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十章 (155/254)

심지어 문무현금을 품에 안고 날았다.

소류금은 천잠사로 된 줄을 튕겼다.

콰아아아아.

검이나 도라면 무형강기를 써도 보이긴 보인다.

그러나 소리에 형태가 어디 있겠는가.

설사 보인다 할지라도 음속이니 듣는 것만으로 결과가 나온다.

삼 층에서 밖으로 나가떨어졌던 공격이 후폭풍으로 몰아친다.

거대한 음압(音壓)이 위에서부터 내려왔다.

주서천은 소류금이 줄을 튕기는 걸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호신강기를 겹겹이 싸서 온몸을 보호했다.

쾅!

어찌어찌 막아 내는 데 성공했지만간단하지는 않았다.

무형강기로 된 막이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착지를 위해서 균형을 잡았는데 무의미했다.

위에서 짓누른 음압을 받아들이며 아래로 떨어진다.

쿠아앙!

“꺄아악!”

“으악!”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근처를 지나던 행인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주서천이 떨어진 곳에 사람 모양으로 구멍이 생겼다.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밑바닥에서 바위가 솟았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거미줄이 그어진 것처럼 균열이 갔다.

음신, 소류금이 조금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보았느냐, 무림이여. 이것이 음공……”

“아래로 처박히는 게 좋은 기분은 아니네.”

주서천이 벌떡 일어났다.

“……”

깊숙이 파인 구덩이에서 주서천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 나오자, 소류금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동공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처럼 흔들렸다.

“어떻…… 게……?”

소류금의 음파는 그냥 음파가 아니다.

검수가 검에 강기를 싣는 것처럼, 소류금 역시 소리에 강기를 싣는다.

현경의 성취를 이루기 전에는 빛깔이 좀 들긴 했지만, 그 위의 단계로 오르자마자 무형강기를 응용했다.

설사 막았다 할지라도, 조금이라도 다쳤어야 한다.

그런데 그 어떤 생채기 하나 없었다.

“좀 아프더라.”

주서천이 옷을 두드리며 흙먼지를 털었다.

‘휴.’

조금 위험하기는 했다.

이번 음파에 실린 공력이 크기는 했다.

그래서 호신강기도 보다 겹겹이 쌓았다.

마지막에 대부분 부서졌지만, 방어 무공 덕분에 살았다.

철포삼(鐵布杉). 맹강에게서 획득한 외공이다.

“누, 누구야?”

“소음문주다! 음신이야!”

남창에서 소류금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소류금이 얼굴을 보이는 걸 즐겨서가 아니다.

도리어 그는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소류금을 단번에 알아보는 이유는 남녀 할 것 없이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그 빼어난 미모 때문이었다.

“그러면 저자는 누구지?”

“음신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다니……”

사람들은 방금 전 광경을 잊지 않았다.

등왕각에서 굉음이 터지더니, 삼 층에서 둘이 떨어졌다.

그중 뒤늦게 내려온 자가 공격을 퍼부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뒤늦게 소류금을 알아보고 경악했다.

“궁귀검수요!”

사람들이 혼란스러 워하는 와중, 등왕각 정문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먼지투성이가 된 김팔이었다.

“대혀어어어어어어어영!”

김팔이 제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울듯이 외쳤다.

“허……”

주서천이 감탄했다.

하마터면 잃어버린 동생이 있었는데, 기억 상실에 걸려 그 사실만 잊어버린 줄 알고 넘어갈 뻔했다.

김팔의 글썽이는 눈, 그리고 재회의 기쁨과 슬품으로 젖은 목소리는 사람의 가슴을 절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저분이 사도의 영웅, 궁귀검수요!

이 김팔의 형님되는 사람입니다!”

“대형!”

“대형!”

김팔의 여덟 동생이 뒤따라 나와 무릎을 꿇었다.

‘궁귀검수가 지면 우리도 죽는다.’

김팔은 침을 꿀꺽 삼키며 덜덜 떨었다.

설마하니 동업자가 정말 궁귀검수일 줄은 몰랐다.

