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四章선상격전(船上激戰) (41/254)

第四章선상격전(船上激戰)

육대랑과 싸우고 있는 구풍을 보니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평소에는 싸우는 도중에도 연화각원을 곁눈질로 쳐다보던 그였다.

하지만 육대랑과 붙은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그만큼 급박하다는 의미였다.

“지금부터 사백을 도우러 갈 텐데, 괜한 걱정으로 끼어들지 마십시오. 경고입니다.”

“사제, 미쳤어?”

장홍이 어이없다는 듯이 주서천을 쳐다봤다.

광인을 쳐다보는 시선이었다.

“갑니다!”

때로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게 확실한 법.

“앗!”

전위에 서 있던 무림맹 무사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호위들이 막아서기도 전에 주서천이 그들을 지나쳐서 수적들에게 순식간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안 돼!”

장홍이 비명을 지르면서 뛰쳐나가려 했다.

“안 됩니다!”

그러나 무림맹 무사가 이번에는 어림 없다는 듯이 장홍이 나가려는 걸 막았다.

“이거 놓으십시오! 사제가……”

장홍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얼굴에는 불신과 경악이 묻어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제갈삭도 두 눈을 의심했다.

아니, 제갈삭뿐만이 아니었다.

구풍을 제외한 모두였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광경은 수적들 사이에서 검을 화려하게 휘두르고 있는 주서천이었다.

“뭐, 뭐야!”

비교적 체구가 작은 수적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무언가가 번쩍하더니 옆에 있던 동료의 목이 날아갔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시간 없으니까 한꺼번에 덤벼라.”

주서천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매가 맹수와 같이 사나웠다.

‘뭐, 뭔 놈의 눈이……’

체구가 작은 수적이 몸을 덜덜 떨었다.

그 눈을 마주친 순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멍청아! 빨리 꼬맹이를 잡아!”

옆에서 동료 수적이 몸을 날렸다.

평소에 눈치가 없다고 놀림을 받던 수적이었다.

그리고 그 늦은 눈치는 죽음을 부르게 됐다.

주서천은 머리를 쪼갤 기세로 날아오는 칼을 좌로 반보만으로 가볍게 회피한 뒤, 옆구리에 검을 박았다.

“커헉!”

푸욱, 하고 옆구리를 통해서 검이 폐를 찔렀다.

숨이 꽉 막혀오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앞으로는 저도 신경 써 줄 수 없으니 무사님들은 명심하십시오.

공세가 아닌 수세에 신경 써야 합니다.”

주서천이 검을 폐에서 빼내면서 호흡곤란에 걸린 수적을 발로 차서 장강에 빠뜨렸다.

‘매화연홍검!’

주서천의 손에서 쾌검이 펼쳐졌다.

십이성 전부를 대성한 덕에 완벽한 위력을 발휘했다.

파밧!

“크읏!”

수적 하나가 몸을 뒤로 젖혔다.

주서천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턱을 스치고 지나갔다.

“흠 이건 좀 적응할 필요가 있겠는데.”

주서천도 배 위에서 싸워 본 적은 별로 없다.

손에 꼽을 정도다.

원래라면 수평으로 그려진 선이 목을 잘랐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주서천은 감각을 다시 조정한 뒤에 몸을 일으키려던 수적의 가슴에 검을 꽂았다.

“컥”

정확히 사혈에 검이 꽂히자 내기의 흐름이 뒤엉켰다.

뇌가 굳고 근육이 풀리면서 정신을 잃었다.

주서천의 손길에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한 명이라도 더 목숨을 빼앗겠다는 듯, 사납게 몰아쳤다.

“이 쥐새끼 같은 놈!”

곁눈질로 목소리의 근원을 찾으니, 좌측에서 도끼를 든 수적이 덤벼드는 게 보였다.

주서천은 상대하고 있던 수적을 발로 차서 밀어낸 뒤에 검을 세워 도끼를 막았다.

째앵 하고 금속끼리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겼다.

“크으으아!”

수적이 안간힘을 다해 도끼를 밀어 붙였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힘을 쏟아 부었는데도 어째 조금도 밀지 못했다.

