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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전생-21화 (21/254)

23화

귀주, 옹안

옹안에 있는 무인의 숫자는 약 천

명이댜 사백이 무림맹이고, 육백이

사도천이었다.

“정사대전도 아닌데 어째서 귀주만

평화롭지 않고 계속해서 분쟁이 일

어나고 었는 거지?"

제갈승계가 의아한 목소리로 중얼

거렸댜

분쟁이 잠시 동안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몇십 년 동안 지속해서 일

어났다가 멈추는 게 반복됐다.

힘의 균형으로 무림은 평화를 유지

하여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데,

귀주는 왜 이런지 의문이었다.

"귀주는 정사의 영역을 구분 짓는

균형이댜 설사 평화 협정을 했다

해도, 최전선에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무인들을 함께 두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하지.”

주서천이 제갈승계의 의문을 시원

스레 풀어 주었다.

‘기관지술에만 관심이 있다고는 하

지만 정말이로군. 무림의 정세에 대

해 몰랴 나중에 억지로라도 머릿속

에 넣어 두어야겠어. 기초적인 상식

올 모른다면 여러모로 곤란할 데니

까.’

마음 같아서는 그 정도는 알아 두

라고 타박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은 친해져야 할 때. 안 그래도 경계

와 적대심이 잔뜩인 아이를 자극할

이유는 없다.

“어떻게 통제하려 해도, 무림인들

에겐 은원(恩怨)이라는 것이 존재한

댜 그 괴물 같은 감정은 이성까지

마비시켜 사람을 변화시키지. 그게

이 결과다.”

주서천이 냐이에 맞지 않게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귀주는 특히 그러한 장소야. 은원

의 연쇄가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이어져 있지. 누가 온다 해

도 이걸 끊을 수는 없을 거란다, 천

제”

“어흐흠, 천재라니. 네 의도가 어떤

지 뻔하긴 한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

제갈승계의 입꼬리가 귀밑까지 찢

어졌댜

‘후후, 단순한 놈'

주서천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자고로 아이란 건 다루기 쉬운 법이

”……잠깐.”

웃고 있던 제갈승계의 얼굴에 그늘

이 끼었다.

"설마하니 천재(凌才)를 돌려서 말

한 건갸 하기야, 중부가 널 보냈다

면 당연히 그 말이 맞겠지. 어차피

얕은 재주이니 그만 포기하라고

•••••• ”

‘하야 또 시작했군.'

제갈승계는 글자를 읽을 때부터 기

관지술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리고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관지술에 더더욱 파고들었다.

세가에서의 타박은 그때부터 끊이

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의

결여로 이어졌다.

이놈의 부정적인 사고 자체가 문제

댜 너무 욕을 먹다 보니 칭찬해도

전혀 믿지 않았다.

어떨 때 보면 단순하고 달래기 쉬

운데, 그것도 금방 수그러들면서 온

갖 부정(否定)이 튀어나왔다.

"동생, 그냥 좀 받아들여랴 너도

귀가 있으니 알겠지만, 나도 화산에

서 상당한 별종이야. 말하고 다니기

좋아하는 사형이 말해 줬올 텐데,

못 들었어?"

”옹…… 나한테 말을 거는 사람은

중부랑 너뿐인데…….”

제갈승계가 동태 눈깔로 힘 없이 답

했댜

원래는 제갈상이 그를 불쌍하게 여

겨 가끔씩 말을 걸어 주었으나, 화

산파 일행과 동행하면서 사라져 버

렸댜

제갈상은 후에 화산파와의 교류를

위해서라도 연화각원들과의 대화를

무척 신경 썼다.

제갈수란은 원래 제갈승계를 싫어

하진 않았으나 거의 없는 사람 취급

해서 원래부터 말을 안 걸었다.

그렇다 보니 말을 거는 사람은 제

갈삭과 주서천뿐. 심지어 제갈삭은

그 말이 대부분 구박뿐이었다.

"비겁하게 진실을 제시하다니 ! 정

정당당하게 진실이 아니라 거짓과

선동으로 승부하자!"

제갈승계가 헛소리를 했다.

‘전해지는 것에 의하면 심성이 많

이 여리다고는 했는데 이 정도였

냐… .. 진짜 만각이천 맞아?'

