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심하게 떨리지만 완강히 거부했다.
그게 또 제갈승계다웠다.
“……하아.”
주서천은 주먹을 내려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갈승계에겐 신세를 많이 졌다.
또한, 좋아하는 걸 하지 못해 핍박받지 않았는가.
의동생에게 또 그런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설사 억지로 강행한다라고 해도, 제갈승계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것이다.
만약 그게 가능했더라면, 그는 진작 제갈세가에서 진법을 공부했으리라.
‘솜씨 좋은 야장(治匠)이 필요하다는 건데……’
한철을 다룰 수 있는 야장을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주서천은 야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전생하기 전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끙!’
떠오를 듯 말 듯한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온 것도 십 년은 더 된 이야기다.
상승의 경지에 오르면서 깨달음을 얻고, 기억력 등의 오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었다.
기억해야 할 건 너무 많았고, 그중에서 사소한 건 배제됐다.
머리를 굴려봤지만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결국 기억하지 못해 도움을 받기로 했다.
주서천과 제갈승계는 이의채를 찾아가 물었다.
“야장 말입니까?”
이의채가 돈을 세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하시고 계시는 상단주라면 아실 거라 믿고 찾아왔습니다.”
금의상단은 명실공히 중원 최고의 대상단이다.
쌀로 시작했던 그 자그마한 상단이 이제는 상계를 주름잡는 권력자가 됐다. 그의 황금은 귀신도 부린다.
“한철을 다룰 수 있을 정도로의 야장이라면, 모르는 건 아닙니다만……”
“그냥 다루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제갈승계가 혹시 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누가 천재 아니랄까 봐 기준 참 높다.
“그러면 네 명 정도 있습니다.”
“오, 생각보다 많군요.”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이의채가 골치 아픈 듯 앓는 소리를 냈다.
“문제요?”
“예. 그중 둘은 황궁에 있습니다.”
“……끙. 그 사람들은 빼주십시오.”
상식적으로 황궁의 야장에게 무언가 만들어 달라곤 할 수 없다.
어떤 돈을 써도 그건 불가능하다.
“그 외의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실력이 넷 중에서도 뒤처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중원에서는 이름난 명장인지라 의뢰를 맡기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게 흠입니다.
또한, 술버릇도 제법 고약하다 보니 솔직히, 기밀을 지킬 것 같진 않은지라……그리 권장하진 않습니다.”
이의채의 사람 보는 눈은 의심할 것 없다.
그 눈으로 금의상단을 천하제일상단으로 키웠다.
“그러면 남은 한 사람밖에 없겠군요……”
“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주서천이 이의채의 쓴웃음을 보고 물었다.
“그게…… 소재지가 해남도(海南島)입니다.”
“해남도? 허, 멀리도 있군.”
해남도라면 중원의 최남단, 아니, 아예 밖에 있다.
바다를 건너야 나오는 섬이니 중원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그래도 명의 관할 지역이기는 했다.
대신, 워낙 오지에 있는 만큼 그 영향력이 그리 닿지는 못하는 곳이기도 했다.
유배지로도 유명하다.
“혹시, 해남검파(海南劍派) 사람입니까?”
해남검파는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 정도는 아니나, 그래도 명문지파에 속하는 문파다.
정도이냐, 사도이냐, 마도이냐 묻는다면 대답을 쉬이 할 수는 없었다.
해남검파의 무공은 정도의 일반적인 검과 상이하기도 하고 음독한 면 또한 있었다.
검을 휘두르면 반드시 상대의 몸에 상처를 내는 살검으로도 유명하다.
그래도 그 사상만은 정도에 가까운지라 일단은 정파에 속하기는 했다.
“그것이, 불확실합니다.”
“불확실하다?”
“해남도에 있는 건 확실합니다.
하나, 알다시피 해남도가 워낙 오지이지 않습니까.”
특히나 해남도의 경우,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서 오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이의채의 성격상 해남도에서 무리하면서까지 장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영향력을 두지 않았다.
“어쩔까요? 좀 불안하긴 하지만, 역시 다른 사람을……”
“아니오. 해남도로 갑니다.”
“예? 정말입니까?”
