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十一章 (180/254)

시간이 지날수록 희생자는 늘어만 갔다.

거친 바다를 누비던 약탈자들이 기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손 쓸 겨를이 없다고 판단한 방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다 비켜라! 남해의 대해적, 이 방준이 상대하마!”

“기다리느라 지쳤다.”

주서천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겼다.

마음만 먹었다면 왜구를 제치고 방준을 상대할 수 있었지만, 근처에 다섯 척이나 되는 해적선이 있으니그들이 괜한 생각을 갖지 않도록 압도적인 무위를 보이려고 이와 같은 행동을 했다.

“선장!”

“두목!”

“큰 형님!”

여기저기서 방준을 부르는 호칭이들렸다.

중원인만이 아니라 조선과 왜의 언어까지 섞여 있었다.

“네놈이 뭐하는 놈인 줄은 모르겠지만, 그 잘난 목숨도 여기서 끝이다. 단숨에 끝내주마.”

방준은 왼발을 앞에 두고 오른발을 뒤로 옮겼다.

그가 쥔 왜도는 노다치(野太刀)라 하여, 칼날의 길이만 삼 척을 넘어서는 태도(太刀)였다.

도신은 곡도처럼 굽었으며 일반적인 왜도처럼 외날이다.

그 날은 조금만 닿아도 베일 정도로의 예기를 풍기고 있어서, 한눈에 봐도 범상치가 않았다.

또한, 도신의 한가운데는 파도가 치는 것처럼 물결무늬가 있는 것이 또 특징적이었다.

신장과 덩치가 큰 방준에게 맞춘것 같았다.

“해남일도류(海南一刀流).”

주서천이 방준 대신 도법의 이름을 외웠다.

“호오, 이 몸의 무공을 알아보다니.”

방준이 콧대를 세우며 자랑스러워 했다.

해남일도류는 과거 해남도의 한 무인이 해남검파와 왜의 도법에서 영향을 받아 창안한 도법이었다.

한때는 해남도를 주름잡는 무공 중 하나였으나, 결국 역사 속에 사라지게 된 무공이었다.

그 비급은 해남도를 떠돌다가, 결국 왜구에게 약탈당해서 최종적으로 방준의 손에 쥐어졌다.

해적선을 찾기 전, 해남검파에서 해적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해남일도류는 일도양단의 도법.

일도에 필사의 이념을 넣으니, 어떻게든 피하면 된다.’

호신강기로 막아내는 방법도 있었지만, 자고로 일격에 모든 걸 거는 무공은 그 위력이 보통이 아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차라리 피하기로 했다.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지만 현경으로서의 반사신경이나 신체능력이라면 할 만한 시도였다.

“이제는 도망칠 곳도 없을 게다. 네가 소란을 피워서 그런지 저 아래는 상어로 가득하거든.”

방준이 크흐흐 하고 웃었다.

해적의 피를 맡고 온 상어들이 몰려들었다.

“널 베기 전에 물어볼 게 있다.”

“말 더럽게도 많네. 물어봐라.”

“보아하니 중원 무림의 천하백대고수인 것 같은데, 이름이 무엇이냐?”

방준은 눈앞의 애송이를 죽이고 명성을 높일 생각이었다.

‘아니, 애송이는 아닌가.’

무도의 극의를 이룬 무인은 노화가 느리다.

약관으로 보여도 사실은 서른에서 마흔일 게 분명했다.

“화산파의 주서천이다.”

“……?”

방준이 몸을 움찔 떨었다.

“뭐라고?”

“화산파의 주서천이라고.”

“……”

방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선장님?”

해적들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의아한 눈길로 방준을 살폈다.

주서천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너 나 아냐?”

하기야, 상천칠좌이니 알 만도 했다.

“노, 농담치곤 재미있군.”

방준이 말을 더듬으며 답하면서도 주서천의 인상착의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데 집중했다.

“지, 지, 지, 지금쯤 해남도에 있어야 할 놈이 여기에 있을 리 없다. 거짓말 치지 마라.”

“그건……”

주서천은 답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이 매섭게 가늘어졌다.

‘해남도? 중원이 아니라?’

자신이 해남도로 떠난 건 알 사람들만 아는 최신 정보다.

정보 단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모른다.

제갈상이 정보의 통제까지 하고 있다.

중원의 정보 단체도 아닌, 남해의 해적이 안다는 건 이상했다.