슬슬 불안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기관지술의 능력도 직접 본 적이 없

으니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다.

‘아니, 됐다. 믿도록 하자. 내가 믿

지 않으면 이 괴짜가 누굴 믿어야

하겠냐. '

주서천은 머리를 흔들어 불신을 털

어 냈다.

"왜 그래? 미쳤어?"

제갈승계가 그런 주서천을 보고 세

보 떨어졌다.

때리고 싶어졌다.

* * *

옹안의 무인들은 대다수 중소 문파

출신들이었다. 지휘를 맡고 있는 자

는 무림맹의 일류 무사였다.

“어서 오십시오!"

일류 무사, 왕칠은 지원 병력이 도

착하자마자 성대하게 환영해 주었

댜 그만큼 그들의 촌재가 기뺐다.

특히나 십사검협이라는 별호를 들

었을 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것까지 보였다.

“그럭저럭 사정 은 듣고 왔으니 설

명해 봐랴"

제갈삭이 말했다.

"예!"

사도천 육백, 무림맹 사백.

무림에 대하여 모르는 자라면 전력

차이를 보고 사도천이 우세하다고

생각한댜 그러나 조금이라도 무림

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무림맹이라

말한댜

사도천, 아니 사파는 정파보다 숫

자 방면으로는 압도적이라 할 정도

로 우세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세한 건 숫자

뿐이었다.

사파의 무공 중 대표적인 특징을

꼽자면, 그건 연공의 속도가 빠른

대신 일정 구간에 오르면 나타나는

벽을 뛰어넘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

이댜

그렇기 때문에 사파에는 하수가 많

올지언정, 중수냐 고수의 숫자가 정

파보다 적은 편이었다.

즉 양이 많다고 한들 질이 떨어지

다 보니 숫자의 차이가 있다 해도

승패를 단언하기가 힘들었다.

“지금 옹안에 사도천의 고수가 와

있소?"

구풍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백여 명 정도면 밀릴 정도로의

전력 차이는 아니다. 패배하기는커

녕 잘만 하면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지원까지 요청한 건, 숫

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로도 불리

하다는 뜻이었댜

"예 세 명입니댜"

왕칠의 답변에 구풍도 제갈삭의 얼

굴도 굳었다.

“아, 그렇지만 초절정의 고수는 한

명도 없습니다. 안심하십시오.”

고수라고 칭해지려면 적어도 절정

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초절정의

경지까지 고수라 부른다.

그 이상의 경지, 특히 초절정 중에

서 상위 백 명은 따로 호칭이 붙곤

했댜

이 에 제갈삭은 십년감수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화를 내면서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그것부터 말해라! "

세 명의 고수 중에서 초절정의 경

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문제가 된

댜 구풍도 승패를 장담할 수가 없

그러나 전부 절정의 경지일 경우,

성가실지는 몰라도 어떻게든 처리할

수는 있었다.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세 명 전부

상대할 수 있었다.

"좋아, 일단 전황부터 살피고 어떻

게 할지를…… . ”

제갈삭이 군사로서 작전을 수립하

려 했댜

"급보입니다! "

그러나 전령의 외침으로 인해서 멈

추게 된다.

“무슨 일인가?"

“인근에서 사도천과의 재격돌, 광

견삼두(狂犬三頭)가 선두에 서서 날

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 "

삼두라고 정말 머리가 세 개인 건

아니댜 광견삼두라 하여, 의형제를

맺고 온갖 패악질을 저지르고 다니

는 미친개 삼형제가 있다. 셋 다 절

정의 고수다.

“아무래도 한가하게 있을 수는 없

울 것 같군.”

구풍이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꿀꺽.”

장홍이 침을 삼켰다. 긴장으로 잔

뜩 굳은 얼굴이었다. 장서은도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설사 화산의 제자라고 해도, 처음

으로 겪는 실전은 누구나 긴장하는

법이었다.

"둘을 잘 부탁하겠소.”

구풍이 개양에서부터 동행한 무림

맹 출신 일류 무사들에게 부탁했다.

"예, 대협.”

"저희에게만 맡겨 주십시오. ”

그들은 개양을 떠나기 전, 구풍을

대신하여 연화각원을 호위하라는 임

무를 신도균에게 받았다.