“핫!”

주서천이 거의 처음으로 기합을 내뱉으면서 검을 위로 쳐올렸고, 쌍날을 지닌 도끼는 그대로 날을 코앞에 있던 수적의 이마에 깊숙히 박았다.

“끅!”

수적이 외마디 비명을 흘리면서 힘없이 쓰러졌다.

“히, 히이익!”

열에 가까운 동료 수적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그제야 공포와 불안감을 느꼈다.

‘매화오행검.’

주서천이 검법을 바꿨다.

배의 흔들림 때문에 쾌검은 썩 좋지 않았다.

안정감과 균형이 중점인 매화오행검이 더 나았다.

매서웠던 그의 기세는 바뀌었으나, 그렇다고 적들의 사정을 봐준 건 아니었다.

보는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정도의 안정감을 자랑하면서 수적들의 목숨을 끊어 갔다.

‘끙. 원래라면 몇 합 나누지 않고 처리해야 하는데 경지가 낮으니 그게 잘 안 되네.

이렇게 본신의 무위를 보이게 될 줄 알았다면 좀 더 올려 둘 걸 그랬나.’

주서천의 경지는 조금 애매했다.

매화생공은 진작 대성했고, 매화육합심법은 십성에서 일부러 멈춰 뒀다.

대성하면 경지가 오를 것 같아서다.

무위 전체가 오르게 되면 싫어도 눈에 될 수밖에 없다.

기도 같은 것이 몸에 묻어나게 돼서 그렇다.

눈에 크게 띄면 곤란하기에, 일부러 대성하지 않고 내버려 둔 채 경지를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검법은 상관없었다.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으니 화경의 정수를 이용해 전부 대성해 두었다.

검의 기교는 화경, 무공 자체는 이류고 무리 좀 해 보면 일류니 뭐라 정의를 짓기가 곤란했다.

어쨌거나 경지 자체가 낮다 보면, 몸이 따라 주지 않으니 아무리 검이 완벽해도 금세 무리가 온다.

주서천의 상태가 지금 그랬다.

몸에 맞지 않게 너무 수위 높은 걸 펼치다 보니 균형이 깨지려 한다.

‘사백도 마찬가지지만, 나도 시간을 끌 수는 없다!’

주서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변화했다.

웬만하면 힘을 크게 쓰지 않으려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한 뒤 치명상을 입혔다.

수적들은 주서천이 힘들어하는 것도 모른 채, 정신없이 당하면서 비명을 질러 댔다.

장강을 가운데로 둔 기암절벽 위에는 수림구채의 정찰병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위에서 지켜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건 뭐야!”

처음에는 정찰의 임무를 이해하지 못했다.

임무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지켜보다가 무슨 일이 있다면 나중에 어떻게 된 건지 보고를 위함이었다.

하지만 저 아래에 누가 있는가!

천하백대고수, 그것도 장강에선 거의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도수창병 육대랑이 있다.

거기에 다른 수적들이 전부 삼류라 할지라도, 장강 위이니 결코 불리한 게 아니다.

너무나도 유리하기에 승산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가하게 술병이나 마셔대며 시시덕거렸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변이 벌어졌다.

“내화외빈이라며!”

습격하기 전 습격하는 대상의 정보는 대충 들었다.

화산파 안에서나 불렸던 별호도 수적들에게 알려졌다.

내공은 있으나,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연화각의 애송이.

정면 승부를 할 것도 없이, 허초를 조금만 보여주면 꼼짝없이 당할 거라는 평가였다.

“전혀 아니잖아!”

정보가 잘못됐다.

주서천이 스스로를 숨기고 있던 건지, 아니면 받은 정보가 잘못된 것인지는 모른다.

내화외빈이라는 남아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괴물이었다.

선상 위라는 불리한 환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 수적들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학살했다.

후퇴는 없었다. 오직 전진뿐이었다.

그리고 숫자가 배나 되는 수적들이 피를 흩뿌리면서 차례대로 강에 빠졌다.

이제 막 강호에 처음 나온 아이가 사정 하나 봐주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

“채주에게 경고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수림구채는 아홉 개의 수채가 모인 연합체다.

