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九章 (106/254)

“어, 어떻게 하지?”

두뇌이자 심장부가 꿰뚫렸다.

술진문의 장로들이 남아 있긴 했지만, 문주를 잃은 충격에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주서천의 무위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다들 하나같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났다.

주서천은 혹시나 이번에도 내공이다 뭐다 할까 싶어 일부러 보란 듯이 검풍을 쏘아 내서 적들을 베었다.

“무, 무리야!”

“이걸 어떻게 이기라고?”

분명 숫자는 아직까지도 우세했으나 사기는 상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천주님과 궁귀검수가 있는 한 우리에게 패배란 없다!”

막두가 환하게 웃으면서 검을 들어 올렸다.

“가자아-!”

한편 본부의 내각도 격렬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십(二十).

하수도 아니고, 고수들로만 구성된 정예들이다.

그것도 모자라 그 안에는 사도팔문주가 무려 셋이나 포함됐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정도의 인원을 오직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준비했다.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크, 크허억!”

벌써 열세 명의 고수가 나가떨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짧진 않았다.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도대체……”

임초건이 질린 목소리를 냈다.

처음에 자신만만했던 그 얼굴은 조금씩 불안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상천십좌라 할지라도, 이십이나 되는 고수들의 합공에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손쉽게 이기기는커녕 반이나 넘게 목숨을 잃었다.

“자신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후회가 되나?”

사도천주가 위엄 어린 눈으로 묻는다.

합공을 당했는데도 그 몸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기만 했다.

중원, 아니 강호 무림에서 열 명에게만 허락된 자리 상천십좌.

허명이 아니라는 듯 신위를 증명했다.

“후회?”

철무명환이 같잖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리 합공을 퍼부었는데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적의 모습을 보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후회는커녕 과거의 나 자신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워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싶을 정도다, 천주.”

“멀어서 그런지 혈기가 넘치는구나. 애송이.”

과연 이게 젊어서 그런 것일까?

철무명환이 진각을 밟았다.

검에 기를 실어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란 듯이 자랑했다.

‘과연, 내단검문.’

‘패도제공의 영역 안에서도 저 정도라니……’

패도제공이 무적이고 절대적이진 않다.

사람이 만든 무공인 이상 약점은 있는 법이다.

일단 하나는 범위이다.

일정한 영역을 지배하는 패도제공도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안 걸린다.

나머지 하나는 내공인데, 이것이 특히 중요하다.

영약이건 운기조식으로 쌓건 간에 내공의 총량이 많거나 그 순도가 진하다면 영역이란 것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도 까다롭다.

내공이 그냥 많은 것이 아니라 정말 굉장히 많아야 했다.

특히나 사도천주는 상천십좌라는 절대고수가 아닌가.

거기에 대응하려면 일 갑자로는 가당치도 않았다.

현실적으로는 화경 이상의 경지가 아니라면 힘들며, 설사 비슷하다고 해도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화경 이하라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내단검문주 철무명환은 조금 특이했다.

경지 자체는 화경이다.

그러나 보유한 내공량이 상천십좌에 견줄 정도로 많았다.

그 비밀에는 내단검문의 연단술과 내공 심법에 있다.

영양의 제조가 무당이나 소림에 견줄 정도로 수준이 높은 데다, 심법이 이런 방면으로 특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무인이 내단을 복용한다면 십(十)의 기운 중에서 칠(七) 정도만 흡수에 성공한다.

그러나 내단검문의 고유 심법을 사용한다면 칠이 아니라 팔에서 구, 혹은 십 전부까지 흡수한다.

“실력이 없으니 영약으로 대체하려는 모습이 참으로 꼴사나워서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구나. 흐흐.”

“으하하하!”

철무명환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웃어 댔다.

“천주. 아까부터 버러지라 생각하는 우리들을 쓰러뜨리는 속도가 점점 늦어지는구려.”

“……아!”

임초건이 무언가 눈치챈 듯 탄성을 내뱉었다.

“과연 , 그런가.”

갈홍석도 이해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영감탱이도 한낱 사람에 불과했구나!”

담리백이 환하게 웃으면서 확신했다.

사도천주는 지쳤다고.

철무명환이 말한 대로였다.

처음에는 준비한 고수들이 순식간에 당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렇게 준비했는데도 쉽게 쓰러뜨리지 못한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지만, 그래도 타격을 못 입힌 건 아니었다.

사도천주가 정말로 아무렇지 않다면 어깨 위에 있는 머리들이 순식간에 떨어지고도 남았어야 한다.

