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득.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엄지를 부러뜨렸다.
그러곤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어허, 머리 좋은 천기성 양반께서 왜 그러시나. 서로 피곤하게 가지 말자. 제대로 답해 주면 살려는 드릴게.”
어떻게 봐도 세간에서 추앙받는 영웅은 아니다.
웬만한 사파인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의 잔혹함이었다.
강소 분타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신음만 흘렸다.
“시간 끌지도 말고.”
세 번째 손가락, 중지까지 부러졌다.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린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이 분타는 함정인가?”
“……”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통으로 가득 찬 눈빛 속에서 망설임이 보였다.
약지를 마저 꺾는다.
“아아악! 그, 그래! 함정! 함정이다!”
정확히는 이곳만이 아니다.
눈치챘을 법한 장소에는 기관의 추가 설치와 전력을 보강해 두었다.
주서천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래부터 함정을 준비한 곳이라면 얻을 게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놓치지 않고 물었다.
“이곳은 원래부터 함정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나?”
“아, 아니다……”
“그래?”
주서천이 반색했다.
생각만큼 최악은 아닌 모양이었다.
분타에 대해서 아는 걸 말하라고 재촉했다.
강소 분타주는 이번에도 또 주춤거렸다.
결국 다섯 번째 손가락까지 부러졌고, 있는 대로 설명했다.
원래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후에 노출되면서 경계를 높이고, 분타의 등급을 한 단계 격하시키면서 중요도를 낮췄다.
분타가 워낙 잘 쓰이기도 하고, 약간의 위험만으로는 철수하기가 아까워 이대로 남기기로 했다.
“좋아, 그러면 쓸모 있는 걸 찾아보자.”
주서천이 강소 분타주를 질질 끌어서 일행에게 데려갔다.
마침 싸움도 알맞게 끝나 있었다.
“후우!”
낙소월이 지친 기색을 숨으로 내뱉었다.
하단전의 내공이 얼마 남지 않아 체력까지 제법 소모했다.
사형과 달리 그녀의 내공은 무한하지 않다.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오는 데도 내공의 소모가 상당했다.
칠성사병과의 싸움도 마찬가지였다.
소월도 겉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호흡이 흐트러져 있었다.
“둘 다 수고했어. 승계야, 끝났으니까 나와라.”
이름을 부르자 제갈승계가 무너진 석벽 너머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어 주변을 둘러봤다.
“휴, 수고하셨습니다.”
제갈승계가 가슴을 쓸어 넘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들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냐?’
강소 분타주가 동료의 시신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주서천도 주서천이지만, 낙소월과 소령 역시 범상치 않았다.
‘미검화, 낙소월.’
‘화산제일미녀’로 불리며 다음 대 봉황의 유력 후보다.
낙소월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도리어 주서천이 유명해지기 전에는 낙소월에 대한 정보가 더 많았다.
화산오장로 철혈매검의 제자로서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은 재능을 보이던 천재가 아닌가.
보통은 아닐 거라 예상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최소 절정인데, 아직 열여덟 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괄목할 성장이었다.
‘저 어린아이는 또 무엇이고?’
외관만 보면 이제 막 지학 정도 되었을까.
많아 봤자 열셋에서 열넷 밖에 되지 않았다.
신장도 적어 머리가 겨우 허리에 닿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소녀인데 분위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강소 분타주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머리를 굴려 가며 적에 대한 정보를 풀려 했다.
“괜히 빙빙 돌지 말고 쉽게 가자. 여기에 외부로 나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거 다 알아. 무슨 말 하는지 잘 알지? 안내해.”
강소 분타주가 이번엔 눈치껏 행동했다.
나머지 손가락도 잃고 싶지 않은지 머리를 격하게 흔들었다.
일행은 그를 앞세워 안내를 받았다.
여유가 생겨 드디어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온 통로와는 다르게 공간이 넓었다.
직진하다가 도중에 옆으로 돌기도 하고, 나선형으로 꼰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일다경쯤 지났을까 미약하게나마 바람이 불었다.