당연히 채주도 숫자에 맞게 아홉 명.

육대랑은 그중 일인이었다.

“아니, 그만둬. 지금 십사검협이랑 싸우고 있잖아.

채주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 같긴 한데……

혹시라도 말했다가 정신이 다른 곳으로 팔리면 다칠지도 몰라.

그러면 어떻게 될지는 너도 잘 알 거 아니야?”

육대랑의 성격은 상당히 잔학무도하다.

별거 아닌 이유로 목이 날아간 동료가 여럿이었다.

“그, 그리고…… 설마 채주가 당하겠어?”

“그래, 다른 누구도 아닌 도수창병이잖냐.

물 위에서 질 리가 없어.

쟤들이 전부 돌파당한다 해도, 결국 승리하는 건 채주일 거라고.”

정찰병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아래를 주시했다.

채채챙!

검과 창이 허공에서 몇 번이나 부딪쳤다.

검격과 창격이 폭풍우처럼 몰아치며 공기가 터져 나갔다.

‘뭐냐.’

육대랑은 구풍의 어깨 너머를 슬쩍 살폈다.

수하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나가떨어지는 게 보였다.

아까부터 앞쪽의 반응이 심상치 않더니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화외빈, 주서천의 존재였다.

“하앗! 어디에 한눈을 팔고 있느냐!”

초절정 고수인 구풍이 그 시선을 눈치채지 못 할 리 없다.

틈을 발견했다 생각하고 검을 내질렀다.

쐐애액!

검 끝이 빛줄기를 그려내면서 뻗어갔다.

섬뜩한 소리가 대기를 후려치면서 터져 나왔다.

“흥! 어림없다!”

육대랑이 창을 대각선으로 세웠다.

창날과 연결된 창대 부분이 구풍의 검을 정확하게 막아 냈다.

“무림맹의 무사들을 우습게 본 네 놈의 실수다!”

구풍이 호기롭게 외쳤다.

조금 여유를 지니고 있는 육대랑과 달리, 구풍은 온 감각을 지금 이 승부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다.

육대랑의 틈을 보고 그냥 무림맹 무사들이 생각 이상으로 활약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했을 뿐이다.

“쯧!”

육대랑이 혀를 찼다.

이쪽이 유리하다고 해도, 십사검협 앞에서 방심할 수는 없다.

괜히 그 이름이 중원에 알려진 게 아니다.

승부를 내지 못하고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였다.

‘이런.’

구풍이 얼굴을 구겼다.

육대랑은 성가신 정도지만, 구풍의 상황은 심각했다.

물 위에 떠다니는 배는 흔들린다.

그 흔들림에 영향을 받으니 검을 펼치는 데도 문제가 생겼다.

“화산의 십사수매화검법이 대단하다고는 들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땅 위에서의 이야기일뿐.”

“헛소리!”

“방금 전에도 검이 흔들리지 않았는가?”

육대랑이 비릿하게 웃었다.

원래라면 올곧게 뻗을 찌르기지만 미세하게 흔들렸다.

배 위라서 그렇다.

“그에 비해 내 수안창법(水安槍法)은 흔들림 하나 없이 확실하고 무시무시하지. 크흐흐.”

수안창법의 출처는 관부다.

그것도 일반 병사가 아니라, 그럭저럭 실력있는 자에게 허가되는 창법이다.

그만큼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물 위에서 펼치는 창은 재빠르고, 강맹하고, 정확하고, 완벽했다.

배의 흔들림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물과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인다.

“화산의 검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충분히 알았으니, 슬슬 승부를 내자.

안줏거리 정도는 됐다, 십사검협.”

꽈아악

창대에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퍼런 핏줄이 툭 튀어나오고, 근육이 꿈틀거렸다.

육대랑의 기도가 변하자, 구풍도 잔뜩 긴장했다.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다음 공격을 기다렸다.

‘큰일이다’

육대랑이 지금까지 거의 반은 정찰이었다는 걸 구풍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속이 바싹 타들어 갔다.

