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七章 (164/254)

천마신공은 심법부터 시작해 검, 권, 각, 창, 도 등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다.

그중에서 원천이 되는 심법을 대성하게 되면 그 육체는 환골탈태를 겪으면서 천마지체를 손에 넣게 된다.

누구보다 마공에 적합한 육체가 되며, 부작용인 마성을 제어할 수 있게 해주고, 몸에 걸리는 부담 역시 최소화한다.

그 외에도 ‘사람’이라는 한계를 깨뜨릴 뿐만 아니라, 생물을 초월하는 영역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우오오오오!”

최초로 내뱉는 천마의 고함.

쿵! 쿵! 쿵!

발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땅이 크게 흔들렸다.

‘파천수라장, 흡(翕)!’

파천수라장도 천마삼검 처럼 셋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쏘아내는 탄이요, 두 번째는 흡이다.

두 번째는 세 번째를 위한 준비로써 손바닥에 한꺼번에 마기를 모은다.

주서천 역시 검을 쥐고 최대한의 반격에 나섰다.

‘자하개벽, 화우선형!’

천둥소리를 내뱉으며 회전하는 강기를 쏘아내는 검.

곧바로 부챗살처럼 펴져 한꺼번에 쏘아졌다.

‘적하매장!’

줄기처럼 뻗어나가던 검이 한데 모였다가, 직각으로 꺾이면서 아래를 향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무(無)!’

천마는 머리 위로 자색의 무언가가 쏟아졌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팔을 쭉 내밀어 일장을 날렸다.

자하검결과 파천수라장의 절초가 서로 피하지 않고 올곧게 뻗어가 부딪쳤다.

스윽.

‘무슨!’

이변이 벌어졌다.

적하매장을 쓴 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검신은 무형검강으로 둘러 파천수라장과 충돌시켰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자색의 광채를 뿜어내는 강기는 물론이고 검에 실린 무형강기까지 부서지듯 깨졌다.

놀라운 건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얇은 도자기 그릇을 떨어뜨린 것처럼 손쉽게 분쇄됐다는 점이다.

‘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의문과 가능성.

그중 가장 그럴싸한 걸 찾아서 해답을 찾아낸다.

‘심상……구현.…!’

본래 동일한 힘이 부딪치면 상쇄되어야 한다.

무형강기 역시 이 법칙에 통용됐다.

이 절대적인 법칙을 무너뜨릴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나, 의지로 법칙을 바꿀 수 있는 심상구현 뿐이었다.

“위험……!”

무심코 목소리가 입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퍼억!

“컥!”

주서천은 흉부에 파천수라장을 맞고 끔찍한 고통을 느끼면서, 비명을 토해냈다.

육신은 천근추로 지탱해 버텨내기도 전에 일정한 영역을 넘어선 손바닥에 후려 맞아 날아가 버렸다.

‘크다.’

가슴 정중에서부터 시작된 고통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온몸 구석구석을 찔렀다.

바늘 수천 개로 찌르는 느낌으로 시작되어 어떠한 것으로도 비교도 할 수 없는 고통으로 변했다.

‘하지만, 최악은 아니다!’

갈비뼈가 부러져 내장을 찔렀고, 기맥도 뒤틀렸다.

그렇지만 다시 일어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회귀도 아직 쓰기에는 이르다.

‘적어도 장법이 주류 무공은 아니구나.’

강기를 실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른다 할지라도, 그 매개체가 아무거나 상관없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무공이란 하나만 깊게 파도 극의를 이룰지 모르는 것이니까.

일반적인 경우로는 주 무공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천마가 무형검강을 응용했던 건, 곧 검공이 주 무공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파천수라장은 자신의 무형검강을 상쇄하지 않고, 심상구현으로 분쇄시켰다.

그 말은 즉 장법의 위력이 검법보다 못하다는 것.

그리고 치명상을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정신 차려!’

찰나의 순간 동안 생각은 끝났다.

몸에 힘을 불어 넣고, 힘껏 뒤집는다.

공중에서 방향을 틀려고 하자 우드득 하고 뼈에서 소리가 났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 끝까지 놓지 않은 검에 힘을 잔뜩 주었다.

기혈이 삐걱거렸지만 괜찮다.

운기에 장애가 있지만, 그래도 최악은 아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태세를 재정비하려 했다.

그러나 십만대산의 대마두는 그걸 내버려두지 않았다.

휘리릭!

잿빛으로 물든 머리칼을 흩날리는 마귀.

