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十九章 (224/254)

막아 내는 것까진 좋았으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소문주답게 태산십이검세를 익히고 있던 탓이다.

부딪칠 때마다 내공이 조금씩 파괴되는 게 느껴졌다.

장홍은 주서천처럼 내공이 넘치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적과 비등한 성취의 실력자도 아니었다.

무림에서도 정예라 일컬어지는 매화검수이나, 고찬정도 보통이 아닌 건 매한가지였다.

나이가 몇 살 위이고 다음 대 장문인답게 실력이 몹시 뛰어났다.

“특히, 네놈의 그 잘난 사제 때문에 말이다!”

고찬정이 분노로 들끓는 소리를 내뱉었다.

약 사 년 전, 혈근경을 둘러싼 칠검전쟁.

삼악검파 역시 주축으로서 참전했다.

결과만 보자면 정파 무림의 승리였으나, 그에게 있어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의 근원이었다.

‘소태산이 산화일장을 도발해 위험에 빠뜨렸다며?’

‘삼악검파의 무답(無答) 삼형제 이야기인가?’

‘무답 삼형제?’

‘그…… 있잖냐. 답이 없을 만큼 멍청한 쓰레기라고.’

‘허, 참. 이래서 명문지파의 애송이는 안 돼.’

‘어허, 무슨 소리. 주서천 대협은 다르지 않나.’

‘과연, 화산파! 오악검파의 수장답군!’

‘자네, 그거 들었나? 매화정검이 글쎄……’

주서천이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당시 매화정검을 비난하고 대립했던 고찬정의 실책도 알려졌다.

당시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목격한데다가 사문의 사형제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아 평판을 회복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추락하기만 했다.

결국 문파 내에서 입지까지 좁아지자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한 고찬정은 주서천을 모든 일의 원인이라 여기며 맹렬하게 증오했다.

다만 문제는 그 원망의 대상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손조차 닿지 않는 곳까지 점점 멀어졌다는 것이다.

“전부! 전부 너희 탓이다!”

고찬정의 안구에 핏줄이 터졌다.

흰자위는 피가 고여 벌겋게 물든 지 오래였다.

“화, 산, 파!”

소태산이 증오를 담아 한 자 한 자 끊어 외쳤다.

“헛소리하지 마!”

장서은이 고찬정의 측면에서부터 파고 들었다.

“크읏!”

고찬정이 급히 뒷걸음질 쳤다.

하나 반응이 늦어 팔이 ‘부욱’ 하고 베이고 말았다.

“장서은…… 이 계집년이!”

고찬정이 맥을 짚어 급히 지혈하며 노려봤다.

“잘못을 저지른 주제에 사과하기는커녕 책임을 지지 않고 타인에게 전가하려 하다니…… 최악이야.”

“닥쳐라!”

고찬정이 장홍과 장서은을 향해 소리쳤다.

“나는, 나는! 너희 때문에!”

채앵!

“너희 탓에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느냐!”

항산의 검화, 안아연이 구풍을 위협했다.

항산파의 절기인 절매산엽검식은 그 이름에도 알 수 있다시피 화산의 검을 끊기 위한 검이다.

화산파 출신이었던 여제자가 파문당함과 동시, 피어난 증오의 꽃을 무공으로 승화시켰다.

즉, 철저하게 화산파의 무공을 무너뜨리기 위한 상성 중의 상성의 검이었다.

어떠한 검초를 펼치건 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연구됐다.

‘크윽!’

구풍이 안아연보다 성취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밀리는 연유였다.

장기인 십사수매화검법이 안 통했다.

“노력해도, 노력해도 화산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화산의 보좌 같은 취급을 받아 왔다고!”

곽채와 고찬정, 그리고 안아연.

세 사람 다 시간이 갈수록 취급이 안 좋아졌다.

무엇보다 두려웠던 건, 주서천이 매화정검이 되기 이전에 시비가 걸렸던 사실을 떠올릴 것 같아서였다.

상천육좌가 된 검신이 혹여나 기분이 나빴다고 말이라도 꺼낸다면 자신들의 인생은 끝이다.

질투, 열등감, 두려움이 절정에 치닫던 와중에 암천회가 접근해 배신을 제안해 왔다.

“그 기분을 알아?”

채앵! 째앵!

불꽃이 튀긴다.

검과 검이 부딪친다.

암천이 부추긴 증오가 입을 쩍 벌렸다.

“그 기분을 아냐고!”

초예사태의 손에 쥔 검이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쿨럭!”

감정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초예사태의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

“주화입마……!”

