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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五章지자력의(知者力矣) (66/254)

第五章지자력의(知者力矣)

금의상단은 성장했다.

그 속도도 규모도 작지 않았다.

근 몇 년 사이에 정말 몰라보도록 커졌다.

보통 돈이 많으면 벌레가 꼬인다.

거기에 더해 강도들도 찾아왔다.

상단주는 그걸 돈으로 막았다.

흔히들 말하는 뒷돈을 찔러 넣어 권력자들을 포섭했다.

든든한 배경이 버텨주니 건들 사람이 몇 없었다.

물론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욕심에 눈이 먼 자들도 몇몇 있긴 했다.

하지만 호위에게 막혔다.

권력도 재산도 무력도 나름 출중했으나, 상단주는 여기에서 안주하지 않았다.

그 욕심은 대해와 같았다.

하지만 욕심에 눈이 멀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보다 완벽하고 확실한 재산을 얻기 위해서 과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또한 상단주가 향락을 밝히거나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었고, 대부분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했다.

보통의 졸부들이라면 돈을 마구잡이로 써대 파멸하기 마련이었으나, 금의상단 만큼은 예외였다.

“자고로 돈이란 건 돌고 도는 것이지.

술에 취하거나, 성욕을 해소하는 것보다는 돈을 부르는데 돈을 쓰는게 훨씬 낫지.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

“으하하!”

이의채가 불룩 튀어나온 배를 보이며 웃어 댔다.

전형적인 욕심 많은 상인의 웃음소리였다.

눈앞에 놓인 금전들을 보니 배부르기는커녕 배가 고파졌다.

이 허기를 얼른 채우고 싶었다.

허기와 욕심은 이의채의 원동력이다.

“그 웃음소리는 여전하시군, 상단주!”

그때였다.

문 바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헉! 이 목소리는!”

이의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옷 사이에 껴 둔 금전이 와르르 떨어지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주변에서 전충(錢忠)이라 불릴 정도로 돈에 집착이 강한 그가 손에 쥔 돈을 전부 떨어뜨렸다.

그만큼 놀랍고 중요한 일이 벌어졌다는 의미다.

“대, 대협?!”

콰앙!

문이 거칠게 열리며 이의채가 나왔다.

신발을 신는 것도 잊은 채 버선발로 헐레벌떡 뛰었다.

“저게 상왕이라니…… 참.”

주서천이 그 모습을 보고 쓰게 웃었다.

* * *

식탁 위는 온갖 산해진미로 가득하다.

근처 산지에서 가져온 산재부터로 시작하여, 어창(魚倉)이라 불리는 발해(渤海)에서 갓 잡아 온 싱싱한 물고기로 뜬 회나 구이 등의 해산물 그리고 잔치에서나 볼 법한 돼지 등의 고기도 올라와 있었다.

“아이고, 정말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의채가 연신 굽실거리면서 헤헤 웃었다.

오 년이란 시간이 홀렀는데도 여전하다.

“고개부터 드시고 말해 주십시오. 적어도 눈은 마주치고 대화해야 하지 않습니까.”

주서천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제야 이의채가 머리를 들었다.

“세월이 흘러도 대협에 대한 존경심이 변치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함이었으니 부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의채가 손바닥을 비벼 댔다.

“그나저나 대협께서도, 소협께서도 그간 안 본 사이에 정말로 미남자로 자라 주셨군요. 이 소상, 보자마자 그만 넋을 잃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바뀌지 않는 것도 신기하군.”

제갈승계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의채는 주서천과 제갈승계를 극진하게 대접했다.

세 사람만 아는 비밀을 편히 이야기 하기 위해 하인과 하녀도 들이지 않았다.

삼안신투의 비고 일은 아직까지도 기밀이다.

배를 채우는 동안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대화했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전에 서신으로 나눴었다.

식사 도중에는 무림에 대한 정세나 상단의 일 등에 대해서 대화했다.

