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六章 (187/254)

기주는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신묘한 법보였다.

그 힘을 빌려 육지로 편히 올라왔다.

남해용문이 구해준 보답으로 이것저것 챙겨 주었는데, 그 양이 적지 않았다.

해안이 모래 대신 금은보화로 가득 메워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어서 오십시오! 주 대협!”

이의채가 금은보화에 눈을 고정한 채 말했다.

그동안의 사정 등을 설명해 주긴 했는데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음에도 잘도 말했다.

“그거 그만 보고, 이야기 좀 합시다.”

“이야기?……아아!

혹시 이분이 남해만이 아니라 중원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천하제일의 야장, 간야자 님이 아니십니까?”

이의채가 간야자를 보고 허리를 숙였다.

“댁은 누구요?”

아부도 과하면 좋지 않은 법.

간야자는 이 미친놈은 뭐지 하는 표정으로 이의채를 쳐다봤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 금의상단의 상단주, 이의채라고 합니다.”

“이의채? 그럼 댁이 그 상왕이란 말인가?”

금의상단이 비록 남해에선 활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름은 잘 알려져 있었다.

특히나 간야자 정도 되는 야장이라면 상계에 관련되어 있어 알 수밖에 없었다.

보다 어렵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면 그에 따른 귀하거나 좋은 자재를 손에 넣어야 한다.

남해에 없는 건 별수 없이 중원에서 구해 와야 하는데, 유통을 거치다 보면 금의상단이 껴 있다.

“맞습니다. 제가 바로 상왕, 이의채입니다.”

이의채가 두툼한 배를 두들기며 씩 웃었다.

“흐, 흠흠. 반갑네. 간야자일세.”

이의채를 바라보는 간야자의 시선이 바뀌었다.

상왕에 대해서 알고 있음에도 태도가 변하지 않은 걸 보면, 경칭을 하지 않는 건 성격인 모양이었다.

후에 물어보니 남해용왕의 경우에는 왕이라 불러지기도 하였고, 노인장에 대한 예우라서 그렇다 했다.

“자자, 일단 장소를 옮겨서 대화하지요.

지고의 야장께 걸맞는 술을 준비해 두었지요.”

“지고의 야장이라니, 허흐흠! 어디, 술을 준비했다고?”

아닌 척하면서도 좋아하는 게 보였다.

방금 전까지는 좋아하긴커녕 불쾌해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주서천은 전에 이의채가 한 말을 떠올렸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칭찬을 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동네 파락호에게 칭찬 받는 것과 무림맹주에게 칭찬 받는 것과의 차이라고 보면 됩니다.

특히나 야장처럼 자기 분야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에겐 누구에게 인정받느냐가 중요하죠.

어중이떠중이에게 인정받으면 뭘 알겠냐고 생각하겠지만, 비슷한 분야나 혹은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위인이 인정하면 다릅니다.’

괜히 상왕이 아니었다.

예부터 알았지만 사람을 부리는 것은 기가 막혔다.

사람이라면 몰라도 상인으로서는 천하제일이었다.

이의채는 간야자와 주서천을 데리고 이동했다.

해안에 마련된 막사가 아니었다.

간야자의 거처인 대장간이었다.

“아, 오셨어요?”

대장간에 도착하니 제갈승계가 반겨주었다.

모루의 열기 탓에 더운지 땀 범벅이었다.

여인들이 보면 요염하다면서 자지러졌을 정도의 잘생김이었다.

“집에 오니 이제 좀 살겠군.”

평소엔 화기 가득한 장소에서 지내다가 수기 가득한 수중동굴에 지내게 되면서 불편함을 많이 겪었다.

환경적인 요인은 생각보다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객점에서의 접대도 나쁘진 않지만, 한동안 거처를 떠나 있었으니 자택을 택한 것도 괜찮았다.

“제갈 공자, 설계도를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의채가 탁자 위에 술을 꺼내면서 요청했다.

제갈승계가 기다렸다는 듯이 설계도를 건냈다.

“서론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니 마음에 드는군.”

간야자는 괜히 말을 돌려가면서 하는 것보단 이렇게 대놓고 본론부터 꺼내는 걸 좋아했다.