유정목이 초예사태를 보고 놀란 듯 중얼거렸다.

“좋지 않네.”

심옥련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화산파의, 제자들을…… 전부……죽여 주마!”

초예사태의 한쪽 눈은 핏물로 가득했다.

목소리에선 마치 부모의 원수를 보듯 증오가 넘쳐 흘렀다.

“도대체 뭐가 그리…… 미운 것입니까?”

유정목이 딱하다는 듯 초예사태를 쳐다봤다.

정파인은 웬만하면 주화입마에 들지 않는다.

정파의 내공심법은 느리지만 안전하다.

또한 심적인 안전을 되찾아주기에 화가 나도 통제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안전성은 성취가 높을수록 올라간다.

화경의 고수야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 고수가 소중한 사람의 죽음도 아닌, 분노만으로 주화입마에 빠졌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해 못 하겠지!”

초예사태가 쉬지 않고 검격을 퍼부었다.

“하압!”

“핫!”

심옥련과 유정목이 절매산엽검식을 힘겹게 막아 냈다.

필사의 각오로 달려드는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만약 둘이 아닌 혼자서 대응했더라면, 상성과 폭주하는 힘에 진작 밀려 나갔을 것이다.

“너희가 무엇을 알겠느냐!”

초예사태의 눈초리에서 흐른 핏방울이 뺨을 타고 흘렀다.

“사문에 들어온 순간부터, 세뇌당하듯이 화산파를 넘어야 한다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는 걸 아느냐?”

채채챙!

“그것이 아니라면, 그리 발버둥 치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아느냔 말이냐!”

비구니의 외침은 괴성이 됐다.

목소리는 메마른 사막처럼 쩍쩍 갈라지고, 눈 밑엔 검은 기미가 보였다.

피부는 창백하게 질렸으나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언제나 비교하듯이 쳐다보는 이 엿같은 무림의 체계도, 지긋지긋한 오악검파도 전부 무너뜨리겠다!”

초예사태는 고래고래 악을 지르면서 검을 휘둘렀다.

주화입마임에도 그 검은 정확했다.

변검이건, 산검이건 간에 소용없었다.

호흡을 조절하면서 정확하게 대응한다.

공격하면 막고, 막아낸 이후에 검을 쏟아 냈다.

미친 것 같으면서도 미치지 않은 정확한 대응이 무시무시했다.

“아아아악!”

그녀의 기합은 마치 비명과도 같았다.

처절하고, 너무 처절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찬 눈동자 속, 과거의 기억이 봇물처럼 터지면서 쏟아져 나왔다.

‘사부님, 아파요. 너무 아파요.’

‘이 정도론 부족하단 말이다! 게으른 년!’

‘초예야…… 화산파를, 화산파를 넘어야 한다.’

‘이따위 실력으로 사문의 숙원을 넘겠다고?’

‘원한을 기억해라! 뇌에 새기고, 뼈에 새겨라!’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모른다.

언제 이렇게 깊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화산파아아!”

초예사태의 눈 핏줄이 터진다.

흰자위에 피가 찼다.

공력으로 부풀어오른 옷자락 속, 세월을 알 수 없는 무수한 흉터가 보였다.

분노로 뇌가 마비됐다.

“무엇이, 그리도……”

유정목이 진심으로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찾았다!”

절규하듯 외치 는 비구니의 뒤편, 도복 차림이나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세를 지닌 이들이 튀어나왔다.

“소유검, 유정목!”

쐐애액! 휙!

* * *

퍼엉! 퍼퍼펑!

“허억, 혀억!”

조무양이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제, 제기랄!’

명수악과 일팔구로는 격전을 치렀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옷은 엉망이 된 지 오래였다.

소맷자락이 잘려서 떨어지거나, 혹은 옷자락이 부풀어 올라 터지는 등 만신창이였다.

‘중악제일검은 허명이 아니구나!’

조무양은 검파가 제일인 사문에서 장법과 수공으로 인정받아 화산오장로에 올랐다.

비록 인성 면에 문제가 좀 있었지만, 그 노력이나 실력만큼은 진짜였다.

“흥, 덜떨어진 놈치곤 잘 버티는구나.”

일팔구로가 조무양과 마주 본 채 눈을 가늘게 떴다.

말은 그래도 그 역시 속으론 감탄하고 있었다.

‘화산오장로는 화산오장로라는 건가.’

백 합이 아니라 십 합 정도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거늘, 예상외로 격전이 길어졌다.

다른 상대를 위해서 공력을 아꼈다고는 하나, 승부가 쉽게 나지 않아 자존심이 상했다.

