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七章 (104/254)

“담리백, 이 미친놈!”

주서천이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이 잡놈이 대체 뭔 짓을 저지른 거야?”

담리백이 뭔 짓을 저지를 줄은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이렇게 전면전으로 커질 줄은 몰랐다.

마공을 수련한 흔적을 밝혔으니, 그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남아있었을 뿐인데 영락없이 일에 휘말리게 됐다.

설마 했던 사도천의 내전 발발. 담리백이 방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부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외부의 습격도 아닌, 내부에서의 습격. 주변에서 들리는 이름을 들어 보니 적은 사도팔문 중 반이었다.

‘아니,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혼자서 저지를 일은 아니지.’

담리백은 암천회의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얼마 전에 본 그림자가 눈에 밟혔다.

‘그들이 노리는 건 두 가지일 거야. 하나는 내전으로 인해 사도천의 세력이 약화되는 것이고……’

주서천이 눈을 가늘게 뜨며 활을 들었다.

‘다른 하나는 사도천주의 목을 노리는 것인데…… 만약 이 경우라면……?’

칠성사. 그 이름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채채챙!

병장기가 부딪치면서 마찰음을 토해 냈다.

“으아아악!”

철끼리 부딪치는 소리는 얼마 가지 않아 무인들의 신음과 비명에 묻혀 버렸다.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어났다.

패륜아는 아비를 배반하고 일어났다.

혼자라면 좋을 텐데, 불행하게도 사도팔문 중 반이 협력했다.

귀환하는 척하면서 동맹에게 습격 계획을 전하고 고수들을 불러들였다.

그 숫자가 무려 오백여 명이다.

반은 외부에서 합류하고, 반은 내부에 미리 도착해서 진을 쳤다.

“하오문!”

문이 열리면서 몸을 피로 칠한 무사가 들어왔다.

“도와라!”

“어딜?”

“당연히 담리배…… 케헥!”

무사의 미간에 화살이 꽂혔다.

‘어디부터 도와야 하지? 사도천? 사도천주?’

주서천이 주변을 슥 둘러봤다.

척봐도 습격한 측이 유리했다.

“기, 김가 이놈 네가 배반을 해?”

“형님! 흐름을 타십시오, 흐름을!”

“크아악!”

“난 아니야! 난 배반하지 않았다고!”

“그걸 어떻게 믿지?”

“제기랄!”

배반자들이야 표식으로 서로를 알고 있었지만, 사도천주 측은 아니었다.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알 수 없으니 제대로 된 반격에 나서지 못했다.

“커헉! 나, 날 속였구나……”

“흐!”

게다가 아군인 척하면서 등을 찌르니 어찌할 수가 없었다.

통제 불능의.상황이 벌어졌다.

‘이쪽부터 돕자.’

사도천주가 괜히 상천십좌가 아니다.

혼자라 할지라도 금방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단 눈앞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이 상황부터 어떻게든 해 봐야 했다.

“배반이다!”

주서천이 목청껏 소리쳤다.

그러나 누가 그걸 모르겠는가.

당연하게도 아무도 들은 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이름에는 좌중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야수문, 술진문(術陳門)!”

움찔.

“쌍도문(雙刀門), 내단검문( 內丹劍門)!”

전부 사도팔문에 속한 문파였다.

“그들이 배반했다!”

미래. 아니 이젠 현재가 되어 버린 배반자들이다.

그들이 담리백에게 붙어 사파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경황이 없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까부터 공수를 교환하는 자들의 무공이 낯익었다.

사파의 무공인 건 그렇다 쳐도, 전부 네 가지 안으로 좁혀졌다.

짐승의 발톱을 닮은 조공, 눈을 현혹시키는 사술, 양손에 쥔 쌍칼, 그리고 초식에 비해 무식한 내공!

“헛소리!”

술진문 소속 사파인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애초에 누군지 알고 저 말을 믿느냐?”

“동요한 것만으로도 부끄럽다!”

맞는 말이었다.

신분도 모를 잡놈이 갑작스레 튀어나와서 말해 봤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아니, 혼란을 넘어서 의심으로 변하려 했다.

“저놈이야말로 담리백의 앞잡…… 컥!”

술진문도의 목이 뒤로 확 꺾였다.

언제 날아온지도 모를 화살이 눈을 통해 구멍을 냈다.

“구, 궁공?”

어느 쪽이라고 할 것 없이 모두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눈에 안 보일 정도의 속도.

저 정도면 일반적인 궁술은 아니다. 최소 궁공을 수련해야 한다.

그들이 잠시 당황한 틈을 타, 화살을 시위에 걸고 놓았다.

