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九章 (130/254)

“비켜라!“

지운보가 맨 앞으로 달려 나갔다.

“활강시 따위, 내 상대는 되지 않는다!”

지운보가 기합을 내뱉으며 검을 들었다.

검극에서 푸르스름한 아지랑이가 넘실거리더니, 강기로 굳혀졌다.

서걱!

강시의 몸은 단단하다.

검기도 잘 안 먹힌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검기’이다.

무엇이든지 벨 수 있다는 강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죽어랏!”

지운보의 복마검이 강시를 덮쳤다.

한편, 활약하는 건 공동파만이 아니었다.

그 외의 이천삼백의 무인들도 혈교도와 목숨을 걸고 싸웠다.

병력은 둘로 나뉘었다.

항산파는 공동파를 보조했고, 화산파와 종남파는 무림맹과 감숙의 정파 연합을 도와서 싸웠다.

“후웁!”

주서천이 숨을 참았다가 검을 화려하게 휘둘렀다.

이십사수가 이어질 때마다 혈교도들은 피를 흩뿌리면서 쓰러져 갔다.

그중에선 강시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상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누군가 죽으면 그 자리에서 강시로 부활하긴 했으나, 그렇게 강한 건 아니라 위협적이진 않았다.

‘어째서 이렇게 쉬운 거지?’

수월해도 너무 수월하다.

정파의 정예들이 모여 있으니 강한 건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름 모를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하앗!”

옆에서 구풍의 기합이 들려왔다.

그 뒤로 화산파의 검수들이 화려한 검놀림으로 혈교도를 죽여 갔다.

은하노사가 이끄는 종남파의 무력도 보통이 아니었고, 난주 지부장 두종은 그 외의 병력을 지휘했다.

‘혈마는 어디 있고?’

분명, 들은 바에 의하면 혈마가 선발대에서 앞장서고 있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전장이 대격돌하며 복잡해져 잠깐 안 보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혈마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양동인가?’

혹시 하는 마음으로 후위를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안력에 힘을 불어 넣어 시력을 일시적으로 높인 다음 주변을 둘러봐도 마찬가지였다.

“와아아아!”

“밀어붙여라!”

“공동파를 따르자!”

분명 전장이 시작하기 전만 해도 사기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혈마라는 이름에 겁먹은 모습이었다.

그동안 보여 준 주춤거리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그들은 한껏 흥분한 기색으로 손에 쥔 병장기를 휘두르면서 강시와 혈교도를 물리쳤다.

그리고 이각 정도 흐르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혈교의 군세가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혈교도가 도망친다!”

“역시 오합지졸밖에 없구나!”

“흥, 정파의 영웅? 역시 순 겁쟁이였군!”

공동파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방금 이 격돌로 삼백여 명 정도가 목숨을 잃고 강시가 됐지만, 전혀 문제없었다.

전부 순탄하게 처리했다.

“복마검이 활강시를 죽였다!”

“과연, 복마의 이름이로다!”

“복마검을 따르라!”

무림맹 소속 무사들이 환호했다.

활강시는 웬만한 검기를 당해도 큰 부상을 입지 않아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최전선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그 활강시를 아무렇지 않게 처리한 다음 혈교도를 멸하고 있으니 사기가 오르는 건 당연지사였다.

분위기가 좋게 끓어올랐다.

“이때다! 전부 진격해라!”

두종이 흐름을 타며 환하게 웃었다.

지휘봉을 대신한 검에 따라, 정파의 병력이 앞으로 전진했다.

그중에서도 공동파는 쐐기 진형으로 돌진하여 혈교도 한가운데를 향해 진군했다.

“혈마는 어디냐! 겁먹지 말고 나와라!”

지운보가 호기롭게 외쳤다.

‘아차!’

주서천이 뒤늦게 무언가를 눈치챘다.

“안 돼! 함정이다! 포위할 생각이다!”

급한 나머지 경칭까지 생략했다.

그래도 목소리에 내공을 잔뜩 불어넣어 전장에 울려 퍼지게 했다.

“포위당한들 어차피 우리의 손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터인데, 뭔 걱정이냐? 하하하!”

지운보의 웃음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대가리가 있다면 생각이란 걸 해보란 말이다!”

주서천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삐익!

어두운 갈색의 날개가 수평을 그었다.

종종 날갯짓을 할 때 힘차게 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독수리의 먹이를 노리는 눈동자에 전황이 비춰졌다.

공동파가 쐐기 진형으로 앞을 가로막는 자를 베었고, 그 검에 혈교도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그 덕에 막힘없이 중앙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무림맹이 순간 둘로 나뉘었으나, 두종이 병력을 이끌고 황급히 공동의 무리를 따라가 이동하려 했다.

