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三章 (160/254)

최대한 쉬지 않고 달렸지만, 그렇다고 안 쉴 수는 없었다.

신선이라면 모를까, 아무리 현경이라고 해도 육체가 사람인 이상 수면과 식사, 휴식을 취해야 했다.

식사야 벽곡단으로 대충 때워도 괜찮지만 수면으로 몸의 상태는 신경 써줘야 한다.

지친 근육을 풀어 줬다. 소모된 내공도 회복했다.

경공을 장기간 동안 펼치는 건 생각보다 소모량이 많았다.

그리고 휴식도 아무 곳에서 하지는 않았다.

주로 둘로 나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나 반대로 사람이 많은 마을이었다.

후자의 경우는 정보의 취득 탓이었다.

금의상단과 유령곡, 하오문을 주로 이용했다.

전쟁에서 정보란 중요하다. 틈틈이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른 편이었다.

실시간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한나절 차이까지는 가능했다.

금의상단의 재력 덕에 전서응, 전서구를 한꺼번에 날릴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마교가 태세를 정비해?”

주서천이 최신 정보를 듣고 의아해했다.

“…… 마교가 전쟁에서 이런 상식적인 행동을 할 리가 없다.”

이상한 말 같지만, 정상적이다.

마교의 전술은 공격, 방어, 탈주, 도주 밖에 없다.

휴식이나 대기를 굳이 말하자면 탈주에 속한다.

보통 전선에서 벗어나 마성을 충족시켰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척척 맞춰서 움직이고 멈추고, 또 마성의 조절까지 하는 건 힘들었다.

웃기게도 여태껏 보인 이 상식에서 벗어나고 무뇌적인 모습이 반대로 일종의 전략이 됐다.

전란의 시대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

마교가 진형도 짜지 않고 돌파해왔다.

근데 너무 대놓고 들어오자, 함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정에 두지 않고 전술을 달리 꼈는데, 이 생각 없는 돌진이 정말이라 도리어 당해 버렸다.

얼마 전 벌어진 정마대전의 일차 격돌과 비슷하다.

사람의 상식과 전략 전술이라는 개념을 벗어나고, 어디로 튈지 모르니 수를 읽기가 불가능해진다.

목숨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본능에 맡긴 짐승들이 힘까지 손에 쥐면, 이렇게나 무서워진다.

그들은 혼돈이었다.

‘누군가가 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암천회! 암천회구나! 그것도 천기!’

까드득.

좋은 소식이면서도 나쁜 소식이다.

‘암천회가 기어코 마교의 손을 빌릴 정도가 됐구나.’

암천회는 전생에서도 마교와 혈교를 정파나 사파처럼 세세하게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첩자도 최소한만 심어 두고, 방향만 정해 주고 부추기는 정도로 끝냈다.

힘이 부족하거나 여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뒤에서 약점을 잡거나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며 온갖 계획을 세워 계산하고 움직이는 천기 성격에 안 맞아서다.

혈교는 그래도 주술이나 혈공의 제물이라는 여건이라도 있지, 마교는 그런 게 없다.

중원을 침공하려는 것도 폭력성의 해소와 정복감 때문이지, 뭔가 대단한 의의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어떻게 조종해 보려고 해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미친놈들이 수도 없이 많아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암천회는 힘이 부족한 것도 아니니 이런 불안정한 것들을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놔뒀다.

즉, 지금은 이 마교를 곁에서 도움을 줘 가며 협력을 구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는 의미다.

‘극단적인 수를 써야 할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군.’

천기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마교로 향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가능성을 따라 나오는 결론에 전혀 웃을 수가 없었다.

‘마교의 진리는 힘이다. 암천회의 힘으로 굴복시킨다면 움직이는 것이야 문제 없…… 아니, 설마.’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머릿속에 있는 가능성들을 대거 떠올리고 정렬시켰다.

“마교의 명령 체계는 일직선. 마교도 전원과…… 교주다. 그 뜻은 곧, 누군가가 천마를……”

* * *

마교가 마성을 해소하는 사이, 무림맹은 부대의 재정비에 힘썼다.