하기야, 상천십좌라고 할지라도 한계가 있는 법.

무려 스무 명의 정예들과 상대했으니 지칠 만했다.

‘끙.’

사도천주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짜증이 나는지 중얼거렸다.

‘성가신 놈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쳐가고 있었다.

이십의 고수들 중에서 화경의 고수만 넷이었다.

그만큼 패도제공에 들어가는 내공이 많았다.

패도제공의 영역 지배는 그 효과가 확실한 만큼 운용과 통제 능력, 많은 내공량이 요구된다.

영역 안에 있는 강자의 숫자만큼 그 요구량은 더더욱 높아진다.

그렇다 보니 그리 오랫동안 유지할 순 없었다.

반 시진도 채 남지 않았고 길어 봤자 이 다경 정도다.

그러나 상황이 아주 절망적이진 않았다.

철무명환 정도를 제외하곤 전부 지친 기색이었다.

‘단번에 끝난다.’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해지는 것은 저들이었다.

실력 차가 있어서 목숨을 잃진 않겠지만, 팔다리 중 하나는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외부의 습격은 어떻게 되고 있을지가 마음에 걸렸다.

‘일곱인가.’

화경의 고수가 넷이고 나머지 셋은 초절정이었다.

초절정이라고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끝까지 남은 만큼, 실력도 뛰어났다.

초절정 중에서도 최상위다.

‘이름도 모를 하찮은 것들부터 처리해 주지.’

화경의 고수만 넷이다.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연륜에 따른 경험도 그만큼 많다.

이제 막 화경에 오른 애송이라면 모를까, 경험도 다분한 화경을 넷이나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초절정 고수 셋의 존재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전부 내 앞에 무릎 꿇으라!”

사도천주가 위엄 어린 외침을 내뿜었다.

야수문의 짐승 울음소리보다 거대했다.

일곱 명밖에 남지 않은 사파의 고수들은 몸을 움찔 떨곤 움직이지 못했다.

‘이때다!’

사도천주가 수염을 휘날리면서 땅을 박차고 날랐다.

어찌나 빠르게 움직였는지 잔상만이 남았다.

정면에서 좌측, 임초건의 곁부터 공략에 나섰다.

목표는 임초건이 아닌 야수문의 초절정 고수였다.

“합!”

짧은 기합에 이어 곧바로 이어지는 일장(一掌)!

손바닥도 그냥 손바닥이 아니다.

잘 보면 강기가 실려 있었다.

“크하악!”

야수문의 초절정 고수가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흉부에 손바닥을 쳐 맞고 뒤로 날아가 굴렀다.

“헉!”

임초건이 놀라면서 양팔을 모았다.

다음 공격에 막아서려 했다.

그러나 사도천주의 목표는 임초건이 아니었다.

그를 지나쳐서 쌍도문과 내단검문의 초절정 고수들에게 접근해 각각 장풍을 쏘아 내고, 일권을 내질렀다.

파바밧!

“아아악!”

패도제공이 발동되는 동안, 일정한 범위 내에서 그들의 움직임은 자유롭지 않다.

내공의 순환이 느려지고, 반사 신경을 비롯한 감각이 둔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손쉽게 당할 수준은 아니었으나 사도천주가 공세를 폭풍같이 가하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사도천주의 안광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셋을 처리했으니, 이 일을 저지른 놈들을 쳐 죽이리라.

“이때만을 기다렸다!”

담리백이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였다.

임초건과 강홍석, 철무명환이 사방에서 사도천주를 포위했다.

사도천주가 물러날 틈도 주지 않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접근하여 각자 절초를 펼쳤다.

임초건의 야수조법(野獸順法) 호왕조(虎王JK)!

산의 왕, 호랑이의 발톱이 사도천주를 덮친다.

갈홍석의 쌍도법(雙刀法) 폭풍(爆風)!

쌍도로 일으킨 폭풍이 사도천주를 찢어발긴다.

철무명환의 내단검법(內丹劍法) 해일(海益)!

무식하기 그지없는 내력의 파도가 쏟아졌다.

“크랴아아압!”

담리백이 마무리하듯 혈안흡혈공을 보여 줬다.

그의 눈이 핏빛으로 불타오르면서 뿜어져 나왔다.

그동안 사람들을 잡아먹은 혈기가 수련자의 신체 능력을 급속도로 끌어 올려 놓았다.

내단검문의 자랑인 내력보다 더한 힘.