궁귀검수가 음신에게 삼 층으로 불림을 받은 뒤에도 등왕각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정말로 동생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등왕가에서 소란을 일으킨 죄로 소음문에게 척살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일 층으로 내려오면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부탁하려고 대기하는 중이었다.

한데 이게 웬일.

갑자기 삼 층에서 굉음이 터지더니 궁귀검수가 바닥에 패대기 쳐졌다.

곧바로 소류금이 내려온 걸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음신이 궁귀검수와 척을 졌다. 저놈이 죽으면 음신이 날 가만두지 않을 거다.’

음신은 한번 화가 나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성격이 어찌나 더러운지, 화가 난 것에 관련된 건 전부 죽이거나 박살내지 않으면 진정하지 않는다.

사도천주도 성격이 안 좋지만, 음신은 더 안 좋다.

“궁귀검수? 그 사도의 영웅 말인가?”

“그런데 활 없는데?”

몰려온 구경꾼들이 수군거렸다.

“대형! 여기 있습니다!”

김팔이 기다렸다는 듯이 활과 화살통을 던졌다.

주서천이 소류금과 삼 층으로 올라간 사이, 주변의 대장간에 들러 구해왔다.

‘저건 뭐하는 새끼지?’

주서천이 활과 화살을 받아 들며 의아했다.

“주워라.”

김팔의 걱정과 다르게, 소류금은 그들을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주서천만 보였다.

“궁신의 전인이 아닌가? 설마 거짓은 아니겠지?”

“아니. 거짓말은 안 했다.”

주서천이 활 대신 검을 들었다.

“그런데 궁이 주무기라고는 안 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상천칠좌를 상대로 오성밖에 되지 않는 일월신궁을 선택하는 건 자살행위다.

그 대신 검을 들었다.

“결…… 국은……!”

소류금의 이마 위로 퍼런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

손동에는 힘줄이 도드라졌다.

어찌나 화가 났는지 그 몸에서 흘러나오는 살기에 주변인들이 굳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공포에 짓눌린 정도지만, 무림인들은 그 내포된 살기의 수준을 깨닫고 창백해졌다.

“네놈도 똑같은 놈이냐!”

이번에는 소음후를 쓰지 않았다.

그냥 고함이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바보 같았다! 날 능멸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소류금이 제자리에 앉았다.

무릎 위에 문무현금을 올려 뒀다.

“음신, 이 소류금의 전부를 보여주겠다.”

‘심상구현인가!’

현경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것. 심상구현.

그러나 그게 어떨 것일지는 예상할 수 있었다.

“소리(音)다.”

소류금의 미성이 파도가 되어 주변을 슥 훑었다.

“아……!”

귀를 간들거리는 목소리에 누군가가 감탄을 흘렸다.

“아!”

누군가는 무림인이 아니었다.

구경꾼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누군가의 감탄음은 수십 배 증폭되어 대기를 찢어 버렸다.

“으악!”

옆에 있던 사람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비명 역시 감탄음처럼 수십 배 증폭됐다.

사람을 혼절시키는 양의 음파가 터져 나왔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주변인들이 그에 반응하여 비명을 지르자, 전염되듯이 수십 배의 음파가 나왔다.

‘과연, 이런 거였나……!’

음신답게 평생을 정립한 심상은 소리며 음파였다.

음공은 소리를 매개로 하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이 낸 소리에 해당된다.

누군가 낸 목소리를 무공의 소리로 삼는 건 불가능했다.

설사 극의를 이뤄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소류금은 가능했다.

사람의 한계를 넘어서 그 의지로 하나의 법칙을 만들어내고 적용시키는 것이 심상구현의 능력이었다.

‘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여러 사람에서 나온다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위력이었다.

실제로 내공이 급속도로 소모된다.

그 속도가 기하급수적이라 일 갑자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주서천 정도 되는 내가고수가 아니었더라면 진작 고막은 물론이고 뇌수까지 터져 버렸을지 모른다.

‘그런데 왜 다들 괜찮은 거지?’

주변을 둘러보니 계속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진작 터져 나가 죽었어야 했다.

‘아, 과연!’

소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전달의 차단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별호에 신(神)이 있을 만했다.