“실력이 문제가 아닙니다.
입을 잘못 놀려서 천기에게 알려지는 것보단 낫지요.”
주서천도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남해의 바다까지 건너야 한다.
거리상으로도 멀고, 시간이 제법 걸릴지도 모른다.
그사이에 암천회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조금 걱정이었다.
“잘 다녀오십시오, 형님.”
“뭔 소리냐? 너도 간다.”
“예? 거짓말이죠?”
제갈승계가 농담하지 말라는 듯 웃었다.
“남해는 대체적으로 외부의 침입이 힘들다.
신비문파 보타문처럼 기문진 혹은 기관에 보호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기관이요?”
“그래.”
“해남도는 제 두 번째 고향입니다.”
제갈승계가 눈을 반짝였다.
“배를 준비하도록 하지요.”
“두 분,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이의채가 배를 두드리면서 부드럽게 웃었다.
“뭔 소리요? 상단주도 갑니다.”
“예?”
“야장이 고집이라도 부리면서 안 따라오면 곤란합니다.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빠르게 다녀오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상단주의 힘이 필요합니다.”
“천하제일 미공자 검신 주서천 대협, 농담도 과하시군요. 전 여기서 상단을 운……”
“상단주께서 각 지점마다 믿을 만한 사람을 뽑아놓고, 후계까지 기른걸 알고 있습니다. 잔말 말고 따라오십시오.”
“하하하. 농담치곤 재미있군요.”
이의채가 정색했다.
“싫으시면 저와 승계 지분만큼 돈을 가져가야겠군요.”
“남해의 상계여, 기다려라! 상왕이 간다!”
이의채가 눈물을 찔끔 흘렸다.
화산파의 주서천.
제갈세가의 제갈승계.
금의상단의 이의채.
세 사람이 다시 모였다.
해남도행이 결정됐다.
주서천은 무림맹과 사문에만, 그것도 수뇌부에게만 해남도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전달했다.
어차피 알려질 사항이긴 하지만, 출발도 전에 암천회의 귀에 들어간다면 무슨 문제가 일어날지 몰라서다.
“그러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쉴 틈이 없군요.”
제갈상이 소식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서천은 이제 검신이라는 이름의 억제기다.
영웅이 중원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기가 올라가고, 치안이 유지될 정도다.
없다는 걸 숨겨야만 했다.
중원에 없다는 걸 비밀로 하고, 또한 정보 조작으로 있는 척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혹시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군사인 제갈상에게는 계획을 사전에 말해 둘 필요가 있었다.
추후에 함정을 전두지휘 할 사람이다.
제갈상은 줄곧 세가에서 바보 취급받던 제갈승계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남동생이 겨우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활약할 때가 왔다 하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서신을 보내 주십시오.
사도천에게 허가를 받아 운남과 광서, 광동에서 얼마든지 연락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무림맹과 사도천은 암천회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협력 관계이니,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은 일이다.
“그리고, 제 여동생과 함께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모사와 말입니까?”
주서천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해남도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대대로 관(官)의 유배지이며 해남검파가 있다는 정도입니다.”
전생에서 그 난리가 있었음에도 해남검파는 감감무소식이었다.
해남검파의 문도가 참전했다는 걸 들은 적 있긴 한데, 사실인지 아닌지도 잘 몰랐다.
“해남도는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나오는 것은 더더욱 힘든 곳입니다.”
“남해의 섬은 대부분 기관진법에 보호되어 있다는 걸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만…… 그걸 말하는 거군요.”
제갈승계에게 해준 이야기가 거짓말은 아니다.
“맞습니다. 해남도와 주산군도의 보타산이 대표적이지요.
실제로 이 두 곳은 상당한 규모의 기관진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습니다.”
괜히 관부의 유배지로 대대로 선택된 게 아니었다.
유배된 황실의 핏줄이나, 혹 좌천된 관료가 반역의 구심점이 되지 않도록 출입을 제한시켰다.
“해남도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그리 문제 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기관진법의 적용을 그다지 받지 않기 때문이지요.
힘들다는 건 변덕스러운 날씨 탓이라더군요.
