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바바밧!
놀랄 틈은 없었다.
검격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티시샤크는 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벌렸다.
“네 이년, 북해인이 아니로구나!”
서로의 내력을 교환한 순간 알 수 있었다.
낙소월의 내력에선 빙한공 특유의 음한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출신을 유추할 수 있었다.
“네.”
낙소월이 짧게 답하면서 검을 돌려 바로 잡았다.
몸짓 하나하나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티시샤크의 얼굴이 굳었다.
휘이이잉.
서로 긴장한 채 대치하고 있을 때였다.
눈보라가 예고도 없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북해의 예외적인 이상 기후 탓이 아니었다.
“도대체 뭣들 하고 있느냐!”
설화족 중앙의 샤만이 원인이었다.
나무 가면 탓에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답답하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
샤만이 손을 들자, 눈보라가 격해졌다.
나비처럼 너울거리며 꽃 핀 눈송이가 얼음 조각으로 변했다.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피부 위를 스치고 지나가면 얇게 베이며 피가 흘렀다.
그 핏방울조차 얼마 가지 않아 얼어붙어 고드름처럼 맺혔다.
눈보라가 점차 거세진다.
시야가 희뿌옇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적과 아군을 파악하기도 힘들어졌다.
“으으으!”
딱딱딱!
턱 뼈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북해빙궁도 설화족도 기후 이변에 몸을 떨었다.
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가, 이윽고 시퍼렇게 변했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끊어질 것 같이 아파 왔다.
“지, 지도자시여!”
설화족의 전사가 참지 못하고 애원했다.
동산의 분지에 벌어진 이상 기후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았다.
생명력을 전부 빨아들이듯 몰아쳤다.
“쯧!”
샤만이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필이면 최후의 수단을 쓰게 만들다니!’
기후 이변은 샤만도 꼭꼭 숨겨 두었던 주술이었다.
강한 만큼 문제점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아의 구분이 없는 것도 문제이며, 시야도 가려진다.
무엇보다 정신력의 소비가 너무 컸다.
“빙궁의 주인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지만, 틀어졌으니 어쩔 수 없구나.
이렇게 된 거 한시라도 빨리 ……?”
샤만이 뒷말을 흐렸다.
그 목소리에는 의문이 묻어났다.
한 치의 앞도 볼 수 없는 눈보라 속, 위에선 얼음이 내리는데도 그 사이로 걸어오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 발걸음이 몹시 여유로워 보여 샤만은 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 눈을 의심했다.
“아, 시원하다.”
그리고 곧바로 두 귀를 의심했다.
이젠 환청까지 들리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누, 누구요?”
샤만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만년빙정이 바로 근처에 있으니, 혹시 설산이나 북해의 내해에 잠들어 있던 정령(精靈)이 아닐까 싶었다.
“상천육좌.”
눈보라를 헤치고 나온 그림자가 답했다.
“검신!”
주서천은 성실하게 답하면서 왼팔을 쭉 뻗었다.
소맷자락이 부풀어오르며 펄럭였다.
파앗!
먹구름이 그윽한데도 빛이 번쩍였다.
한 줄기 선을 그려 내며 쏘아진 건 비수였다.
설화족의 대전사라면 그 순간을 포착이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순수 주술사인 샤만은 달랐다.
혈마나 남만의 식인 부족장처럼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거나 그러지 못했다.
그 탓에 비수가 너무나 쉽게 얼굴에 꽂혔다.
“꺄아악!”
쩌억!
그래도, 나무 가면이 샤만의 목숨을 연장시켰다.
주술로 강화된 괴이한 가면은 둘로 쩍 쪼개졌고, 그 사이로 눈처럼 하얗고 긴 머리카락이 흘러 내렸다.
“네 이노오옴!”
샤만이 쓰러진 순간이었다.
근방의 눈보라를 뚫고 온 대전사가 있었다.
최초에 대화를 나누었던 설화족의 호위대장이었다.
신성시하는 주술사이자 지도자가 공격당했다는 사실에 몹시 분노해있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번개같이 뛰어온 걸 보면 충성심이냐 감각만큼은 높이 사줄 만했다.
“널 죽여 버리겠……”
호위대장의 목소리가 측면에서 들린다.
위치를 파악하는 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쪽으로 눈을 힐끗 돌리니 도강이 실린 칼이 보였다.
주서천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측면에서부터 들어오는 일도를 피했다.
휘익!
호위대장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겨우 한 발 물러난 것만으로 가볍게 피해낸 것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켜.”