“어디……”

술을 목 너머로 넘기곤 설계도를 본다.

그러나 설계도를 본 순간, 표정이 변했다.

술을 쥐고 있던 손도 설계도로 옮겨졌다.

숨도 쉬는 것도 잊은 채 설계도를 넘기며 확인했다.

첫 번째는 빠르게 보더니만 두 번째, 세 번째는 느릿하게 꼼꼼히 봤다.

“이거, 설계한 자가 누구요?”

간야자가 설계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접니다.”

제갈승계가 허리에 손을 얹고 자랑스레 답했다.

“제갈승계 공자라고 합니다. 기관분야의 천재이시지요.

그 실력은 상왕의 이름을 걸고 보장하지요.”

이의채의 소개에 간야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갈승계는 간야자가 형형한 눈빛을 번뜩이면서 다가오려 하자, 무심코 놀라 뒷걸음질 쳤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에 주서천의 이름을 부르려 했으나, 그 전에 간야자가 손을 건냈다.

“만나서 반갑소. 인사가 늦어져서 대단히 미안하오.

남해에서 철 좀 만지는 간야자라 하외다.”

“……!”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서천도 이의채도 놀랐다.

여태껏 검신이건 상왕이건 간에 시종일관 무심한 태도를 유지하던 간야자였다.

그런데 설계도를 보자마자 예우를 갖췄다.

“설계도에 대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물어봐도 괜찮겠소?”

“물어볼 거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겁먹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기관이 관련되자 눈을 빛내는 제갈승계였다.

제갈승계는 간야자의 물음에 신난 듯이 답변했다.

“그를 중원으로 데려가려고 온갖 수단을 준비해 두었는데, 아무래도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군요.”

이의채가 소맷자락으로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주서천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결론만 말하자면 간야자의 포섭은 성공적이었다.

대화가 끝나자마자 협력하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제갈승계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서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간야자와 공방에 틀어박혀 대화했다.

비슷한 분야의 천재라서 그런지 죽이 잘 맞았다.

“승계가 저리 기뻐하는 것도 오랜만에 봅니다.”

내심 남해에 데려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모처럼 좋은 기회인데 남해용문과 교류를 하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쉽군요.”

이의채는 남해에 온 김에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

그중에서도 인어, 남해용문을 눈여겨 봤다.

남해용문이 건네준 선물은 값비싸고 희귀한 물품들로 가득했다.

금은보화를 뒷전으로 할 정도였다.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진주부터 시작해서 인어의 기름으로 만들어 꺼지지 않는다는 초까지 있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이 진시황의 무덤에 있다더니만, 전설이 아니라 사실이었던 모양입니다.”

정말로 인어의 기름인 건 아니다.

인어, 남해용문도가 고래 기름을 특수하게 제조한 것뿐이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제조법을 팔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바다가 내려준 기술은 육지로 유출할 수 없다고 한다.

“혹시 해서 말씀드리지만 괜한 욕심 부리지 마십시오.

초에 대한 것도 되도록 숨기는 게 좋습니다.”

“물론입니다요.”

이의채는 탐욕스러운 돼지지만 어리석진 않다.

주서천의 신뢰를 저버리는 건 크나큰 손실이다.

차라리 남해용문의 양초를 버리는 것이 나았다.

“남해용문이 드러나지 않고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폐쇄성 덕분일지도 모르겠군요.”

새로운 건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나 남해용문은 그 누구와도 교류하려 하지 않는다.

폐쇄적인 것이 흠이지만 동시에 현명했다.

“그럼 전 돌아갈 채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해남검파주께는 말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해남검파와 협력을 맺었다.

해남도는 열대의 과일이나 해산물 외에도 철광산 등 자원이 많다.

지속적으로 거래할 생각이었다.

물론 이야기는 대강 끝내두었다.

간야자의 인맥을 통해서 금의상단 해남지부의 건설도 시작했다.

주서천은 위일해를 찾아갔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아닐세. 나야말로 신세를 많이 졌네.

본파의 제자들을 구해줬을 뿐만 아니라, 평화 또한 찾아주지 않았는가. 또한 그 뒷정리까지 신세를 졌다네.”

