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五章증진체조(增進體操) (29/254)

第五章증진체조(增進體操)

“훔쳤느냐?”

유정목이 고개를 들어 주서천을 쳐다봤다.

“아닙니다.”

주서천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부정했다.

“빼앗았느냐?”

“아닙니다.”

“그렇다면 속여서 가져온 게냐?”

“절대로 아닙니다.”

계속되는 물음에 주서천은 전부 부정으로 답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으며, 동요도 없었다.

유정목의 눈처럼 올곧고 정직하게 빛났다.

다만 그 눈은 무엇인가를 각오한 듯, 결연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 이런 걸 어디에서 구한 게냐?”

“그게……”

주서천은 유정목에게 사실대로 고했다.

다만 전부는 아니었다.

알려 준 것은 유정목이 자리를 비운 사흘간 화산파를 몰래 빠져나와 수중 동굴에 다녀온 것까지였다.

회귀를 해서 미래를 알고 있었다, 라는 미친 소리는 하지 않았다.

하나 이를 대신할 거짓말도 안했다.

아니, 정확히는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 맞았다.

“흠.”

유정목은 말없이 무릎을 굽혔다.

“보아하니 나에게 숨기는 것이 더 있구나.”

“ ……”

주서천이 홈칫 놀랐다.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어떻게?’ 라는 의문이었다.

유정목은 주서천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는 수령신과를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눈을 보면 안다.”

“사부님…… 저는……”

“먹겠다.”

유정목은 제자에게서 수령신과를 건네받았다.

“믿으마.”

그저, 그게 끝이었다.

추궁은 물론 어떠한 물음도 없었다.

유정목은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말을 믿었다.

의문이 있었으나 그걸 캐묻지는 않았다.

그러곤 영약이라고 가져온 걸 군말없이 건네받았다.

“정말로 그게 끝입니까?”

반대로 의아해하는 건 주서천이었다.

“어째서…… 아무런 의문도 없이 믿으시는 겁니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길 원한 건 자기 자신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 물음에 스승, 유정목은 그저 언제나처럼 자상하게 웃으면서 그 물음에 답해 줬다.

“제자를 사부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을까?

정말로 의심스럽다면, 약 일 년 전에 널 추궁했을 게다.”

주서천이 입을 떡 벌리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알고 계셨구나……!’

약 일 년 전이면 회귀가 막 끝나고 괜한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어린아이 행세를 하며 연기하던 때이다.

나름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헛수고였다.

유정목은 정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유정목은 주서천의 얼굴이 굉장하게 변하자 쓰게 웃으면서 뒷말을 덧붙였다.

“나도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른단다.

다만 네가 언젠가부터 성숙해졌는데도 그걸 숨기려던 게 느껴지더구나.”

아무리 아이가 빨리 성장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제자의 모습은 이상했다.

처음엔 혹여나 마(魔)라도 낀 게 아닌가 싶었다.

가끔씩 무공 수련을 잘못하여 미치는 경우도 있다.

괜히 제자들이 아이일 때 스승이 곁에 붙어서 감시하는 게 아니다.

미숙하기에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었다.

몇 번이나 생각도 해보고, 추측도 해보았지만, 

어떠한 논리도 통하지 않았다.

그저 ‘괜찮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정이 있어서 숨긴 게지?”

주서천은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렇다면 이 영약을 나에게 가져온 것도 무언가 사정이 있는 것이겠지.

그러면 어쩔 수 없겠구나.”

유정목은 주서천을 끌어안았다.

“사부님…… 감사합니다.”

꼬옥.

제자는 스승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러곤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흘렸다.

유정목은 주서천의 등을 토닥여 주면서 농을 던졌다.

“아래에도 싸더니만, 이제 위로도 싸는구나.”

“사부님…… 그건 좀 아닙니다…… 끄흐흑!”

주서천이 엉엉 울면서 정색했다.

나름 회심의 농을 준비한 유정목이 어색해했다.

‘웃기려고 한 건데……안 통했어…’

아아, 스승이시여!

* * *

사제 간의 끈끈한 애정을 과시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영약의 복용이었다.

주서천은 유정목이 영약을 보다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수령신과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 줬다.