해남도에 도착해 해남검파를 도운 것도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 해남검파밖에 모른다.

“너, 뭐하는……”

풍덩!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방준이 애도를 냅다 버리고 배 밖으로 몸을 던진 것이었다.

“서, 선장?”

해적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해남도도 중원도 아닌 방향으로 열심히 헤엄치는 방준을 내려다봤다.

“닥쳐! 선장은 너나 해!”

“서, 선장! 상어! 상어!”

“상어? 좆까! 차라리 상어 떼랑 맞짱을 뜨지!”

방준이 주서천을 올려다보곤 질겁했다.

“으아악, 시팔! 주서천이다!”

남해의 대해적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타앗!

주서천이 어림없다는 듯 그 뒤를 쫓았다.

선상의 지면을 박차고 뛴 그는 배밖으로 투신하듯 몸을 던졌다가, 용천혈로 운기해 수면을 밟았다.

발이 빠지기 전, 재빨리 그 다음 발을 내디딘다.

발을 내저을 때마다 물장구치는 것처럼 뒷발에서 물이 쾅콸 하고 치솟았다.

상어 떼도 놀라 도망쳤다.

“안 돼!”

방준이 비명을 지르면서 잠수하려 했다.

“돼!”

주서천은 방준의 목덜미를 낚아채고 해적선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쿠웅!

사내 둘이 높이 뛰어올랐다가 선상에 화려하게 착지하자, 배가 크게 흔들렸다.

“대, 대체……”

“방금 봤어……?”

경악과 불신.

그 두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여기저기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이 아닌 무력을 보였으니 당연했다.

사람이 신도 아니거늘, 수면 위를 뛰더니만 족히 일 장 이상의 높이로 솟아올라 배 위로 착지했다.

특히나 미신을 중요시하는 뱃사람이다 보니 하나같이 경외하는 눈길로 주서천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제, 젠장……”

화경의 고수씩이나 되는 방준은 반항할 생각 하나 하지 않고, 그저 울상을 지은 채 구시렁거렸다.

“너, 뭐하는 놈이냐?”

주서천이 물었으나 방준은 침목했다.

“암천회지?”

“암천회요?”

단리화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반응했다.

조양선은 암천회에 대해서 들은 건 없는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방준은 입을 꾹 다문 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 발도 넓네. 왜구까지 포섭해?”

때로는 무언이 곧 긍정인 법.

“설명해라.”

“……”

방준은 시선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주서천은 방준의 목에 검을 옮기곤 다시 한번 말했다.

“대뜸 배 밖으로 뛴 걸 보면 목숨을 상당히 아끼는 모양인데, 안 그래?”

“크으으……”

“좋아, 선실에서 이야기나 해 보실까?”

암천회의 뿌리, 관료는 당시 황제였던 주원장의 숙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강구했다.

그중에선 동해안의 왜의 힘을 빌려서 해남도나 각 지방 등 먼 곳으로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자도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왜의 포섭이었다.

하나 생각대로 쉽지만은 않았다.

왜구의 전체적인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사실상 무림맹이나 사도천, 마도이세만큼의 세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몇몇의 수하를 심어 두어서 남해 영역만 어떻게든 손에 두거나 협력하기로 했다.

조선과 왜, 중원의 삼해(三海)는 무리여도 중원의 일해(一海)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이후 암천회는 침투시킨 칠성사병이자 왜구를 통해서 남해의 해적에게 여러 제안을 하거나, 혹은 수송로나 수군의 움직임을 예견하여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약탈로 영향력을 늘렸다.

이 성과를 토대로 왜구 내부에서 세력을 모으고 인정받았으며, 결과적으로 남해에 영향력을 끼쳤다.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대해적 방준이었다.

“오, 오해하지 마라. 비록 한때는 암천회의 도감부 소속이었으나 지금은 독립했다.”

“독립했다고?”

도감부장은 남만에서 죽었다.

하지만 우두머리가 죽는다고 그 기관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주서천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설마, 암천회를 배신했다는 말이냐?”

“그렇다.”

암천회가 아무리 발이 넓고, 또한 그 힘이 대단하다 할지라도 왜구를 완벽히 제어하기에는 힘들었다.

왜구는 어디에 정착해 있지 않는다.

주거지를 옮기고, 바다 위에서 반평생을 보낸다.

황제의 절대적인 권력도 지방에는 잘 미치지 않는 것처럼, 암천회의 권력 역시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방준은 최초부터 암천회가 아니었다.