‘미안하지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주서천이 몸을 움직였다.

평소 같다면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겠지만, 발아래에서부터 나오는 소리가 공격해 올까 봐 못했다.

그 대신 땅을 밀듯이 뛰어들어서 소류금을 정면으로 보고 덤벼들었다.

“기다렸다!”

소류금의 손가락이 문무현금의 줄을 눌렀다가 떨어뜨린다.

천잠사로 된 줄이 튕기면서 음파를 토해 냈다.

소리가 겹쳐지고 뭉친다.

음신의 손길에 따라 움직였다.

탕 한 번. 팅탕 두 번.

고작 두 번임에도 뽑혀 나온 음파의 수는 셀 수가 없다.

만약 볼 수 있다면 앞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소류금은 세월에 따라 쌓아온 내공을 전부 털었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공력으로 전환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그저 감정이 고양됐다.

상천칠좌 정도 되는 절대고수답지 않았다.

마지 어린아이가 노력을 인정해 달라는 것처럼 외쳤다.

문무현금이라는 천고의 매질(媒質)을 연주한다.

사실, 연주라기에는 미묘했다.

고작 줄 두 개를 힘껏 튕긴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운율을 느꼈다.

부드럽지는 않았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격한 소리였다.

콰아아아!

소리가 나오다가 묻혔다.

또다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한계를 넘었을지 모른다.

사람의 마음만으로 만들어낸 힘이었다.

그 힘은 물리력을 형성하여 물체의 파괴에 나섰다.

포처럼 쏘아진 음파의 덩어리가 덮쳐 왔다.

“……뭐?”

소류금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말…… 돼……”

팅.

소류금이 줄을 튕겨 음파를 쏘아냈다.

“말도 안 돼!”

음신이 절규하듯 외쳤다.

그 미성은 불신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더 이상 듣기 좋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음파의 파도.

그 파도에 덮쳐졌을 주서천이 조금씩 전진하며 다가왔다.

북부욱.

음파가 지나갈 때마다 옷이 찢어졌다.

피부 위에 시뻘건 선이 그어지며 핏줄기가 튀었다.

심지어 피부를 갉아, 그 안의 뼈까지 드러냈다.

쨍! 째째쟁!

무식하게 몸을 내세워 막아내는 건 아니다.

무형강기로 된 호신강기가 펼쳐져 있기는 했다.

그러나 겹겹이 쌓인 강기의 막조차 오래 버텨 내지 못했다.

음파에 정통으로 맞으면 처참히 박살 났다.

만들어내고 부수는 걸 반복.

그사이에 음파는 매서운 칼날이 되어 궁귀검수의 육신을 찢어발긴다.

“아아아아!”

입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

소음후가 조금씩 거리를 좁혀 오는 괴물을 날려 버리기 위해서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주서천은 멈추지 않는다.

물러서지 않는다.

잠깐 주춤이고, 허리가 뒤로 꺾였지만 상관없었다.

아무리 현경이라도 버텨 낼 수 없는 수준의 공격이다.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이 음파를 내뱉었다.

그 사이에서 정면으로 음파의 파도를 수십 차례나 넘게 맞았는데도, 몸이 엉망진창이 되면서도 걸어왔다.

“왜……”

주서천은 똑바로 걸었다.

우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조차도 음파로 변형됐다.

자기 목소리가 검이 되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잘 지내는 와중에 웬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 평생을 쌓아 올린 걸 막아 내니 이상한가?”

소류금의 일상은 연주로 시작한다.

암천회나 소음문주로서 일이 바빠도 빠뜨리지 않았다.

언제나 같은 하루였다. 평소처럼 평화였다.

그런데 땅에서 솟은 것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행방이 묘연했던 궁귀검수가 갑작스레 나타났다.

“나도 그래.”

주서천이 철검을 들었다.

째재쟁!

결국 철검이 버텨 내지 못했다.

또 수십 조각으로 나뉘면서 공중으로 비산했다.

검편이 살에 박히자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앞으로 가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주먹을 꽉 쥐고, 피를 흘리면서 정면을 똑바로 보고 걸었다.