일순간 한계를 넘게 해 주는 힘이 화산처럼 폭발했다.

“흐아압!”

사도천주의 입에서도 괴성에 가까운 기합이 터져 나왔다.

그도 이번 만큼은 긴장을 안 할 수 없었다.

머리카락이 쭈뻣 설 정도로의 위력.

그 힘을 막아 내기 위해서 패도제공을 최대로 펼쳐서 움직였다.

채채채챙!

“크읏!”

이미 지칠 때로 지친 임초전과 갈홍석이 먼저 나가떨어졌다.

내상을 입었는지 피를 울킥 토해 냈다.

그러나 나머지 둘은 달랐다.

밀리기는커녕 멀쩡하게 버텨낸 걸 넘어 반격에 나섰다.

“허어!”

사도천주가 놀란 기색을 금치 못했다.

마공에 손을 댄 담리백은 그렇다쳐도, 철무명환의 저력에 대경했다.

이 정도의 고수일 줄은 몰랐다.

철무명환도, 내단검문도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폭섬도문이 멸문한 이후부터였다.

원래 내단검문의 무력이나 규모는 작았다.

사도팔문에 끼기는커녕 중소 문파의 수준에 불과했다.

내단이나 영약을 필요로 하는 그 특성답게, 돈이 정말 많이 들었다.

한 사람에게 드는 돈도 적지 않고, 또 그 제자가 괜히 강호에 나갔다가 덜컥 죽기라도 한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쟁투에도 소극적이어서 잘 나오질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철무명환이라는 고수가 등장해 재력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의 사도천주라면 의아했을 일이었으나, 칠검전쟁이라거나 무림의 큰일이 있어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무려 전력을 낸 패도제공의 영역 안에서 반격까지 할 수 있는 내공이다.

보통 영약으로는 불가능하다.

설사 한 사람에게 전부 쏟아 부었다고 해도, 이 정도의 내공이라면 돈이 있어도 영약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영약이나 혹 내단을 얻으려고 했다면 정보망에 잡혔을 터.

수상쩍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끝이다!”

담리백이 욕망과 살의로 넘치는 눈을 빛냈다.

안광에서 흘러나온 핏빛이 손을 감싸 칼날을 만들어 냈다.

쐐애애앳!

소름 끼칠 정도로의 파공음.

핏빛의 칼날이 대기충을 몇 차례나 꿰뚫고, 패도제공의 벽에 구멍을 냈다.

철무명환이 담리백의 절초를 돕듯, 내단검법의 해일을 재차 사용해 사도천주의 퇴로를 막았다.

이제 막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려는 순간!

째애앵!

새하얀 빛줄기를 남기며 쏘아진 화살이 담리백의 손등을 찔렀다.

“어떤 개……!”

담리백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손에 강기를 둘러 화살에 꿰뚫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담긴 기가 적지 않아 궤도가 틀어졌다.

사도천주는 그 틈을 노려 쌍장을 전후로 날렸다.

“크흐윽!”

“커흑!”

담리백과 철무명환이 비명을 토해내며 밀려났다.

“화살?”

사도천주의 눈에도 이채가 서렸다.

“웬 놈이냐!”

영웅지에 흔하게 나올 법한 대사.

그러나 화살의 주인은 그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지나가던 ……”

뚜벅, 뚜벅.

박살이 난 문 앞, 활을 쥔 무인이 걸어왔다.

“네놈은…… 하오문……?”

담리백이 주서천의 거짓된 얼굴을 보고 놀랐다.

“검수올시다.”

주서천이 시위에 화살을 걸며 서늘하게 웃었다.

‘검수?’

검수라고 소개하다니.

뭔 헛소리인가 싶어 바라보다가, 철무명환이 기억해내 그 이름을 불렀다.

“궁귀검수!”

“뭐, 뭣?”

흑도의 보잘것없는 겁쟁이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의아해했던 담리백이 그 이름을 듣고 놀랐다.

사도천주도 매한가지였다.

회유하려고 그리 찾아다녔음에도 종적 하나 발견할 수 없었던 인물이 이렇게 직접 눈앞에 다시 나타나다니.

“아들 교육은 알아서 맡으시오, 사도천주.”

주서천의 시선이 사도천주에게로 향했다가, 그 옆의 철무명환에게로 옮겨졌다.

“너, 전에 그 면사지?”

철무명환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걸 어떻게!”

철무명환은 가만히 있는데 담리백이 반응했다.

‘면사?’