천마가 붉은 빛으로 번뜩이는 안광을 내뿜으며 접근했다.

“이……!”

주서천이 질린 듯이 소리 질렀다.

“괴물 자식!”

“누가 할 소리를!”

광소로 대답하는 천마.

그가 공중에서부터 쫓아와 코앞에 나타났다.

워낙 빨라 공간을 자르고 붙인 것처럼 보였다.

주서천은 내공을 황급히 끌어 올려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콰과과과과!

대기가 요동쳤다.

대자연의 기가 불길하게 들끓었다.

초목이 꺼멓게 죽더니, 잿빛으로 바스러졌다.

죽음이 펼쳐지고, 현세에 지옥이 도래했다.

주변 일대의 생명체가 압력에 이기지 못하고 죽거나, 꽁지 빠지게 숨었다.

머리 위의 태양은 불길한 먹구름에 가려졌다.

‘천마삼검, 제삼식!’

천마의 입가에 웃음이 사라졌다.

필사적인 무언가의 감정이 담겼다.

“막아볼 수 있다면 막아 보거라!”

팔은 시커렇게 변색되고 피부 위로는 힘줄이 도드라져 토룡처럼 꿈틀거렸다.

근육도 부풀어 올랐다.

기맥은 타오를 것처럼 뜨거웠고, 뇌는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쿵쿵거렸다.

“파(破)!”

검은자위에선 핏줄기가 주르륵 흘렀다.

혈관에 압력이 과해져 이상현상이 벌어졌다.

마공의 부담감을 낮춰주는 천마지체도 더 이상 버텨내지를 못한다.

“천(天)!”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눈앞의 적을 끝낼 생각으로전력을 다했다.

“황(皇)!”

챙-!

천마삼검의 마지막은 이름 그대로 파천이었다.

바깥으로 표출된 마기가 기둥처럼 솟구쳤다.

머리 위를 가득 메웠던 먹구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천마삼검 제삼식이 도래한 장소는 모조리 박살이 났다.

초목도 흙도 생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커멓고 잿빛으로 뒤섞인 암광이 공기는 물론이고 대기에 실린 대자연의 기까지 지워버렸다.

주서천이 무슨 소리를 내기도 전, 무형검강이나 호신강기조차 파천황에 휘말려 부서지고, 소멸했다.

그의 몸은 이렇다 할 저항도 못하고 지면을 튕겨져 나가 몇 장 밖의 언덕 중턱에 처박혔다.

콰아앙! 쿠우우우웅.

지축을 뒤흔들리는 굉음과 눈을 가리는 암광.

그리고 귀청이 찢어질 정도의 폭음은 멸망과 같았다.

이윽고 불길한 빛이 사라지면서 지워졌던 소리 역시 다시 돌아왔다.

먼저 침묵을 깨드린 건 다름 아닌 천마의 숨소리였다.

“허억, 허어억……”

쿠웅! 쿵! 쿵쿵!

머리 위에서 바위가 운석처럼 후두둑 떨어졌다.

땅이 뒤집어지고, 충격파로 인해 튀어나왔던 암석이었다.

천마가 쥐고 있던 철검 또한 먼지처럼 바스러졌다.

“쿨럭!”

숨을 고르기도 잠시, 천마가 피를 울컥 토해냈다.

“후욱, 후욱!”

천마삼검, 제삼식의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체내의 마기를 순식간에 모조리 방출하고 불태운다.

또한 도중에 주변의 대자연의 기까지 끌어들여 성질을 마기로 치환해 폭발, 이게 바로 파천황이었다.

문제는 결코 말로만 쉬운 것이 아니다.

대자연의 기를 사람의 의지로 바꾼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천마신공이 괜히 신공의 반열에 드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제삼식을 사용하면 몸의 부담이 보통이 아니다.

심법을 대성해 천마지체에 올라도 후유증이 크다.

그래서 형태만 익혔을 뿐, 한 번도 쓰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직접 쏘아내니 몸이 떨릴 정도였다.

“아무리 본좌라 하……”

콰앙!

시간이, 멈췄다.

아니, 정확히는 멈춘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워낙 황당해 인지의 부조화가 일어났다.

혹시 너무 지쳐서 환각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의 시선 끝에는 아무런 상처 하나 없는 주서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콜록, 콜록!”

주서천은 각혈 대신 먼지를 내뱉으면서도 천마의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똑바로 마주 보았다.

“……뭐……냐……?”

사고가 멈췄다는 표현도 알맞았다.

천마는, 그저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서 있었다.