주서천은 성가신 듯, 바로 앞으로 엎어지는 호위대장의 옆구리에 발을 꽂았다.
“꽤액!”
호위대장이 옆구리를 맞고 눈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시원해서 땀은 안 흘리니 좋네.”
샤만이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기 시작했다.
서산 분지.
“아아아악!”
“크악!”
“꺄악!”
먹구름이 눈을 토해 낸다.
북해빙궁과 사하의 무인들이 내지르는 비명이 바람을 타고 울려 퍼졌다.
서산의 기후는 동산에 비해 고요했다.
눈이 내렸으나 우아하게 춤추듯 너울거리며 내려왔다.
얼음으로 된 계곡을 사이에 둔 동산과 서산은 마치 세상을 반으로 가른 것처럼 다른 경관이었다.
하나 혹한의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별반 다를 것 없었다.
이천의 다민족과 삼천의 이민족.
오천에 이르는 민족이 서로의 목숨을 빼앗았다.
“북풍대주다!”
격전의 중심지, 전선에선 활약하는 자들이 자연스레 눈에 띄었다.
설영 또한 그중 한 사람이었다.
북풍대주는 어딘가 모르게 유약해보이는 인상이었으나, 겉모습만 보고 우습게 여길 수는 없었다.
북해에서도 내로라하는 고수이며, 동설련 다음가는 실력자였다.
“북풍대주의 숨부터 끊어라!”
북해에서도 이름난 전투 민족, 사하의 전사들에게 두려움이란 없었다.
공포조차 얼려 기능을 정지시킨뒤, 열댓 명의 무리가 설영에게 달려들었다.
“죽엇!”
“죽어라!”
북해빙궁과 사하는 예로부터 사이가 그리 좋지 못했다.
싸움의 역사는 길다.
원한 관계도 여럿 있었다.
설영도 관련자였다.
특히나 북풍대주답게 여러 전쟁터에 참전하여 공을 세웠다.
전장에서 공이란 건, 곧 적을 얼마나 죽였냐를 뜻한다.
다수의 원한이 한곳에 집중됐다.
사방팔방에서 각 병장기가 급소를 노려 왔다.
“대주님!”
북풍부대주, 다와가 외쳤다.
“괜찮아.”
설영이 중얼거리듯 답하면서 움직였다.
허리는 쫙 펴고, 보폭은 좁힌다.
신체의 틈을 최소화한 수세를 취한 채로 방어에 나섰다.
휘리릭!
북풍대주의 검은 그리 화려하진 않았다.
하나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었다.
제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도 않았거늘, 신기하게도 전방위에서 급소를 노린 공격들을 정확히 쳐냈다.
“빙벽검법(氷壁劍法)!”
사하의 전사가 증오스럽다는 듯이 외쳤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특징 탓에 벽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검법이었다.
빙령신검처럼 신공의 반열에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위력적인 검으로 북해에 이름을 떨쳤다.
무서운 건, 수비에 편향된 검임에도 적에게 복수하여 그 목숨을 확실하게 빼앗는 점에 있었다.
북해의 얼음벽을 우습게 봤다간 다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발을 잘못 디뎌 떨어지면 그대로 끝이다.
설영의 빙벽검법 역시 마찬가지였다.
섣불리 접근하면 목숨을 빼앗긴다.
“꺄아아악!”
“아악!”
열댓 명 중 반 이상이 순식간에 북해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 외의 생존자는 중상을 입었다.
“저 년을 물어 죽여!”
“가라!”
“사지를 찢어 버려!”
사하도 가만있지 않았다.
부족의 상징인 회색 늑대 무리를 움직였다.
중원의 보통 늑대와는 달랐다.
먹잇감을 노리는 안광은 사납게 불타올랐고, 몸집도 배는 컸다.
북해의 강추위에 버티기 위해서인지 털이 덥수룩했다.
다만 몸 크기에 비해선 조금 빈약해 보였다.
늑대 역시 북해의 식량난에선 벗어나지 못한 건지 배가 쑥 들어가 있었다.
“크르르르!”
타앗! 투두두두.
이십여 마리가 설원을 달렸다.
경공의 고수와 비견될 정도의 속도였다.
혀를 내밀고, 침은 질질 흘린다.
살짝 벌려진 입 사이로 보이는 송곳니에선 살의가 느껴졌다.
“크르르릉!”
팟!
선두의 회색 늑대가 몸을 날렸다.
쩍 벌어진 입이 노리는 곳은 설영의 목덜미였다.
푸욱!
