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二章 (183/254)

검이 자색의 빛을 뿜어내면서 튕겨져 나갔다.

‘갑옷? 아니, 저건……’

눈을 가늘게 뜨고 노인의 가슴을 훔쳐본다.

자세하게 보니 붉은 빛깔의 비늘로 둘러싸인 것이 보였다.

“분명 용조의……?”

“비슷하지만 틀렸다.

남룡조수가 아니라 용린외공이라는 것이다.”

남해용왕의 서늘한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 들었다.

부웅!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후려차기가 옆구리로 파고 들어왔다.

남해용왕의 다리가 통나무처럼 굵다 보니 마치 둔기를 휘두른 것처럼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이건……!’

소리와 기세가 심상치 않다.

손목을 튕겨 검을 돌려 상체를 가려 후려차기를 막았다.

쿠우웅!

검신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충격.

문제는 위력만이 아니라 다리에 맺힌 붉은 빛깔의 강기였다.

“허어!”

주서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남룡조수, 용린외공, 수룡각법.

각각 용조, 용린, 용미의 무공이었다.

“손톱도 비늘도 꼬리도 용왕의 일부분이니라!”

용심체공(龍心體攻).

남해용문의 신공절학이자 절세의 무공이었다.

용심체공은 이름 그대로 용의 마음과 육체로 나누어진 무공이다.

남룡조수나 용린외공, 수룡각법, 그리고 목소리인 용후는 전부 이 용심체공에 속하는 무공이었다.

그리고 이를 전부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용왕심법(龍王心法). 남해용문주에게만 허락된 무공이었다.

마음은 몸을 다스리는 법.

용왕심법은 용심체공을 문제없이 연공할 수 있게 해주는 심법이었다.

중도만공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대단하군.’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남해용왕도 대단했다.

삼류 무공도 아닌 상승의 무공을 하나도 아니고 여럿을 수련하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대부분 어중간한 수준으로 끝날 텐데, 남해용왕은 하나같이 살벌한 위력을 자랑하니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초식이 단조로운 편이라 난이도가 비교적 낮을 수도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충분히 대단했다.

“흐랴아압!”

용의 울음소리 대신 기합을 터뜨리는 남해용왕.

검신을 후려 찬 다리를 내리찍으며 진각을 밟았다.

거구의 체중을 천근추의 묘리로 실어서 그런지 그 충격이 적지 않다.

지면이 또 다시 크게 흔들렸다.

남해용왕은 몸을 고정하고 하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내력을 공력으로 전환해 오른손가락을 구부렸다.

“타핫!”

용궁이 떠나가도록 울리는 기합을 내뱉는다.

동시에 창을 놓은 오른손으로 남룡조수를 펼쳤다.

아무것도 없는 빈 허공에 그어지는 다섯 줄기의 선은 붉은빛을 번쩍 하고 내뿜었다.

퍼억!

권법이 아닌 조법.

그런데 마치 주먹질을 한 것처럼 소리가 났다.

겉보기에도 후려친 것처럼 보였다.

검신을 움직이지 못하고 몸이 비어 있던 탓에 공격을 허용했고, 몸은그대로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콰앙!

벽이 두부라도 된 듯 뭉개졌다가 박살난다.

쩌적 하고 벽면에 금이 가며 거미줄이 생겼다.

돌조각은 파편이 되어 주변을 뒤덮었으며 흙먼지가 바닥에 깔렸다.

근처에 장식된 수정조각도 박살났다.

“용궁을 모욕한 죄로다!”

“어리석은 육지의 인간 같으니라고!”

한순간에 끝났어야 할 싸움이 생각보다 오래 가자 조금 당황하긴 했으나, 곧 안심할 수 있었다.

육지의 인간이 강해 봤자 남해의 용왕의 앞에선 무용지물일 뿐이다.

남해용문도가 환호했다.

하나 그 환호성도 잠시뿐이었다.

지면 위로 떠오른 먼지가 금세 사라지면서 주서천이 나타났다.

그것도 멀쩡한 모습으로.

“무, 무슨!”

“이럴 수가!”

여기저기서 경악과 불신어린 비명이 터졌다.

분명 곤죽이 된 모습이여야 하는데, 약간의 상처조차 없었다.

옷이 조금 흐트러졌을 뿐이었다.

“깔끔하고 훌륭하시더군요.”

동작의 연결도 부드럽고 위력도 그대로였다.