쐑, 하고 공기에 구멍이 나면서 곧게 뻗었다.

“어딜!”

야수문도가 어림 없다는 듯 손가락을 반쯤 구부리고 사문의 자랑인 야수조법(野獸順法)을 펼쳐 막으려 했다.

원래라면 날아온 화살 따위야, 설사 내공이 실려 있다 할지라도 허무하게 튕겨져 나가야만 했다.

째애앵!

“흡!”

야수문도가 숨을 멈췄다.

화살을 막아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손톱에 실린 공력이 흩어지며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랫배가 타오르듯이 아파 왔다.

‘도대체 어떻게 이만한……!’

화살에 실린 내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 정도의 공력을 실을 수 있는 궁의 고수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푸욱!

“허!”

야수문도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부릅떴다.

그 눈동자에 비치는 건 복부에 꽂힌 화살이었다.

‘언제?’

분명 하나의 화살을 보고 막았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복부에 또 하나가 꽂혀 있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속도가 여간내기가 아니다.

이런 고수가 어디서 나타났냐며 의아해했지만, 생각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쯧쯧쯧 지랄을 하네.”

쌍도문의 장로, 이장도가 짜증을 냈다.

“뭘 멀뚱거리며 서 있어? 처리해!”

이장도가 버럭 화를 내자 쌍도문도가 부랴부랴 움직였다.

화살을 시위에 걸기 전에 제압할 생각이었다.

사문의 이름에 걸맞게 양손에 칼자루를 쥐고, 눈을 번뜩이며 살초를 날렸다.

그 숫자가 다섯이었다.

“잘 봐라!”

주서천이 일부러 눈에 띄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셋!”

여러 개의 화살을 걸어 시위를 놓는다.

파바바밧!

화살의 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화살이 위협적인 기세로 쏘아졌다.

하나, 둘, 셋!

일시(一矢)에 깃든 위력이 혼신을담은 창격과도 같다.

쌍도문도 중 셋이 비명과 함께 나가떨어지면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자 주변에서 경악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신궁(神弓)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활이란 건 한 번 쏘면 다시 장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무엇보다 접근하면 조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둘밖에 남지 않은 쌍도문도가 그걸 노렸다.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궁공의 고수가 갑자기 나타난 건 의문이었지만,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어차피 궁술이 전부가 아닌가.

접근하면 끝. 그렇게 생각하며 마무리를 지으려 했다.

그러나……

“어?”

시위에 화살을 걸기는커녕 손에서 활을 놓는다.

거기에 모자라 허리춤에 매단 검을 뽑아 쥐었다.

처음에는 접근전을 대비해서 검을 꺼내 발버둥이라도 치려는 건가 싶었다.

하나 그다음에 펼쳐진 검에 입을 떡 벌렸다.

부-웅.

그건, 일반적인 철검치곤 너무나도 무거운 검격이었다.

공기가 쓸려 나가고, 대기가 짓눌러졌다.

마치 대검을 휘두르는 것은 아닐까 싶은 감각.

외관은 평범한 철검이나 어째서인지 대검으로 보였다.

‘무리다! 못 멈춰!’

‘안 돼, 바꾼다!’

쌍도문도의 반응이 각각 달랐다.

맨 앞에 선 쌍도문도는 피하거나 막기는커녕 도리어 힘을 더해 이번 초식에 전력을 쏟아 부었다.

그 뒤의 선 쌍도문도는 내상을 각오하고 초식의 흐름을 강제로 끊은 뒤, 쌍도를 세워 수비세를 취했다.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 정면에서 나아가던 검이 주서천의 만중검과 충돌했다.

쿠웅!

천근을 담은 만중검이 그 파괴력을 고스란히 토해 낸다.

무게의 영향으로 밟고 있는 부분의 지면이 움푹 파였다.

“커허억!”

검이 부딪친 순간, 그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순수한 무거움이 담긴 중검이 쌍도를 무시하듯 갈랐다.

칼을 가른 것도 충분히 놀라운 일인데, 거기에 모자라 공중에 떠 있는 쌍도문도의 몸도 분리시켰다.

얼마나 정확하게 휘둘렀는지 깔끔하게 절단되어 피 한 방울조차 흐르지 않았다.

“난, 무사하……”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공간, 그 사이로 뒤에서 따라오던 쌍도문도가 살았다는 듯 활짝 웃었다.

그러나 안심도 잠시, 그 얼굴은 공포로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방금 전에 무식한 중검을 휘둘렀는 데도 불구하고도 주서천은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이 보 전진했다.

우측으로 휘둘러졌던 검은 일순간 뚝 하고 끊기듯 멈추더니만 흔들림 하나 없이 그대로 좌로 베어졌다.