“깨갱!”
하나 입 안에선 사람의 고기가 아닌 쇠 맛이 느껴 졌다.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기도 힘들었다.
공중에 떠올랐던 회색 늑대는 옆에서부터 급작스레 들어온 창, 아니 작살에 꽂혀 아래로 처박혔다.
“어림없지요!”
다와가 팔을 뒤로 쭉 빼며 작살을 회수했다.
장창처럼 기다란 작살이었는데, 물빛을 띠며 몸 곳곳엔 어류를 잡기 위해 가지처럼 쇠가 나 있었다.
물고기를 잡을 땐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고정하는 것이지만, 사람이나 짐승이 상대면 고통을 동반한다.
작살을 빼낼 때마다 살점이 뜯겨져 나오기 때문이었다.
“하압!”
다와는 작살을 쥔 손을 번갈아 가거나, 때로는 두 손으로 다루면서 회색 늑대와 적을 찔렀다.
몸체에 가지를 친 물빛의 작살이 적에게 명중할 때마다 참담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대주님을 따르라!”
“하아압!”
“늑대 무리의 급습을 조심해!”
“측면이 무너진다! 보강해라!”
하늘에서부터 내려다보는 전장은 북해빙궁 측이 우세했다.
사하의 숫자가 줄어든 게 눈에 띄었다.
“이대로만……”
북해의 빙벽, 설영이 외치려 할 때였다.
“헛소리!”
부웅.
“……”
극의를 이룬 육체가 곧장 반응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끼면서 허리를 뒤로 젖혔다.
이어진 건 무시무시한 풍압과 검이 만들어 낸 묵직한 파공음.
눈동자에 비춰지는 건 거도(巨刀)였다.
쿠아앙!
바람이 불었다.
설풍도 질풍도 아니었다. 폭풍이었다.
이 정도의 풍압을 일으키는 자는 몇 없다.
“오노도르!”
사하의 지도자, 노르의 딸이자 대전사였다.
머리 위에 덮어쓴 회색 늑대의 털가죽은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졌고, 방금 전 폭풍을 일으켰던 거도는 단순히 ‘크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
창도 아니고 칼인데 길이가 무려 오 척에 이르렀다.
도신의 넓이 역시 좁지 않았다.
더더욱 특이한 건, 거도를 제 손처럼 다루는 오노도르였다.
그녀는 자기 칼보다 머리 하나 작았다.
당장이라도 거도에 깔려 죽을 것만 같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들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빙궁의 나약한 개새끼들!”
하나, 외관과는 달리 입담이 몹시 거칠했다.
성정 역시 난폭하여 북해의 미친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또한 그녀는 몹시 포악했다.
“다 뒈져라!”
오노도르가 외치면서 하단을 노리고 휘둘렀다.
“이런!”
설영이 제자리에서 높이 뛰었다.
그 근처 의 무사들도 제각각 순간에 맞춰 몸을 날렸다.
다행히 다리가 잘리는 건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원이 무사하진 못했다.
서걱!
“아아악!”
오노도르는 대전사, 중원으로 치자면 화경의 고수다.
육체보다 배나 되는 대검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건, 몸의 단련과 내공 덕분이었다.
주서천이나 낙소월처럼 강기를 물쓰듯이 쓸 수는 없으나, 거도 무게의 제한에 따른 속도를 무시할 순 있었다.
“사하의 제물이 되어라!”
폭풍, 아니 광풍(狂風)이 몰아쳤다.
오노도르는 상징인 거도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쥔 채, 늘어뜨리곤 자그마한 몸을 날렸다.
아무렇지 않게 답설무흔을 펼치는 걸 보면 역시 대전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
“꺄아악!”
오노도르의 진로에 선 무사들이 몸을 던져 피했다.
“칼인지 벽인지, 겨뤄 보자!”
사하의 대전사가 북풍대주를 향해 호기롭게 외쳤다.
평범한 호승심이 아닌, 살의로 가득한 눈빛이다.
그 기세는 몹시 포악하여 고수라 칭해지는 무인들이라 할지라도 정면으로 받아 내지 못할 정도였다.
“하아아압!”
오노도르의 거도가 머리 위로 반원을 그렸다.
대기를 둘로 나누며 빙벽에 부딪치려던 순간, 오노도르는 측면에서부터 뼈가 부서지는 충격을 받았다.
“커허억!”
우드득!
허리가 꺾인다.
척추가 부러졌다.
내장이 짓눌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어디서?’