“네 이놈……”

남해용왕은 고요히 분노했다.

남룡조수는 권법이 아닌 조수공이다.

본래 복부에 구멍을 냈어야 했거늘, 주먹을 내지른 것처럼 둔탁한 느낌이 나서 막았다는 건 깨달았다.

헌데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할 줄은 남해용왕도 예상치 못했다.

“갑니다.”

주서천이 흐릿해지면서 잔상만 남겼다.

“……”

남해용왕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형환위?’

사라진 게 아니다.

사라진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의 속도로 움직였다.

‘그것도 정면이라고?’

옆이나 등 뒤에서 덮쳐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흐릿해졌던 주서천이 코앞에서 나타났다.

발밑의 창을 집을까 했지만 너무 늦었다.

반격이나 회피를 포기하고 방어에 집중했다.

손발의 끝자락에서부터 피부가 비늘로 변해간다.

몸의 중요한 부위인 심장과 머리도 덮으려 했다.

그러나 몸을 전부 덮기 전에 검이 먼저 당도했다.

‘해남일검류.’

자질구레한 기교는 버린다.

다음 초식으로 이을 연결 부위도 없앴다.

한 초식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일도(一刀)가 아닌 일검(一劍)에 양단(兩斷)한다.

서-걱!

검이 머리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내리긋는다.

정수리에서부터 파고 들어 뇌를 품은 이마를 지나 콧날을 타고 그대로 가랑이 아래까지 선을 그었다.

비늘 너머의 살과 뼈가 깔끔하게 잘라지면서 나무토막처럼 쪼개졌다.

허억!

남해용왕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눈을 부릅떴다.

세월의 흐름을 보이는 주름 사이로 땀이 흐른다.

땀방울이 뺨과 턱을 타고 떨어진 순간, 남해용왕은 악몽에서 깨는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

“……”

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진지 깨달은 남해용왕의 표정은 분한 듯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흐릿해졌다가 나타난 검은 눈썹 끄트머리에 멈춰 서 있었다.

베기 직전에 주서천이 의도적으로 멈춘 것이다.

극도의 쾌검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인식한 순간, 그 검이 워낙 강렬해 무심코 당하는 상상을 했다.

영역을 넓혀가듯 피부 위를 뒤덮던 적색비늘도 사라졌다.

몸은 돌처럼 굳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온몸이 식은 땀으로 축축했다.

다리에 긴장이 풀려 하마터면 체면을 구길 뻔했다.

남해용왕은 주서천과의 차이를 인정했다.

‘어찌하여 이 정도 되는 괴물이 이제야 나타났단 말인가?’

용암처럼 들끓던 분노는 차갑게 식었다.

말을 듣지 않던 이성으로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그제야 앞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역량의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 눈치챘다.

남해용왕의 낯빛은 삽시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용미의 꼴을 보아하니 해상은 패배한 게 틀림없었다.

해안의 경우 어찌 됐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용궁과 용왕의 목숨이 잡혀 있으니 소용없었다.

“죽여라.”

남해용왕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폐하!”

“아니 되옵니다!”

이곳저곳에서 비통한 외침이 터졌다.

귀가 앵앵 거릴 정도로의 성량이다.

용후를 대신하려고 목소리를 키우는 훈련이라도 한 건 아닐까라는 농을 던질 정도로 컸다.

“애초에 죽이려 했으면 이런 번거로운 짓은 안 했습니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

“아까 전에도 말했다시피 간야자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리고 서로 간에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일단진정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까?”

남해용왕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외의 선택권은 없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만, 혹시 암천회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암천회……?”

“그 반응이면 충분합니다.”

아무래도 남해용문 자체적으로는 암천회와 관련이 없는 듯했다.

“용구자주란 건 뭡니까?”

“저런!”

“어찌 저리 뻔뻔할 수가!”

용구자주에 대해 묻자마자 주변의 반응이 격렬해졌다.

남해용왕은 눈살을 찡그렸다가, 손을 들어 주변의 소란을 정리한 다음 주서천의 물음에 답했다.

“용궁을 지탱하는 아홉 개의 기둥이다.”

한때 이 주변 일대를 뒤집을 정도의 대지진이 있었고, 작은 섬이 사라질 정도의 피해가 있었다.

용궁이 위치한 수중동굴 역시 그 피해를 면치 못했고, 하마터면 그대로 멸할 뻔했다.