“내 너를 위해 제안을 하마. 지금이라도 화산파를 버린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

“너 역시 그 잘난 화산파 내에서 검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았느냐?

그러니 ……”

“허, 참. 방금 전까지 나보고 검을 들지 못한 떨거지라 하더니만, 뭐라고? 차별? 미친 새끼로군.”

조무양이 어이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

뭔 개수작이냐는 표정이었다.

“어리석은 것. 됐다. 단숨에 쳐 죽여 주지!”

일팔구로가 검을 들어 검세를 취했다.

눈에 익은 자세, 일지검법이었다.

‘끄응!’

조무양이 눈썹을 모았다.

‘내공을 거의 다 소진했거늘……큰일이로군!’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보았다.

도움을 받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크아아악!”

“악!”

“죽여라!”

삼악검파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전력 차가 나는 와중인지라 자신을 도와줄 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난전 중에 지금 같은 상황을 찾기가 힘들었다.

‘어쩔 수 없다.’

조무양이 침을 꿀꺽 삼키며 일팔구로와 마주 봤다.

‘살을 내주고 뼈를 깎아야겠구나.’

스윽.

두 무인이 서로 노려본 채 가만히 있었다.

주변에서 비명이 터지고, 공기가 찢어져도 신경 쓰지 않았다.

‘멍청한 놈 내공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뻔한데, 이 중악제일검이 전력으로 펼치는 일지검법을 막겠다고?’

일팔구로의 입가에 조소가 진하게 번졌다.

마치 조무양의 속내를 뻔히 보는 것 같았다.

‘보여 주마. 중악제일, 아니 중원제일의 찌르기를!’

검을 한일 자로 세운 뒤, 오른팔을 뒤로 당긴다.

무릎을 살짝 굽혀 튀어 나갈 준비를 끝냈다.

하단전에서 흘러나온 진기로 몸을 한 바퀴 회전한 뒤 발바닥 부근과 검을 쥔 손바닥에만 집중했다.

꿀꺽!

조무양이 침을 삼켰다.

피부 위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간다! 화산파!”

일팔구로가 지면을 박차는 순간.

“죽…… 커헉!”

그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콰아아앙!

일팔구로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허리가 앞으로 꺾이더니만, 척추뼈가 부러졌다.

얼굴은 지면에 처박히면서 함몰됐다.

코뼈는 뭉개지고, 두개골에 금이 갔다.

이가 우수수 부러지면서 피가 뿜어지듯 흘러내렸다.

단단히 고정했던 다리는 빨래를 터는 것처럼 너울거렸고, 엉덩이는 산처럼 위로 솟구쳤다.

“무, 무슨?”

조무양이 당황한 듯 눈을 껌뻑였다.

“그래.”

숭산의 문주의 머리는 지면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 머리의 뒤통수를 쥔 주서천이 고개를 들었다.

“왔다.”

“허억, 허억!”

“하아, 하아!”

방철삼과 곽채가 서로를 노려본 채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두 무인 다 지친 표정으로 서로를 노려봤다.

“에이잇, 됐다!”

곽채가 신경질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저 덜떨어진 녀석 따위에게 이 고생이라니!”

곽채는 방철삼과 실력이 비등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검도 아닌 것에 밀린 것 이 치욕이었다.

“저따위 것에 전력을 낼 필요는 없지! 여봐라!”

곽채가 소리치자 숭산파의 제자들이 몰려들었다.

“크, 큭! 이 비겁한 놈!”

방철삼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숭산파의 무리가 주변을 둘러싸 포위당했다.

슬슬 내공이 바닥날 차례라 어찌 대적할 수도 없었다.

도움을 구하려고 해도 다른 곳의 상황도 마땅치 않았다.

“네 이놈, 명문정파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라!”

“흥! 너희야말로 부끄러운 줄 알거라.

결국 이 지경까지 온 건 너희 화산파 탓이 아니던가.”

곽채가 적반하장으로 방철삼을 비난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방철삼, 화산오장로의 제자로서 화산파가 잘못됐다는 걸 시인하고 내부 고발해라. 그리고 숭산파가 오악의 수장이란 것을 말한다면 내 네 목숨만큼은 살려 주도록 하겠다.”

곽채는 마치 숭산파, 아니 오악검파의 수장이 된 것처럼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였다.

“이익!”

방철삼의 얼굴이 분노로 벌갛게 달아올랐다.

“그 표정을 보아하니 그럴 생각은 없나 보구나.”

곽채가 방철삼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죽여라!”

파바밧!

열에 이르는 숭산파의 제자들이 뛰쳐나갔다.