“뭐……”

쿠아아앙!

상천칠좌의 물음은 터지듯이 나온 굉음에 묻혔다.

주서천은 유성이 됐다.

다리 근육에 잔뜩 힘을 주고, 굽혔던 무릎을 쫙 폈다.

용천혈에서 뿜어진 내력이 바닥을 쭉 밀어냈다.

너덜너덜해지고 망가졌던 기혈은 아무렇지 않다.

최초처럼 멀쩡해 안정적인 운기를 했다.

후폭풍을 쏟아내면서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가는 그 몸은 멀리서 보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매와 같았다.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는 내공의 양이 얼마 정도인지는 모른다.

그저, 모든 걸 토해내는 느낌을 냈다.

콰드드득!

공기의 저항이 느껴진다.

바람이 몸을 후려쳤다.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이 정도 되는 속력을 낸 것도 처음이다.

근육이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고통을 동반한 만큼 효력은 있었다.

주서천은 천마의 지척까지 다가가 검을 내질렀다.

우르르릉!

벽력이 쳤다.

제일식, 자하개벽으로 검이 무섭게 회전하면서 쏘아졌고, 곧이어 화우선형으로 부챗살처럼 펴졌다.

수십여 개의 검이 한꺼번에 쏘아가던 검은 다시 한데 모이며 폭포처럼 아래를 향해서 쏟아져 내렸다.

“흐읍!”

천마는 숨을 멈추면서 수비에 집중했다.

남아 있는 내공을 쥐어 짜내듯이 끌어올리고, 팔을 교차로 막는다.

눈을 부릅뜨며 다음을 기다렸다.

“얼마든지 와……커허억!”

파바바밧!

자광(紫光)으로 이루어진 검의 줄기가 몸을 덮었다.

팔을 교차로 한 건 소용없었다.

몸에 가해진 압력에 튕겨져 나가듯 풀렸다.

몸에 재빨리 두른 미약한 호신강기도 숭숭 구멍이 나더니 깨졌다.

옷은 물론이고 피부에 수많은 검상이 남았고, 피 보라를 흩뿌렸다.

공세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적하매장이 끝나고 제사식인 교탈조화로 이어졌다.

아래로 떨어진 빛줄기는 지면을 뒤흔들었고, 이윽고 공중으로 뜨며 검편을 소나기처럼 쏟아냈다.

천마는 어떻게든 막아보기는커녕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고통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몸에 무리가 와서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제오식!’

주서천이 손에 힘을 꽈악 주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면서 피가 맺혔다.

검이 비명을 질렀다.

검신만 휘감은 자줏빛이 영역을 넓혔다.

여태껏 불길하게 빛났던 암광을 지워내면서 자리를 차지했다.

‘무궁육허 (無窮六虛)!’

꽃이, 피었다.

자줏빛을 띠는 매화였다.

오므려진 봉우리가 아니라 활짝 만개한 꽃.

아름다운 곡선을 그려내는 여섯 잎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검에서부터 피어난 매화에선 그윽한 향이 코를 툭 건드렸고, 삭막해진 땅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자하검결의 절초이자 최후의 초식이 화산파 검수의 손에 펼쳐졌다.

“……아……”

서걱.

천마가 안타까운 듯이 신음을 내뱉었다.

붕 뜬 그의 몸은 마지막 잎새처럼 힘없이, 또 느긋하게 떨어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디가 망가졌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 정도의 위력이었다.

심상구현인 분쇄로 대응했으나, 여섯 잎 중 하나밖에 박살 내지 못했다.

결국 다섯 잎을 허용했다.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보면, 손끝부터 시작해 어껫죽지가 사라진 게 보였다.

꽃잎이 닿은 부분이었다.

허공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이제 어떠한 색도 남지 않았고,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울퉁불퉁하고 단단했던 근육도 푹 꺼져서, 아무런 힘도 불어넣지 못했다.

그 몸은 어떠한 저항도 몸부림도 하지 못한 채, 무궁육허를 정통으로 받아들이고 무너지듯 낙하했다.

털썩.

여태껏 보여줬던 요란함은 없었다.

그저, 약간의 옅은 먼지구름만 피어올랐다.

“하……”

천마는 대자로 누운 채로 숨을 들이쉬었다가.

“후우우……”

아주 길게 내뱉었다.

“……심……상……구현……인가……?”

천마는 말하고도 조금 놀랐다.

그 목소리는 쇠를 긁는 것처럼 기분 나빴다.

입술도 메마른 대지처럼 쩍쩍 갈라진 것이 보였다.