사실 자세히라고 말할 것도 없었다.

수기 (水氣)와 목기 (木氣)가 주된 성분이라는 것 정도였으니까.

“그럼 호법을 부탁하마”

유정목은 수령신과를 복용하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엄청나군.’

눈을 감고 집중하자마자 영약의 기운이 느껴졌다.

유정목도 영약을 복용한 건 처음이었다.

화산파 정도의 대문파라면 영약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에게나 줄 정도로 썩어 넘치는 건 아니다.

영약이 허가된 건 소수의 후기지수들뿐.

그들조차 일생을 통틀어 많아봐야 한 번이었다.

‘그래, 이대로…… 헉?’

유정목은 운기하던 도중 당황했다.

다행히 도가심법의 감정 조절 덕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는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유정목은 비록 영약을 먹어 본 적이 없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는 교본서를 보고 잘 알고 있었다.

영약을 섭취할 경우, 대부분은 그 기운을 운기를 통해서 단전으로 유도해 내공처럼 쌓아야 한다.

다만 영약의 기가 상당할 경우, 단번에 내공으로 전환하면 기맥과 단전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

그러지 않으려면 천천히 옮기면서 조금씩, 조금씩 전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야만 했다.

그러나 유정목에게 일어난 일은 전혀 달랐다.

그야말로 찰나라고 표현할 수 있는 짧은 순간, 어떻게 움직이지도 못한 채 기가 멋대로 움직였다.

폭주한 건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 거센 기세에 맥이나 장기가 뒤틀려 갈기갈기 찢겨진다.

수령신과의 기, 수목기(水木氣)는 유정목이 손을 대기도 전에 그의 몸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주화입마?’

마음과 정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아직 아홉 살인데……’

제자, 주서천의 얼굴이었다.

영약이 잘못됐다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

목숨이나 내공을 걱정하지도 않았다.

오직 제자의 걱정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허억!’

사라졌던 수목기가 신체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다.

‘그런 거였나!’

걱정이나 의문이 사라졌다.

앞을 가리던 안개가 전부 사라지고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다만 무공이나 도(道)에 대한 깨달음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약했던 체질에 대해서였다.

‘선천진기(先天眞氣)에 문제가 있었구나!’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

생명의 근원이자 대자연의 또 다른 한 종류.

이를 선천진기라 칭한다.

다만 이 선천진기는 일반적인 내공과는 좀 다르다.

선천진기란 건 곧 생명의 근원이다.

이를 소모한다는 건 곧 생명을 소모한다는 말과 같다.

선천진기 자체의 힘은 실로 대단해서 사용한다면 대단한 힘을 얻을 수 있지만, 얼마 있지 않아 죽는다.

설사 다 쓰지 않는다거나 운이 좋아서 살아남는다 해도 그 말로는 폐인이나 급격한 노화로 정해져 있다.

또한 소모된 힘은 다시 보충되지 않는다.

쓰면 그걸로 끝.

설사 영약을 먹는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유정목은 이 선천진기에 문제가 있었다.

‘서천이가 날 살렸구나, 날 살렸어!’

유정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른 제자에게 달려가 안아 주고 싶었다.

주서천은 호법을 서다가 유정목이 채 한 시진도 되지 않아서 뛰쳐나오자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혹시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지만, 그다음 들린 웃음소리에 안심했다.

유정목은 주서천을 안고 한참 기뻐한 뒤에야 진정하고 자신의 몸에 있었던 일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정확히는 선천진기가 아니라 담는 그릇이 문제였던 것 같지만 말이다.”

“그릇 말입니까?”

주서천의 물음에 유정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세하지만 선천진기가 어디에선가 샌 것 같구나.”

선천진기에 대해서는 주서천도 잘 모른다.

그건 과거에서도, 현재에서도, 미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명확하게 규명된 건 없었다.

언제인지도 모를 오래전부터 개념만 내려오는 정도.

선천진기가 어디 잠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사용하고 싶을 때, 마음과 정신을 집중하게 되면 어디에선가 흘러나와 소비된다.

문제는 사용자들조차도 그저 느낌과 생각만 있을 뿐 그 원리에 대해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하류 잡배건 고수건 마찬가지였다.