사도천주만 이해하지 못하고 의아해했다.

“……”

철무명환의 눈이 매의 눈처럼 매서워졌다.

“머저리 같은 놈.”

마치 북풍한설과도 같은 차디찬 목소리.

담리백이 머저리라는 말에 화내려는 순간, 공기가 작게 터졌다.

쐐애액!

유성처럼 궤적을 그려 내는 화살이 철무명환과 담리백의 거리를 갈라지게 만들었다.

타아앗!

이번에는 화살이 아니었다.

주서천이었다.

‘역시나!’

주서천이 철무명환의 반응을 보고 확신했다.

면사라고 부른 순간, 약간의 동요가 있었다.

그리고 옆에 선 담리백이 반응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아압!”

복근에 힘을 꽉 주고 무게를 늘린다.

속력에 힘을 가해서 양손으로 쥔 검을 힘껏 휘둘렀다.

콰앙!

검이 지면에 꽂히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원래는 철무명환을 노렸으나, 닿기 직전 그가 뒤로 물러났다.

“허억!”

귀청이 찢어질 정도의 폭음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임초건과 갈홍석이 눈을 번찍 뜨며 일어났다.

고수답게 일어나자마자 각자 병장기를 꼬나 쥐고 몸을 웅크려 수비세를 취했지만, 공격은 없었다.

그 대신 쾅, 하는 폭음이 고막을 재차 때렸다.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철무명환의 스산한 눈동자에 주서천이 비쳤다.

얼마 전에 봤던 하오문의 장로.

그러나 그때 봤을 때 이런 기도는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몰라 약간의 조사를 하긴 했다.

그러나 별다른 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소속이 하오문인지라 그걸 그대로 믿진 않았다.

그러나 자세히 알아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어차피 딱히 이렇다 할 고수로 보이지도 않고, 신경 쓸 일이 여럿이라 그냥 넘겼었는데 그게 실수였다.

“내단검문, 내단검문이라……”

주서천이 답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기억에는 없다.’

전생에서 그 이름을 들어 본 적은 없었다.

오직 현생에서만이다.

최초로 들었던 건 역시 멸문한 폭섬도문의 자리를 대신 차지했을 때였지만, 딱히 의심하지는 않았다.

원래의 역사에선 폭섬도문이 멸문을 맞게 되는 건 한참 뒤의 일, 그것도 칠검전쟁 등으로 세력 구도에 변화가 있을 때다.

그 일로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으니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쉬이 넘길 수는 없다.’

여기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내단검문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내단검문주, 철무명환.

그에게서 며칠 전에 본 면사가 겹쳐지자마자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두근. 두근.

세차게 뛰는 맥박.

머리카락이 쭈뻣 서는 느낌과 무언가 벅차오르는 격앙된 감정이 철무명환을 보고 보통 적이 아니라면서 경종을 울렸다.

“누구냐?”

주서천은 무심코 생각을 입 바깥으로 꺼냈다.

“……”

철무명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경계하는 눈초리로 주서천을 노려봤다.

‘천추?’

칠성사의 중심이자 핵. 그러나 철무명환은 아니다.

천추는 사파가 아닌 정파에 있다.

‘천기를 제외하면 천권, 옥형, 개양 정도인가. 요광도 이곳에 있을 리는 없고……’

천기야 전면으로 나서지 않는 인물이니 제외하는 건 당연.

요광도 여러 연유로 여기에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천권과 옥형, 개양 중에 하나였다.

그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

도감부장이야 돌아다니고, 그 이하 신분은 감히 상천십좌에게 덤빌 수 없다.

애초에 천기나 암천회주가 이런 중요한 일을 수뇌 외에게 맡길 리가 없었다.

‘아니, 이런 추측은 무의미하지.’

주서천이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보이진 않으나 땀을 흘려 축축해졌다.

“어차피 죽이면 되는 일이니까.”

콰아아아아!

살의를 품은 순간을 기점으로 그의 하단전에 저장되어 있는 내력이 외부로 표출되며 주변을 뒤덮었다.

상식을 넘어선 양.

내단검문주조차 움찔거리는 그 무식할 정도의 양에 좌중의 모두가 대경했다.

‘궁귀검수가 저리 대단했던가?’

사도천주도 무표정했지만 속으로는 꽤나 놀랐다.

‘저딴 놈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냐?’

임초건과 갈홍석이 큭, 하고 신음을 흘렸다.

내상을 입어서 그런지 방출된 기운조차 버티기가 힘들다.