좌군과 우군이 중앙 본대에 합류하고, 기동력이 우수한 개방도를 정찰부대로 보낸 뒤 휴식을 취했다.

지휘 막사에선 재정비를 위한 회의가 열렸다.

“천오백이오.”

곤륜파 장문인, 상명진인이 안색을 굳혔다.

“사망자가 천여 명, 부상자가 오백여 명이외다.

특히나 중앙 본대의 피해가 크오.”

“끄응.”

여기저기서 한숨이 토해졌다.

“부상자들의 상황은 어떻소?”

“화인의원의 나으리들께서 치료하고 있수다.”

개방의 늙은 거지, 곡야인이 답했다.

허리에는 개방 내에서 신분과 계급을 명시하는 매듭이 있었는데, 일곱결로 장로에 속했다.

“그나저나, 참모께서 안 보이시는군.”

은하노사가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최초의 파도에 휩쓸려 돌아가셨습니다. 부족합니다만, 지휘 보좌 및 지략은 소녀가 맡고 있습니다.”

제갈수란이 대신 답해 줬다.

그녀는 어렸지만, 누구도 우습게 보지 않았다.

명성도 명성이지만 전장에서 능력을 보여 주었다.

“상황의 설명을 부탁하네.”

“일차 격돌로부터 사흘이 지났어요. 청해호에서 동남 방향으로 내려와 사천의 북부에 도착했지요.

한나절 거리에 마교가 대기하고 있는 중인데……”

제갈수란이 곡야인을 바라봤다.

“마교의 피해는 대략 이천이요. 사대호법이나 부교주 등 고수들은 전부 건재하다는 소식이오.”

곡야인이 대답했다. 정찰 및 정보는 그의 몫이다.

“……음, 팔천인가.”

무림맹이 육천오백, 마교가 팔천이다.

급습을 당한 것치고는 선전했다.

마교는 물러서지 않으며, 또 무식할 만큼 돌격 진형을 유지해 공격력은 얻었지만 방어력은 없었다.

최초에 유리했음에도 피해가 이렇게나 많다.

또한 고수가 무림맹보다 적은 것도 한몫했다.

“초기에 바빠 퇴군하느라 보급에 실패했습니다만, 다행히도 금의상단 사천 지부에서 지원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듯 싶습니다.”

“그 돈벌레,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필요할 때에 맞춰 필요한 걸 가져다주는 솜씨는 기가 막히는군.”

하나같이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천생무인들이다 보니 무학을 돈으로 사들이는 금의상단이나 검문을 좋아하려 해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전부터 정파의 크고 작은 전쟁에 관여하여 필요한 물자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보급해 줘서, 공생관계이기도 했다.

대문파 역시 그 덕을 제법 봤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병력의 손실을 채우기 위해서 대기 중이던 무당파와 합류할 예정이오.”

상명진인이 대신 답했다.

“천마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몰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다가 도와 달라고 요청하려 했는데, 마교가 계속해서 분산하지 않는다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소.”

“무당파라면…… 혹, 그분께서 오신 겁니까?”

태극검 (太極劍) 운광(雲光).

현 무림의 상천칠좌의 일인이자 무당 장문인이다.

무당파의 삼대신공 중 태극신공(太極神功)을 대성한 절대고수로도 이름이 높았다.

“그러네.”

운광의 이름이 나오자 안도하는 것이 보였다.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상천칠좌를 상대하려면, 동일한 상천칠좌의 고수 밖에 없다.

이 상식은 절대적인 것이라서, 패신군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지척에 있으니 합류하는 데 어려움은 없겠지만…… 저희가 움직인다면 마교 역시 따라오겠지요.”

“마교야 어차피 이 주변 지형 지리를 모르니 상관 없지 않습니까?”

누군가의 물음에 제갈수란이 고개를 저었다.

“며칠 지켜본 결과 그건 아닌 듯 싶어요.

상명진인께서는 짐승이니 사람의 전략이나 전술이 통용되지 않는다고는 말씀하셨지만, 아무래도……”

“아무래도?”

“교주의 곁에 군략에 능한 자가 있을 것이라 사료되네요.”

“그건 불가능하네.”