“출구와 가깝나?”
“그, 그렇습니다.”
“들고나오기 쉽게 출구 근처에 숨겨 둔 건가. 혹시 말하지만 지금 도망치려고 일로 온 거는 아니지? 분타주는 머리가 좋으니까 그러지 않을 거야.”
괜한 짓은 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일다경 정도를 더 걷자 광경이 바뀌었다.
‘더럽게도 길군.’
새삼 암천회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입니다.”
철문이 열리면서 서재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곳만 전혀 다른 장소 같았다.
외부와 달리 퀴퀴한 냄새도 없었고, 관리가 잘된 듯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바닥이나 벽은 돌로 되어 있었지만 사람의 손길을 타 울퉁불퉁하지 않고 매끈했다.
“호!”
주서천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흥얼거렸다. 월척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좋은 게 많아 보였다.
‘멍청한 놈.’
강소 분타주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주서천을 비웃었다.
‘여기에 데려오게 만든 것이 잘못이다.’
확실히 이 장소는 강소 비밀 분타 중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여러 정보나 계획, 비밀이 잠들어 있다.
외부와의 연락 체계부터 시작해서 위에서 내려온 지령, 그리고 돈 될 것도 많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곳에 아무런 방책을 안 할 리 없었다.
출입장치를 먼저 건드리지 않고 무언가를 건든다면 인체에 영향이 가는 극독이 포함된 독연(毒煙)이 나온다.
고수건 뭐건 단번에 당하리라.
‘나야 해독제를 복용해 뒀으니 상관없다.’
일어나자마자 한 일이 해독제의 복용이다.
지금처럼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였다.
‘천기께서 공들여 직접 설치해 주신 거다. 파악은커녕 눈치도 못 챌 터!’
웃음이 자꾸 튀어나오려던 걸 가까스로 참았다.
‘으하하하! 나의 승……’
딸칵.
“오, 독이 나오는 기관인가. 신경 좀 썼네.”
제갈승계가 아무렇지 않게 기관을 해제했다.
“……!”
“저건 또 뭐야!”
강소 분타주가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떴다.
주서천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놀랐다.
서재 내부의 설계도는 천기성의 일부에게만 전해졌고, 그 자체도 전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 장치는 열두 시진이 지날 때마다 스스로 움직여 위치를 바꾸는 해괴함까지 지녔다.
그런데 해제했다.
아무렇지 않게, 장난감을 만지듯이, 산책을 하듯 걸어가 멈췄다.
“서, 설마……”
머릿속에서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불신으로 가득한 시선이 제갈승계에게 향한다.
“나도 알아.”
제갈승계가 시선을 느끼고 가슴을 짝 폈다.
“나 천재인 거!”
“말도 안 돼!”
강소 분타주가 입에 거품을 물고 부정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기다.
천하제일의 두뇌가 공들여 만든 걸 애송이가 아무렇지 않게 해제하다니.
“하하.”
주서천이 웃었다.
강소 분타주의 얼빠진 표정 때문이 아니다.
손에 쥐고 있는 종이의 내용을 보고 만 것이다.
“사도천이라……”
* * *
“으아아아악!”
천기가 괴성을 내지르며 책상을 뒤집어 엎었다.
그 위에 산처럼 쌓여있던 서적들이 아무렇지 않게 바닥을 뒹굴었다.
근처의 문관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봤다.
“주서천! 이 개새끼!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
어떤 일에도 흥분을 잃지 않던 천기가 발광했다.
괴성을 내지르고, 바닥을 두드리며 노성을 내뱉었다.
평소의 천기를 생각하면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도대체, 도대체, 도대체……!”
너무 열이 올라 도중에 말문까지 막혔다.
이를 어찌나 세게 가는지 빠득빠득 소리가 났다.
“그곳에서 살아남았다고?”
강소 비밀 분타.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온갖 기관 장치는 그야말로 압도적.
설사 입구를 통과한다 해도 강시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악몽 그 자체였다.
