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二十六章 (231/254)

“가겠어요.”

타아아앗!

적수수가 화살처럼 쏘아지며 거리를 좁혔다.

“하아압!”

공중에서 몸을 화려하게 회전한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를 넘자 그 힘이 다리에 축적됐다.

휘리릭!

회오리처럼 화려하게 돈 적수수가 다리를 옆으로 휘두른다.

다리가 아니라 용의 꼬리처럼 보였다.

남해용문의 수룡미각이 홍하랑의 측면을 후려쳤다.

“흐읍!”

홍하랑이 도신을 측면으로 옮긴 뒤, 어깨로 기대 지탱해 충격에 대비했다.

다리와 도가 부딪친 순간, 철이 춤을 추듯 출렁였다.

각각 실어 둔 공력 또한 파도처럼 움직였다.

콰앙!

파도 다음엔 폭발이 일어났다.

공기가 쾅쾅 터지면서 고막이 찌르르 울렸다.

“이 쌍년이!”

홍하랑이 불같이 화를 내며 어깨에 힘을 주었다.

적림총채주가 괴력을 내서 적수수를 밀어냈다.

“……”

적수수의 눈이 커진다.

몸이 뒤로 날아가듯이 밀려났다.

시야와 더불어 몸이 뒤집어졌으나, 치명적이진 않다.

손바닥이 아래로 향한 순간, 벌어진 다리를 모은다.

그리고 비늘을 지면 삼아 힘껏 밀쳐 화려한 공중제비를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

비바람 탓에 예상과 달리 좀 더 많이 미끄러졌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그럴 줄 알았지!”

시야가 비바람에 가려지고, 공중제비를 연달아 도느라 정면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

홍하랑이 히죽 웃으면서 빠르게 빗속을 뚫고 오더니, 똑바로 세운 도를 적수수를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

‘이런!’

적수수가 아차 싶을 때였다.

째앵!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물방울을 적신 눈동자에 비친 건 도신을 힘껏 후려친 화살이었다.

“무슨……!”

홍하랑이 입을 쩌억 벌리며 경악했다.

‘이 위력은 무엇이냐!’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는 둘째 치고 무시무시한 위력에 치를 떨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머리를 굴리던 찰나, 어떤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패신군!”

놀라움으로 가득한 시선의 끝, 목하흑의 뒤통수 너머로 구릉 위에 선 채 활을 든 패신군이 보였다.

“대체 저기서 어떻……”

홍하랑이 말을 이으려다가 아차 싶었다.

부웅.

무언가가 등골을 훑고 지나가 소름이 끼쳤다.

심장이 멈춘 것처럼 사고가 정지했다.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린다.

시선의 방향이 조금씩 바뀐다.

그리고 바뀐 시야 속에 잡힌 건, 비바람을 풍압만으로 날려 버리면서 흉부에 파고드는 발차기였다.

콰아앙!

허리가 접히듯이 꺾인다.

입에서 울컥하고 피가 토해졌다.

부릅떠진 눈 안의 동공이 작아졌다.

머릿속에선 천둥이 몇 번이나 쳤다.

홍하랑은 커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그대로 유성이 되어 궤적을 그려 내며 뒤편의 배에 처박혔다.

쿠웅!

뱃머리가 부서진다.

팔다리가 춤을 추듯 펄럭였다.

콰아앙!

몸이 반 바퀴 돌고, 등이 갑판에 부딪쳐 튕긴다.

갈비뼈가 내장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척추가 부러졌다.

부서진 뼛조각이 근육을 찢어 발겼다.

적립총채주의 몸뚱어리는 물수제비처럼 갑판을 데굴데굴 굴러선, 돛의 기둥에 처박히며 굉음을 냈다.

“후우……”

적수수가 제자리에서 발목을 빙글빙글 돌렸다.

“한눈팔면 못 쓰죠.”

노범은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파인 중에선 흔한 유형이다.

신의는 개나 줘 버리고, 이익을 저울질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도천이 사문반란 이후 몰락했다는 생각에 승산이 있는 측에 붙기로 했다.

‘공만 세우면 상승의 무공을 배울 수 있다.

그러면 지긋지긋한 이류, 일류 인생도 끝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할지라도, 무공엔 한계가 있다.

노범은 수련한 무공의 한계가 일류의 수준인 것이 불만이었다.

조금만 더 높았어도 지금쯤 능히 천하백대고수로 불릴 것이라며 생각했다.

‘사도천주 성격상, 어차피 돌아갈 수도 없다.’

사도반란 이후, 사도천주는 첩자로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거나 배신자를 보면 자비 없이 쳐 죽였다.

그 뒤로도 만약 조금이라도 잘못된 생각을 갖는다면 용서하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넣기도 했다.