위일해는 주서천과 제갈수란에게 인사했다.

“이 빚 결코 잊지 않겠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 주게나.”

“다음에 저희가 위험할 때 힘을 빌려주시는 정도면 만족합니다.”

“해남검파 또한 무림맹에 소속된 정파일세.

중원이 위험하면 도와주는 건 당연하네.

그거 말고 다른 건 없나?”

“그러면 왜구의 토벌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암천회와 협력하는 왜구가 방준 혼자일 리 없다.

방준이 최대 세력이긴 해도, 또 누군가 있을지 모른다.

또한 앞으로 금의상단과 남해가 안전한 거래를 하려면 수송로의 확보가 필요했다.

“그것도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 외에는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저 역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영웅이라더니만, 정말로 그렇군그래.”

도와줬는데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도와달라는 것도 화산파가 아니라 중원 무림이었다.

“그러면,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는 간략하게 나눴다.

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조금 걱정됐다.

해남검파도 협상이니 뭐니 해서 바빴다.

전수국도 대화를 더 나누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생명을 빚졌다면서 나름 이것저것 챙겨줬다.

얼마 뒤, 중원으로 떠나는 배에 다시 올랐다.

“모처럼 새해를 남해에서 맞이했는데 어째 즐기지도 못하고 야반도주하듯이 돌아가네요.”

단리화가 해남도를 보면서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검신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심 인어들과 수중 교……”

“제갈 소저, 용봉지회에 보통 무슨 이야기를 합니까?”

주서천이 제갈수란에게 물었다.

제갈수란은 고개를 숙인 채로 얼굴을 붉혔다.

대답이 필요 없는 반응이었다.

해남도의 기문진을 피해 중원으로향했다.

다들 뱃멀미로 상당히 지쳐 있었다.

“만년한철로 된 갑주?”

“예.”

간야자는 해남도 출신답게 배에 익숙해 아무렇지 않았다.

시간의 여유도 있으니 대화를 나누었다.

일단, 중원의 상황에 대해서 대강 설명했다.

간야자는 요광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

“화첨창?”

야장답게 신병이기에 관심을 보였다.

“허어, 그런 게 정말로 존재한다고? 대단하군그래.”

여의봉처럼 길이가 줄었다가 늘어나고, 화염을 내뿜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신이 만든 병기다.

“믿으십니까?”

“남해용왕에게는 수룡의 창이라는 것이 있는데, 내공의 소모 없이 물을 조종할 수 있게 해주지.

그런 것도 있는데 화첨창이라고 없을까.

놀랍긴 하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야.”

남해용왕과 수중에서 싸우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꽤나 고전했을 것이다.

하기야 물속에서 숨을 쉬게 해주는 진주도 있다.

“갑주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부분도 아니고 전신이 만년한철로 된 갑주라면, 필시 진시황의 흑철갑주다.”

“흑철갑주?”

“그 귀하디귀한 만년한철을 긁어모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칠십만 명을 동원해 무덤을 만들고 장성을 연결한 진시황 외에는 없을 거다.”

“정말로 전신이 만년한철이란 말입니까……”

“어디까지나 전설이니 정말일지는 나도 모른다.

눈앞에 가져온다면 감정 정도는 해 주지.”

가져올 수 있으면 말이다.

‘진시황……’

말년에 미신에 집착해 터무니없는 것들을 만들어냈다.

혈마의 흑관 또한 진나라 시대의 법보가 아닌가.

“육지다!”

선실 밖에서 선원의 외침이 들렸다.

‘도착했구나. 중원에선 별일 없을까?’

폭풍이 잦은 바다에선 전서구를 날려도 대부분 돌아오지 못하며, 훈련도 거의 불가능했다.

유일한 소통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배가 전부였는데 남해용문 탓에 그조차도 폐쇄됐었다.

‘부디 별일 없었기를 바랄……’

콰아앙!

“뭐, 뭐여!”

간야자가 당황하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의 굉음이 터지더니만 선박이 크게 흔들렸다.

순간 이무기가 들이받은 줄 알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주서천은 선실 문을 열어 급히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입니까!”

