다.

“보나 마나 또 주서천, 그 사람과 검을 겨루어 견식을 넓히겠다는 말인 거죠? 그러시겠죠.”

“아니, 성(性)적인 의미인데?”

단리화가 검집을 쥔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콜록, 콜록!”

당혜가 사례가 걸린 듯 기침을 토해 냈다.

단리화가 그 모습을 보곤 또 복근이 끊어질 것처럼 웃어 댔다.

“뭐하고 계십니까……”

당혜가 악귀나찰처럼 변할 무렵, 천막이 열리면서 이십 대 후반 정도 되는 청년이 들어왔다.

정리되지 않아 사방팔방으로 뻗친 머리카락, 어딘가 모르게 졸려 보이는 것처럼 반개한 눈매였다.

개방도라는 걸 증명하듯 지저분한 옷차림이었으나, 이상하게 거지답지 않게 조금 깨끗해 보였다.

피부가 하얗고 잘생긴 얼굴 탓에 그리 느껴졌다.

“개룡(丐龍)? 얼마 만에 보는 얼굴이야.”

단리화가 옅게 웃으면서 반겨줬다.

“그 입담은 여전하시군요, 누님.”

단리화뿐만 아니라 당혜와도 구면인 개방의 용, 오룡삼봉으로도 이름난 무인인 시량(對角)이었다.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시량이 푸념하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무슨 일이죠?”

당혜가 언제 그랬다는 듯이 냉철한 표정을 지었다.

“암천북군의 진군 속도가 예상보다 빠릅니다.”

“정말로 이럴 때가 아니네요.”

당혜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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