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전생-20화 (20/254)

22화

第十二章만각이천(晩覺摘天)

구풍은 연화각의 세 사람에게 개양

에 한해서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된

다고 말했다.

장홍과 장서은은 무척이냐 신나 했

댜 둘 다 화산 바깥은 처음이기에

물 만난 아이들처럼 돌아다녔다.

기한은 냐홀. 임무 수행이 나홀 뒤

라서 그렇다.

참고로 그 둘은 제갈상, 제갈수란

과 어울렸다.

제갈상은 소가주로서 훗날 화산파

와의 친목을 위해 적극적으로 장홍

과 장서은 두 사람과 대화했다.

장홍은 주로 제갈수란에게 관심이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녀의 주변

에서 살랑거렸다.

“그나저나 장 제(弟). 자네의 사제

는 혹시 화산파 내에서도 조금 별종

인가?"

제갈상은 냐이도 나이지만, 원래

남들보다 머리가 비상한 데다가 인

품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장홍과 장서은도 그런 제갈상을 금

방 따랐고,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말

을 놓을 정도로 친해졌다.

제갈상의 물음에 장홍은 고개를 끄

덕였댜

"예, 상 형 그 녀석은 내화외빈이

라고 하여…….”

장홍은 주서천에 대해 자세하게 설

명했댜

"별종은 별종끼리 끌리나 봐요.”

장서은이 어깨를 으쓱이면서 실소

를 금치 못했다.

제갈상은 장홍, 장서은과는 친해졌

댜 그러나 주서천과는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

"설마 승계에게 관심을 보이는 또

래, 그것도 연화각원이나 되는 무인

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제갈상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서천은 제갈승계에게 다가가 말

을 걸었다.

"승계야, 안녕. 이 아저씨랑 비밀

친구 할래?"

“아니, 나랑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며? 무슨 아저씨야? 제발 그

헛소리 좀 그만하고 저리 가!"

제갈승계가 어이없는 눈으로 주서

천을 쳐다봤다.

”와, 네 중부(仲父)가 보면 정말로

놀라겠어. 승계가 이렇게 당차고 대

장부 같은데 말이야. 그렇지?"

자유행동이 주어지자마자 방구석에

박혀 있던 제갈승계를 찾아 끈질길

정도로 말을 걸었다.

그 제갈승계조차도 주서 천을 별종

취급했댜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제갈승계 본인도 스스로 이상하다

는 것은 알고 있다. 주변의 시선이

그런데 모르면 바보 멍청이다.

“그냥 아저씨가 승계랑 놀고 싶어

서 그래.”

주서천이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 일단 칭찬부터 하자. 얘는

잘못 건드리면 위험해.'

마음 같아선 멱살을 휘어잡은 다음

에 ‘야, 나랑 비고나 털러 가자!' 라

고 협박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에도 진짜 뭐한

데, 나 같은 놈이랑 어울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소천성공(小天星功)

은 이성밖에 익히지 못했고, 이 시

대에는 의미도 없는 기관지술에나

집착하고 었는 한심한 놈이라고!"

제갈승계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쌓인 것이

많은 듯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에 주서천이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댜

“그레 네가 성품도 그다지 썩 좋

지 않고 뭐만 하면 홀찍이는 병신이

란 건 나도 알고 있어.”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

“그러나 네가 기관지술에 집착하는

건 결코 나쁘지 않다. 반대로 누구

도 손대지 않는 부분에 그렇게 관심

올 갖으며, 그 신념을 굽히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는 것은 실로 대단하

기 그지없다고 생각한다.”

주서천이 제갈승계의 어깨를 두들

기면서 부드럽게 웃어 주었다. 그

눈동자에는 필사적인 감정이 맺혔

“그러니까 이대로 멈추지 않고, 누

가 뭐라고 하건 네가 가고 싶은, 너

만의 길을 가라.”

만각이천.

그에 대한 평가는 별호 그대로 뒤

늦게 알려졌다.

삼안신투의 비고 때, 제갈승계가

처음으로 주목받는 일이 생긴다.

삼안신투의 비고에 설치된 기관 때

문이었다.

정파, 특히나 제갈세가는 제갈승계

의 기관지식 덕에 비고에서 상당한

양의 보물을 갖게 됐다.

제갈승계는 이 일을 계기로, 그동

안 멸시당했던 걸 재평가받나 싶었

으나 그건 크나큰 착각이 었다.

확실히 다시 보는 시선을 받기는

했댜 하지만 그 시선 대부분은 ‘그

래도 쓰임새는 있구나.’ 정도였다.

무림은 철저한 힘의 세계. 대부분

이 무공으로 인정받고 평가를 받았

제갈세가는 조금 예외적이긴 했으

나, 그래도 무공을 아예 안 보는 건

아니었다. 제갈세가의 어린아이들보

다 못한 무위에 무시를 받는 건 별

수 없었다.

전략이나 군략, 모략 등의 머리 를

굴리는 법이냐 기문진법 을 공부했으

면 모른다. 그러한 것도 못 하니 세

가 내에서도, 밖에서도 멸시 어린

조소를 들었다.