태풍이 불경우에도 검신을 비롯한 고수들이 따라갈 테니 그리 걱정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 빠지려고 하면 고수들이 지탱하고 있으면 된다.돛의 관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올 때 큰 문제가 있는 것 같군요.”
주서천은 재갈상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천군사가 된 지룡은 결코 헛된 말을 하지 않는다.
괜히 훗날 전란의 시대에서 주요 인물이 된 게 아니다.
“기관진법이 나갈 시에 크게 적용되는 겁니까?
하지만, 나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 텐데요.
해남도와는 그리 잦지는 않으나 그럭저럭 교류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말로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었더라면, 해남도는 미지의 땅으로 교류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해남검파는 신비문파도 아닐뿐더러, 조금 폐쇄적이긴 해도 봉문된 것처럼 활동이 전무한 건 아니다.
짧으면 십 년, 길면 몇십 년이긴하지만 가끔씩 중원 무림에 출두하여 활약했다.
“확실히 그 말씀대로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제법 걸린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마 기관 쪽은 수월하겠지만, 진법은 도움이 필요할 겁니다.”
제갈상은 주서천이 하루라도 빨리 일을 해결하고 돌아오기를 바랐다.
정파에게는 영웅이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그리하도록 하지요.”
“부디 수란이와 승계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전쟁 탓인지 아니면 암천회의 정보 교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남검파와 연락이 잘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점 유의하시기를 바라며, 조심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끼룩끼룩.
고개를 들어보니 창공에 뜬 백구(白賜 : 갈매기) 떼가 보였다.
무리를 지은 백구가 선박 위를 비행했다.
“우웩.”
평생 동안 바다를 나와 본 적 없는 무사들의 낯빛은 대부분 새하얗게 질렸다.
여기저기서 우웨엑 하고 토악질 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 죽겠다……”
질풍십객 중 일인, 화벽승이 난간에 몸을 걸친 채 어제 먹은 저녁을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이 녀석, 근성이 부족하구나!”
초련이 화벽승의 등을 퍽퍽 치면서 웃어댔다.
“누, 누님! 그, 그러시면…… 우웨에에엑!”
화벽승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위장을 비웠다.
“자, 봐라. 제 스스로 걸을 수는 있는지 의아한 돈 돼지 상단주는 물론이고 저 빈약한 우리 꼬맹이까지 멀쩡하지 않느냐.”
“누가 꼬맹이입니까, 누가!”
제갈승계가 이마에 핏줄을 세우며 항의했다.
이의채는 아랫배를 내려다보고 부정하지 못했다.
“그뿐만이랴, 모사님께서도 저리 멀쩡하시고.”
초련의 시선이 바람을 쐬러 온 제갈수란에게로 향했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수평선을 보고 있었다.
‘이게 정말로 근성 문제인가? 미치겠네.’
화벽승은 초련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류는 물론이고 절정의 무인들조차 계속되는 뱃멀미에 고생 중이거늘, 무인과 거리가 먼 이들이 멀쩡하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나 태풍을 겪었을 때는 농담이 아니라 바다로 몸을 던지고 싶었다.
그 정도로 멀미가 끔찍했다.
“상단주야 젊었을 적부터 장강을 돌아다니면서 장사했으니 배야 이골이 났고, 승계야 배의 흔들림보다 더한 걸 기관을 통해 겪었으니까.”
주서천이 화벽승의 맥을 짚어주며 답했다.
“주, 주 대장……”
화벽승이 이제야 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제갈 소저도 비슷한 이유시고.”
기문진 내부에선 천지의 조화가 벌어진다.
땅이 멋대로 흔들리는 건 물론이며, 그보다 더한 상황에 놓인 적도 여러 번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화벽승은 심장이 절로 떨려오는 목소리에 헉, 하고 정신을 차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요염한 웃음과 더불어 은은하게 풍겨오는 색기를 지닌 여인이 있었다.
무림에서도 손꼽힌다는 미녀. 청성제일미, 파검봉 단리화였다.
단리화가 선상에 나타나자 화벽승처럼 멀미로 죽어 나가던 이들이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주서천이 머쓱하게 웃으면서 대충 넘겼다.