“수십, 수백 년 이상 동안 내려온 각자의 이념을 쥐고 싸우는 도중에 들어 보지도 못한 암천회란 것들이 나타나서는, 전부 뒤집어 놨지. 집에서 잘 지내는데 현경의 고수가 갑자기 튀어나온 거랑 비슷하지?”

암천회가 나타났을 때, 꿈인 줄 알았다.

기분 나쁜 악몽.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봤다.

일상이 파괴되는 모습을.

“무림 뒤에 숨어서 암약을 꾸몄던 이면이 있던 것처럼.

나 역시, 무림 뒤에 숨어 너희를 지켜봤다.”

어차피 사방팔방으로 음파가 겹쳐 부딪치면서 대기를 찢어발기느라 자신의 목소리는 금세 묻혔다.

들을 수 있는 건 오직 음신 소류금뿐이었다.

“그게 얼마나 황당한 기분인지, 지금 잘 알려 줄게.”

이윽고 주서천이 소류금의 앞에 도착했다.

“웃기……”

퍼억!

소리였다.

주먹이 턱 밑에서부터 꽂히는 소리였다.

소류금이 눈을 부릅떴다.

누군가에게 맞아본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랫니가 윗니와 부딪치며 부러졌다.

그 이가 소리를 음파로 만들어, 토해 내듯 소음후를 쓰려 했다.

쐐애액!

그러나 그 전에 주서천의 손이 소류금의 목덜미를 낚아챈다.

팔을 뻗은 순간에도 음파로 살이 찢겨져 나갔다.

“그래도, 너희가 한 것처럼 누가 널 때렸는지는 알려 줘야겠지?”

주서천은 빈손으로 입을 가려 입모양을 숨겼다.

“화산파.”

소류금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진다.

“주서천.”

소리가 들렸다.

주먹이 머리를 박살 내는 소리가.

퍼억, 하고, 들렸다.

무림이 또다시 출렁였다.

충격의 파도가 무림인들을 덮쳤다.

“상천칠좌가 상천육좌로 줄었다.”

“소음문주가 죽었다.”

바로 사도의 절대고수, 소류금의 사망 소식이었다.

무림사에서 이 정도의 격동기는 없었다.

몇 달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절대고수가 또 죽었다.

정파 무림을 구경하며 정복할 날만 기다리던 사도 무림 입장에선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비록 그 절대고수의 무공이 음공이기는 했으나, 그래도 수많은 무인들의 정점이었다.

안 그래도 고수가 적고 하수뿐인 사도 무림 입장에선 크나큰 타격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무림인들은 등왕각이 있는 남창에 주목했다.

각 세력에서 어떻게 된 것인지 조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이름을 듣게 된다.

“궁귀검수가 돌아왔다!”

“궁귀검수가 음신을 죽였다!”

사도 영웅 궁귀검수.

사문분란에 등장해 사도천주 측에서서 사파의 무사들을 이끌고, 반란을 진압한 주요 인물이었다.

그 활약 덕인지, 아니면 정파의 영웅의 등장에 반발을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사도의 영웅이라 불린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그 궁귀검수가 남창의 등왕각에서 나타나 음신과 정면 승부에 승리를 거머쥔다.

“궁귀검수와 음신이 왜 싸운 거지?”

“음신이 죽으니 말하는 건데, 그놈 원래 성격 더럽기로 소문나 있지 않나.”

“하긴, 그의 손에 머리가 터져 죽은 사람이 몇 명인가.”

무림 인들은 왜 싸웠나 주목했다가, 금세 수긍했다.

음신의 성격이 워낙 지랄 맞고 소리에 특히 민감해서 조금만 소란을 떨어도 죽이려고 눈에 불을 켰다.

아마 그 일로 시비가 붙어서 싸운 것이라 추측했다.

“도대체 어떻게 죽인 거지?”

“대단하군.”

음공이 차별받아도 상천칠좌는 상천칠좌다.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괴물.

그 괴물과 단신으로 붙었다니 화제가 됐다.

이에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무림인을 비롯한 구경꾼들이 흥분한 듯 각자 본 것을 말했다.