그가 전력을 다하면 자신은 얼마 버티지 못한다.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 ― !

“으아아아악!”

구풍의 머리 위로, 수적이 비명을 지르면서 넘어갔다.

그 몸은 가속을 더해 육대랑을 덮치려 했다.

“헛!”

육대랑이 놀라 자기도 모르게 창을 수직으로 그었다.

날아온 수적의 몸이 창날에 부우욱 하고 갈려 나무토막처럼 두 갈래로 쪼개졌다.

“이게 뭔……”

육대랑이 구풍의 어깨 너머를 다시 살폈다.

그곳에는 주서천이 서 있었다.

“안녕, 육대랑. 만나서 반가워. 이제부터 널 죽일 거야.”

주서천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힘 좀 썼다.

“아니, 서천이 네가 왜……”

구풍이 동요하며 주서천을 쳐다봤다.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혼란과 의문뿐이었다.

“사백이 어떤 심정인지 이해는 하겠지만, 그럴 때가 아닙니다.

위에 있는 것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주서천이 눈짓으로 절벽 위의 정찰병을 가리켰다.

“무사들은 서천이를 막지 않고 뭐한 겐가!”

구풍이 언성을 높였다.

그만큼 주서천의 안전은 구풍에게 민감한 문제였다.

“그, 그게……”

무림맹 무사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아무도 나서지 않고 말을 하지 않자, 제갈수란이 입을 열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거기에 있는 주 소협께서 수적들 대부분을 전멸시켰어요.”

“수란아, 위험하다. 그렇지 않아도 너는 너무 눈에 띄니까.”

제갈상이 제갈수란을 뒤로 숨겼다.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뭣이?”

구풍이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주변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돗했다.

“네놈도 몰랐나?”

육대랑이 의외라는 돗 구풍을 쳐다봤다.

“……그게 정말이냐?”

구풍이 옆에 선 주서천을 잠깐 쳐다봤다.

“예, 사백.”

주서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어떻게…… 아니, 됐다.”

구풍은 할 말이 많았으나 지금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지금 한가하게 물을 때가 아니다.

“여기에서 무사하게 나간다면 다시 이야기 나누도록 하자.”

“돕겠습니다.”

“아니, 방해다.”

구풍이 단칼에 거절했다.

“네가 실력을 숨긴 건 알겠지만, 상대가 너무 나쁘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끼어들면 돕는 게 아니라 방해가 되겠구나.”

절정의 경지라면 또 모를까, 그 이하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주서천은 지켜야 할 대상.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싸울 수 없다.

“그러니까 여기는 나에게 맡기……”

“고놈 참, 말 많구나!”

육대랑이 구풍의 말을 끊고 뛰어들었다.

육중한 몸이 발걸음을 크게 내딛자 배가 흔들렸다.

구풍은 주서천을 뒤로 밀쳐 낸 뒤, 앞으로 튀어 나갔다.

흐합!

육대랑이 혼신의 찌르기를 날렸다.

창격에 실린 무게가 보통이 아니었다.

바람이 크게 불었다.

구풍은 그걸 보고 제자리에서 반바퀴 돌았다.

허리춤으로 창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또한 구풍은 회전해서 피한 동시, 검을 휘둘렀다.

‘됐다!’

검 끝이 여전히 흔들리지만 이번엔 확실하다.

목을 훑고 지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림없다!”

육대랑이 용천혈에 내공을 주입해 발을 굴렀다.

쿠옹!

“우와아악!”

선두(船頭)에 가해진 힘에 의하여 선미(船尾)가 살짝 튀어 올랐다.

강물이 난간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다.

몇 남지 않은 수적들도, 그리고 무림맹 일행들도 중선이 갑작스레 크게 흔들리자 당황했다.

제일 당황한 건 구풍이었다.

안 그래도 불안했던 검이 큰 흔들림에 의하여 완전히 길을 잃었다.

얼른 재정비를 하려 했으나 늦었다.

모두가 균형을 잃었을 때, 육대랑은 멀쩡한 발걸음으로 나서서 구풍에게 창격을 재차 날렸다.

“죽어랏!”