서걱!

이 보 전진하면서 공력, 곧 무게를 더했다.

무려 배나 되는 무게의 검이었다.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크헉……”

사도팔문의 쌍도문.

그것도 하수가 아니라, 최소 일류급의 무인이 별다른 저항조차 못 하고 당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들까지 속출했다.

눈앞에서 벌어졌지만, 그게 너무 압도적이라서 머리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다.

“활과 검?”

이장도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몇몇이 무언가 떠올린 듯 탄성을 흘렸다.

그 한두 목소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변을 뒤덮었다.

“궁귀검수!”

약 이 년 전에 혜성처럼 등장한 사파의 고수!

묘가검문에 고용되어 폭섬도문이 멸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그대로 사라진 천하백대고수였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할 뿐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객사한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이렇게 나타날 줄이야.

활을 귀신처럼 다루는 검수라 하면 사파, 아니 중원을 뒤져도 한 사람 밖에 없다.

“궁귀검수가 왜 여기에 있지?”

“아니, 그보다 저자는 하오문의 장로가 아닌가?”

가짜 신분을 알아보는 자들이 드디어 늘어났다.

“하필이면……”

학사풍의 중년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나각.”

“나각? 술진문주?”

무림맹에 제갈세가가 있다면, 사도천에는 술진문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뇌가 장기인 문파였다.

다만 여타 무림에서 머리 쓰는 일의 취급이 별로 좋지 않듯이, 사도팔문 중에서도 권위가 제일 낮았다.

특히나 예우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파인지라 천대나 무시는 더더욱 심했다.

이에 불만을 가진 나각에게 담리백이 찾아와 내란으로 힘을 보여 주자며 제안했고, 술진문이 받아들였다.

“허, 문주들까지 죄다 나선 건가. 그럼 지금쯤 사도천주와 피 터지게 싸우고 있겠군.”

주서천이 혼자 수긍했는지 중얼거렸다.

담리백이 미쳤다 할지라도 상천십좌를 혼자 상대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니, 분명 고수들이 투입됐을 터.

야수문, 쌍도문, 내단검문의 최고수이자 그 지도자가 어디에 있을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그에 비해 우리 측은……’

지금 벌어진 일 자체가 급습이었다.

사도천주에게 우호적인 사도팔문의 최고수들은 여기에 없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다 해도 거리가 제법 되니 오늘 내로 오는 건 불가능하다.

정리가 다 된 이후 도착할 확률이 농후하니, 지원은 없다고 봐야한다.

“흥,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나각이 비웃음을 흘리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궁귀검수가 예상외이긴 했지만, 그래 봤자 혼자서 뭘 하겠나. 수적으로도 무위로도 우리가 위다.”

“그래……”

나각의 말에는 틀린 점이 하나도 없었다.

얼마나 맞는 말인지 사도천주 측의 무사들도 수긍했다.

“이걸 어떻게 이기라고?”

“우린 전부 죽을 거야.”

“난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고!”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사파인에게 중요한 건 목숨이다.

그들도 무인으로서 자존심이 있고, 명예를 중히 여기지만 결코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게 정파와의 차이다.

무엇보다 승리할 확률이 낮아도 너무 낮았다.

많이 쳐도 이 할 정도니 사기가 곤두박질쳤다.

사도천주의 명령이라도 있었다면 또 모른다.

그런데 깜깜무소식이니 암담해지기만 했다.

“그만!”

주서천이 고함과 함께 진각을 밟았다.

우레가 치듯이 굉음이 터지면서 모두의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

“눈앞의 상황을 잘 살펴라! 지금 여기에서 고수라 불릴 만한, 네놈들이 알고 있는 자가 몇이나 있나?”

그 말에 사파인들이 눈동자를 굴렸다.

술진문주, 나각. 고수는 아니다.

술법이나 진법 등의 지휘에는 능숙하나 무공은 약하다.

쌍도문의 장로인 이장도.

초절정 고수로 이름이 높기도 하며 천하백대고수이지만 말석에 위치해 있다.

하나 그 외에는 이렇다 할 정도의 고수는 없었다.

일류와 절정의 무인이 있긴 했지만, 감당 못 할 수준은 아니다.

수적으로 제법 차이가 나도 절망적이진 않다.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사도천주 측의 사기가 오르는 게 느껴졌다.

나각이 뭐라 말하려 했으나, 주서천은 그 전에 검을 하늘 높이 찔러 강기를 내뿜었다.

“화……경의 고수, 궁귀검수를 따르라!”

하마터면 화산파의 주서천이라고 말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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