“크으으, 사파의 영웅이야. 음신이 힘만 믿고 개지랄 떤 걸 처벌하러 하늘이 내리시지 않았나?”

“그래. 첫 등장에도 허공답보로 내려왔지?”

바닥에 처박혔다.

“뭐? 그다음에 어떻게 됐냐고? 커흐흠.

이 궁귀검수의 동생 김팔 님께서 또 말해 줘야겠구나.

아, 글쎄. 맡기신 ‘소중한 활’을 가져다 드리니, 대형께서 ‘굳이 이걸 쓸 필요도 없다.’ 라면서 거절하시더라고.”

“뭣? 그게 정말이냐?”

“소문에 의하면 궁귀검수가 그 전설의 궁신의 전인이라지 않았나?”

“그러면 활을 안 쓰고 음신 그 괴물을 죽인 거야?”

도중에 궁신이라는 이름은 언제 또 들었는지, 강호 무림에 일월신궁이 등장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후! 다들 귀 파고 잘 들어라.

이제부터 입이 쩍 벌어지는 이야기를해 주마.”

“소류금이 대형을 보더니만,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아니, 내 천하무적지존 음파공에 상처 하나 없다니!’ 라고 외치더라.”

“……소음문주의 독문무공은 음파진공(音波振功)이 아닌가?”

“어흐흠! 여하튼 대형께서 이 다섯째에게 좀만 기다려라. 금방 끝내고 오겠다.’라고 하시더니 음신에게 걸어 가시더라. 한 발자국 움직일 때마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더라고!”

소문에 살이 붙었다.

좀 많이 과하게 붙었다.

“나는 아직 그 광경이 잊혀지지가 않아. 음신이 문무현금의 줄을 튕기더니, 막 주변 사람들이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호로로로! 하고 비명을 지르더라!”

“정말로 ‘호로로로’라고 했냐?”

“아, 어쨌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나!

남창 사람들은 순간 귀가 찢어질 정도로 소리가 나서 괴로워했는데, 그때 바로! 대형이 외치셨지.”

“뭐라고?”

“궁귀검수 가라사대, 전부 닥쳐라!

이러니 진짜 신기하게도, 막 귀가 멍해진 것처럼……”

무림인들은 헛소문이라며 웃어 넘겼지만, 남창 사람들은 달랐다.

당시 그들은 전부 그 이상을 겪었다.

소음문의 무공이나 혹은 음신의 무공을 알고 있는 무인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신이 소리를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건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한데 그 소리를 버텨낸 것도 모자라 깨끗이 지워 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호의 소문이 과장이 심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무림인들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비슷한 과정이 없었더라면 궁귀검수는 음신에게 단신으로 이기는 게 불가능했을 테니까.

“생각해 보면 상천육좌로 줄어들 필요가 있나?”

“어째서?”

“궁귀검수가 뭐 합공을 한 것도 아니고,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긴 것이라면, 그 역시 상천이 아닌가.”

“아! 과연!”

근 몇십 년 동안 상천십좌 수준의 절대고수들이 부딪치는 일이 워낙 없다 보니 반응이 좀 느렸다.

음신의 빈자리를 궁귀검수가 채우는 과정에서 별호가 바뀌었는데 제법 골머리를 썩였다.

궁신의 전인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정작 활을 잘 쓰지 않는다.

음신과의 대결에선 소지도 안 했다.

검을 잘 쓰는 듯한데, 어째서인지 음신과의 대결에 검도 사용하지 않았다.

활과 달리 도중에 파괴된 것이지만, 그래도 한 번도 쓰이지 않아서 애매했다.

이름 짓기 좋아하는 강호인들은 이별호를 위해 사흘 밤낮을 지새우다가 음신의 일화를 참조해 지었다.

“패신군(覇神君).”

일화에 따르면 그 음신의 전력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물러서지 않고 전진해 머리를 박살 냈다고 한다.

그 광경이 너무나도 강렬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되어 패신군이라 불렸다.

정작 뼛 속까지 화산파를 사랑하는 주서천은 비록 가짜 신분이지만 이 별호를 듣고 뜨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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