도중에 그들이 보내온 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적림십팔채의 채주였던 맹강처럼 협력 관계에 가까웠다.

입회한 건 그들을 이용하려 했을 뿐이다.

“……흐음.”

꽤 그럴 듯한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고스란히 믿을 수는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해적, 그것도 그중에서 제일 악독한 놈이 아닌가.

바보라도 안 믿는다.

“설득을 하려면 제대로 해라. 애초에 암천회를 배신하고도 머리가 목위에 달려 있을 리 없다.”

암천회에서 배신자는 용납되지 않는다.

아무리 멀리 바다에 있다고해도 옥형성은 찾아올 것이다.

“확실히 예전이었더라면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서천 네 덕분에 날 어찌할 수 없어졌다.”

“내 탓에?”

방준이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래. 네놈, 아니 네 녀석과 패신군이 암천회의 세력을 약화시켰다. 암천회는 손이 부족해지자, 내 배신에 이를 악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협력관계라도 유지해 달라며 요청했지.”

방준은 왜구 내에서의 권위를 위해서 암천회에 입회하고 그들을 위해 일했다.

그러나 차츰 성과를 보이고 시간이 지나 안정되자, 암천회에 대해 회의심이 생겼다.

“암천회의 목적은 중원 무림의 붕괴 및 정복.

그러나 나에게 중원 따윈 아무래도 좋아.

그딴 곳에 돌아갈 생각은 조금도 없다.”

방준은 안 그래도 역적이 된 방국진의 아들이면서, 옛적부터 해적의 아들로 이름을 알렸다.

중원에 돌아가 봤자 기다리는 건 죽음뿐.

그에게 중원은 어디까지나 약탈할 지역 중 한 곳에 불과했다.

가족 역시 배 아니면 왜구의 근거지인 근방의 섬에 숨어 있으니 귀향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입회한 것도 그들을 이용해 남해를 지배하고 싶었을 뿐. 목적도 달성했고, 암천회도 예전 같지 못하니 기회 삼아 배신했다.”

방준은 힘만 세고 탐욕만 많은 해적이 아니다.

남해의 바다를 지배한 해적답게 머리도 비상했다.

암천회는 왜구에게 수송로와 항로, 수군의 위치를 제공하고 상당한 약탈품을 나눠 받았다.

그중에선 관료의 비밀장부나 문파의 무공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비밀스럽게 물자나 사람을 운반하는 일도 도맡다 보니 쓰임새가 여러모로 상당했다.

문제는 이제 곧 대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를 포기하는 게 상당히 치명적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방준의 자리를 빼앗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방준의 영향력이 예상 외로 컸다.

대부분 바다에 있다 보니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

만약 여기에서 방준을 잃는다면, 암천회는 또 다시 공을 들여야 한다.

문제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손이 부족해서 마교까지 끌어들이지 않았는가.

‘하 참.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무공도 무공인데 머리도 비상했다.

주변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적절히 이용해서 큰 이득을 봤다.

“믿어줘. 정말이다.”

“나에 대한 정보도 그렇게 빨랐던 것도 그들에게 전해 받은 정보인가?”

“정보만이 아니다.

네놈을 최대한 해남도에 묶어두거나, 혹은 처리하라는 의뢰까지 받았다.”

“아무리 목숨이 관련됐다곤 하지만, 너무 순순히 말하는 것 같은데요.”

단리화가 흐옹, 하고 다리를 꼬았다.

방준은 단리화의 허벅지를 힐끗 살펴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가 다시 눈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렸다.

“미치지 않은 이상 괴물…… 아니, 검신과 정면으로 싸울 리 없으니까. 난 죽고 싶지 않다.”

방준은 칠성사나 도감부장처럼 여덟 기관의 수뇌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중간 위치에는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정보를 받았다.

주서천이 혹여나 바다를 통해 이동하지 않을까 싶어 위치 파악의 의뢰도 수십 차례 받은 적 있었다.

암천회 최대의 숙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괴물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암천회에서 의뢰를 받기는 했으나, 그걸 수행할 생각은 없었다.

괜히 휘말리기 싫어서 해남도 근처에는 가지도 않고 이 인근 해역을 돌아다니고 있었을 뿐이라고.”

‘정말일까, 아니면 거짓말일까?’

머리가 잘 돌아가는 만큼 더 경계했다.