제갈천과 제갈수란. 이 두 천재의

존재 탓에 비교는 더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끝내 제갈승계는 제갈삭

등, 세가의 어르신들의 구박을 버티

지 못하고 죽었다.

사인은 자살이었다.

"잘 들어, 동생 . 천하가 널 무시해

도 나만큼은 널 무시하지 않으마.

내가 있다는 걸 명심해.”

어릴 적부터 이러한 타박과 멸시를

받다 보니 자연스레 자촌감도 떨어

졌댜

그 점은 성격에 그대로 영향을 주

었댜

"비록 내 널 만난 지 얼마 되지 않

았으나, 운명을 느꼈다. 술이라도 있

었다면 너와 잔을 맞대면서 의형제

의 연을 맺었을 텐데, 참으로 아쉽

구냐"

"난 네 동생이 될 생각이 없…….”

"편하게 형님이라 불러라, 승계야.”

자존감 없는 소심한 성격은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들였다. 그 결과,

제갈승계는 제대로 된 여유도 가지

지 못한 채 이용만 당하는 삶을 살

게 되었으니까.

"여태껏 그래 왔던 것처럼 굽히지

먀 네가 쌓아 온 것, 공부한 것, 그

걸 부정할 필요 없다. 천하가 인정

하지 않는다면, 내가 인정해 주마.

천재인 내 동생을 무시한 것들에게

헛소리하지 말라고 외쳐 주겠다. ”

제갈승계가 완전히 잊혀질 때 즈

음, 다시 한 번 그의 존재가 부각됐

댜 기관지술 탓이었댜

사장되었다고 생각했던 기관은 전

란의 시대를 통해서 다른 세력에 의

해 완벽히 부활했다.

잘 쓰이지 않았던 기술이었던 만

큼, 기관지술에 제대로 대웅할 수

있는 사람은 제갈승계뿐이었다.

이후, 당연하다시피 제갈세가의 영

향력은 하늘을 찌를 기세로 높아졌

댜 기관지술의 전문가라고 부를 만

한 사람이 제갈승계뿐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제갈승계 입장에선 그다지

좋다고 말할 수만은 없었다.

확실히 이 일 이후, 자신에 대한

평은 늘었다. 여태껏 해 온 것이 무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건 기랬다.

그러나 제갈승계에게만 모든 일을

맡기는 건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일

이었다.

기관지술에 대해 해박한 자가 한

사람뿐이라는 건, 관련된 일을 모두

처리해야만 한다는 의 미 였다.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어딘가의

방 안에서 호위라는 이름의 감시 아

래에서 혼자 일해야 했다. 그 압박

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건 정상

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죄다 거절하고 싶었지

만 어릴 적부터 받아 온 압박으로

인한 소심한 성격 탓에 그럴 수가

없었다.

목소리를 조금만 높이려고 해도 제

갈세가의 어른이라는 자들이 세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윽박질렀다.

그럴 때마다 제갈승계는 차마 거절

하지 못하고, 결국 비고 이후로 세

가라는 이름의 새장에 갇혀서 바깥

구경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제갈승계는 결국 목숨이 끊어질 때

까지 이용만 당했고, 그 정신적 중

압감과 압박감은 사인(死因) 에 직접

적인 영향을 끼쳐 마음을 병들게 했

결국 약 사십여 년 뒤, 오십 대 중

반 무렵에 제갈승계는 철저하게 이

용만 당하다가 자살을 하게 된다.

혀를 찰 정도로의 비참한 삶이었

‘너무한 건, 그때까지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거지.'

제갈승계에 대한 평온 그 당시만

해도 너무 애매했다. 무림은 힘과

무공이 아니라면 인정받기가 힘들

사천당가와 제갈세가만 해도 아직

까지도 무림인들 사이에서 약간의

무시를 받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나 기관지술처럼 사장된 기술

의 경우 더더욱 그랬다. 아무리 제

갈승계가 대단하다 하여도, 다들 그

를 대할 때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

댜 이 역시 제갈승계의 사인에 영

향을끼쳤댜

자신 있게 벗 이 나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던 그의 죽음은

지독히 쓸쓸했고, 장례도 조촐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정파 무림은 이

일을 후회하게 된다.

처음 제갈승계가 사망했을 때, 몇

몇 사람들은 이제 누가 기관지술을

책임지냐며 걱정했다.

이에 제갈세가는 걱정 말라며 큰소

리쳤댜 비록 제갈승계가 후학을 기

르진 않았으냐, 그가 남긴 서적이

있으니 이걸 참조하여 해결하겠다고

말했댜

그러나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을 정

도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얼마

뒤에 깨닫게 된다.

제갈승계는 어처구니없는 천재였

댜 그의 지식, 이해도는 제갈세가

사람들조차도 따라가지 못했다.

그는 나름대로 자기의 생각을 서적

에 기록했댜 그러냐 그건 어디까지

나 천재의 생각. 너무나도 난해하여

그 누구도 해석하지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제갈승계는 누굴 가르쳐 본

적은커녕, 주변인들과 교류조차 제

대로 한 적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

누군가를 위한 서적을 준비할 리가

없었댜 결국 그 누구도 제갈승계의

지식을 얻지 못했다.