식사를 끝낸 뒤, 상을 치우고 나서야 본론에 들어갔다.

“상단주. 앞으로 무기가 좀 필요할 겁니다.”

주서천의 첫 마디에 이의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실실거리던 웃음이 사라지고,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그래도 입가에 옅은 미소는 여전했다.

“무기라 하오면……?”

금의상단은 전부터 무기도 취급했다.

주서천이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렇기에 의문을 표했다.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전쟁이 날 것입니다.”

그의 말에 이의채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옆에 있던 제갈승계는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았다.

여기에 오기 전에 주서천이 미리 설명해 두었다.

‘흉마의 무덤은 수몰됐어. 더 이상 어떻게 복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무덤 조사대의 칠대 세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어떤 회의를 하건 간에 그 칠대 세력의 구성원은 바뀌지 않는다.

암천회의 손이 가 있는 탓이다.

무림맹과 사도천뿐만 아니라 마교에서조차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간자가 숨어져 있다.

전쟁을 확실하게 일으킬 수 있도록 손을 써 두었다.

다른 계기를 꺼내 그들을 부추겨 또 하나의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 확신했다.

애초에 실패해도 다른 대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암천회의 무서운 점 중 하나였다.

“전쟁이라, 돈 냄새가 나는군요. 무기뿐만 아니라 약재도 필요하게 될 겁니다.”

이의채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히죽 웃었다.

그는 결코 선인은 아니다.

약간의 도덕심만 있을 뿐, 돈을 벌 수만 있다면 뭐든지 좋다는 주의였다.

물론 천륜을 저버릴 정도로의 악행은 하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뢰를 잃는다.

상인에게 신뢰는 곧 목숨이자 돈이다.

돈을 원하는 만큼, 효율적인 걸 추구한다.

그게 금의상단주인 상왕 이의채라는 상인이다.

“더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 비교적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하는군요.”

“형님의 말을 그대로 믿는 겁니까?”

제갈승계가 의문 하나 품지 않는 이의채를 보고 신기한 듯이 물었다.

의형제인 자신조차도 주서천이 처음 설명해 줬을 때 뭔 소리냐고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이의채는 그런 것 따위 하나 없었다.

눈에 약간의 의문이 있긴 했으나, 그것도 곧 사라졌다.

“킁킁. 돈 냄새가 납니다. 제 후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지요. 무엇보다…… 그동안 대협이 말한 것 중에서 틀린 것은 없었습니다. 대협이 알려 준 대로 행동하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지요.”

오직 돈으로만 이어진 관계지만 이의채에게는 그 돈이 전부다.

어떠한 말이나 증거보다도 중요하다.

그 외에는 중요하지 않다.

목숨이나 가족보다도 중요한 돈.

세상 모든 것의 중심이자 모든 걸 품 안에 안겨 주었다.

남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딴 건 상관없었다.

이의채에게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상왕은 이익을 좇으며, 또한 상인의 기본적인 ‘등가 교환’과 ‘신뢰’라는 걸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그에 대한 건 미래에서 너무나도 유명하다.

역사가 그걸 증명했다.

그렇기에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지자력의(知者力矣), 아는 것이 곧 힘이다.

“금(金)과 기 (器)와 약(藥)을 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인(人)에 신경 써야겠군요.”

이의채가 주서천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맞췄다.

“그중에서도 무인(武人)이 특히 필요합니다. 낭인이라도 상관없으니 모집하십시오. 무공이 형편없어도 상관없으니 믿을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인원으로 채워 두십시오.”

“사람을 부리는 건 이 소상의 특기입니다. 돈으로 귀신도 부린다 하지 않았습니까? 맡겨만 주십시오.”

* * *

암천회의 대계(大計)에 변화가 생겼다.

원래는 흉마의 무덤을 계기로 삼아 전쟁의 막을 열 생각이었으나, 일이 어긋나면서 불발됐다.