여하튼 간에 유정목은 이 선천진기를 담는 그릇 측에 문제가 있어 진기가 미세하게 소모되고 있었다.

그 양은 털 끝, 아니 그 이하로 적었지만 그 양조차도 사람의 몸에는 큰 영향을 끼쳤다.

생명의 근간이 소모되니 당연히 몸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고, 생기지 않으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다.

무공 수련을 하여 내공을 쌓아 경지를 높인다 해도 선천진기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 해결할 수 없었다.

‘과연, 대충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겠다.

나무(木)의 생기(生氣)가 선천진기의 그릇을 고쳐 놨구나.’

주서천은 유정목이 약간 설명한 것 만으로 어떻게 된 것인지 전부 이해했다.

앞에서 유정목이 열심히 가르쳐 주고 있었지만, 이미 주서천은 그 설명을 보충해 줄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유정목이 알 정도라면 화경에 오른 적 있었던 주서천이 모를 리가 없었다.

‘나무는 곧 생명.

선천진기 정도는 아니지만 수령선과의 생기라면 대체할 수 있다.

그걸로 보완했구나.’

흘러나오던 걸 막았으니 이제 걱정할 건 없었다.

소모된 것도 수령신과가 다시 채워둔 모양이다.

목기, 곧 생기로 소모된 선천진기를 회복시키다니 !

절대 회복할 수 없다는 상식을 박살 냈다.

‘하지만 그건 사부님이었기에 가능했다.’

유정목은 선천진기를 쓰지 않았다.

만약 사용했다면 수령신과고 뭐고 그냥 죽었다.

그릇 쪽에 문제가 생겨 정작 본인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세하게 흘러나온 정도이지만, 그 양을 정상적인 범위로 돌려 놓는 것만 해도 수령신과 같은 절세의 영약을 복용해야 했다.

수령신과의 기운은 오직 선천진기를 고치는 용도로만 사용되어, 

유정목은 몸만 건강해졌을 뿐, 영약의 기운을 단 하나도 내공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결국 여전히 필사의 상황이 아니라면 선천진기는 쓰지 못한다.

유정목도 이를 경고했다.

‘됐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지금 중요한 건 미래가 바뀐 것.

열네 살의 해가 밝아도 걱정할 것이 없다.

스승, 유정목은 죽지 않는다.

몇십 년 전, 스승을 그렇게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나뿐인 가족을 허무하게 잃었다.

아직 가르침을 받지 못한 것이 많았다.

“그리고 이건 네가 먹도록 하거라.”

주서천의 손바닥 위에 수령신과가 올라왔다.

“사부님!”

수중 동굴에서 얻은 수령신과 중 하나는 이미 사용했고, 하나가 남았다.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으라는 말은 하지 말아라.

내 몸은 내가 더 잘 아니까. 네 스승은 괜찮다.”

“그러면 내공 증진용으로……”

“그러면 더더욱 너에게 필요할 게다.”

유정목은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이에 주서천은 좀 더 설득해 보려고 했으나, 유정목이 엄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체념해야만 했다.

유정목은 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한 편이지만 한번 고집을 부리면 누구도 못 말릴 정도로 완고하다.

그 점은 주서천 본인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됐어. 더 이상 무리하지 말자.’

스승은 제자의 억지에 수긍해 줬다.

추궁하기는커녕 믿는다고 말해 줬다.

지금까지의 일들만 해도 솔직히 스승에 대한 큰 결례였다.

유정목이라서 넘어갈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그제야 유정목의 입가에 다시금 미소가 번졌다.

* * *

시간이 흘렀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었다.

동매는 아직 지지 않았다.

바깥은 아직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눈으로 가득하고, 찬바람이 분다.

사대제자들은 빗질하기에 바빴다.

“후우……”

주서천은 감았던 두 눈을 슬며시 떴다.

‘드디어 전부 내 것으로 만들었다.’

한 달 전, 주서천은 수령신과를 복용했다.

다만 영약의 기운이 생각보다 상당했다.

아이의 몸으로 지금의 경지에는 한 번에 흡수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달이란 시간을 투자해서 몸에 별 탈이 없도록 천천히 흡수했다.

그 내공이 반 갑자다.