“멈춰라! 함정! 함정이다!”

“함정이다!”

주서천이 배에 힘을 주고 필사적으로 외쳤다.

소림사의 사자후에 비견 될 정도의 크기였다.

난장판인 전장임에도 불구하고, 그 외침은 산에 울리는 메아리처럼 울려 정파인들의 고막을 찔렀다.

“정지! 정지!”

방금 전까지 돌격을 외치던 두종이 외침에 화들짝 놀랐다.

심후한 공력이 담긴 외침에 잠시 겁을 먹은 것일까, 자기도 모르게 정지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게 웬 방해란 말이냐!’

두종은 몹시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고개를 홱 돌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따지려는 순간, 그 불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안도로 변했다.

“으아악!”

“밑이다! 땅 밑에 뭐가 있다!”

콰드득!

크고 작은 자갈들이 위로 튀었다.

지면이 갈라지더니만, 그 안에서 모래투성이인 손이 치솟아 올랐다.

사람인지 강시인지도 모를 손들이 앞만 보고 돌진하던 공동파의 무인들의 발목을 잡았다.

“억!”

“크악!”

그들은 넘어져서 코가 깨지거나, 혹은 내공의 운용에 문제가 생겨 내상을 입고 피를 토하기도 했다.

“강시인가! 강시를 땅 밑에 숨겨 두었구나!”

지운보가 지면을 굴려 발목을 잡은 손을 튕겨 내곤, 검극으로 지면을 찔렀다.

푸욱!

암석이라고 생각한 딱딱한 무언가가 갈라지면서 피가 흘러나왔다.

모래와 뒤섞여 검은색에 가까웠다.

투두두둑!

그사이에 지면에 숨어 있던 강시들이 튀어나왔다.

수백 마리씩이나 되어, 하나의 경계선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공동파의 손에 목숨을 잃었던 혈교도가 강시로 부활해 합류했다.

주서천이 경고한 대로였다.

공동파가 함정에 빠졌다.

바로 뒤에서 보조하던 항산파도 마찬가지 였다.

“진형을 바꿔라!”

지운보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움직임이 자유로운 무인들이 원형을 만들어 수비 진형을 만들었으나, 완벽하게 포위당했다.

유일한 출입구였던 길은, 지면에서 솟아난 강시들로 인해 막혔다.

“같잖은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당황시킬 생각이었느냐? 헛고생이다!”

지운보는 코웃음을 치며 눈앞의 강시의 목을 베었다.

성격이나 인성은 몰라도, 천하백대고수는 어디 안 간다.

무공이나 지휘 등은 우수했다.

“복마검 공의 말대로니라! 항산의 제자들은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여라!”

수경 역시 매한가지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공동파와 항산파의 제자들을 안심시키는 힘을 지녔다.

괜히 각 문파에서 정예라고 보낸 게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실력만큼은 괜찮았다.

그러나 그들의 실수는 오만한 태도였다.

적을 너무나도 우습게 본 게 흠이었다.

“어?”

공동파의 제자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눈동자에 비춰지는 건 하늘이었다.

푸화아악!

모래로 된 바닥이 꺼졌다.

그 위로 모래가 폭포처럼 치솟더니만, 손이 위로 올라왔다.

처음처럼 발목을 잡아 넘어지려는 건 줄 알았으나, 전혀 달랐다.

그 손은 공동파 제자의 다리를 붙잡은 채로 마치 물귀신처럼 지면의 아래로 끌어 내렸다.

“악!”

마치 개미지옥에 빠진 것처럼 몸이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공동파 제자는 공포를 느꼈다.

퍼억!

그러나 빨려 들어가는 구멍이 좁디 좁았다.

사람의 몸집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크기였다.

정체불명의 손에 잡힌 제자가 순간 안도의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이내 그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면서 입에서 참혹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아아악! 사, 살려어어……!”

우드득.

뼈가 부러졌다. 근육이 압축됐다.

구멍의 입구에 위치한 암석들 사이로 뼈와 살이 껴 버렸다.

원래라면 여기에서 막혀 들어가지 못해야 한다.

그러나 아래에서 정체불명의 힘이 그 몸을 끌어냈다.

끝내 억지로 껴있던 그 몸은 마치 떡처럼 찌부러지더니만, 구멍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 이게 무슨……!”

수경의 입에서 경악 어린 비명이 흘러나왔다.

도저히 눈으로 볼 수 없는 끔찍한 광경에 시선을 돌렸다.

“꺄아아악!”

“아악!”

“사, 살려 줘!”

“아파아!”

공동파의 제자가 시작이었다.

그 뒤로 여기저기서 비명이 찢어지도록 터져 나왔다.