타오를 듯이 불타던 안광도 사라지곤 없었다.

어디를 올려다보는지 알 수 없는 시선이었다.

“그래.”

주서천이 천마를 내려다보며 짧게 답했다.

그 얼굴도 좋지만은 못했다.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그런……가……”

표정은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저, 조금 아쉬워 보였다.

주서천은 말없이 검을 양손으로 쥐었다.

한 손으로 잡으면 손이 떨려 제대로 잡지 못할 것 같았다.

검을 역수로 잡고 검 끝을 아래로 향하게 했다.

천마는 검을 올려다보다가 입을 달싹이며 무어라 말했다.

제법 길었다.

힘든 목소리로 잘도 말했다.

말이 전부 끝나자 주서천은 눈짓으로 인사를 건냈다.

감사는 아니었다. 경의도 아니었다.

그저 작별을 고하는 인사말에 불과했다.

“아……”

꺼져가는 의식을 겨우 잡는다.

누운 채로 앞을 보았다.

또한 올려다 보았다.

앞을 가리는 검이 느릿하게 떨어지는 게 보였다.

천마는 그 검 너머, 주서천 머리 뒤의 하늘을 봤다.

“하늘이 어둡지는 않은 것 같소, 회주……”

푸욱!

머리에 검이 박혔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심장에도 꽂았다.

마지막으로 목을 베었다.

절대고수에 대한 경의 같은 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십만대산의 마귀, 대마두일뿐.

또한, 괜히 멋진 척했다가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니까.

주서천은 아무 말 없이 확인사살을 한 다음, 그 가슴 위에 발을 올려두고 검을 높이 들었다.

딱히 어떠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광경은 사람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았다.

그저 침묵한 채로 그의 모습을 눈에 담을 뿐이었다.

“우……”

공기가, 대기가 들끓어 올랐다.

곧이어 무림맹 측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

“우오오오옷!”

그야말로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

천여 명에 이르는 목소리가 주변 일대는 물론이고 중원 전역에 퍼질 정도로 울려 퍼졌다.

한껏 격양된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환희에 젖어 웃는 사람부터 시작해 감격에 젖어 우는 사람, 입을 꾹 다물고 주먹을 쥐는 사람.

그 외에도 성대가 찢어지도록 소리를 내뱉는 이가 있었다.

“허어……”

지일광은 믿기지 않는 듯 탄성을 토해냈다.

“설마하니, 정말로 이길 줄이야……”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은 확실히 놀라웠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검룡이라 해도 천마를 어찌할 수 없다.

누군가와 동행한 듯 싶었으나, 이름이 낯선 것을 보면 그리 대단한 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냥 힘을 조금 보태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뭐라 말하기도 전에 천마와 주서천이 맞붙지 않는가.

아까 전에는 지일광만이 아니라 정파인들은 하나같이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정파의 영웅이 겨우 살아 돌아왔는데 나무토막처럼 쪼개지겠구나, 하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아니, 박살 났다는 표현이 더 걸맞았다.

천마가 악몽을 만들어냈던 문제의 검을 휘둘렀다.

무림맹 고수들이 맥없이 쓰러졌던 그 무공이었다.

겉으로 대충 봐도 몸이 떨릴 정도로의 기세였다.

그런데, 그 검을 주서천은 물러나지 않고 받아친 것도 모자라 반격까지 가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저 천마와 막상막하라니……?”

아무리 대단한 정파의 영웅이고 검룡이라도 천마는 상천칠좌.

무림의 절대고수이다.

그런 괴물과 대등하게 싸우니 놀라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비록 중간부터는 그 여파에 접근조차 힘들어져 거리를 두고 구경했으나, 척 봐도 보통이 아니었다.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 것만 해도 겨우 가능했다.

최후에 지형지물이 바뀔 정도의 위력을 보여준 파천황을 정통으로 맞고 날아갔을 땐, 가슴이 철렁 주저앉았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주서천이 아무런 상처 없이 일어났다.

지일광을 비롯한 무림맹 측도 천마 못지 않게 당황을 금치 못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승부가 났다.

천마의 패배.

다른 누구도 아니다. 마교의 교주, 그 천마다.

그 천마가 일 대 일 승부 끝에 패배했다.

가능성이란 가능성은 전부 버렸다. 희망은 접었다.

그저 시간을 벌기만을 빌었다.

“그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지일광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으며 중얼거렸다.

그 시선 끝에는 주서천의 등이 보였다.

“보아라!”