덕분에 구풍도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댜

"둘?"

주서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구

나. ”

구풍이 막사를 나가기 전, 주서천

에게 사과했다.

“마음 같아서는 너도 데리고 나가

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개양에서 함께 온 무사들이 둘은 몰

라도 세 명까지는 힘들 것 같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막

내 인 널 여기 에 두고 갈 수밖에 없

단댜"

굳이 억지를 부리면서까지 주서천

을 전장에 데리고 나갈 이유가 없으

니, 섭섭하게 생각해도 어 쩔 수 없

었댜

음, 나름 기대했는데 조금 아쉬운

걸.'

그동안 열심히 수련해 온 무공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연화각에서는

낙소월이 몰래 찾아올 때, 간간이

비무를 했으나 제 실력을 보인 게

아니었다.

마침 전장에 참여할 기회도 생겼

고, 싸우다 보면 난장판이 되니 몰

래 빠져나가서 싸울 생각이었다.

당연하지만 장홍이나 장서은처럼

두려움에 의한 긴장 따위는 없었다.

주서천도 전란의 시대 때 영웅들만

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싸우면서

살아남았다.

실전을 쌓은 경험만큼은 구풍, 아

니 화산파 내에서도 주서천과 비교

할 사람이 별로 없다.

괜히 전란의 시대라 불린 게 아니

댜 그만큼 싸움이 많았다.

"네 안전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

니, 너무 야속하다고 생각하지 말거

랴 널 무시하는 게 아니란댜"

"알고 있습니다, 사백. 신경 써 주

셔서 감사합니다. 어쩔 수 없는 걸

요. ”

주서천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

억거렸다.

“열두 살인데도 정말 다 컸구나.

네 스승이 제자는 정말 잘 뒀다.

아, 그리고 제갈세가의 막내도 남게

됐으니, 형인 네가 잘 돌봐 주거라.

부탁하마"

"예, 사백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 * *

옹안에서 반냐절 정도 컬으면 개안

이 라는 곳이 나온다. 작은 촌락들이

드문드문 모여 있는 지역이었다.

이 개안은 무림맹과 사도천의 접경

지로, 하루에도 수차례 싸움이 번번

이 일어나는 곳이었다.

옹안에서 출발한 지원 병력은 최대

한 빨리 전속 전진하여 개안에 도착

했댜

”와아아아!”

"십사검협이다!"

구풍이 나타나자마자 무림맹 측 무

사들이 고막이 터져 나갈 정도로 환

호성을 내뱉었다.

그만큼 십사검협의 이름은

댜 기세등등했던 사도천의

이 주춤거렸다.

듬직했

무사들

구풍은 앞장서서 십사수매화검법을

펼쳤댜 초절정 고수의 검답게 보통

이 아니었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도천의 무

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피를 흩뿌

렸댜

“하하, 별거 아니군!"

제갈삭은 중앙에서 그걸 지켜보면

서 웃었다.

굳이 계획을 짤 필요도 없었다. 십

사검협 그리고 개양에서 온 지원

병 력 이 화끈한 무위를 자랑했다.

”……오라버니.”

제갈수란이 전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제갈상을 불렀댜

“그래.”

제갈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제갈

수란이 용건을 말하기도 전, 제갈상

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적어.”

제갈상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난전이라서 정확하게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 사도천 병력이 백에서

백오십 정도가 적다.”

제갈상이 몸을 천천히 돌려 뒤를

살폈댜 그가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

은 옹안에 있을 진지 였다.

"숙부 아무래도 저희가 함정에 빠

진 것 같습니다. 백에서 백오십 정

도 적의 전력이 비어요. "

“하하하, 뭔 소리를 하느냐. 네가

출진한 지 별로 되지 않아 착각을

한 모양이구나. 그것보다 저기 앞을

봐라. 사도천이 맥도 못 추리고 죽

어 나가는 걸 말이다!"

" •••• •• • "

제갈상의 얼굴이 암담해졌다.

제갈삭, 그리고 옹안군은 이미 승

리에 취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하늘까지 솟아오른 사기에

몸을 던져, 사도천의 무사들에게 함

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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