오노도르가 멧돼지처럼 보여도, 대전사인 만큼 생각이 없진 않다.
주변을 상정한 뒤 돌진했다.
북풍부대주인 다와는 아니다.
그는 수하들에게 막힌 탓에 먼 곳에부터 싸우고 있었다.
애초에 충격을 가할 만한 적이 접근해 왔다면 눈치를 못 챘을 리가 없었다.
‘일어나!’
오노도르의 시간은 마치 멈춘 것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위기 탓일까, 감각이 순간적으로 높아졌다.
이대로 쓰러진다면, 충격의 주인이나 눈앞의 설영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다.
숨통을 끊기 위해 반드시 최후의 일격을 날릴 것이라고 생각하여 균형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얼었다……?’
내공의 원천에서부터 힘을 끌어 올리려는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비유가 아니다. 정말로 얼어 버렸다.
이 세상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빙한진기였다.
충격을 가한 순간에 맞춰, 공력이 침투해 기경팔맥을 얼려 버렸다.
‘말도 안…… 아!’
오노도르 역시 북해인, 빙한진기엔 내성이 있다.
대전사라면 그 수준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무적인 건 아니다.
하나는 내공이 소진될 때고, 나머지 하나는 그 내성을 넘어설 정도의 힘이 적용될 때였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는 북해에서 둘밖에 없었다.
‘대자연 그 자체인 만년빙정과……’
오노도르가 쿨럭, 하고 피를 토해냈으나 입 바깥으로 흘러 나오지 않았다.
입술을 벌겋게 적신 핏물은 금세 얼어붙었고, 송곳처럼 뾰족한 얼음은 식도를 비롯해 체내에 구멍을 냈다.
“냉악……!”
쿠아아앙!
사하의 대전사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측면에서부터 쏘아진 장풍에 맞고 멀찍이 나가떨어졌다.
설원의 위를 몇 차례 튕기더니만 상징이었던 거도를 떨어뜨린 채 목이 꺾여 죽었다.
“북해궁주!”
사하의 후방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노르의 입에서 노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궁주님, 감사드리오나……”
설영은 감사함과 죄송함이 반씩 섞인 표정을 보이며 뒷말을 흐렸다.
“됐다.”
냉악비가 손을 들어 다음 말을 막았다.
“만년빙정을 파괴하는 거야 검신이 있으니, 그리 힘을 많이 아낄 필요가 없느니라.
또한 동산의 전황을 살펴보니 예상보다 더 잘해 주고 있더구나.”
북해궁주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나서지 않고 후방에서 지휘를 맡고만 있었다.
상천육좌가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는 건 사실이나, 단체의 수장인 이상 함부로 앞설 수는 없었다.
평균적인 무력이 높아도 수적으로 천이나 차이가 나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가마.”
냉악비가 우아하게 손을 휘젓는다.
쩌적!
“으으으!”
사하의 전사들이 질겁하면서 양옆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은 무사하지 못했다.
몸이 새하얗게 얼어붙으면서 조각상처럼 변했다.
하나같이 경악이나 불신, 공포로 일그러진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빙백신장(氷白神掌)!”
북해빙궁의 이대신공이자, 빙궁의 주인에게만 허락된 신공절학이었다.
극한의 무공 중에서도 정점에 있으며, 그 위력은 자연이 일으키는 재앙이라 불릴 정도였다.
하나 그 평가는 잘못됐다.
북해의 재앙은 빙백신공이 아니라, 그 사용자인 상천육좌 북해궁주였다.
“얼어라.”
쩌저적!
손을 든 순간, 앞으로 재앙이 펼쳐졌다.
수십에 이르는 사하의 전사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얼어붙었다.
전의로 끓어넘치는 피부터 시작해 내장이나 기경팔맥, 빙한공이 원천인 내공조차 버티지 못했다.
적군의 생존자들은 다른 의미로 얼어붙은 채,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었다.
대기를 희뿌옇게 일그러뜨리는 빙설로 된 안개는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으며, 그 내부의 얼음 조각상은 오만해진 인간의 최후를 보듯 신벌을 맞이한 인간들과 같았다.
심상구현, 빙결(氷結).
극한에 이른 빙한진기는 힘의 원천이요, 전부였다.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새하얗게 얼어붙게 만드는 능력은 인간의 의지로 법칙을 뒤바꾸는 힘이었다.
“밀어붙여라.”
빙궁의 주인이자 북해의 정점이 명을 내렸다.
“명을 따르라!”
설영이 외치자, 그 뒤로 북해빙궁의 함성이 터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