어떤 경지에 있건, 영약을 얼마나 처먹었건 간에 그 통로를 무사히 지나는 건 불가능하다.
설사 무사히 빠져나온다고 해도 개양성 소속의 고수들이 막고 있다.
화경이라 할지라도 낯선 환경, 한정된 장소에서 훈련된 부대와 싸우는 건 힘들다.
기술과 자금이 들어간 기관 장치부터 시작해 혈교의 주술, 심지어 순수한 무력까지 들어갔다.
고수가 아니라 고수 할아버지가 와도 살아남지 못한다.
당시 개양성 병력을 배치할 때도 다른 수뇌에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철저했다.
그러나 이 정도가 아니면 안심이 되지 않았다.
강소 비밀 분타의 가치가 나름대로 상당해 포기하는 건 손해였고, 그래서 철저히 습격에 대비했다.
이왕 하는 것 빈틈없이 철저하게 하고 싶었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서 출구 근방에도 감시대원들을 붙였다.
철저한 걸 넘어 광기가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소주에 있는 끄나풀 중 몇몇이 사자림 지하에서 이변이 일어났다는 보고를 올렸다.
불안감에 부랴부랴 사람을 보냈으나, 비밀 분타가 무너 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름 그대로 박살이 났다.
입구야 원래부터 그런 구조로 되어 있으니 상관없지만,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머지 출입구도 막혔다.
무엇을 얻었는지, 또 가져갔는지 조사할 수도 없었고, 심지어 출입구에 배치한 감시대원도 실종됐다.
말이 실종이지 사망이나 매한가지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이 모두 실패해 버렸다.
더더욱 열이 받는 건 앞으로의 계획이다.
안에서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니 대계를 대폭 수정하는 방안도 생각해야만 했다.
* * *
일주일 전.
일행은 서재에서 얻은 자료들을 보따리에 쑤셔 넣은 다음, 출입구를 통해 나왔다.
나오자마자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져 죄다 처리했다.
대비 하나는 질릴 정도로 해 놨다.
정리한 다음 다시 출입구로 되돌아가 비밀 분타를 무너뜨렸다.
제갈승계가 몇 개 건드리니 기관 장치가 마구잡이로 움직이면서 결국 지반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걸 본 강소 분타주가 혀를 깨물어 자결했다.
한눈을 판 게 실수였다.
이제껏 잘 따라 줘서 목숨을 아까워하는 자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숨겨 둔 게 있다가 전부 실패로 돌아가자 희망을 잃고 목숨을 끊은 듯했다.
원래는 제남으로 어떻게든 데려가 고문으로 쓸 만한 정보를 알아내려 했는데 실패했다.
현 장소도 모르니 무작정 걸어야 했다.
반나절 정도 걸어서 나온 마을에서 위치를 파악했다.
소주에서 멀지는 않지만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낙소월이 물었다.
“아무래도 사도천으로 잠입해야 할 것 같다.”
“사도천이요?”
“그래.”
강소 비밀 분타에서 건진 정보는 소위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 준할 정도는 됐다.
정확한 미래를 추측할 수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딱 알맞았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강소에서 사도천 세력권이 그다지 멀지 않으니 이대로 남하하기로 마음먹었다.
참고로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을 낙소월과 제갈승계에게도 알려 줬다.
“암천회가 무림 곳곳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낙소월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제갈승계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말인데……”
주서천이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알아요. 제가 동행하면 눈에 너무 띄는 거죠?”
낙소월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썹을 구부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따라가겠다면서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다.
평소에도 미모 때문에 주목을 받지만, 녹룡채 건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면서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몸이 됐다.
면사포로 가려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차라리 데려가지 않는 편이 좋았다.
“어쩔 수 없죠.”
낙소월이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모처럼 강호에 나와 사형과 수선행을 함께하려 했는데, 어째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오늘 헤어지면 당분간 오랫동안 보지 못할 수도 있어서 아쉬움이 더욱 컸다.
“날씨도 쌀쌀해졌네요. 조금 있으면 일 년이에요.”