이후, 무림맹을 비롯한 정파 무림

은 적의 기관지술에 어떠한 대웅도

하지 못했댜 그리고 결국 속수무책

으로 당해 큰 인명 피해를 받는다.

그제야 제갈세가는 크게 후회했고,

전란의 시대가 끝난 이후 이 일이

알려져 그들은 큰 비난을 받았다.

그게 만각이천. 뒤늦게 알려진 하

늘이댜

"야, 솔직히 말해. 중부가 너보고

나 좋게 말해서 어떻게 해 달라고

부탁받은 거지?"

" • • •• •• • "

“그럼 그렇지. 꺼져!"

갈 길이 멀어 보였다.

* * *

대기가 끝났다. 임무가 내려왔다.

“개양에서 동쪽으로 이틀 정도 가

면 옹안(壅安)이 있소. 두세 달에

한 번꼴로 무림맹과 사도천의 깃발

이 번갈아 올라오는 지방이지. 어제

확인해 보니 우리 측이 밀리고 있다

하니, 개양 지부의 무림맹 무사들과

함께 지원해 줬으면 좋겠소.”

신도균은 말을 끝내고 구풍과 제갈

삭의 눈치를 봤다.

”一,, 으

O •

구풍이 침음을 흘렸다. 생각에 잠

긴 표정이었다.

“조금 위험하겠지만, 상이와 수란

이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겠군요. 당

연히 괜찮습니다. ”

제갈삭은 반가워했다.

옹안은 귀주의 분쟁지 중에서도 제

일 치열하다. 그만큼 부상자냐 사망

자도 많이 나왔다.

실전 경험 하나 없는 대문파의 제

자들이 자만하여 정말 많이 죽은 곳

이었댜

최전선인 만큼, 사파의 고수들도

이따금 나타난다.

천하백대고수들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경계할 만한 적이 나타

나곤 했다.

‘무례하군.’

신도균이 제갈삭의 말에 눈썹을 미

미하게 구부렸다. 눈동자에 약간의

불쾌감이 묻어났다.

제갈세가는 어차피 사도천의 무사

들과 싸우지 않는다. 그들은 뒤에서

작전을 짜고 명령을 내린다.

원래 제갈세가의 장기가 머리이니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차피

우리에겐 상관없는 일이다.’ 라는

뉘앙스로 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

나는 말이었다.

위험천만한 곳에 가는데 경험이 된

다면서 저리 말하다니, 옆에 있는

구풍이 뭐라 생각하겠는가.

”……알겠소. 화산파도 받아들이겠

소.”

구풍도 고민 끝에 임무를 받아들였

“기쁜 소식이오!"

신도균이 반색하면서 좋아했다.

십사검협이라 하면 누구냐 아는 초

절정 고수가 아닌가. 이걸로 무사들

의 사기는 보장됐다.

설사 옹안에서 사파의 고수가 나타

난다고 해도 구풍이 있다면 안심할

수 있다.

‘되도록이면 십사검협이 연화각원

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싸울 수 있

도록 준비해 둬야겠군.'

혹시나 거절하면 어쩌냐 노심초사

했댜

원래는 좀 더 안전한 임무를 내려

주려 했댜 그러나 옹안에서 온 소

식이 워낙 급해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구풍이 받아들였으니, 옹

안의 일은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

그리고 당일 미시초(未時初: 13

시 ~14시) 무렵

임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개양을

떠나게 됐다.

옹안, 옹안이라……. 이 시기에 조

심할 게 뭐 있었지?'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어 봤다. 하

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고, 원래 옹

안은 일 년에 수십 번이나 주인이

바뀐 적도 있는 분쟁지다. 너무 많

은 일이 있다 보니 특정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저씨, 무섭게 왜 자꾸 따라오고

그래요. ”

제갈승계가 랭한 눈으로 중얼거렸

주서천은 제갈승계가 어디에 있건

딱 들러붙어 다녔다. 함께하게 된

무림맹 무사들이 수군거렸다.

"재들 아직 어린데 설마 그런 사이

는 아니겠지?"

낭!, 말을 아끼게. 어쩌면 미래의

매화검수가 되실 분일지도 몰라. 우

리 기억했다가 나중에 찾아오면 어

쩌려고 그러나. 구파일방들 애송이

들이 성질 더러운 거 모르나? 다들

하나같이 혐성(嫌性)이라고 자자하

네.”

"솔직히 나보다 자네를 걱정해야

할 것 같네만?"

“어홈!"

“그리고 저 주서천이란 꼬맹이는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 없네. 아까

보니 사형인 장 소협이 내화외빈이

라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해 주

더군. 운이 좀 좋아 연화각원이 되

었을 뿐, 실상은 별로 대단할 것 없

는 모양이야.”

"허, 화산파에 들어간 것 자체만

해도 천운인데 거기에 운이 더 좋다

고? 참으로 살기 싫어지는군.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