영문도 모를 손이 튀어나와 그 몸을 잡아 끌어내, 지옥으로 데려가듯 땅속으로 흡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위로 검붉은 핏물이 새어 나오자, 근처에 있던 무인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허어! 이 무슨!”

은하노사가 참혹한 광경에 탄식을 금치 못했다.

“이,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난주 지부장, 두종이 발걸음을 멈춘 채 입을 벙긋벙긋 움직이며 경악에 가득 찬 얼굴로 몸을 떨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피부 위로 닭살이 돋았다.

‘만약, 매화정검의 경고를 무시했다면?’

영문도 모른 채 땅 밑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린 두종은 몸서리치며 두려워했다.

천하백대고수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초절정에 가까운 고수도 얼게 만들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도대체 저게 뭔 사술이란 말인가!”

누군가가 묻듯이 외쳤다.

반으로 나눈 병력은 감히 전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덤벼 오는 혈교도만 간간이 처리할 뿐이었다.

“땅 밑에서 사는 강시라도 있는 건가?”

구풍이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발목만 잡는 것은 강시입니다만, 땅 밑으로 끌어 내리는 것은 마인들입니다.”

좌중의 시선이 주서천에게로 향했다.

“이보게, 매화정검. 저것에 대해 알고 있는가?”

“예. 언마공(麗魔功)일 겁니다.”

주서천이 은하노사의 물음에 답했다.

“언마공?”

“두더지처럼 땅 밑을 자유로이 다닐 수 있게 해 주며, 손이 동물의 발톱처럼 발달되었습니다. 그 괴력이 보통이 아닌지라, 기습을 당하면 순간적인 힘으로 손쉽게 당해 버립니다.”

친절하게 설명하는 사이에도 혈교도는 끊임없이 덤벼들었다.

검으로 전부 베어 나가며 앞으로 전진했다.

“앞뒤로 포위를 당하고, 밑에서부터는 언마들이 덮쳐 옵니다. 이대로 두었다간 큰 사달이 날 터이니, 퇴로를 다시 만들어 도와야 합니다!”

정파인들이 참혹한 광경에 어찌할 줄 몰랐으나, 주서천은 겁먹지 않고 구출을 위해서 앞으로 나섰다.

은하노사는 그런 주서천의 등을 보고 감탄했다.

‘이성이 마비되어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이는 혈교도들이 이런 전술을 펼친 것도 놀랍지만, 전부 간파하고 경고한 그도 대단하구나. 해괴한 마공이로군.’

이 자리의 무림인들 중에서도 대선배에 속하는 은하노사조차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모르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언마공이 창안된 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강시의 제조에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는 산 자를 땅 밑에 묻어 천천히 강시로 만드는 것이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본 혈교의 마인이 우연히 깨달음을 얻으면서 언마공을 창안한다.

이후 혈마는 언마공을 중점으로 특수한 부대를 창설하였고, 그 힘은 미래에서도 악명을 떨치게 됐다.

‘언제 덮칠지 모르는 두더지 새끼들.’

주서천이 옛 기억을 떠올리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혈교의 언마대!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우치게 해준 이들이었다.

전란으로 인해 언마대가 전멸한 뒤로 땅 밑에서 덮쳐 오는 건 멈췄으나, 한동안은 안심할 수 없었었다.

“어찌 상대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는가?”

은하노사가 물으면서도 혈교도를 처리하는 데 힘썼다.

엄지와 중지를 튕겨 내자, 손가락에 맺힌 기가 별똥별이 지나간 것처럼 빛의 궤적을 남겼다.

퍼억!

종남의 온하적성지(銀河摘星指)였다.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혈교도와 강시들의 머리에 바람구멍이 났다.

“우선, 경계를 위해서 기감을 개방하여 땅 밑을 경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서천이 운기의 방향을 바꿨다.

여섯 번째 감각이 활성화하면서 반경 삼 장 이내를 훔쳐 봤다.

언마공에 대해서 전부를 아는 건 아니나, 지맥을 통해 이동하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러니 차라리 땅 밑에 흐르는 기의 흐름을 확인해 보는 것이 나았다.

고립된 공동파와 항산파를 도우려고 가까이 가자, 앞을 가로막는 혈교도 아래에 한두 명이 잡혔다.

“걸리적거린다!”

주서천이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직진했다.

손에 쥔 검이 화려하게 휘둘러지며 검기를 발산했다.

허공으로 흩어진 검기 다발이 주변의 혈교도에 검상을 남기며 피를 흩뿌렸다.

“내공에 여유가 있다면 운기를 용천혈로 돌려, 조금씩 분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지맥에 영향을 가게 만들어 언마들의 이동을 방해합니다!”