구풍이 눈을 질끈 감으며 죽음을 직감했다.

“누굴 건드려!”

구풍의 후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서천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서서 육대랑에게 검법을 펼쳤다.

매화낙섬 (梅花落進)

주서천의 손에서 펼쳐진 검을 보고 구풍이 경악했다.

십사수매화검법의 오초식이었다.

“이 건방진 애송이가……!”

육대랑은 나름 자신한 초식을 주서천이 막아 내자 자존심이 상했다.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안 그래도 밥맛없는 얼굴인데, 그러지 마라!”

주서천이 농을 던지면서 다음 초식을 날렸다.

그가 쥔 검이 흐릿해지더니, 검격이 위에서부터 떨어졌다.

육초식인 매화낙락(梅花落落)이다.

“큭!”

육대랑이 창을 머리 위로 들어 어찌어찌 막아 냈다.

주서천은 멈추지 않고 다음 초식을 이었다.

이번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검격들이 날아갔다.

매화빈분(梅花顔粉)까지!

구풍의 경악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십사수매화검법이라고?”

육대랑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도 초식을 받아 내면서 그것이 방금 전까지 싸운 구풍의 검법이란 걸 깨달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화산파의 검법이었다.

‘이때다!’

구풍의 눈에도 육대랑의 동요가 들어왔다.

주서천이 보여 주는 검법은 충격적이지만,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구풍이 육대랑의 옆구리를 노리고 파고들었다.

그리고 검을 번개같이 찔렀다.

“이런, 쌍!”

육대랑이 내공을 끌어올려 몸을 급히 틀었다.

내공의 운용을 갑자기 바꿔서 속이 쓰리듯이 아파 왔다.

부욱!

구풍의 검이 육대랑의 살갗을 찢으면서 지나갔다.

검 끝에 지방과 근육이 딸려져 온 것이 보였다.

“큭!”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통중에 육대랑이 침음을 흘렸다.

하지만 느긋하게 아파할 수는 없다.

한번 틀어진 몸놀림은 고수들의 싸움에서 치명적이다.

적이 둘일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주서천은 매화빈분의 초식을 재차 날렸다.

육대랑의 눈을 비롯한 감각을 어지럽게 하는 난검이었다.

“꺼져라!”

육대랑이 창을 크게 휘둘렀다.

창날에 실려 있던 기가 이내 바람으로 바뀌면서 쏟아 내는 난검을 막아 냈다.

“잘했다!”

구풍이 주서천을 칭찬하면서 육대랑의 뒤를 덮쳤다.

그는 온몸에서 내력을 끌어올려 검기를 실었다.

육대랑이 얼른 몸을 돌려 구풍의 검기를 쳐 냈다.

다만 그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았다.

옆구리에 뜯겨진 부분이 상당하고 고통이 잇따랐다.

“으으!”

육대랑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렇게 어이없이 당해 자존심이 상하고 짜증이 났다.

게다가 수하들이 이 광경을 전부보고 있었던 게 참을 수 없었다.

이 소문이 수림구채에 퍼지게 된다면, 다른 채주들이 아이에게 당했냐며 비웃을 게 뻔했다.

“뒈져라!”

육대랑이 창을 크게 휘둘렀다.

주변에 있는 모든 걸 휩쓸겠다는 듯한 파괴력이 배 전체에서 느껴졌다.

창에 실린 기운은 압력까지 생성했고, 그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 강물을 흔들며 파도까지 만들었다.

전력을 다한 그 일격은 제일 먼저 주서천을 향해 날아갔다.

‘안 돼!’

구풍이 몸을 날렸다. 주서천의 강함은 의외였으나, 저건 막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헉 !”

주서천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창압에 기겁했다.

확실히 보통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회다!’

주서천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번졌다.

검을 세우고, 돌렸다.

검면을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일 갑자에 가까운 내공 전부를 주입했다.

“어리석은 놈!”

육대랑이 주서천을 비웃었다.

이 일격을 막을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쿠와아앙-!

창이 검과 충돌했다.

“뭐, 뭐라고?”

그러나 육대랑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몇 배나 작은 아이, 주서천이 검으로 창을 막았다.