남해용문은 급히 수중동굴을 보수하였고, 무너지지 않도록 아홉 개의 기둥을 세워 용궁을 지탱했다.

그 기둥의 이름이 바로 용구자주였다.

“용구자주를 무너뜨렸다는 건 뭔 소리입니까?”

“육지의 인간이 권익다툼으로 바다를 노하게 만들어, 그로 인한 해벌 말이에요!”

적수수가 날이 선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니까, 해남검파나 녹회문처럼 무림문파가 세력다툼을 하기 시작하면서 용구자주가 무너지기 시작했단 말입니까?”

“무너지기 시작한 게 아니라, 무너뜨렸느니라.”

남해용왕이 주서천의 해석을 지적했다.

‘말이 안 통하는군.’

바다 사람이 미신을 믿는 건 알고 있지만, 문제는 너무 믿으니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하기야 사해용왕이라 칭하는데 뭔들 못하랴.

그때였다.

콰르르르!

“해벌이다!”

“용께서 노하셨다!”

“바다의 분노니라!”

용궁의 바닥이 흔들리기 싶더니만, 이윽고 단계별로 커지면서 수중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지진이 문제란 말인가?’

용구자주가 무너진 이유는 아무래도 지진이 원인인 듯 했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답도 없다.

무슨 수로 자연의 재해를 막겠는가.

이렇게 된 거 일단 협박이라도 해서 간야자만 데려갈까 싶었다.

“아니, 저 지랄 맞은 놈 탓에 뭘 할 수가 없네!”

황금으로 된 왕좌의 뒤편, 단신(短身)의 중년인이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씩씩 거리면서 걸어나왔다.

“설마……?”

주서천은 지진보다 중년인을 보고 더 놀랐다.

머리카락은 물빛이 아니라 검다.

피부는 건강하게 그을려 구릿빛이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이 특징이었다.

이삼십 대에 물빛 머리카락, 피부가 눈처럼 하얀 남해용문의 인어들과는 달랐다.

그 말은 즉, 

“간야자?”

“으잉? 댁은 누군데 날 아는 거요?”

중년인, 간야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납치된 게 아니었나?’

목격담에 의하면 간야자는 마치 제 발로 간 것처럼 남해용문도를 따라갔다고 한다.

혹시나 무슨 협박이라도 당한 줄 알았는데 차림새를 보아하니 전혀 아니었다.

몸을 구속한 것도 없으며, 낯빛도 멀쩡하다.

화가 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문제는 없었다.

“간야자! 용궁자주는 어찌하고 나왔는가?”

남해용왕이 좋지 못한 안색으로 간야자에게 물었다.

주서천을 대하는 것과 다르게 어조도 부드러웠다.

“고치려고 해도 저 지랄맞은……”

콰르르르릉!

“으아악!”

“용궁이 무너진다!”

“해신이시여!”

땅이 흔들린다. 벽에 금이 갔다.

유일한 출입구에서부터 물이 흘러 들어왔다.

별처럼 박힌 수정이 위에서부터 떨어진다.

자칫 잘못하면 두개골에 구멍이 나게 생겼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지?’

무언가가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용구자주로 돌아가라!”

사색이 된 남해용왕이 간야자에게 소리쳤다.

“용구자주가 무너지면 용궁도 끝이니…… 에이잇, 됐다! 짐이 직접 막아보겠다!”

남해용왕은 정수리에 검이 닿았다는 것도 잊고, 휙 돌려 몸을 날렸다.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었다.

“아니, 이 미친 양반아! 함부로 건들면 안 돼!”

간야자가 기겁하며 남해용왕의 뒤를 따랐다.

주서천도 덩달아 남해용왕과 간야자를 쫓았다.

계단 위에 있는 왕좌의 뒤편으로 돌자 화려한 문이 반겼다.

상당한 두께와 크기를 자랑하는 황금의 문이었다.

적색으로 된 용무늬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 숫자가 아홉 마리였다.

척 봐도 용구자주로 향하는 문이었다.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서자 수정으로 가득한 통로가 길게 이어졌다.

무인이 아닌 간야자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어이쿠!”

“혀 깨물지 않도록 이 악물고 계십시오.”

주서천은 간야자를 옆구리에 끼고 경공을 펼쳤다.

일방통행이라 헤맬 걱정도 없었다.

통로도 그리 길지 않았다.

심지어 내리막길이라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딘가의 지하라 추정되는 수중동굴에서 더 아래로 내려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당도했다.