상명진인이 흰 눈썹을 구부리면서 반박했다.

“이 노인이 근거도 없이 고집을 부리며 모사의 말을 무시하는 건 아닐세. 나름대로 경험을 토대로 말하는 것이지. 마교의 환경상, 군략은 발전하기가 힘드네.”

상명진인은 마교의 마공과 지략에 대해 설명했다.

마교를 숙적으로 두고 있는 만큼, 그들에 대해서는 무림의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곤륜파였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데려오는 경우는 어떤가요?”

“외부에서?”

“네. 다른 곳은 몰라도 마교는 힘이 곧 권력.

만약, 천마가 원했다면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거예요.”

“으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군.”

다만, 외부인 입장에선 마교처럼 위험한 곳을 도울 연유가 없다.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절한 무력 역시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인재라면 마교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수긍이 안 가는 건 아닌데, 그래도 걸리는 점이 없지는 않았다.

“뭐, 그렇건 그렇지 않건 별로 상관없지 않소?

만약의 가능성을 두는 건 나쁘지 않은 이야기요.”

곡야인이 제갈수란의 의견에 찬동했다.

정보 수집의 기본은 의심. 군략과 다를 것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정보 수집과 달리 군략은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음, 확실히 맞는 말이오. 미안하네, 모사. 계속해 주게나.”

다시 좌중의 이목이 모사미봉에게 몰렸다.

“무당파가 합류하기 전까진 마교와 웬만하면 붙지 않고, 그들을 떨쳐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게 몇 가지 생각이……”

* * *

이튿날, 무림맹은 무당파에 전서구를 보낸뒤, 합류를 위해 이동을 개시한다.

마교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그 뒤를 추격했다.

양측 다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문제 사항은 전부 해결됐으니 다시 맞붙어 싸울 일만 남았다.

무림맹의 대다수는 마교가 한나절 거리에 있으나 지형 지리를 모르니 제대로 못 쫓아올 거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이탈은 물론이고 흔들림도 없었다.

게다가 일차 격돌 때와 달리 병력이 분산됐다.

병력이 나뉘어져서 진군의 속도가 좀 더 빨랐다.

이것으로 군사의 존재 여부에도 확신을 가지게 됐다.

한편 무림맹을 수월하게 쫓던 마교였으나, 그들은 이차 격돌을 하려던 찰나 함정에 빠졌다.

크아아아!

“이 미친놈아! 누굴 치는 거야?”

“키핵!”

분산된 병력 중, 북사호법이 이끄는 부대가 도중에 이상 현상을 보였다.

싸움에 임하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레 눈이 시뻘게지며, 포악해져 이탈하거나 혹은 아군에게 공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제기랄! 이 멍청한 새끼들아! 이럴 시간 없단 말이다!”

엄구유가 답답하다는 듯 짜증을 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말을 듣는 수하들은 소수에 속했다.

그들을 진정시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

그 광경을 본 천기가 미간을 좁혔다.

머릿속으로 가지각색의 생각과 가능성이 떠올랐다.

“환영은…… 아니군.”

“냄새가 난다.”

천마가 대신 답해 줬다.

“냄새?”

“그래. 쓰고, 매운 걸 보니 독이로군.

사천의 당가는 아군이 아니었나?”

“천추를 말하는 것이라면 틀렸다.

당가는 천추가 아닌 그 아비인 독왕의 손에 있다.”

천기는 과거에 도감부장에게서 건네받은 독의 목록을 기억해 냈다.

그 숫자만 해도 천 단위를 넘겼다.

“독왕이란 자가 나온 건가. 듣기로는 오대세가의 가주는 전선에 잘 나오지 않는다 하던데…… 별나군.”

“……독왕은 아니다.”

천기는 무림맹에 심어 둔 첩자에게 정보를 수집했다.

그중에는 단연 정마대전의 구성원도 있었다.

“이 정도 되는 독, 그것도 대인원을 중독시킬 정도의 실력자라면…… 독봉이로구나.”

독봉, 당혜.

그 성가셨던 주서천의 얼마 없는 벗이자 동료로서, 연인 관계로 추정되는 정파의 후기지수다.