하지만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흉마의 무덤은 더 이상 쓸모없어졌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계기만 주어진다면 심어 둔 간자나 바람잡이인 풍자(風者)를 이용해 전쟁을 부추길 수 있었다.

“비급을 풀어 대체한다.”

그래서 그 계기를 다시 준비했다.

다른 계책에서 사용될 것이었지만, 우선순위는 이쪽이었다.

“누구의 것으로?”

“혈승(血僧)!”

“이럴 수가!”

“호오!”

여기저기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원래의 계획과 많이 틀어지는 것이 아닌가?”

“소림사가 움직이겠지.”

혈승은 사백 년 전의 인물로, 원래는 소림사의 무승(武僧)이었으나 파계(破戒)하여 내쫓긴다.

그는 원래 소림사에서도 촉망받던 천재였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고, 알아서 진의(眞意)를 깨우쳤다.

중원 무림에서도 그를 보고 불세출의 천재라면서 치켜세웠고, 모든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혈승은 배우는 것마다 얼마 걸리지 않고 금세 대성했다.

시간이 흘러 더 이상 소림사에서도 그를 가르칠 자가 없어지자, 장경각(藏經閣)의 출입이 허가됐다.

장경각에는 불교의 경전뿐만 아니라 소림사가 소유한 무공 비급으로 가득했다.

혈승은 허가된 무공을 물 먹은 목화(木花)처럼 흡수하였다.

그중에선 해석되지 않은 무공도 있었다.

그 덕에 난해하여 완전하지 못한 소림사의 몇몇 무공도 해석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에 소림사는 혈승에게 불학 무공의 최고이자 절세신공인 역근경(易筋經)을 맡겨 해석하길 기대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역근경은 해석하지 못했다.

아니, 해석할 수 있었지만 해석하지 않았다는 것이 맞다.

혈승은 무공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이 커, 결국 금기에 손을 댔다.

바로 장경각에 봉인된 마공서였다.

이 불세출의 천재는 마공서를 습득한 것도 모자라, 마공과 역근경을 결합하여 새로운 무공을 창안했다.

“혈근경(血筋經)!”

마공을 수련한 것도 모자라서 역근경을 마공과 결합하는 정신 나간 짓을 저질렀다.

아무리 그동안 소림사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했다고는 하나, 이건 어떻게 변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파계야 두말할 것도 없었고, 무공 유출을 걱정하여 뇌옥에 평생 동안 가둬야만 했다.

참고로 소림사에서 무승이 파계승으로 전락할 경우, 사지 근맥이 잘리고 단전을 폐한다.

혈승은 그 사실을 알기에 고민하지 않고 소림사를 뛰쳐나왔고, 그 뒤를 백팔나한이 쫓았다.

그 이후 벌어진 일은 소림사 역사상 최고의 치부가 됐다.

백팔나한의 대부분이 혈승에게 당한 탓이었다.

애초에 무공에 대해서는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는 혈승이고, 장경각의 비급을 흡수했다.

당시는 물론이고 소림 역사상 혈승만큼 강한 자 자체가 몇 없었다.

이후에 무림맹을 비롯하여 정파 무림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끝끝내 척살에 실패했다.

“혈근경이 진실이란 것이 알려지게 된다면 필시 백팔나한도 나서겠지. 그것들이 좀 성가시지만, 마교도와 상극이니 분명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 터. 굳이 힘쓰지 않아도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과연. 탁월한 선택이군.”

“다만 그만큼 변수도 크니 주의하도록 해라. 혈근경은 나인성정본과 다르게 금공도 아니니까.”

소림사 입장에선 금공이나 마찬가지인 마공이나, 마도이세 측에서 금공으로 쳐주지 않았다.

혈근경을 수련하면 소림 공적이 되겠지만, 마도이세에 의탁하면 되니 별로 상관없다.

어차피 마공을 수련하면 정파와 사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으드득 도대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걸 망친 그놈을 잡아 편히 죽이지는 않으리라!”