주서천이 천마의 머리를 걷어찼다.

그 머리가 언덕을 데굴데굴 굴러 마교도 무리 발밑에 도착했다.

“십만대산의 대마두, 마교의 교주 천마는 나, 화산파의 사대제자 주서천에게 졌다!”

“허어……”

부교주, 전호마가 천마의 머리를 보고 탄식했다.

그 뒤편의 마교도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마교 역시 무림맹처럼 충격이 컸다.

“그러니 괜한 저항 하지 말고, 너희의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다!”

정마대전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했다.

최대한 줄이는 것이 나았다.

아직 암천회가 남아 있었다.

주서천은 자줏빛으로 검신을 휘감은 강기를 마교도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었다.

‘좋지 않다.’

위풍당당한 모습과는 다르게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제 한숨 좀 돌리려니 피곤이 몰려왔다.

몸에서 힘이 풀리고, 시야가 일그러졌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회귀의 부작용이다.

‘부탁이니 그냥 가라.’

힘이 원칙인 마교가 아닌가.

그 정점을 쓰러뜨렸으니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물러나기를 원했다.

그러나 세상사가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크하하하!”

전호마가 허리를 젖히며 웃었다.

그는 무엇이 그리 흥분됐는지, 눈을 벌겋게 뜨고 혀로 입술을 적셨다.

“뭘 겁먹고 있느냐, 이 병신 새끼들아!

그 교주와 싸웠으니, 몸이 멀쩡할 리가 없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최고수이자 지도자의 죽음을 보고 충격에 잠기거나 사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교에게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이나 충성심 따위는 없었다.

그저 오랫동안 내려온 절대적인 원칙에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최고수인 천마가 서른도 되지 않은 애송이에게 당한 건 충격적이었지만, 그뿐이었다.

그것보다는 아까 전부터 대기를 뒤흔들었던 마기에 자극되어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한 것이 중요했다.

‘쯧!’

다시 끓어오르는 마교를 보고 주서천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전투 준비!”

승리의 기쁨에 취하기도 잠시다.

지일광은 크게 외쳐 대열을 정비했다.

“이 자리에서 너희를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신강으로 돌아가 이 몸이 다음 대 교주가 되어야 겠다.”

손가락 끝에서 시커먼 강기가 치솟았다.

“네놈을 그 첫 제물로 삼아야겠구나!”

타앗!

전호마가 호기롭게 외치며 주서천을 덮쳤다.

“안 돼!”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주변인 몇몇이 몸을 날렸지만 늦었다.

전호마의 움직임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하나 정작 위험에 처한 주서천은 눈 하나 껌뻑하지 않고 태연하게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전호마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지 않구나!’

하기야 그 괴물인 천마의 전력을 받아쳤다.

신선이 와도 멀쩡할 리는 없었다.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은 표정을 보면 아무래도 체념한 모양이었다.

“뒤를 부탁합니다.”

주서천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하하하!

저따위 것들에게 뒤를 맡기다니, 너도 참 불쌍한……”

전호마는 비웃음 섞인 뒷말을 잇지 못했다.

그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알겠소.”

무곡이었다.

‘언제?’

찰나의 순간, 전호마는 소름이 다 끼쳤다.

다 이긴 싸움이라고 들떠 있긴 했지만, 본능은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괜히 극마의 고수가 아니었다.

하나 그 예리한 감각을 통해서도 무곡의 움직임을 잡을 수가 없었다.

땅에서 솟은 것처럼 나타났다.

쐐―애액!

공기가 찢기는 소리가 났다.

언제 뽑은 지도 모르는 검이 머리 위를 노려왔다.

‘위험하다!’

전호마는 본능적으로 검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눈치했다.

손가락에 강기를 싣고 방어에 집중했다.

팔은 위로 올리고, 배에 잔뜩 힘을 줬다.

전신의 내력을 전부 끌어올렸다.

그러나

‘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눈앞의 광경이 세로로 쩍 갈라지더니 미끄러지듯이 각각 반대로 움직였다.

좌측은 위로 올라가고 우측은 아래로 내려간다.

순간 세상이 잘못됐나 싶었으나 아니었다.

잘못된 것은 그의 몸이었다.

둘로 갈라진 것도 전호마였다.

전호마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검에 닿는 것까지는 보았다.

막았어야 한다.

실수하지 않고 열 손가락 전부에 강기를 실었다.

이 공격을 막아낸 뒤, 반격에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반격은커녕 ‘막는다.’ 라는 행위조차 성립되지 못했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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