낙소월은 여타 화산의 제자들보다 강호를 유람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매화검수로 내정돼서다.
성과야 충분히 쌓았으니 더 이상 필요 없다.
화산으로 돌아가 예검수로서 훈련받는 일만 남았다.
“약속도 제대로 못 지켜서 미안해. 부디 이 못난 사형을 미워하렴.”
주서천이 쓴웃음을 지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도중에 낙소월을 내버려 두고 하오문이라거나 여러 일로 사라졌었다.
얼마 뒤에 합류해 동행했지만, 암천회의 일로 유람은커녕 바쁘게 지내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낙소월이 머리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입가에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맺혀 있었다.
“확실히 아쉽긴 하지만,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닌걸요. 어쩔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전 사형과 이런저런 경험을 해서 즐거웠어요.”
‘뭐지, 선녀인가.’
눈부신 미소가 뇌리에 박혔다.
눈 앞에 어른거리는 걸 지울 수가 없을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무공으로 치자면 상천십좌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심각한 내상을 넘어 주화입마 수준의 위력이었다.
“당분간 못 보는 게 아쉽지만…… 그렇다고 영영 못 보는 건 아니니까요.”
낙소월이 수줍게 웃으며 주서천의 소매를 잡았다.
“수 리의 거리가 저와 사형을 떼어 놓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누군가와 정말 함께 있고 싶다면, 마음은 이미 거기 가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 말했다.
사람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장 순수하게 빛난다고.
“아……”
하마터면 눈시울을 붉힐 뻔했다.
이런 말을 들은 건 난생 처음이었다.
좋아하는 누군가.
과거의 자신과는 동떨어진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은커녕 친한 사람 하나 없었다.
주서천은 이 분위기가 어색한지 동공을 이리저리 굴려 대다가, 이내 낙소월의 손등을 감싸 잡았다.
“그래. 다음에 보자.”
낙소월이 눈을 토끼처럼 크게 떴다가, 초승달처럼 휜 눈매로 환하게 웃었다.
‘나도 집에 가도 되냐고 언제 물어봐야 하지?’
제갈승계가 구석에 앉아 눈치를 봤다.
만남이 있다면, 이별이 있다.
주서천은 일행과 나중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참고로 헤어지기 전 낙소월에게 소환단을 한 알 쥐여 주었다.
신승에게 허가를 받은 소환단이었다.
얼마 전에 강소에서 봤을 때, 그녀가 내공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전해줬다.
운이 있다면 경지의 벽을 깨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설사 없다 할지라도 내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터이니 좋았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형님!”
제갈승계도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인사했다.
데려가지 못한 게 조금 아쉽지만, 사도천의 세력권 내부이고, 비밀리에 움직여야 할 상황도 있어 보내는 게 낫다.
호위로는 낙소월이 있으니 문제없었다.
금의상단까지 데려다주면 수선행이 끝날 쯤이 되니, 이후 화산으로 돌아가면 시간도 딱 알맞다.
“소령, 너와 나뿐이구나.”
“예.”
“가끔 심심하니 말 상대 좀 되어줄래?”
“예.”
“망했군. 차라리 혼잣말을 하는 게 좋겠어.”
유령곡 지부의 안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손발이 되어 줄 사람도 필요했다.
능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정이 쌓여 있으니 제격이었다.
“일단은 절강으로 간다.”
비밀 분타가 박살 나 분노한 천기가 강소를 이 잡듯이 뒤집는 게 눈에 훤했다.
강소곡에 들러 유령들을 포섭할까 했지만, 절강과는 반대 방향인 데다가 거리가 제법 있었다.
얼굴을 가리고 조심하면 들키지 않을 수 있지만, 굳이 피곤하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나중에 들르면 그만이니 강소곡이 아닌 절강곡에 들렀다.
“유령곡주를 뵙습니다.”
‘생각보다 적네.’
천목산(天 目山)의 절강곡.
유령들이 생각 이상으로 적었다.
겨우 열셋 밖에 되지 않았다.