금의상단 휘하의 무사는 삼백 명가량이다.

그중에는 낭인도 있었고, 정파인도 있었다.

중소 문파 출신부터 시작해 무림맹 출신인 자도 있어 무척 다양했다.

이의채는 이들을 백 명씩 일군(一軍), 이군(二軍), 삼군(三軍)으로 나누어서 운용했다.

삼군은 정말로 별다른 조건 없이 돈으로만 고용된 낭인뿐이었다.

얼마 전에 주서천의 명으로 데려왔다.

이군은 금의상단의 각 지점에 배치된 무사였다.

삼군보다 출신이 좋거나 무공이 강했고 급여도 좋았다.

일군은 정예였다.

질풍십객들이 선두로 서서 부대를 열로 나뉘어 이의채의 수족으로써 힘 썼다.

덧붙여서 일군은 설사 이군보다 무공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질풍십객처럼 신뢰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누구보다 돈이 필요했고, 그건 자기 자신의 사리사욕이 아닌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였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고, 그걸 이용해서 충성하도록 만드는 건가. 하지만 강제는 아니야. 협박이면 협박인데, 아니기도 하니 정말 기가 막힌 솜씨군.”

주서천이 이의채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상단주. 당분간 이군의 지휘를 제가 맡겠습니다.”

삼군은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

타 세력에서 돈만 쥐여 준다면 도망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금의상단을 적대하는 상단에서 간자를 넣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래서 비교적 상단에서 신뢰를 쌓고 있으며 무공도 그럭저럭 괜찮은 이군의 전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군은 처음 상단주의 명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아무리 구파일방 출신이나,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애송이가 자신들을 훈련시키겠다니 어이가 없었다.

상단주의 명이기는 해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여러 곳에서 반발이 나왔다.

“상단주님 아무리 그러셔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소?”

“화산파의 명성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저자는 어려도 너무 어리지 않습니까?”

“구파일방 출신의 제자이고 상승의 무공을 수련했다고 무작정 고수는 아니오. 딱 봐도 경험 없는 애송이인데 뭘 안다고 우리를 가르치겠소?”

이군의 무사들은 자존심이 상했다.

오룡삼봉이라면 또 모른다.

애초에 주서천이라는 이름 석 자 자체가 처음이다.

나이가 어린 것도 짜증 나는데 무명인 자가 상관으로 들어왔다.

“다들 입 닥치시오. 무신께서 지금 여기에 계시오.”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아부였다.

주서천 장본인도 기가 질린 기색으로 혀를 찼다.

“상단주께서는 다른 업무를 보도록 하십시오. 이곳은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협. 미천하기 짝이없는 이 소상 탓에……”

“아, 좀!”

괜히 일만 키울 것 같은 이의채가 물러갔다.

주서천은 백 명을 앞에 두고 말했다.

“원래 백 번의 말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것이 낫지.”

“하?”

“그러니 다 덤벼라.”

“그게 뭔 개소……”

“내가 먼저 간다!”

금의상단 제남 지부는 으리으리하게 컸다.

일반 수준의 저택이 아니었다.

앞에 대(大)가 붙는다.

백 명이 움직여도 충분한 연무장까지 붙어 있었다.

금의상단의 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주서천은 이군 소속 무사 백 명을 앞에 두고 다짜고짜 덤벼들었다.

치명상은 입히지 않도록 조심했다.

“꾸엑!”

검을 쓰되 날로 공격하지 않았다.

주로 칼등으로 후려쳐서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

무사들은 처음 이게 웬 난리인가 하고 싶다가, 주서천이 싸움을 건 것을 인식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그리고 그다음에 펼쳐진 건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끄아아악!”

“아악!”

이군 소속 무사들은 지천에 널린 낭인들보다는 낫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금 낫다는 수준이었다.

정말로 대단해 봤자 일류이고, 대다수가 삼류나 이류다.