“여기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용궁보다 배나 되는 공동이었다.

넓이고 높이고 몇 배나 차이 났다.

공동이라는 표현보다 하나의 작은 세상이라 할 정도였다.

눈에 띄는 건 단연 밑바닥에서부터 천장부터 닿는 용구자주였는데, 재질이 특이했다.

석회암도 대리석도 수정도 아니었다.

한철이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바로 나무였다.

물론, 원자재가 일반적인 나무는 아닐 것 같았다.

겉의 두께만 봐도 남만의 거목보다 더하다.

주서천은 간야자를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봤다.

“……?”

이러한 광경을 보는 건 분명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기시감과 이질감이 든다.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뭐가 걸리는 거지?’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샅샅이 뒤져봤다.

아직까지 이어지는 흔들림에 천장에서 수정이나 돌가루가 떨어진다.

그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함부로 건들지 말라니까!”

간야자가 짜증 내면서 남해용왕에게 소리쳤다.

그는 흔들림에 들썩이는 기둥을 붙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너지면 어쩌자는 게냐!”

“아무것도 모르면서 건드는 건 놔두는 것보다 못하오.

용구자주는 수정동굴로 향하는 충격을 아홉 개로 나누어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소.

지금 그걸 붙들고 있으면 충격의 분배가 고르지 못해 다른 기둥에 부담이 간단 말이오!”

“끄응!”

남해용왕은 간야자의 으름장에 놀라 얼른 손을 놓았다.

천하의 그도 간야자에게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하기야 용궁의 존속 여부가 그의 손에 들려 있으니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그렇다면 지금 어째야 하는가!

지금 당장 용궁이 무너지게 생겼는데!”

“그야 지금 이 난리의 원흉인 놈을 족쳐야지.”

“원흉?”

주서천이 간야자의 대답에 반응했다.

“잠깐만요. 지금 이 흔들림의 원인은 바다가 노해서…… 그러니까, 지진이 아닙니까?”

해벌이다 뭐다 하는 헛소리를 믿진 않았다.

지각변동이 원인이라 생각했다.

“머리색을 보고 생각했지만 그 반응을 보아하니 자네 이 동네 사람이 아니구먼. 그러면 모를 만도 하지.”

간야자 역시 남해용문에 도착했을 때 비슷했다.

욕심으로 인해 바다가 노했다, 해신의 분노다, 용이 섬을 멸하러 왔다는 등의 헛소리만 줄창 들었다.

너무 추상적이라서 해석할 수도 없었다.

직접적인 표현을 원해도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래서 혼자 이곳을 지내면서 나름대로 해석하고, 원인을 찾았다.

“보아하니 무림인으로 보이는데, 

청각에 집중해서 소리를 분류하여 잘 들어보게나.”

주서천은 간야자가 하라는 대로 소리에 집중했다.

동굴이 흔들리는 소리, 흙먼지가 떨어지는 소리, 어딘가에 금이 가는 소리, 수정이나 돌이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등 가지각색이었다.

하나하나 분류하고 정리하여 제외하자 묻혀 있던 소리가 새로이 나타났다.

“……!”

주서천이 무언가 눈치챈 듯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바다가 노해 무너뜨렸다는 건……!”

* * *

“끄응!”

적해장사는 고전 중이었다.

‘성가신 놈들!’

사해갱진 없이 해안에서 싸우는 게 이리도 성가실 줄은 몰랐다.

남해용문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킁!”

카가가각!

붉은 비늘 위로 검 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용린외공이 아니었더라면 몇 갈래로 나누어졌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단단하시네요.”

단리화가 짐짓 감탄하며 적해장사를 칭찬했다.

“……”

제갈수란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어머나, 모사님께선 무얼 상상한 걸까?”

단리화가 소매로 입을 가리며 히죽 웃었다.

“…… 아무것도 상상하지 않았어요.”

“귀엽긴.”

단리화가 눈웃음 지으며 웃었다.

“우오오오!”

적해장사가 그사이 단리화를 덮쳤다.

“피하거라!”

위일해가 어림없다는 듯 적해장사를 측면에서부터 막아냈다.

눈부신 쾌검을 좌수검으로 펼쳐냈다.

“쯧!”

적해장사가 혀를 차면서 팔을 교차해 막았다.

카가강!

해남의 검이 적해장사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괜찮느냐?”

“파주께 감사 인사드리옵니다.”

“괜찮으면 됐다. 그보다는 요놈이 문제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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