반 갑자, 즉 삼십 년!

무려 삼십 년 내공을 고작 한 달 만에 쌓다니!

원래의 내공이 이 년 반, 그간 한 달 동안 매화생공을 운용한 반년까지 합하면 무려 삼십삼 년이었다.

“아쉽군.”

주서천이 입맛을 다셨다.

수령신과가 품은 기운은 상당했다.

어쩌면 반 갑자가 아니라 일 갑자의 내공을 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안타깝게도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그릇에 물을 계속 따르면 넘치기 마련.

단전도 마찬가지였다.

수령신과의 기운 모두를 흡수하기에는 크기가 작았고, 그렇기에 육십 년 내공 전부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었다.

‘그래도 버린 건 아니니까 이걸로 참도록 하자.’

그 대신 나머지 반은 혈맥(血脈)과 기맥(氣脈)에 투자했다.

통로를 넓히고 무너지지 않게 튼튼히 다졌다.

다만 고통이 좀 동반됐다.

원래라면 순서에 맞게 조금씩 확장해야 했는데, 단번에 확 넓혀서 그렇다.

내공, 특히 회복이나 재생에 뛰어난 수목기를 쓴 덕에 내상을 입지는 않았다.

아팠을 뿐이었다.

“후, 드디어 매화기공을 대성했다.”

그간 십성에서 정체됐던 건 내공이 부족해서였다.

부족했던 것이 채워지자 경지도 자연히 올랐다.

“드디어 영약에 실린 기운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구나.

하루하루가 고난이었을 텐데, 정말 장하다.”

호법을 서고 였던 유정목이 칭찬해줬다.

근 한 달 동안, 스승의 건강을 신경 썼다.

영약 복용 이후 다행히 더 이상 기침을 하거나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에 의심을 완전히 거둘 수는 없었다.

아직 지켜보는 중이었다.

“음, 삼십삼 년이라……”

유정목은 제자를 진맥하곤 감탄사를 흘렸다.

“영약이 대단하긴 대단해.”

아홉 살의 나이에 이 정도 내공을 갖는 건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화산파처럼 대문파도 마찬가지다.

명문세가의 경우, 대를 이을 사람이 한 명밖에 없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영약을 퍼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영약을 함부로 내줄 수는 없다.

그래서 내준다해도 무공에 대한 재능이나, 또 성년이 된 이후 성격을 꼼꼼히 살핀다.

그만큼 얻기 힘드니, 어릴 때 내공이 이렇게 넘치는 경우는 보기 드물었다.

“좋아, 이 정도면 슬슬 증진 체조를 시작해도 괜찮겠구나.

오늘부터는 이 사부와 함께하도록 하자.”

“증진 체조……?”

낯선 단어에 주서천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기억을 못 하는 건인지, 아니면 처음 듣는 건지는 모르겠으느 회귀 이전의 기억 속에는 없었다.

이에 유정목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설명해 줬다.

“이 병약한 체질을 어떻게 해보려고 고안해 낸 체조법이다.

이름은 그냥 내가 아무렇게나 지은 것이고, 육체 수련법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과거, 유정목은 남들보다 건강하지 못한 몸을 어떻게든 고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그 노력은 매화검수에서 떨어진 이후로도 계속됐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방법이 추구됐고, 그중 하나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건강 증진 체조였다.

‘한데, 전생에서는 그런 가르침은 받지 않았는데……?’

주서천의 의문은 곧 유정목에 풀렸다.

“지금 네 몸에는 무려 삼십삼 년이라는 내공이 잠들어 있다.

대단한 양이지 ”

참고로 유정목은 매화생공에 대해서 모른다.

일 년을 제외한 삼십이 년 내공이 전부 영약을 복용함으로 얻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단다.”

‘엥? 그게 무슨 소리지?’

주서천은 유정목의 지적에 어리둥절했다.

이래 봬도 영약의 기운을 제대로 흡수하고 또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했다.

전생의 기억 전부를 운용했는데, 그게 좋지 않다고 지적하니 솔직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하늘 같은 스승에게는 무척 죄송스러운 생각이긴 하지만, 무공에 대한 건 주서천이 한참 위다.