표정만 보면 너무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는 느낌이지만 사실은 전부 거짓이고 연기일지도 몰랐다.

아직 섣불리 믿을 수는 없기에 머리 한구석으로 넣어두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면, 남해용문은 뭐하는 곳이지? 그곳도 암천회인가?”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신비 문파.

그 규모나 무력도 보통이 아니니, 암천회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른다.”

주서천의 눈빛에서 살의가 묻어났다.

“저, 정말로 모르니까 진정해라!”

방준이 기겁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는 두려워하면서도 또박또박 말했다.

“하늘 아니 바다에 맹세컨대 남해용문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애초에 배신하여 협력관계가 된 나에게 암천회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줄 것 같나?”

“그 전에는 그럭저럭 들은 게 있을거 아니야?

남해라면…… 아니다, 됐다.”

암천회는 수뇌가 아닌 이상 서로에 대해서도 정보가 제한되어 있다. 오랫동안 암중에 있었던 비법이다.

왜구는 왜구의 영역이나 일만으로도 바쁘다.

해남도의 세력 구도까지 손을 뻗을 시간이 없으니, 말하지 않을 가능성도 컸다.

어쩌면 자신보다 아는 것이 적을 가능성도 다분했다.

마음이 복잡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감돌았다.

조금 답답했지만, 지금 깊게 고민해도 소용없다.

‘남해용문에 간다면 알 수 있을 거야.’

고심으로 가득 찼던 얼굴이 좀 펴졌다.

“방준.”

“뭐, 뭐냐.”

“이야기는 잘 들었다.”

“목숨만 살려준다면 무엇이든 하마.”

방준은 꼬리 내린 개였다.

그가 바라보는 주서천은 정도의 영웅 같은 게 아니라 괴물이었다.

“아, 그 전에 조금 물어볼 게 있는데……”

“……?”

“혹시, 그동안 얼마나 약탈했는지, 사람을 얼마나 죽였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주서천이 자애롭게 웃으며 물었다.

방준은 머리를 빠르게 회전하며 눈치를 봤다.

‘목숨을 건지고 싶다면 내가 얼마나 쓸 만한 사람인지 중명하라는 건가?’

해적다운 사고방식이었다.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 걱정하지 마라.”

“그래. 마음 편히 줘 팰 수 있겠구나. 고맙다.”

“농담이다! 난 사람 한 명도 안 죽였……케헥!”

퍼억!

방준이 턱에 주먹이 꽂힌 채로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목숨은 살려주마.”

주서천은 차가운 눈길로 방준을 내려다 보다가, 배꼽 아래의 하단전에 검을 꽂았다.

“커, 컥! 약속과…… 다르……”

“목숨은 살려줬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서천은 방준의 뒷덜미를 붙잡은 뒤, 선장실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선상 위에 밧줄로 포박되어 있던 해적들의 시선이 모였다.

하나같이 겁먹은 얼굴이었다.

주서천은 방준의 엉덩이를 뻥 걷어찬 뒤, 조양선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이 말을 전해 주십시오.

‘이렇게 되기 싫으면 재산이란 재산은 전부다 꺼내.’ 라고.”

조양선이 그리 전하자 해적들이 앞다퉈 손들었다.

“이제 다 끝난 건가요?”

단리화가 뒤에서 따라오며 물었다.

주서천은 품 안에 손을 넣어 서적을 확인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해남도로 돌아가죠.”

다음 날, 해남도 일대는 시끌벅적해졌다.

남해 인근을 오랫동안 괴롭혀 왔던 해적단이 토벌됐을 뿐만 아니라, 약탈품을 배로 돌려받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주서천의 이름을 칭송했고, 그가 해남검파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해남검파 또한 칭송했다.

방준에게서 노획한 무공, 수인공(水人功)은 절세의 무공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상승의 무공이었다.

기초적인 능력은 수중에서 내공으로 공기를 대신해 숨을 오래 쉴 수 있다는 것과 자유로운 움직임이다.

‘그리 어렵진 않다.’

주서천은 파죽지세로 수인공을 흡수했다.

환골탈태로 어떠한 무공에도 적합한 육체를 지녔으며, 지고의 경지에 올라 깨달음도 충분했다.

또한, 무공이란 만류귀종이라 하였던가, 음양(陰陽)의 성질을 지닌 일월신궁의 음기를 다루는 부분이 수공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 이해도도 높았다.