“건방진 놈!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이중적인 의미였다.

내단검문주이자 암천회 칠성사의 자존심이 보였다.

“알지.”

부웅!

처음에는 대검을 휘두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평범한 철검이 공기를 짓누르는 검압을 만들었다.

원초적인 순수한 폭력, 그 힘이 공기째로 밀어내면서 몇 배나 더해진 무게로 철무명환을 덮친다.

쿠아아아앙!

분명 검과 검이 부딪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폭음이 터졌다.

일격을 막아 낸 철무명환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힘의 여파가 아직도 남는지 그가 쥔 검도 찌르르 울렸다.

파지직.

대리석으로 된 바닥에 금이 갔다.

근육이 도드라진 다리도 후들거리며 뒤로 약간이나마 밀려났다.

“무슨……”

압도적인 근력에 철무명환이 말을 잇지 못한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검을 맞댄 채 전해져 오는 무게가 미약하게나마 증가하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주서천이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일순간, 그 눈동자가 살짝 녹색으로 빛났다.

‘독?’

철무명환의 안색이 변했다.

누가 이기나 내력 대결을 하려 했지만 생각을 바꾸고 뒤로 휙 물러났다.

사파인이 독을 쓰는 건 흔한 일이라 이상하진 않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좀 다르다.

검법으로 전력을 내고 있는 도중, 위협이 될 만한 독을 내뿜다니.

의구심이 점점 더 깊어졌다.

“어딜!”

쾅!

뒤꿈치가 올라간다.

그 밑으로 대리석이 박살 나면서 위로 치솟는다.

후폭풍을 만들어 내며 돌진하는 건 사람의 모습을 한 물소.

마치 외뿔을 세운 것처럼 검을 들었다.

주서천이 지나가는 곳마다 쑥대밭이 된다.

제련된 대리석 바닥이 깨지고, 솟구치고, 박살이 났다.

“흥!”

무시무시한 기세에도 철무명환은 두려워 하기는커녕 콧방귀를 꼈다.

아무리 무공에 자신이 있어도 저리 무식하게 돌진해 오는 건 자살 행위였다.

경로도 너무 단조롭다.

“죽어라!”

피할 필요도 없었다. 전력을 다해 돌진해 온다면, 도리어 그 힘을 이용해 검을 앞으로 세워 찌르면 된다.

남들이라면 그 공격조차 제대로 넣지 못하고 쓸려 나가겠으나 자신 같은 고수의 경우는 다르리라.

“어리석은 놈!”

졸지에 구경꾼이 된 임초건과 갈홍석도 비웃었다.

대리석을 박살 내면서 돌진하면 뭐 하나.

선회하지 않고 저대로 간다면 검강에 몸이 둘로 나뉜다.

휘잉!

그러나 그 확신은 틀렸다.

그다음으로 벌어진 일은 예상외의 일이었다.

“뭐, 뭣……!”

철무명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쿠아아아아아앙!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굉음이 터졌다.

우레가 한꺼번에 수십 개씩 내려친 소리였다.

외뿔을 든 무소, 주서천이 철무명환에게 처박혔다.

회피는 없었다.

있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원래라면 철무명환의 검강이 철검을 비껴 나가 상체와 하체를 분리했어야 한다.

하나 그러지 못했다.

“호신강기라고?”

어찌나 놀랐는지 침이 흘러나올 정도로 입이 떡 벌어졌다.

검강을 두르는 것까지는 이곳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

반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끼어들 수 없다.

그러나 호신강기는 조금 다르다.

사용은 가능하되, 내력의 소모가 심각해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용한다고 해도 순간이 한계다.

그런데 그걸 장기간 유지한 것도 모자라, 방어가 아닌 공격에 썼다.

“아니, 어떻……”

콰아앙!

그다음 말은 잇지 못했다.

화경의 고수들 중에서도 대량의 내공을 자랑하는 그의 검강이 사라졌다.

기의 응축, 순도, 양. 전부 밀렸다.

강기의 대결 중 한쪽이 사라지자, 답은 뻔했다.

호신강기로 이뤄진 몸통 박치기에 철무명환이 날아갔다.

그냥 날아간 게 아니다.

수면 위에 돌멩이를 튕기듯, 그 몸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치며 튕겼다.

‘커허억!’

고통으로 가득 찬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그저 몸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을 최대한 보호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앞으로 쭉 날아간 철무명환은 벽에 구멍을 내면서 바깥까지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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