“무림에는 건기건체(健氣健體)라는 격언이 있다.”

건강한 기는 건강한 육체에 깃든다.

곧 내공과 육체의 조화(造化)를 뜻한다.

“균형이란 건 중요한 법.

사람의 몸이란 건 생각보다 세심해서 그 균형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망가지기 마련이지.

지금 너의 몸도 그렇단다.”

‘아하!’

주서천이 그제야 머리를 끄덕이면서 이해했다.

방금 가르침으로 몰랐던 걸 깨달은 건 아니다.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거야 원, 전부 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 중요한 걸 주서천이 모르고 있을 리 없었다.

몸을 만드는 거 야 앞으로 천천히할 생각이었다.

‘음, 과연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없었던 일이었군그래.’

전생이야 균형이고 뭐고 간에 가르치는 것을 겨우 따라갈 정도로 바빴다.

그런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육체 수련을 가르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럼 오늘부터 가르침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주서천은 이해한 척하면서 순수하게 기뻐했다.

전생에 없었던 스승과의 기억이었다.

‘쩝, 그런데 체조 정도로 괜찮을까?

아무래도 나중에 따로 몰래 나와서 수련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애초에 병약했던 사람을 대상으로한 체조법.

과연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가 의문이었다.

‘별거 있겠어?’

주서천은 유정목을 보면서 바보같이 웃었다.

* * *

증진 체조, 사흘째.

사람은 후회라는 걸 한다.

그건 연령이냐 성별에 상관없이 한다.

주서천도 그랬다.

그는 사흘 전, 바보같이 웃었던 자신을 욕했다.

왜 우습게 본 것이냐며, 몇 번이나 욕하고 울부짖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온몸에서 끔찍할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다.

이 정도 고통은 전생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였다.

아니, 어쩌면 인생을 통틀어 처음일지도 몰랐다.

‘뭔가가 잘못됐다.’

팔, 아니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주서천이 생각했다.

뼈는 삐걱거리고, 근육이 찢어질 것 같았다.

손톱은 이미 몇 개 부러졌고, 손은 물집으로 가득했다.

그에 따른 아픔이 장난이 아니었다.

사흘 전, 증진 체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체조를 했다.

유정목이 가르치는 대로 몸을 풀었다.

말 그대로 체조였다.

그다음에는 일 장의 거리를 경공으로 펼쳐 왕복하는 일이었다.

시키는 대로하니 금방 내공을 소모했다.

이후 유정목에게 칭찬을 받은 뒤, 그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향했다.

절벽의 아래였다.

“자, 이제 여길 오르면 된단다.”

“……?”

주서천은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화산은 중원오악(中原五岳) 중 서악(西岳)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영산으로 칭송받는 곳이었다.

그 외관 또한 실로 대단해서, 누구나 화산을 인근에서 보게 된다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하나,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법.

영산인 동시에 명산(名山)인 화산은 동시에 험준하기로도 유명하여 무인이 아닌 이상 찾지 않는다.

화산파가 위치한 연화봉(蓮花峰)은 그나마 길을 만들어 놔서 등반하기가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그렇지 않다.

최소 이류가 아니라면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주서천은 지형이나 높이도 제대로 가늠을 수 없을 정도의 절벽을 등반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힘내거라.

네가 처음이라 그렇지, 원래는 별거 아니다!”

머리 위에서 스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거 아니라고?’

주서천은 절벽에 들러붙은 채로 침을 꿀꺽 삼켰다.

부들부들.

열 손가락 전부 돌 모서리 부위에 베였다.

피가 굳은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있고, 손을 옮길 때마다 상처는 늘어나기만 했다.

이까짓 상처 정도는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온몸의 근육이 쑤셔서 말이 아니었다.

아랫배와 더불어 온몸에 긴장과 힘이 들어갔다.

힘들다고 그것을 풀 수는 없었다.

만약 여기서 풀었다간 아래로 떨어져 몸이 성치 못한다.

만약 내공이라도 있었다면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힘들고, 지치고, 온몸은 쑤시고.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그만큼 고된 수련이었다.

아니, 애초에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이렇게 무리시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아무리 내공이 남들보다 많다고 해도 절벽을 등반시키다니.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됐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주서천은 증진 체조라고 우습게 본 걸 단단히 후회했다.