물러설 것도 없고, 놓칠 수도 없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 기회는 무척이나 달콤해보였다.

목하흑, 유소가 연합군의 수를 앞서 읽어 제갈수란을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만들었을 땐 쾌재를 불렀다.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정파와 사파도 끝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 이럴 리 없어……”

노범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크아아악!”

“아아악!”

“암천남군에게 정사의 힘을 보여줘라!”

쏴아아아.

비바람이 몰아치는 전장 한복판.

사방에서 칠성사병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툭!

핏방울이 뺨에 튀었다가 장맛비에 씻겨 사라진다.

“제기랄!”

환희하기도 잠시였다.

전황이 급변했다.

패신군이 무언가 소리를 내지르더니만, 눈앞의 장강에서 갑자기 용이 튀어나와선 날뛰었다.

비록 도적 무리에 불과하지만 현 상황에서 누구보다 든든하고 희망이 되어 줄 수적이 쓸려 나갔다.

그뿐이랴.

전위에선 패신군이 상천육좌라는 걸 증명하듯 신위를 보였다.

“여기에서 물러설 순 없다!”

노범이 처절한 고함을 내질렀다.

“제갈수란이다! 제갈수란을 죽여라!”

연합군의 모사가 문제다.

노범은 목하흑보다 한 수 위인 모사미봉을 죽이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모사미봉의 목을 치면 적어도 칠성사 수뇌다!”

“칠성사 수뇌?”

노범의 선동 어린 외침에 후미가 반응했다.

배신자 무리 대부분이 노범처럼 기회주의 성향을 지녔다.

냉정한 판단이 욕심으로 멀어 버렸다.

굵직한 장맛비가 주륵주륵 떨어지는데도 머리에 쏠린 열기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비의 단점만 적용됐다.

바닥을 쉴 새 없이 두드리는 빗소리 탓에 정신 차리라고 외치는 아군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유소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대음확공으로 어떻게든 해 보려 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럴 여유가 없었다.

“비켰!”

“제갈수란의 목은 내 몫이다!”

배신자들이 격동하면서 공세를 높였다.

비록 배수진에 걸려들긴 했지만, 그래도 전후로 포위한 건 암천남군이었다.

나름 자신감도 있었다.

하나 그 자신감이 후미의 붕괴를 불러들였다.

“지금이다! 배신자들이 이성을 상실했다!”

점창칠공자, 단하성이 외쳤다.

“으아아아악!”

“사, 사일검법!”

“점창파!”

점창파는 우익에 배치됐으나, 어디까지나 초기 편성에 한했다.

그들은 우익과 별개로 움직였다.

“과연, 실전의 점창파!”

“단하성이 이리도 강할 줄이야!”

“애뇌산을 정벌한 것이 운은 아니로군!”

괜히 실전 무학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이 아니었다.

점창파는 오랫동안 천적, 사파와 싸워 왔다.

태평성세나 혹은 평화의 시대에서도 전장에서 살아왔다.

정파 특유의 고지식한 사고방식도 존재하지 않으며, 도가 문파이면서 사파의 실전 무학에 가까웠다.

단하성은 이백에 이르는 점창의 제자들을 이끌고 우익에서 빠져나가 배신자 무리의 뒤를 잡았다.

“크아악!”

노범이 가슴에 꽂힌 검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이, 이럴 수가……”

“욕심에 눈이 먼 결과다.”

단하성이 노범의 복부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중앙이 파죽지세로 진격하고, 후미가 점창파에 의해서 정리되고 있을 무렵 좌익과 우익도 맹활약했다.

좌익에선 묘가검문과 사독문이 단연 눈에 띄었다.

“커, 커흑! 해, 해독약을 먹었는데 어째서……”

칠성사병이 검푸른 낯빛으로 눈을 부릅떴다.

“설사 당명인의 해독약이라 할지라도, 너희같이 잡졸들에게 주어지는 양산화한 약의 수준이 그리 대단할줄 알았느냐. 용독술이라면 몰라도, 독공을 직접적으로 맞으면 어쩔 수 없다.”

민교가 어리석다는 듯 칠성사병을 비웃었다.

“사독문주부터 처리해!”

목표가 민교에게로 옮겨졌다.

“흥!”

민교가 코웃음을 치며 손가락을 모았다.

검지, 중지, 약지, 계지를 구부린다.

마지막으로 엄지로 감싸 안듯이 구부려서 독기를 끌어 올렸다.

다섯 손가락 마디 끝이 순식간에 검푸르게 물들었다.

“날 너무 우습게 보는군!”

민머리 위로 퍼런 핏줄이 튀어나왔다.

“죽어라!”

파앗!

오지(五指)를 동시에 튕긴다.