주서천의 몸이 다섯 보 정도 뒤로 물러났다.

바닥에 발자국이 길게 남았다.

“쿨럭!”

하지만 완벽하게 막아 낸 건 아니다.

주서천도 피를 한 움큼 토해 냈다.

검기를 형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주서천은 아직 거기까지의 경지는 아니었다.

그 대신 무식하게 내공을 이용해서 막았다.

일 갑자에 가까운 내공은 장식이 아니었다.

“잘했다, 서천아!”

구풍이 공간을 접듯이 이동했다.

그도 전력을 다했다.

온몸을 던져 육대랑의 등에 검을 꽂았다.

푸욱!

검 끝이 등살을 갈라내며 빨려 들어가듯이 흡수됐고, 그 너머에 있는 가슴을 꿰뚫고 튀어나왔다.

“커허억!”

육대랑이 두 눈을 부릅떴다.

“마, 말도 안 돼……”

육대랑이 허리를 굽히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방심했다, 도수창병.”

구풍이 검을 뽑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바, 방심했다고?”

육대랑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커흐흑, 지랄 마라……”

주서천 같은 수를 누가 예상이나.했겠는가.

십사수매화검법을 십사검협만큼 능숙하게 펼치고, 자신이 전력을 다한 일격까지 막아 버렸다.

제갈공명이 돌아와도 이렇게까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은 예상하지 못한다.

“채주가 당했다!”

“으아악!”

첨벙!

소수의 살아남은 수적들이 배 바깥으로 몸을 던졌다.

그들에게는 이게 더 생존 가능성이 높았다.

“빌어먹을……”

육대랑이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혼, 자…… 죽을 수는…… 없다!”

육대랑이 외치면서 창을 역수로 쥐었다.

안 돼!

구풍이 뒤늦게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으나, 늦었다.

육대랑은 이미 창을 높이 들어 아래로 내리찍었다.

콰아앙!

안 그래도 아까 육대랑의 발길질로 엉망이 되었던 선두가 이번 일격에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났다.

선두를 시작해서 생긴 금은 거미줄처럼 퍼져 중선 전체를 감싸 안았고, 이윽고 산산조각이 났다.

“으악!”

“악!”

풍덩

배가 부서지면서 그 위에 있던 생존자, 사망자 모두 할 것 없이 전부 물에 빠졌다.

훗날 천하백대고수 중에서도 장수했던 육대랑이 제일 먼저 장강의 밑바닥 속으로 끌려가 사라졌다.

“어푸, 어푸!”

제갈삭이 허우적거렸다.

“이걸 잡으십시오!”

근처에 있던 무림맹 무사 한 명이 나무판자를 가져와 제갈삭에게 건냈다.

배의 파편이었다.

“다행히 물살이 빠르지 않습니다!”

제갈상도 배의 파편에 몸을 맡긴 채 외쳤다.

“다들 저 바위 위로 가시오!”

구풍이 헤엄치면서 한쪽을 가리켰다.

집채만 한 바위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지상과 연결된 게 보였다.

천만다행이었다.

구풍의 외침에 일행은 서로를 의지하여 큰 바위에 올랐다.

“콜록, 콜록! 다들 무사하오? 다친 사람 없소?”

구풍이 기침을 토해 내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일 먼저 연화각원들부터 찾았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장서은이었다.

“사, 사백!”

장서은이 새파랗게 질린 안색으로 다급히 외쳤다.

얼굴이 질린 건 강물의 차가움 때문이 아니었다.

“사, 사제가 안 보여요!”

“뭐……?”

구풍이 아연실색하고 주변을 슥 둘러봤다.

장홍과 장서은은 보였지만, 막내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다른 바위에 걸친 건 아닌지 살살이 뒤져 봤지만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았다.

“승계야!”

옆에서 제갈상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눈동자도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갔다.

안색 또한 좋지 못했다.

“승계야, 근처에 있다면 대답해!”

“승계야!”

제갈상의 애달픈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럴 수가……”

구풍이 한탄했다.

주서천과 제갈승계.

그 둘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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