병약했던 사람이 건강을 위해 만든 체조라 하여, 그냥 몸풀기 운동에 불과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됐다.

소유검, 유정목.

그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제대로 인식해야 했다.

유정목은 남들보다 몇 배나 불리한 체질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매화검수의 후보에 올랐던 남자다.

형편 좋게 재능이라는 이름만으로 오른 게 아니다.

남들보다 몇 배나 되는 노력이 필요했다.

체질을 전부 고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걸 보완하기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남들보다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체질 탓에 매화검수를 포기했어야 했지만, 그 노력과 실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실제로 화산파 내부에서도 유정목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고, 그만큼 아쉬워했다.

어쨌거나 그러한 사람이 과연 그 체질적인 결함을 손쉽게 보완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끄으으윽!”

안간힘을 내면서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당장 그만두라고 비명을 질러 댔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강도라니……!’

새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내공 없이 절벽을 등반하는 것.

확실히 효과는 좋다.

무인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내공을 사용해서 고통과 몸의 부담을 줄인다.

내공을 쓰면 몸의 기능을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훈련 자체가 잘 진행되지 않는다.

자고로 몸이란 건 부러지고, 찢어지고, 다치면서 그 전보다 한층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마치 철과 같이,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그 내구성은 진화하게 된다.

즉 이론상 이 절벽 등반은 육체를 단련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셈이었다.

내공은 전부 소진했고, 조금이라도 긴장과 힘을 풀면 죽을지도 모르니 상시 힘이 들어간다.

근육에 부담이 가니 자연히 단련이 되고, 끊임없이 힘을 써야 하니 훈련에 있어선 완벽 그 자체였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세 가지다.

“사부님 저 진짜 이러다가 죽습니다.”

첫 번째는 하나 밖에 없는 목숨.

“저 아홉 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한창 자라야 할 몸인데 솔직히 이건 좀 심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아직 아이의 몸이라는 것.

무리하면 성장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오, 정말로 좋은 질문을 했구나.

괜찮다. 네 몸에는 상상 이상의 내공이 숨겨져 있어서, 그 부분은 운기조식을 할 때 알아서 해결해 줄게다.

내공이란 건 곧 생명 그 자체이기도 하니까.”

‘들켰나……’

주서천도 그 정도는 안다.

모를 리가 없다.

아니, 반대로 유정목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매화에서 흡수해 온 생기의 성장 촉진과 재생력은 완벽 그 자체이다.

그리고 세 번째.

“사부님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진짜 너무 힘듭니다. 정말로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정말로 끔찍하게 힘들다는 것.

온갖 풍파를 겪은 사람조차도 포기하게 만드는 고통.

두 번째는 그렇다쳐도 세 번째는 첫 번째만큼 중요했다.

여기서 힘을 풀고 포기하면 죽는다.

그 정신적인 압박감은 두말할 것도 없고, 육체적인 고통까지.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쳐 버릴 정도로 고된 훈련이었다.

이런 걸 군말 없이 해낸다는 건 결코 정상이 아니다.

‘쉬펄.’

눈물이 찔끔 흐를 것만 같았다.

원래 주서천은 노력하고 필사적인 인물이 아니다.

요행으로 어찌어찌 살아남아서,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서 화산오장로에 올랐던 것뿐이었다.

그 성격은 회귀한 뒤로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회귀 이후 계획을 세운 것 자체가 요행의 집합체.

매화생공도 마찬가지였다.

남들보다 적은 노력과 정신력의 소모로 많은 결과물을 낼 수 있어서였다.

수령신과의 경우는 스승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어 필사적으로 바둥거린 것뿐이었다.

영웅을 동경했으나, 멀었던 사람.

“그래, 많이 힘들겠지……”

유정목이 제자를 내려다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동자는 물기에 젖어 파르르 떨렸다.

“사부님……!”

주서천이 유정목의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렇지만 그건 잠깐의 고통일 뿐, 그 고통 또한 지나갈 게다.”

“예?”

주서천이 두 귀를 의심했다.

“나 역시 어릴 적, 그 부근을 오르면서 몇 번이나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오르니 되더구나.