“주 대장!”

초련이 다급한 표정으로 후미를 가리켰다.

주서천은 몸을 돌려 배의 뒤편을 확인했다.

“바위?”

집재만 한 크기의 바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얌전히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니라, 후미를 반 이상 대파했다.

끼이이익. 우직!

충격의 원인은 알아냈지만, 무게 탓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배가 침몰하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금의상단에서 준비한 선박이라 할지라도 작정하고 날아온 바위를 맞고 멀쩡할 수는 없었다.

바위를 치우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파손의 정도가 심했다.

물이 차오르며 가라앉기 시작했다.

“당장 대피하……”

부웅.

대기가 울렸다.

파공음이 묵직하게 늘어졌다.

선체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운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방금 전 후미를 박살 낸 바위였다.

“어림없다!”

주서천의 몸이 수직으로 솟구쳤다.

그냥 뛴 건 아니다.

침몰하는 선체를 자극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나비가 아니라 벌처럼 쏘아지듯 날아오른 주서천은 집채만 한 또 하나의 바위를 보고 손을 쭉 뻗었다.

이대로 박살 내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하다.

그래서 손바닥으로 쭉 밀어내 바위를 날렸다.

퍼엉!

바다 위로 바위가 떨어지면서 물기둥이 솟구쳤다.

파도가 크게 출렁이면서 선체도 흔들렸다.

멀리 떨어뜨리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바다인지라 파도의 영향까진 막아낼 수 없었다.

“으악! 으악! 형님! 형님!”

“주 대협! 주 대협! 주 대협!”

제갈승계와 이의채가 기겁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썅! 이게 뭔 난리여!”

간야자가 중원 땅을 밟기도 전에 물고기 밥이 되겠다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배 내려!”

“도망쳐라!”

선원들과 무사들이 힘을 합해 조각배를 내렸다.

좌현과 우현에 각각 두 척씩 내렸다.

그러나……

“으아아아아악!”

또다시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라 무려 다섯 개였다.

하나같이 큰 바위였다.

“제기랄!”

하나하나 후려칠 시간이 없었다.

동시에 날아온 것이 문제였다.

주서천은 선상에 착지했다가, 다시 한번 위로 솟구쳐서 근처의 바위를 하나 날려버렸다.

그러나 아직 네 개씩이나 남았다.

아무리 검신이라 하지만 운룡대팔식처럼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신법이 없다면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피해를 감안해서라도 다른 수를 사용했다.

‘자하지!’

열 손가락을 동시에 튕겼다.

손가락 사이에 맺혀 있던 기의 덩어리가 뿜어져나가 선을 그려냈다.

자색으로 이루어진 선은 유성처럼 긴 궤적을 그려내면서 아직 떨어지지 않은 바위를 꿰뚫었다.

퍼억! 콰앙! 쿠웅!

자하지의 위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선 몇 줄기가 꽂힌 것만으로도 집채만 한 바위가 산산조각 났다.

그러나 아쉽게도 셋밖에 저지하지 못했다.

하나가 남아 하필이면 제갈승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우와아악!”

“머리 숙여요.”

절제절명의 순간, 단리화가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긋는 검은 보는 이가 감탄할 정도로 깔끔한 직선을 만들어냈다.

서걱!

일도양단, 아니 일검양단이었다.

바위가 둘로 갈라지면서 양 현에 떨어졌다.

콰아아앙!

“으아악!”

“와악!”

양 현에서 배를 내리던 이들이 기겁했다.

하마터면 바위에 몸이 쓸려나가 빈대떡 신세가 될 뻔했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바위의 파편이 문제였다.

빗발처럼 내리는 파편은 흉기였다.

“커헉!”

“큿!”

몸이 찢어지는 건 대수였다.

운이나쁘면 머리에 박혀 즉사하는 자도 나타났다.

그 와중에 양현의 배도 하나씩 박살나서 문제였다.

“부상자와 수영을 못 하는 사람, 그리고 무공을 모르는 이를 우선적으로 배에 태우십시오!”

주서천이 바위 파편을 막아내며 외쳤다.