주서천이 주변에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키웠다.

고함 정도는 아니었으나, 내력 때문인지 크게 들렸다.

“그러면 나오는 반응은 둘입니다! 멈추거나!”

파스슷!

고함치는 사이에 땅 밑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용천혈, 발바닥에서 내기를 분출해 지맥으로 보내면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만, 꼼짝 못 하게 하는 건 아니다.

바로 밑이 아닌 이상에야 돌아서 왔다.

그렇지 않아도 근처의 언마가 지맥의 방해물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 다른 지맥을 타고 다가왔다.

“아니면, 덤벼 오거나!”

주서천이 말과 동시에 발을 굴렀다.

단순히 땅바닥을 툭툭 친 게 아니다.

천근추의 수법을 실어 무게를 높였다.

쿠아앙!

용천혈으로부터 내기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 충격이 고스란히 지반 전체에 퍼졌다.

지맥이 부서지면서 엉망이 됐다.

그 아래에 있던 암석도 부딪쳤다.

그리고 방금 막 손을 올리려던 언마의 손이 부서졌다.

손가락뼈가 엇나가고, 근육이 짓뭉개졌다.

“순간을 잘 노리고, 마무리까지 빠뜨리지 마십시오!”

주서천이 손목을 튕겨 검을 역수로 쥔 뒤, 힘껏 내리질렀다.

검극이 지반을 꿰뚫고 언마를 찔렀다.

“참 쉽죠? 이렇게 해서 아군을 구합시다!”

정면에서 적들의 공격이 날아왔지만,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 냈다.

그러곤 지반에서 검을 뽑아, 사방팔방으로 휘둘러 피 안개를 만들어 냈다.

“……”

뒤편에서 그 광경을 보던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싸우게 되면 감각이 예리해지게 되니 기감의 활성화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땅 밑의 적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순간을 노려 반격하는 건 힘들다.

집중해도 부족한데 주변 적의 공격을 신경 쓰면서 싸우라니, 최소 초절정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은하노사나 구풍, 두종 등은 어찌어찌 따라 했지만, 그 외의 무사들은 겨우겨우 해냈다.

다행히도 언마 대부분이 공동파와 향산파 한가운데 집결해 있어, 고수들이 맡으면 됐다.

‘좋아! 생각보다 약하다!’

전생에선 고전을 넘어서 막는 데 급급했지만 현생에선 달랐다.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손쉽게 돌파하여 위험에 빠진 아군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슈우우웃!

바람을 가르는 소리였다. 몹시 매서웠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섬뜩한 바람이 대기를 가르고 날아왔다.

주서천은 몸을 눕듯 허리를 꺾은 다음, 눈동자만 굴렸다.

‘언월도?’

상반신을 노린 건 한 자루의 언월도였다.

그 주인이 누군가 확인해 봤지만 모르는 얼굴이었다.

낯빛에 혈색이 약간 감돌았는데 , 눈빛은 죽어 있어 사람인지 강시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월아천문주!”

누군가가 그 정체를 알아보고 외쳤다.

‘유효풍!’

주서천이 허리를 비틀었다. 살과 근육이 접힌다.

회전을 담아 제자리에서 허리만 돌렸다.

손에 쥐고 있던 검 역시 허리에 따라 반원을 그렸다.

언월도의 길이 탓에 몸을 공격하진 못했지만, 그 대신 무기를 쥐고 있는 손목을 노렸다.

까앙!

‘검을 튕겨 내?’

주서천이 눈을 부릅떴다.

유효풍은 외공의 고수가 아니다.

그러면 답은 한 가지뿐이었다.

‘제기랄! 화경의 고수를 강시로 만들었다!’

생전에 고수인 무인이 강시가 되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특히 그 경지가 화경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혈마 정도 되는 강시술사가 화경의 고수를 일반적인 사강시로 만들었을 리는 없을 터.

그 증거로 유효풍은 사강시가 보일 수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휘익!

손목을 틀어 칼자루를 뒤집는다.

빈 곳을 향했던 칼날이 방향을 바꿔 반대에 있는 주서천을 노렸다.

쐐액!

언월도가 빛줄기를 남기면서 수평으로 그어졌다.

그러나 완전한 수평은 아니었다.

중간에 방향을 획 꺾더니, 눕듯이 허리를 젖힌 주서천의 몸을 가르기 위해서 직각으로 휘둘러졌다.

“흣!”

주서천도 그사이에 회수한 검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위에서 내려오는 언월도와 부딪쳤다.

째앵!

장검과 언월도가 부딪치면서 불꽃을 튀겼다.

“……”

주서천이 흠칫 놀라면서 자세를 바로잡고 퇴보를 밟았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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