심지어 수련령도 적었다.
교두가 적으니 당연했다.
인원을 늘리면 관리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혹시 하는 마움으로 도주령이라도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건 아니었다.
유령들은 지역마다 그 인원이 다르니 이상하게 여길 건 아니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좋아. 당분간 여기에서 지낼까.’
아직 시간이 남기도 했지만, 사도천의 잠입을 위해 몇 가지 준비할 게 있었다.
‘위장 신분.’
지금쯤, 천기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강소 비밀 분타의 타격으로 노출된 정보를 걱정하고 있을 터.
분명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을 터이니, 지금 이 모습으로 사도천 세력권을 어슬렁거리면 성가셔진다.
그래서 변장을 하고 위장 신분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다행히 알맞은 게 딱 하나 있었다.
‘궁귀검수, 주서천.’
활을 귀신처럼 다루는 검수이자 사파의 고수.
과거 묘가검문과 폭섬도문의 내전에서 활약한 경력이었다.
기사분반을 얻어 내기 위해 싸웠고, 폭섬도문주 구종과 생사결 끝에 승리해 천하백대고수에 올랐다.
당시 머리가 돌았던 건지 주서천이란 이름을 당당히 외치고 다녔지만, 다행히 잘 넘어갈 수 있었다.
“후우, 좋아. 이걸 좀 써먹어 볼까.”
변장하고, 만중검을 사용한다면 그럭저럭 속일 수 있다.
이 신분을 이용해 잠입해 해결하면 된다.
나중에 가서 들켜도 상관없다.
어차피 암천회와는 이미 척을 졌으니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주서천은 절강곡에 남아 한동안 수련에 힘썼다.
당연히 만중검이었다.
아쉽게도 유령보를 수련하지는 못했다.
무게를 실어야 하는 만중검과, 무게를 싣지 말아야 하는 유령보는 서로 상극이었다.
중도만공 덕에 동시에 수련할 수는 있었지만, 함께 쓰면 위력이 절반 넘게 줄어든다.
이 주일 후.
집중해서 수련한 덕분에 만중검이 사성에 올랐다.
검에 대한 깨달음이 높으니 가능한 속도였다.
무엇보다 절강곡의 유령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니 성장 속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절강곡에서의 수련이 끝났다.
그리고 곧장 여행길에 나섰다.
동행으로 유령 몇을 데려갈까 고민했지만, 숫자가 워낙 적어 그냥 내버려 두었다.
며칠간 꾸준히 남하해 복건(福建)이 나왔다.
여기서부터 치안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복건은 산이 많고, 땅은 척박해 농지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식량이 부족해 이주가 빈번했고, 사람들을 내보내도 사정이 좋아지지 않아 잦은 식량난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일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온갖 문제가 발생하면서 범죄자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곳이 됐다.
가끔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오면 대부분이 무슨 일을 저질러 도주해 온 범죄자였다.
“켈켈켈, 죽고 싶지 않으면 가진 거 다 내놔라!”
“죽고 싶지 않다면 되돌아가라. 용서해 주마.”
“무슨 헛…… 꾸엑!”
그러다 보니 성가신 일이 여럿 있었다.
도적이나 파락호들이 벌레들처럼 꼬였다.
참고로 복건에 들어선 이후로부터 괜한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아 복면을 쓰고 다녔다.
웬만하면 도적들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마을과 길을 피했는데, 그런데도 만나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며칠 정도를 꾸준히 달려 성도인 복주(福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관광할 곳은 없으나, 중심인 만큼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코앞이 항구라서 그런지 바닷바람이 느껴졌다.
‘좋아, 그러면 하오문을 찾아볼까.’
완벽한 변장을 하려면 하오문의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오문이 있다는 복주를 찾아왔다.
이 주일 전 절강곡에서 수련하고 있을 당시 유령들에게 정보 수집을 요청했다.
마침 그 기술자가 복건의 하오문에 있다는 걸 들었고, 하남의 정주로 연락해 강능초에게 도움을 청했다.