‘설마하니 파검봉과 함께할 줄이야.’
해남도로 소수만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본적인 선박과 선장부터 시작해 숙수나 조선공(造船工) 등의 선원이 필요했다.
그 밖에도 제갈승계와 이의채처럼 비전투원을 호위할 이들도 필요했지만, 단리화를 상정 하에 둔 건 아니었다.
원래는 낙소월과 당혜였다.
‘때때로는 매화검수인 게 원망스럽네요.’
낙소월은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남해도까지는 따라오지 못하고 화산파로 돌아갔다.
‘또 죽었다거나 실종됐다거나 한다면 당신을 묘지에서 꺼낸 다음 다시 한번 죽일 거야.’
당혜의 경우에는 인면지주의 보고 겸 뒷정리를 위해 사천으로 돌아가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남자를 잘 타서 그런 걸까요?”
단리화가 손바닥 위에 주먹을 올리며 웃었다.
“…… 커흠! 커흐흠!”
여기저기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단리화의 음담패설은 언제 들어봐도 입이 떡 벌어진다.
너무 당당해서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나 그런 그녀의 태도에도 옳다구니 하면서 덤벼드는 남자는 한 명도 없는데, 이는 단리화의 날카로운 기도 탓이기도 하지만 괜히 헛소리를 지껄였다가 물고기 밥 신세가 될 뻔한 적이 있어서였다.
“아닐세.”
좌중의 시선이 한 곳으로 돌아갔다.
“동요병(動描病)이라 하는 멀미는 진동에 의한 자극이 자율신경계에 작용되며 일어나는 병적 반응일세. 주로 전정감각과 시각 자극의 불일치에 의해서 증세가 일어나지.
사람은 새로운 감각 정보를 얻을 때 뇌로 전달되는데, 이 정보는 평형기관이 과거에 겪은 경험과 비교되네.
하나 이 과거 경험에서 예상되는 것과 다르다면, 예를 들어, 경험하지 못한 신체의 가속을 겪어 감각이 하나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부딪혀 동요병을 만들어버리고……”
“……그 정도면 됐어요, 신의 어르신.”
단리화가 질린 듯이 말했다.
주서천이나 그 외의 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선원들의 경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라는 얼굴로 신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쯤 신의의 제자분들께서 다시 불안에 떨겠군.’
무림맹을 떠날 무렵, 이 괴팍한 늙은이가 따라붙었다.
“냄새가 나는구나. 미지의 약이 말이야.”
주서천은 이 미친, 아니 괴팍한 늙은이와 동행하고 싶지 않았다.
또 화인의원을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신의는 화인의원이나 영약의 제공으로 제갈상을 협박했는지 주서천의 목적지를 듣고 동행하게 됐다.
해남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했지만 듣지 않았다.
애초에 구희의 신단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혼자서 남만까지 다녀온 신의다.
두려워할 리 없었다.
주 대장, 이번 여정의 주제는 개성이오?”
“닥쳐, 초련.”
주서천이 정색했다.
한편, 주서천이 바다를 건너고 있을 무렵에 이 소식은 암천회의 귀에도 들어갔다.
제갈상이 아무리 뛰어나다곤 하지만, 암천회에서 예의주시하는 인물들이 한꺼번에 떠났는데 모를 리 없었다.
정보 조작에 능하다고 해도 한계는 있었다.
반대로 무림맹에서 떠날 때 알려지지 않은 게 용했다.
“해남도에 가는 것 같다고?”
“예. 몇 번 거치기는 했으나, 금의상단이 선박을 은밀하게 구해 해남도로 가는 광동의 항구에 준비한 걸보면 확실합니다.”
천기가 부복한 채로 답했다.
“……흠.”
암천회주가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주서천이 무슨 생각인 것 같으냐?”
“본회와의 전쟁을 대비하여 해남검파의 지원을 받으러 가는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 해남도라……”
암천회주가 미간을 좁히면서 턱을 쓰다듬었다.
“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겠느냐.”
“맡겨만 주십시오.”
천기가 속으로 이를 으드득 같았다.
그 눈은 차가운 불꽃으로 활활 타올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