아무리 백 명이라고 할지라도 거의 무한한 내공을 소유한 화경의 고수에게는 식후 운동 정도밖에 안됐다.

무사들도 처음에는 주서천이 미쳤나 하고 싶어서 , 혼쭐을 내주려 했지만 그 생각이 곧바로 뒤집혔다.

맞지 않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서 주서천을 제압하려고 총력전을 기울였다.

하지만 다들 어떻게 하지 못하고 결국 바닥과 입맞춤해야 했다.

“으윽……”

“아이고, 허리야!”

“팔이 부러졌어……”

반 시진도 되지 않아 무사들이 지면에 누워 신음 소리를 흘렸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원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자신이 이곳에 돈 받고 일하러 왔다는 걸 떠올리고는 급히 움직였다.

주서천은 치료를 받는 무사들을 훑어보면서 입을 열었다.

“앞으로 오늘처럼 실전 방식의 비무로 수련한다.

검이 이가 나가거나, 부러져도 상단에서 지원할 예정이니 걱정 마라. 약재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너희는 마움 놓고 실전으로 싸워라. 알았지?”

“이 빌어먹을 애송이가!”

비교적 멀쩡한 일류 무사 한 명이 불같이 화를 내면서 달려들었다.

“그래. 이런 기세로.”

주서천이 좌로 일 보 걸어 가볍게 회피했다.

그리고 스쳐 지나간 무사의 등허리를 발로 차 버렸다.

“꾸엑!”

무사가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지면에 처박혔다.

치료를 받고 있던 무사들이 그걸 보고 기겁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그제야 공포감이 묻어났다.

이후, 주서천은 이군의 교두가 됐다.

몇몇 무사들은 혹시 속가제자에게 주어지는 화산파의 무공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냐며 기대했다.

어림도 없다. 

애초에 주서천이게 그런 권한도 없다.

“교두라고 해도 무공을 가르쳐 주는 건 아니다. 보아하니 기초 같은 것이 엉망으로 잡혀 있군. 그걸 고쳐 주마.”

이럴 때는 화산파의 악명이 자자한 혹독한 수련 방식이 도움이 됐다.

과거를 연상하며 이군을 훈련시켰다.

새벽 즈음에 일어나서 명상을 통해 내공심법을 수련하고, 그게 끝나면 내공 사용 없이 뛰게 한다.

점심 때가 되면 단체로 검을 휘두르게 했다.

자세가 엉망인 자를 찾아내 강제로 교정시켰다.

꽤나 강압적인 태도이고, 폭력도 사용해서 도중에 불만인 자가 여럿 나왔다.

“이 망할 자식!”

“그 힘으로 수련을 해라.”

물론 그럴 때마다 폭력으로 굴복시켰다.

좀 더 좋은 방법도 있겠지만, 그럴 정도의 의리는 없다.

애초에 인원이 인원인지라 하나하나 신경 써 줄 여유가 없었다.

적당히 괴롭히면서 훈련시켰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마음고생도 안 하니 좋았다.

“대단하십니다, 대협!”

이의채가 무럭무럭 자라는 이군의 전력을 보고 좋아했다.

무림에서 힘이란 건 곧 돈과 같다.

전력이 강해지면 여러 이익이 생긴다.

그 이익을 생각하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주서천은 그런 이의채의 아부를 적당히 흘려들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삼군에서 이군이나 일군에 들어갈 수 있는 인재를 걸러 주십시오.”

“명대로 하겠습니다. 적합하지 않은 자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적당히 대가만 쥐여 주십시오. 사람 대하는 건 상단주가 더 잘하시니 맡기겠습니다.”

“그 외에 필요한 건 또 없습니까?”

“여기서 이백 명 정도 증원할 예정입니다. 제가 말하는 조건에 맞는 아이들을 구해 오십시오.”

하나, 신체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아홉에서 열 살 정도의 아이여야 한다.

영양이 부족하거나 배를 굶는 건 상관없다.