“알겠다. 연락을 넣어 두지.”
음지의 정보 집단답게 답장도 신속했다.
‘유령들이 변장술에 취약하다는 것이 아쉽군.’
하기야 생각해 보면 유령곡이 있는데 굳이 변장술을 택할 연유는 없다.
잠입이 필요하면 존재감을 극도로 낮추거나, 상황에 알맞은 유령을 투입하면 그만이다.
어쨌거나, 하오문 복주 지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밤거리에서 접근해 오는 잡배를 붙잡아 팔을 부러뜨려 주니 알아서 술술 불었다.
다만 위에까지 찾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꼬리를 남기지 않는 하오문의 습성 탓이었다.
“혹시, 정주에서 오신 분입니까?”
그렇게 이 잡듯이 쑤시고 다니자 하오문도 측에서 접근해 왔다.
“이건 준비됐나?”
손바닥으로 얼굴을 슥 훑으며 물었다.
그러자 하오문도가 그 손짓의 의미를 깨닫고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리로 오시지요.”
도시의 외곽으로 안내받았다.
인적이 드문 데다가 곳곳에서 시선이 느껴졌는데, 전원이 하오문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푸줏간에 도착했고, 숨겨진 지하실로 데려다주었다.
지하실이지만 전혀 어둡지 않았다.
햇빛 대신 여러 불빛이 촘촘하게 위치해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다.
내부에 동물의 가죽이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것들을 지나니 식기라거나 작업대로 보이는 책상 등 사람의 흔적이 보였다.
“위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하오문도가 지하실 위로 올라가 문을 닫았다.
“어서 오시오.”
가래 끓는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니 안쪽에서 얼굴이 화상으로 가득한 노인이 나타났다.
“어떤 얼굴을 원하시오?”
일반적으로 변장이란 게 떳떳해서 하는 건 아니다.
사정을 물어봤자 알려 줄 리도 없고, 괜한 호기심을 가졌다간 목숨 한둘로는 부족하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현명한 법.
노인은 어떠한 의문도 없이 담담하게 일하듯 말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부 가능하지만, 아이는 신장이나 체격, 목젖 탓에 알맞지 않소. 노인이라면 한동안 허리를 굽히고 다니는 연습을 하는 게 좋을 거요. 또한 근육을 움츠려야 해서 꽉 끼는 옷을 입어야 할 거고.”
과연 전문가는 전문가였다.
얼굴만 대충 바꾸려고 왔는데 생각 이상으로 세세했다.
“이립(而立 : 30세) 인근.”
“흠, 복면부터 벗어 주시겠소?”
“아, 깜빡했군.”
복면에 꽤나 익숙해져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젊군. 피부 좀 만져 봐도 되겠소?”
“마음대로 하시오.”
노인이 다가와 뺨을 찔러 보거나, 주물러 봤다.
“어떤 느낌을 원하시오?”
“잘 생기지도 않고, 못 생기지도 않게. 우습게 보이지 않도록 적당히.”
“이틀.”
“시간은?”
“인시(寅時) 초.”
불필요한 말 없이 빠르게 진행되니 좋았다.
이틀 뒤에 찾아오기로 약속하고 위로 올라갔다.
푸줏간에서 대기하던 하오문도를 불러, 근처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서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물었다.
“적당한 곳이 있습니다만, 돈이 좀 듭니다.”
상관없다.
정주만큼은 아니나, 복잡하게 얽힌 골목길을 지나 중심가 구석에 위치한 객잔을 소개받았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침상에 누웠다.
창이 열리면서 소령이 조용히 들어와 앉았다.
‘암천회와 사도천……’
침상에 누우니 자연스레 이번 목적이 떠올랐다.
가만히 있는 게 싫어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준비해 둔 것이 실패했으니, 다른 걸 당겨 왔나.’
강소에서 얻어 낸 것에 대해서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 일부는 전생에서 일어난 사건 중 하나였다.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칠검전쟁으로 인해 정사대전이 벌어지고, 십수 년 동안 이어진다.