손가락 장난이 아니었다.

탄지공에 독공을 접목시킨 오독지(五毒指)였다.

구부러진 손가락이 쫙 펴진 순간, 마디의 끝에 모였던 독기가 화살처럼 쏘아지며 궤적을 남겼다.

퍼버벅!

“커헉!”

“켁!”

“크읏!”

오독지는 무림에서도 이름난 최상승의 독공이었다.

어떤 부위건 간에 맞으면 순식간에 독이 퍼진다.

특수 체질이거나 초고수가 아닌 이상 해독이 힘들다.

제자리에서 당장 앉아 운기조식을 해도 부족한데, 전장이라면 그 결과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입과 코에선 검은 피가 뿜어지고, 피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중독된 이들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더니만, 반 각도 채 되지 않아 픽하고 쓰러졌다.

“과연 사독문주님이시다!”

“사독문의 독을 보여 주자!”

사독문도는 소검이나 비수 등, 독을 바른 암기를 던져 적들을 중독시켜 서서히 죽게 만들었다.

“어림없다!”

“이따위 잔재주, 개양성이 당하겠느냐!”

확실히 위세가 대단했으나 압도적은 아니었다.

굳이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아니라도, 이류 수준의 무인이라면 얼마든지 쳐내거나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지치지 않고 그 외의 공격이 없을 경우에 한해서였다.

“마무리다!”

“하하, 한눈팔고 있구나!”

어쩌면, 정파인이었다면 독공이나 암기로 생긴 틈을 꺼림칙하다면서 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정파인도 아닌 사파인이다.

적이 독과 암기를 막느라 정신이 팔려 있다.

사파에서 그걸 가만히 구경하고 있으면 그냥 병신이다.

사파의 무림인들은 신난 듯이 틈을 노려 적군을 유린했다.

“비, 비겁한 놈들!”

“그렇게 생각하니까 죽는 거다!”

서걱! 푸욱! 푹!

“하하하, 사도의 검을 보여 주마!”

묘지담이 히죽 웃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맹활약의 주역은 좌익만이 아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우익 역시 승리의 날갯짓을 보여 주었다.

“커헥!”

암천회 개양성 소속, 초절정 고수가 피를 울컥 토해 내면서 뒤로 날아갔다.

도중에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지면에 착지할 수 있었지만, 이윽고 가슴을 붙잡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흐읍!”

경처사태가 금강삼매장으로 적군을 박살 냈다.

심후한 공력으로 뼈를 박살 내고, 내장을 터뜨렸다.

척 보면 강맹함 위주로 공세에만 집중한 것처럼 보이나 의외로 수비적인 모습을 잘 보여 주기도 했다.

“금강십팔족(金剛十八足)이다!”

소림사에 금강부동신보가 있다면, 아미파에는 금강십팔족이 있다.

이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성질이 다르다.

금강부동신보는 뿌리를 내린 고목, 혹은 기둥처럼 무변을 유지하나, 금강십팔족은 천변신공처럼 만변을 지니고 있어 공수의 변환이 자유로우며 공격 역시 다양하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강맹함과 변화가 조화를 이루자 안 무서울 수가 없었다.

멧돼지, 아니 곰이나 다름없는 여승의 폭주를 다수로 막으려고 접근해도 귀신같이 알아채며 막아 내니 미칠 노릇이었다.

“창룡!”

경처사태가 팔을 수평으로 눕혔다.

굳은살 가득한 손바닥 위로 빗물에 뒤섞인 핏물이 흘러내렸다.

“갑니다!”

탓탓탓!

남궁선유가 뛰었다.

흙탕물이 튀었으나 상관없었다.

그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었다.

바닥이 질퍽거려 힘이 좀 들지만 문제없었다.

그대로 쭉 달려서 진흙탕을 박차고 높이 뛰었다.

무릎 높이로 올라간 순간,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이내 발바닥에 경처사태의 손바닥이 밟힌다.

“우오오오오!”

경처사태의 주름이 깊게 파였다.

쩍 벌어진 입으로 불경 대신 고함이 터져 나왔다.

팔뚝에서부터 시작해서 전체가 근육으로 부풀어 오르더니, 돌을 던지는 것처럼 남궁선유를 날렸다.

“하아아아압!”

남궁선유가 새처럼 비상하더니만, 적진 한가운데로 곤두박질치듯이 추락하면서 검을 힘껏 휘둘렀다.

패신군처럼 지반을 뒤집는 등 파괴적인 능력을 보여 주지는 못했으나, 정확히 지휘관의 목숨을 노렸다.

째앵!

“크으윽!”

적의 지휘관, 관호청의 머리가 하마터면 쪼개질 뻔했다.

가까스로 검을 들어 막아 낼 수 있었다.