천추의 혈육이기도 하고, 여태껏 주서천처럼 암천회에 직접적인 피해는 안 줘서 그냥 내버려 뒀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렇게 눈앞에서 훼방을 놓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천추가 어찌 생각할지는 몰라도, 이처럼 중요한 순간에 훼방을 놓는다면……’

천기의 눈이 차가워졌다.

마인들이 미쳐 날뛰는 땅.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곳은 마치 지옥도와도 같았다.

‘아가씨의 독공이 날로 일취월장하시는구나!’

당가의 장로, 당염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뇌광독향(腦狂毒香)……”

이름 그대로 뇌를 미치게 만드는 독으로, 연기처럼 허공에 살포해서 바람으로 날려 사람을 중독시킨다.

용독술의 일종으로서 오라비인 당명인처럼 내부의 독기를 치환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법이었다.

‘주서천, 그자가 죽은 이후로 아가씨께서도 많이 살벌해지셨지……’

정파의 영웅, 검룡 주서천.

남만에서 상식에서 벗어난 무위를 보여 주었던, 절대 죽지 않을 것 같던 자였는데 기어코 죽고 말았다.

혈마와의 결전에서도 살아남은 것치고는 허무한 최후였다.

그때부터였을까.

당혜는 가끔씩 던지던 농도 하지 않게 됐고, 마치 그 소식을 잊으려는 듯 폐관에 들어 수련했다.

그리고 얼마 뒤 정마대전으로 인해 소집령이 떨어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청해에 왔다.

그리고 그녀는 틀어박힌 동안 경지를 미미하게 높이면서 여러 독을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위력적이지만 조금 의아한 것이 바로 이 뇌광독향이었다.

‘마치, 마교도를 노리고 만든 것 같은……’

뇌를 미치게 만든다.

확실히 강력한 것 같지만, 약점이 조금 있었다.

‘오성이 뛰어나고 심법으로 정신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면 그다지 잘 통하지 않는다.

주로 심약하거냐 혹은 감정적이고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등 뇌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만 통하니……’

후자의 경우는 척 봐도 정신 이상자인 마도의 사람에 한했다.

‘아가씨께서는 혹시 그자를……’

* * *

마교의 군세 팔천 중 이천오백이 떨어져 나갔다.

이걸로 오천오백이 남자, 무림맹 수뇌는 환호성을 내뱉었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니요. 더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독봉, 당혜 덕에 한숨 돌리긴 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퇴군을 계속했다.

마교는 대략 이천오백을 잃었지만, 멈추기는커녕 속도를 더 박차 쫓았다.

“슬슬 올 때가 됐나?”

무림맹은 퇴군 도중에 도주만 택하지는 않았다.

뇌광독향처럼 여러 함정을 준비했다.

퇴로 중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길목이 있다.

좌측에는 깎아내린 듯이 생긴 절벽이 있고, 우측은 빼곡하게 자리 잡은 거목들이 즐비했다.

매복하기에는 알맞은 장소였다.

바보라도 여기에 적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는 안다.

천마와 천기의 통제하에 있는 병력 역시 눈에 훤히 보이는 건 놓치지 않는지 조금 주의하며 갔다.

그리고 약 반 시진을 달려 빠져나오려던 순간, 갑자기 공간이 구부러지면서 눈앞의 광경이 바뀌었다.

“뭐여!”

“으아앗!”

분명 우측은 숲이었는데, 좌측처럼 절벽이 됐다.그리고 발을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길이 좁아졌다.

이상한 건, 오천오백 명이나 지나는 길임에도 개개인이 한둘 밖에 지나지 못하는 곳으로 자각했다.

“됐어!”

“기문진이 성공했다!”

수풀 속에 숨어 있던 무림맹 무사들이 소리 죽이며 환호했다.

사전에 모사미봉의 명령을 따라, 깃발이나 그 외에 물체들을 지정된 곳에 배치해 기문진을 발동했다.

도중에 발각될 것 같아 보여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걸리지 않았다.

“하하하, 대체 몇 천 명이 걸려든것이냐?”

“제갈세가의 환영미라진! 실로 무섭구나!”