그리고 약화되자마자 암천회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무림에 전면 전쟁을 선포했다.
위기감을 느낀 무림맹과 사도천은 뒤늦게 손을 잡고 암천회에 대항했으나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암천회가 미리 심어 둔 첩자로 정보를 빼오고, 배신자들을 이용해 뒤통수를 친 탓이었다.
그리고 그중에 몇몇 굵직한 사건들이 있는데, 앞으로 있을 ‘담리백의 패륜’이다.
‘패륜아, 담리백.’
사도천주에게는 여러 자식이 있다.
그중에서도 이름이 가장 알려진 건 바로 이 담리백이었다.
아비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아 그런지, 어릴 적부터 무에 대한 재능이 남달랐다.
이를 본 주변인들이 거머리처럼 붙어 눈치를 보고, 아부를 떨었다.
주변에서 받들어지며 성장해서 그런지 성격도 건방져졌다.
성인이 될 무렵에는 온갖 패악을 일삼으며, 마도인 뺨 후려칠 정도로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사도천주는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정파인도 아니고, 사파인이 아닌가.
무공만 성실하게 수련한다면 뭘 하건 간에 용인해 주는 눈치였다.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아비도 아무런 소리를 하지 않자 담리백의 패악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래도 이렇게 마음대로 하는 것도 약하면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 무공만큼은 성실하게 임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제멋대로 보내는 나날
담리백이 서른이 될 무렵, 사도천주가 쓴소리를 시작했다.
“에잉, 쯧쯧 나이만 처먹었지 아직도 애새끼구나.”
워낙 제멋대로 성장하고, 오만방자해 천하를 전부 자기 것으로 생각했다.
타협하는 방법을 모르고 스스로를 과신해 누군가 지적하면 전부 죽여 버렸다.
무인으로서는 몰라도 지도자로서는 부적합했다.
사도천주는 이 점을 지적하고는 우둔하다며 혀를 찼다.
툭 하면 수하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일이 늘었고, 불만이 점차 쌓여가 결국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왜 이렇게 당하고 살아야 하는 거지?’
어릴 적부터 칭송을 받으며 살아왔다.
마흔을 앞에 두고 화경에 올라 천하백대고수가 됐다.
담리백은 그렇지 않아도 남들보다 욕망이 컸다.
치욕으로 인한 불만이 욕망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웠다.
‘저 영감탱이는 도대체 얼마나 할 생각인가.’
사도천주는 세월이 지나도 늙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반로환동 정도는 아니지만, 상천십좌에 오르면서 환골탈태를 통해 젊어진 덕분에 수명이 늘었다.
앞으로 이삼십 년은 더 살지 모르는데, 그 시간은 담리백에 있어 지루하고, 긴 시간이었다.
‘저 자리는 내 것이다.’
소년이나 청년이었을 땐 감히 덤빌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되면 육십이나 칠십이 다 돼서야 권좌를 물려받을지도 모른다는 게 불만이었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사도천주는 천재인 그가 봐도 괴물이었다.
화경을 넘어선 절대고수는 인간으로 보이지를 않았고, 무엇보다 사도팔문의 반절 이상이 따르는 걸 무시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불만으로 쌓여가는 나날, 칠검전쟁 초기 무렵에 누군가가 접근해 왔다.
암천회였다.
“당신을 사도천주로 만들어 주겠소.”
처음에는 웬 정신병자인가 싶었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 준 저력으로 인해 믿게 됐다.
‘흐흐흐, 좋아. 이들을 이용하자.’
암천회가 대충 어떠한 목적을 지녔는지는 눈치겠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적당히 이용하다가 버리면 그만이다.
무림에서 이런 놈들이야 숱하게 많았으니까.
몇 년 뒤 사도천의 세력 구도가 변했다.
사도팔문의 반절이 담리백에게 붙게 된 것이었다.
이때부터 부자(父子)의 신경전이 발생했고, 이는 사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힘을 합하기는커녕 둘로 갈라져 신경전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온갖 문제를 발생시키면서 머리를 아프게 했다.