‘아, 안 돼!’

방철삼이 최후의 발악을 하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사방팔방에서 동시에 몸을 날린 탓에 도망칠 곳도, 틈을 파고들 곳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내공도 소진된 상태.

죽음이 임박한 걸 느낀 방철삼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꽉 감았다.

쐐액!

검이 바람을 가르고……

“아악!”

서걱!

그다음으로 손목을 잘랐다.

“어?”

방철삼이 어안이 벙벙한 듯 눈을 껌뻑였다.

자신이 내지른 비명이 아니었다.

신체 일부가 상실된 감각도 없었다.

대신 눈앞에 잘린 손목이 보였다.

퓨붓!

“케헥!”

혼란은 끝나지 않았다.

손목이 잘린 제자의 몸 위로 사선으로 핏줄기가 그어졌다.

“아!”

방철삼이 그제야 무언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환희와 경악, 그리고 순수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낙 사저!”

낙소월이 방철삼 옆을 지나쳐 검을 쭉 뻗었다.

푸욱!

“컥!”

방철삼의 등 뒤, 숭산파 제자가 눈을 부릅떴다.

구멍이 뚫린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쓰러졌다.

휘리릭!

낙소월은 숨을 멈춘 채로 다음 행동을 이었다.

앞으로 내민 발을 축으로 삼아 팽이처럼 돌았다.

그저 돈 것만이 아니다.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기면서 이동한 뒤, 검으로 반원을 그려 냈다.

서걱!

“끅, 끅!”

근처의 숭산파 제자가 목을 붙잡았다.

어떻게든 막으려 했으나, 동맥을 스치고 지나가 소용없었다.

목에서 피가 흘러나와 결국 의식이 흐릿해졌다.

휘리릭!

삭풍이 살에 차듯 불었다.

등골에 오싹 소름이 다 끼쳤다.

숭산파의 제자들이 확인하기도 전이었다.

낙소월은 발을 우아하게 내려놓는 듯싶더니만, 순식간에 격풍처럼 몰아치며 적의 사이를 헤집어 놓았다.

코에서부터 흡입되어 뇌를 가득 메우는 매향은 곧 생전에 최후로 맡은 향이 됐다.

파바바밧!

“어억!”

반격을 위해 팔을 움직이면 잘린다.

스쳐 지나가면 동맥이 베여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운이 좋아 막아 보았으나 검째로 베였다.

최후에 순간에 본 건 검에 맺힌 강기였다.

결국, 눈 깜짝할 사이에 숭산파 제자 무리가 전멸했다.

“무, 무슨……!”

곽채가 입을 찍 벌리며 당황했다.

그러곤 사형제를 학살한 범인을 보고 다시 놀랐다.

“헉! 서, 설마!”

곽채가 낙소월의 별호를 말하려던 찰나였다.

낙소월이 마치 공간을 접듯이 곽채 앞으로 이동하더니만, 검을 쥐지 않은 손으로 매화권법을 내질렀다.

퍼억!

“케헥!”

곽채가 얼굴을 맞고 뒤로 엎어졌다.

빠악!

넘어지는 곳이 그리 좋지 않았는지, 뒤통수가 돌조각 위로 떨어져 머리가 깨졌다.

“……응?”

낙소월이 정신을 잃은 곽채를 내려다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날 아는 사람인가……?”

모를 리 없다.

매화검봉이라면 무공만이 아니라 미색으로도 유명하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 방철삼 사제, 괜찮아?”

“네, 넵!”

방철삼이 놀란 듯 군기 든 병사처럼 대답했다.

“홍 사형과 서은 사저, 어디에 계신지 알아?”

“저, 저쪽입니다.”

“고마워.”

낙소월이 선녀처럼 미소 짓곤 몸을 날렸다.

방철삼은 혼자 남아 낙소월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윽고 무언가 깨달은 듯 소리쳤다.

“아! 낙소월 사저가 오셨다는 건……!”

“주서천!”

조무양의 얼굴이 짝 퍼졌다.

얼굴에는 환희가 가득했다.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그럼 당연하고 말고!”

조무양은 주서천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지금 만큼은 안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현 상황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마음 같아선 스승의 일부터 물어볼까 했지만, 조금 자중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화산파의 습격에 머리가 돌아가 버렸다고 해도, 전황을 알지 못하면 피해가 더 커질지도 모른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대충이나마 전황을 들은 뒤에 출발하기로 했다.

“그게……”

조무양은 최대한 간결하게 요약해서 설명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부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정상, 상궁에 장문인을 호위하고 있을 걸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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