기문진법은 준비의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그래서 제갈수란은 사전에 대군을 움직이기 전, 퇴로에 사람을 미리 보내 환영미라진을 설치했다.

그 노력의 산물은 몹시 대단했다.

“자, 그럼 보고를…… 커헉!”

“케헥!”

“누, 누구…… 아악!”

기뻐하기도 잠시, 환영미라진의 설치와 보수 및 유지를 맡은 무림맹 소속 무사들은 습격을 받았다.

“완료.”

흑의인, 칠성사병이 기문진법을 박살 냈다.

무작정 부순 건 아니다.

기문진의 진정 무서운 점은, 잘못 건드리면 생문과 사문이 꼬인다는 점이다.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공격을 행한다고 해도, 기문진법에 무지하다면 상황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마교도는 이성보다 본능에 모든걸 맡기는 놈들이다.

뇌가 없어도, 매복할 만한 장소를 보면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판단해서, 경계심이 짙어지지.”

천기가 흥, 하고 코웃음 쳤다.

“아무리 기습에 효과적이라고 해도, 눈에 뻔한 곳에 함정을 준비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

매복지를 지나 길목이 끝날 무렵에 소수로 기문진을 설치해 둔 것은 나름 칭찬할만하지만…… 거기까지다.”

제갈수란의 전략은 결코 나쁘지 않다.

어차피 전면전도 아니고 시간을 끄는 용도였다.

이 정도면 준수했다.

그러나 그녀는 운이 안 좋았다.

만약, 외부에서 군사를 고용하지 않았더라면, 아니 천기만 아니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천기는 수를 읽었을 뿐만 아니라, 환영미라진의 위치나 파진법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설사 안다 해도 정확한 해체를 하려면 또 거기에서 시간이 걸리는데, 천기는 아무렇지 않게 넘겨 버렸다.

“실컷 발버둥 쳐 보거라 무림맹이여.

어차피 살 날 따위는 남지 않았을 테니……”

* * *

현세에 펼쳐진 지옥도.

뇌광독향을 살포하던 장소에는 이제 아무도 없었으나, 소수의 마교도는 여전히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들이 서로 엉켜서 미쳐 날뛰는도중, 언덕 위에 남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여기에서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무림맹이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아직 무사한 모양이구나.”

주서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따라잡았다.

‘그냥 지나갈 수는 없겠군.’

내버려 둬도 자멸할 것처럼 보이지만, 만약 이 중에서 누군가 이탈해 근처 마을에라도 가면 큰일이다.

급박한 상황이지만, 봐 버린 이상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애들아.”

“예.”

소령이 답했다.

그 뒤로 이십 명의 유령들이 보였다.

정보 수집이다 뭐다 하면서 여러 이유로 합류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자.”

“존명.”

주서천의 신형이 흐릿해졌다가, 지옥도 한가운데 나타났다.

그의 주변으로 유령들도 비수를 쥐었다.

소령의 피부 위로 문신이 시커먼 빛을 내뿜으며 나타났다.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성인 여인으로 자랐다.

“하하하핫!”

“죽어라, 죽어라!”

‘언제 봐도 정신이 나갔구나.’

전생이건 현생이건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역시 마도인들이었다.

혈교도 마교도 별반 다를 것 없었다.

“어디 보자…… 천을 조금 넘는 것 같군.”

주서천이 검을 힘껏 내질렀다.

콰르릉!

우레가 치는 듯한 굉음.

‘위이잉’ 하고 맹렬하게 회전하는 강기가 앞으로 쏘아졌다.

자하개벽이다.

화려하게 빛나는 자색은 없었다.

무형강기다.

남이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의 내공양이었다.

쏘아진 검은 곧바로 부채꼴 형태로 넓게 퍼진다.

제이식인 화우선형이었다.

“카악!”

“으아악!”

마교도 수십 명이 비명을 내지르면서 나가떨어졌다.

서로 뒤섞여 있는 덕에 피해가 컸다.

근방의 마교도는 싸우는 와중에 목이나 심장이 찔려, 컥컥거리다가 쓰러졌다.

마교도의 숫자는 빠른 속도로 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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