암천회의 등장 이후로도 마찬가지다.
내부의 세력 구도로 무림맹과의 협력도 삐걱거리게 만들었다.
결국 담리백은 아비의 등을 찔러 패륜을 저질렀다.
이 사건이 담리백의 패륜. 온갖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그 패륜아 탓에 개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으으!’
한 사람의 배신이 총체적 위기를 만들었다.
사도팔문은 통제 불능이 되어 버렸다.
암천회의 첩자가 상층부에도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를 불신했다.
결국 정사의 합동 작전까지 실패로 돌아가면서 하마터면 멸망할 뻔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다.
‘기필코 막아야 한다.’
역사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천기가 계속된 실패를 메우려고 준비가 부족한 계획을 벌써부터 꺼내고 있다.
정보에 의하면 담리백에게 접근해서 꾀어내는 중이었고, 동시에 사도팔문까지 포섭하려 하고 있었다.
‘하오문이 사도천과 적잖은 접점이 있으니 , 잠입하는 데 도움이 될 터.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정파에 개방이 있다면 사파에는 하오문이 있다.
하오문은 정확히 사도가 아닌 흑도이지만 이해관계가 약간은 일치하다보니 서로를 자주 이용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정파가 아닌 사파의 소굴에 들어가야 한다.
어쩌면 사도천주를 대면할 수도 있을지 모르는 일.
그 외에도 천기가 신경 쓰고 있으니 온갖 방해를 전부 뚫고서 담리백을 저지해야만 했다.
최악의 경우 암살이라는 수단을 택해야 한다.
담리백이 이제 막 반기를 들기 시작할 무렵이니 이 방법을 택하면 사도천에게 평생 쫓겨 다닐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걸 감수해서라도 저지해야 할 일이었다.
이틀 뒤, 푸줏간 지하실로 향했다.
“완성됐으니 이리 오시오.”
노인이 얼굴을 몇 번 주무르더니, 무언가를 씌웠다.
확인해 보니 인피면구였다.
역용술만 제외하면 변장에는 최적인 도구다.
특히나 장인의 손길을 거쳐 몰라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거울에 비춰 보니 전혀 다른 얼굴이 보였다.
사십 대 초에 매서운 인상이다.
“서른 인근이 아닌데?”
“동의하지 않고 멋대로 바꿔서 미안하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우습게 여기지 않으려면 이편이 더 나을 거라 판단해 바꿨소.”
“뭐, 그렇다면야.”
딱히 서른 인근에 고집할 이유는 없다.
“그리고 베이지만 않으면 들킬 일은 없을 거요. 오랫동안 사용하고 싶다면 재방문해 점검을 받으시오.”
“고맙소.”
주서천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입을 벌리거나, 눈을 크게 뜨는 등의 표정 변화에도 문제없었다.
노인에게 수고비로 은자를 두둑하게 챙겨 준 뒤, 지하실을 나왔다.
입구 앞에 서 있던 하오문도와 눈이 마주쳐 목례했다.
그러곤 그의 뒤를 따라 다른 곳으로 안내를 받았다.
“어서 오십시오. 문주께서 보내신 서찰이 있습니다, 장로.”
하오문의 복주 지부장이 비굴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장로?’
머리를 기울이게 만들 말이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복주 지부장에게 서찰을 건네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호!’
변장의 대가를 수소문할 때의 일이다.
사도천에 잠입하게 할 수 있도록 강능초에게 협력을 요청했었다.
노인을 찾아 준 것만으로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오문의 장로로서 사도천에 방문하라고?’
하오문과 사도천은 그럭저럭 밀접한 관계다.
가끔씩 장로가 찾아가 귀중한 정보를 팔아넘기기도 했다.
사도천주도 하오문의 정보력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 되도록 건들지 말라고 명령을 내버려 두었다.
직접적이진 않으나 간접적으로 비호하고 있었다.
‘하오문의 장로, 궁귀검수인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