무엇보다 심상구현인 ‘답습’이 빛을 발했다.

‘대성도 아니고 그 절반 정도만 수련하는 것이니, 그리 문제는 되지 않는다.’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수인공의 구결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운기했다.

하루 만에 수인공의 일성의 성취를이루었다.

이틀 만에 이성의 성취를 이루었으며, 사 일째 되는 날 삼성에 올랐다.

수인공은 총 십성이니, 그 절반인 오성까지는 앞으로 이성밖에 남지 않았다.

참고로, 수인공은 수공답게 물속에서 수련하는 편이 더 효율이 좋았다.

그래서 사전에 물이 들어오는 동굴을 찾아 들어가서 집중했다.

호위로는 소령을 붙였다.

워낙 집중해서 그런지 끼니는 조금도 챙기지 않았다.

어차피 절대고수정도 되면 일이 주일 정도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아도 버틸 수 있어서 문제없었다.

‘이왕 하는 김에 해남일도류도 익혀봐야겠다.’

방준의 해적단을 털어보니 정말 여러 가지가 나왔다.

중원 및 새외 무림의 무공은 물론이고 왜의 무예 등 여러 가지였다.

헤쳐 먹은 게 정말로 많았다.

그중에서도 쓸 만한 무공을 꼽으라면 단연 해남일도류였다.

쾌도법(快刀法)으로서 상당했다.

다만, 왜도 아니, 도도 아닌 검으로 펼치다 보니 어긋남이 생기긴 했다.

그러나 크나큰 문제는 아니었다.

해남일도류는 사실상 일초식뿐인 도법이었다.

초식을 잇는 연계가 필요하다면 모를까, 오로지 일도에 승부를 거는일격필살의 무공이라 상관없었다.

도로 펼치는 게 최적이긴 했지만 경지로 어떻게든 밀어붙이면 검으로도 대체가 가능했다.

애초에 해남일도류는 해남검파와 왜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무공이다.

검으로 바꿔도 큰 문제는 없었다.

‘마침 쾌검(快劍)은 부족했는데 잘됐다.’

해남일도류를 통해 쾌검을 알 수 있었다.

화산의 검은 난검이나 환검, 산검 등이다.

쾌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절기처럼 대단한 정도는 아니었다.

만중검은 이름 그대로 무거움을 실었다.

‘해남일도류, 아니 해남일검류려나.’

주서천은 해남일도류를 성공적으로 개량했다.

한편, 해남도는 여러모로 시끌벅적했다.

“방준이 관아에 잡혔다면서?”

“듣자하니 중원 무림 의 고수가 토벌했다더군.”

“중원 무림의 고수?”

“그래, 검신 주서천 말일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약관에 불과한 젊은이가 상천칠좌라니 말이 되나. 뭔가 잘못 알려진 걸 거야.”

“그래도 대단한 건 매한가지 일세.

그 죽일 놈의 왜구를 토벌했다고 하지 않나.”

“솔직히, 최근 해남검파의 행적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어쩌면 오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오랫동안 중원과 소식 이 끊겼던 해남도는 여러 가지를 알게 됐으나, 그리 쉬이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사람이란 건 두 눈으로 직접 봐도 잘 안 믿는 생물이다.

바다 건너의 소식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남해의 강자이자 악명 높은 대해적인 방준을 토벌한 것까지는 믿으면서도 검신은 허무맹랑한 취급이었다.

그러나 남해검파주인 위일해가 직접 나서서 이야기하다 보니 불신에서 반신반의 정도로는 바뀌었다.

“주서천…… 아니, 주서천 대협께서 검신이든 아니건 간에 무슨 상관이 있나. 그는 대협 중에 대협일세.”

“암, 그렇고말고!”

해남도에서 주서천의 인지도는 위로 솟구쳤다.

무위에 대한 진실 여부는 둘째다.

중요한 건 해적단을 소탕하고 약탈품을 배로 돌려준 것이었다.

“자자, 줄 서시오!”

해적단의 선장이었던 방준은 욕심도 의심도 많았다.

혹시 수하 중 누군가가 약탈품을 빼돌리지 않을까해서 장부까지 만들어 관리했다.

덕분에 약탈품의 출처를 손쉽게 찾아내서 돌려줄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의 피해의 보상이라면서 여러 가지를 껴 얹어주었다.

빈민에게도 금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해남검파 역시 물자나 금전적인 부족을 이 약탈품으로 해결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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