너도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 게다.”

유정목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힘내라는 듯이 평소처럼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아”

주서천은 그 미소를 보고 절망했다.

‘사부님, 정녕…… 정녕 그런 분이셨습니까 ……”

강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남도 해낼수 있을 거라는 소리는 하지 말라.

무인이건 뭐건 간에 자고로 사람에게는 각자 한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나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

가르침 부류의 안 좋은 것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상황 자체는 주서천이 유정목보다 낫다.

당시 유정목에겐 같은 나이대의 제자들보다 더 우위에 선 내공도 없었으며, 그에 알맞은 육체와 일평생을 이미 살아온 성숙한 정신도 없었다.

그러나 그 의지만큼은 남달랐다.

당시 스승이 시킨 것도 아닌데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발적으로 절벽을 혼자 등반하는 것.

그 자체의 발상과 실행으로 옮기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주서천조차도 현생이 아니라 전생이라 할지라도 이처럼은 못 한다.

노력만큼은 화산파 내에서도 발군!

주서천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못 하겠습니다.”

“괜찮다! 밤이 될 때까지, 새벽이 될 때까지도 함께 있어 주마!

배가 고프면 함께 벽곡단을 먹자꾸나!”

유정목이 힘내라는 듯이 소리쳤다.

쿠르르르.

먹자꾸나…… 꾸나…… 나……

“힉”

주서천이 식겁했다.

스승의 웅원하는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머리 위쪽에 있던 자갈들을 우수수 떨어뜨렸다.

‘정말로 이런 생각하기 싫지만……’

주서천이 울상을 지었다.

‘사부님 이제 보니 더럽게 못 가르치시는구나!’

유정목의 인성은 올바르다.

정말로 정직하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요령이 없고, 고지식했다.

즉, ‘어떻게든 노력과 열정, 의지로!’ 라는 사고방식으로 똘똘뭉친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아아, 이 어찌나 사람다우신 사부님인가!’

재능과 의지를 내리고 병약한 체질을 주었다.

훌륭한 성품과 인성을 내리고 고지식함을 주었다.

“정말로 미안하다. 나도 이러한 고통은 주고 싶지 않았단다.

하지만 그대로 둔다면, 분명 많은 내공에 의하여 게으르게 될 게다……”

유정목은 절벽 아래에서 하나 밖에 없는 제자가 절벽을 등반하는 걸 보며 진심으로 아파했다.

원래 제자에게 정이 특히 많으며 성격이 모질지 못한 그의 입장에선 당장이라도 제자를 돕고 싶었다.

“괜찮습니다. 다시 생각하니까 조금 게을러져도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전 앞서 있지 않습니까, 사부님.”

주서천이 초조한 기색으로 말했다.

“아니, 앞으로 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럴 수 없단다.

부디 이 사부를 용서하려무나. 아니, 차라리 미워하거라.”

“아니요, 사부님. 정말로 전 괜찮습니다.

제가 잘못 말했습니다.

게으르지 않게 살 테니, 함께 다른 방법을 찾아 주셨으면 합니다.

사부님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손에 슬슬 힘이 풀렸다.

휴식을 너무 취했다.

다시 오르기는 해야 하는데 미치도록 싫었다.

‘이건 회귀 이전에 사부님에 대해서 몰랐던 불초, 제자에 대한 벌이다!’

정말로 이런 면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아니, 솔직히 모를 만했다.

회귀 이전에 주서천은 일반적인 수련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었고, 유정목은 건강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유정목이 주서천을 이렇게 제대로(?) 가르칠 만한 일 자체가 별로 없었다.

“진짜, 진짜 너무 힘듭니다. 이러다가 저 죽습니다.”

주서천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도울 수 없는 날 원망해도 좋다.

그러니, 함께 힘내도록 해 보자. 난 널 믿는다.”

유정목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살짝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원시천촌을 연상케 했다.

주변의 안개가 슥 사라지고, 구름이 걷히고, 어둠 속에서 내리는 한 줄기 빛과 같을 정도로 눈부셨다.

그 미소를 보면서 주서천은 입가에 미소를 그려 내면서 생각했다.

‘십펄…… 좆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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