팔다리가 붙어 있고 눈이 보이면 그만이다.

불치병도 없어야 한다.

“그리고 가정 사정이 좋지 않은 아이들을 데려오십시오. 고아인 편이 더 좋습니다.”

“과연 별개의 친위대를 양성할 생각이십니까?”

가정 사정이 좋지 않거나, 혹은 버림받은 고아 등은 오갈 곳이 없어서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보내고 있다.

그 절망과 굶주림은 상상 이상의 고통이다.

그리고 그 고통을 벗어나게 해 준다면 상대가 누구건 간에 대부분은 평생의 충성을 맹세한다.

의식주를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법, 예를 들어 무공을 가르쳐 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이 정도 인원이면 차라리 개파(開派)하여 따로 관리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건물도 새로 짓고 연무장이나 그 외의 환경도 조성해 주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만…… 어찌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상단주 마음대로 하십시오.”

주서천이 예상했다는 듯이 웃었다.

“하오면, 개파조사로는 대협께서……?”

이의채가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물었다.

“금의상단과 은근슬쩍 엮으려도 소용없습니다.”

문파라고는 해도, 상단 소속 무사들을 관리하기 위해서이니 따지고 보면 금의상단의 예하 문파가 된다.

그곳의 문주가 된다는 건 곧 금의상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는 걸 의미했다.

화산파의 속가제자라면 모를까, 적전제자가 가능할 리가 없었다.

“아이고, 대협! 정말 죄송합니다! 이 소상, 머리가 우둔하여 그만 실수를 했습니다! 자고로 문주란 건 대협 같은 분이 하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만……!”

“낯짝이 대체 얼마나 두꺼우신 겁니까? 인피면구라도 착용했는지 의심이 갈 정도입니다.”

이의채는 그런 걸 헷갈릴 자가 아니다.

겉으로는 바보처럼 행동해도 중원 전체에서 그보다 머리가 돌아가는 자를 찾기는 힘들다.

방금 전 욕심 어린 발언을 자기가 멍청해서 실수했다는 듯이 스스로 낮춰서 변명하고 있다.

“문주 자리는 비워 두십시오. 알맞은 인재를 데려와서 앉혀 두겠습니다.”

주서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명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상단 예하 문파라면 곧 상단주가 주인이시지 않습니까. 상단주 마음가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흠, 한번 고민해 보도록 하지요.”

이의채가 푸짐한 턱 살을 매만졌다.

‘상단주. 그대가 어떤 이름을 지을 지는 잘 알고 있소.’

주서천이 입 밖으로 나오려던 웃음을 참았다.

금의상단 예하에 문파가 나오는 건 처음이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는 미래에 일어날 일이다.

이의채는 표국이나 호위뿐만 아니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자체적인 전력을 형성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을 데려와서 친위대로 양성시켰던 것도 실은 이의채가 미래에 행동했던 일이다.

자신은 그걸 좀 더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도록 대신 알려 준 것 뿐이었다.

‘돈에 뜻을 두고, 검을 들다.’

금의검문(金意劍門)!

상왕이 말하길, 돈이 곧 힘이라 했다.

그 말대로 돈을 부려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했다.

처음에는 그저 무인들을 고용했다.

둘째는 신뢰할 수 있는 자들을 모아서 문파의 간부로 넣었다.

셋째는 중요한 문파의 독문무공이었다.

아니, 독문무공이라 칭하기도 힘들었다.

돈을 뿌려서 어디에선가 구입하든가, 혹은 찾아내서 가져와 사용했다.

그야말로 돈으로 된 문파였다.

다만 돈으로 무인의 영혼을 부리고, 무공조차 산다는 것에 정파와 사파에게 모멸 어린 시선을 받았다.

평이 그다지 좋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이의채의 방법 덕에 금의검문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는 아니어도 오악검파에 견주는 정도로 성장했다.

“……음! 검문! 금의검문으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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