하마터면 손에서 검을 놓칠 뻔했다.

이래서 오룡삼봉이라 부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선자, 남궁세가!”

관호청의 목소리는 증오로 들끓었다.

적어도 그동안의 연설이 단순한 선동 목적은 아닌 모양이었다.

남궁선유를 노려보는 시선은 부모의 원수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했다.

“명문 세가에서 이제는 위선자의 세가로 불리는 기분은 어떠한가?”

관호청의 분노와 증오가 뒤섞인 눈동자가 차갑게 불타올랐다.

입가엔 이죽거리는 조소가 번졌다.

“남궁위무가 희생했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착각이다.

그동안의 방관과 회피의 대가를 치른 것이니까.”

서로의 뺨 아래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눈물인지 빗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여기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관호청이 검을 밀어내며 낮게 으르릉거렸다.

“이건, 저주다. 그동안 무시당하고, 희생되고, 불합리함에 괴로워하며 도태된 이들의 저주다.”

배신자를 이끌던 이의 눈은 열망으로 타올랐다.

“그동안 나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설사 출신이 좋지 않더라도, 노력하면 보답을 받으리라고.

도가나 불가의 위인들이 남긴 말처럼 인내하고 신의를 지키며, 폭력보다 대화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이야.”

피식.

“병신 같은 생각이었다. 결국은 무림, 폭력과 힘이 지배하는 모순적인 세상에서 뭐가 대화냐.”

관호청이 남궁선유를 마주 보며 단언했다.

“무림인, 아니 사람은 독선적이다. 말해도 눈과 귀를 닫고 외면할 터. 그렇다면 수단은 하나뿐이다.”

한때, 진심으로 정도를 따르며 무림맹에 소속되었던 무사는 절규하듯이 소리 질렀다.

“폭력이다! 제발 들어 달라고, 내 목소리 좀 들어 달라고! 그게 유일한 대화 수단이다! 자아, 보아라!”

관호청이 말했다.

“출신도 비천하며, 무림맹의 한낱 무사에 불과했던 이의 말을 이렇게 잘 들어 주고 있지 않나!”

시간이 갈수록 암천남군은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일군이건 이군이건 삼군이건 간에 뒤로 밀렸다.

“관호청이다!”

승세의 결과가 기운다.

배가 붕괴됐다.

“전 무림맹 소속 무사!”

패색이 짙어지자 기회주의자들이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목숨이 아까운 자들은 항복하거나, 시체에 숨거나 혹은 죽은 척을 하여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했다.

“관호청이다!”

비바람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음공이 아니라면 지척에 있어서 듣지 못할 말이었다.

“들어라, 정파여! 들어라, 사파여!”

그런데도 이상하게 무림인들이 어떤 사람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들어라, 무림이여!”

목이 찢어졌다.

“너희가 암천(暗天)이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차별하고, 멸시하고, 미워하고!”

쏴아아아아.

“별 같잖지도 않은 것으로 터질 듯이 싸우며, 양보나 사랑 따위 조금도 모르는 네놈들이야말로!”

우르릉!

“암천이란 말이다!”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남궁선유가 어렵게 목소리를 냈다.

“관호청, 그대가 말한 대로 무림은 썩어 있습니다.

무공이 약하고 힘이 부족하면 귀를 기울여 주지 않는 사회이며, 일부 사람들은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포장하며 시선을 돌리지요. 어쩔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궁선유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고 폭력을 가하는 건 결국 당신이 비난하는 이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무공으로 투쟁하여 설득하겠다니요.

그런 건…… 힘만 내세운 어린아이와 다름없지 않습니까.”

“아이?”

관호청의 얼굴이 악귀나찰처럼 일그러졌다.

“아이라고!”

째애앵!

한 발 전진하면서 남궁선유의 검을 쳐낸다.

그대로 맹렬한 기세로 몰아붙이며 검격을 쏟아 냈다.

채채채챙!

“출신이 좋지 않다고 무시하며, 약자의 말을 외면하는 이 잘못된 세상을 고치겠다는 게 뭐가 나쁜가!”

검이 부딪치고, 또 부딪친다.

튕겨져 나간 검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 다음 공격을 막아 냈다.

“그 수단이 잘못됐다는 것,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외의 수단이 없지 않았나!”

뿌드득!

“극악무도한 이들과 손을 잡으면서까지 그리하셔야 했습니까!”

남궁선유가 고함을 내질렀다.

“암천회는 무림을 개혁하려는 집단이 아닙니다!”

관호청의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럴듯한 말로 유혹하여 올바른 사상과 신념을 도구로 이용하고, 결국에는 그 잘난 폭력으로 무고한 이들까지 짓밟아 권세를 취하려는 놈들일 뿐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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