“육지가 코앞이라 전력으로 일각 정도 헤엄친다면 도착할 것입니다!”

“주 대협! 항구를 보도록 하세요!”

주서천은 제갈수란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확연히 볼 수 있었다.

항구 앞, 선착장 앞에 배가 여럿 세워져 있었다.

대형 선박이 여럿보였다.

“투석기?”

대형 선박의 펼쳐진 돛 사이의 구멍 너머로 투석기가 보였다.

잘 보이진 않지만 여러 대인 듯 싶었다.

“암천회!”

주서천이 이를 꽉 깨물었다.

“천기, 이 개새끼!”

어째 평탄하다 싶었다.

‘실수다!’

암천회와 협력 관계인 왜구만 문제가 아니었다.

고향 땅을 밟을 생각에 마음을 놓고 있었다.

‘사도천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눈앞의 육지, 광동은 사도천의 영역이다.

해남도로 출발하기 전 무림맹이 사도천에 요청해 협력을 받았다.

‘아니, 사도천만이 아니다.’

무림맹 또한 신분을 숨기고 주서천 일행을 마중하기 위해 광동에 있었다.

그런데도 선착장이 저리 된 걸 보면 광동지부의 무림맹이나 사도천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좋지 않다.’

자신이야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문제다.

제갈승계나 이의채, 간야자가 신경 쓰였다.

그 외의 사람들이야 한 실력 하니 알아서 살아남으리라.

“금의검문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상단주와 간야자 어르신, 신의 어르신, 그리고 승계를 지켜야 한다!”

“명!”

선박이 완전히 박살 났다.

지금 당장 가라앉아도 이상할 것 없었다.

끼이익 하고 비명을 질렀다.

제갈승계와 간야자, 제갈수란이 좌현의 배에 탑승했다.

이의채는 무겁다 보니 따로 타야 했다.

“제기랄 상단주! 그러기에 살 좀 진작 빼지 그랬소!”

화벽승이 이의채를 업고 투덜거렸다.

“신의께서도 머리 잘 숙이시오!”

초련이 신의를 옆구리에 끼고 달렸다.

“장전하고 있어요!”

제갈수란은 난리 통인데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대피 중이면서도 적들을 살피며 경고했다.

‘지독한 놈!’

정말 잘도 준비했다.

정보가 통제된다는 걸 노리고, 또한 왜구에 걸쳐서 함정을 준비했으며 기력을 소진한 귀향을 노렸다.

투석기 또한 적이지만 칭찬할 만한 선택이었다.

바다에 물러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걸 노렸다.

배가 없으면 위험하다는 것까지 파악했다.

무엇보다 소름 끼치는 건 해류나 배의 속도까지 계산해 완벽한 명중률을 자랑하는 투석기였다.

“선착장의 선박 탓에 투석기가 보이지 않아요.

조심하셔야 해요.”

제갈수란의 목소리는 크진 않았으나 잘 들렸다.

“……죄송해요. 주 공자.”

좀 더 접근하기 전에 눈치했어야 했다.

그러나 바위가 날아오기 전까지도 아무것도 몰랐다.

“아뇨, 제갈 소저 탓이 아닙니다.”

암천회가 워낙 치밀했다.

선착장의 대형 선박을 이용해 투석기를 숨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뱃사람인 양 변장하여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광경을 만들어냈다.

광동의 선착장이 고향이라면 모를까, 한 번, 그것도 잠시 와본 일행들인지라 깜빡 속아 넘어갔다.

먼 거리에서 확인했을 때 선착장에 사람이 없었다거나 혹은 불이라도 났다면 의심했을 것이다.

그 밖에도 멀미나 폭풍우 등으로 기력을 소비한 요인도 있었다.

“현 시간 부로 바다 위에서 도울 수 없으니, 부디 알아서 처신하시기를 바란다! 그대들만 믿겠다!”

이대로라면 물고기 밥 신세다.

주서천은 과감한 판단을 내렸다.

바다를 지면 삼아 착지한 다음, 무릎을 굽혔다가 펴 정면을 향해 있는 힘껏 뛰쳐나갔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경공을 최대로 펼친 것만이 아니었다.

정면을 향해서 용후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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