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第九章내화외빈( 內華外貧)
조매와 동매가 지고 설중매가 폈
다. 그리고 다시 설중매가 사라지고,
동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서천이 연화각에서 생활한 지도
어언 일 년.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홀렀다.
그동안 매화생공은 빠짐 없이 꾸준
히 해 왔댜 덕분에 열한 살이 된
지금, 사십오 년의 내공을 쌓았다.
자하신공은 일성에서 이성을 지나
삼성(三成)을 달성했다. 여전히 지
독할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이는 결코 주서천이 일부러 조절한
것 같은 게 아니었다. 반대로 상당
한 정신력을 소모해 수련했다.
여타 무공들은 이렇게 신경을 쓰면
연공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
는댜 거진 일 년이면 충분했다.
실제로 매화오행검도 전부 대성했
댜 육합검이나 낙영검법처럼 기초
검공은 몇 달밖에 안 걸렸다.
물론 주변에는 비 밀로 하면서 적당
히 숨겼다.
" -=- ,,
우.
이렇게 과거에 이 루었던 화경의 힘
으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
구하고 자하신공은 난해했다.
괜히 화산파의 신공이 아니 라는 걸
실감했다.
누군가가 가르쳐 줬으면 보다 수월
했겠지만 자하신공에 대해서 조언
을 해 줄 사람은 장문인뿐이 었다.
장문인에게 가서 자하신공을 알고
있으니 조언을 요구할 수 없는 노릇
이니, 혼자 해결해야만 했다.
화산파의 사대제자들이 괜히 어린
시절을 연화각에서 보내려는 게 아
니댜 그만큼 대접이 좋았다.
주서천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건
자유에 가까운 개인 수련이었다. 몇
몇올 제외하곤 제한이 없었다.
연화각에 오고 몇 가지 상승의 무
공을 배웠댜
내공심법은 매화육합심법(梅花六合
心法)이었다.
화산파를 대표하는 내공심법은 넷
으로 나뉜다.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매화기공이
첫 번째요, 매화육합심법과 옥녀심
공(玉女心功)이 둘째와 셋째였다.
매화육합심법과 옥녀심공은 적전제
자에게만 허가되어 있다. 이는 이
둘이 화산파의 근간이기 때문이었
댜
참고로 옥녀심공의 경우, 오직 여
성을 위해서만 만들어진 내공심법이
었댜 남자는 배울 수 없댜
네 번째는 자하신공. 화산파의 일
대신공이다.
주서천은 매화육합심법과 매화생공
둘 다 빼먹지 않고 수련했다.
둘 다 전생에서 질리도록 수련했던
것인지라 동시, 그것도 초고속으로
연공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십사수매화검법, 추격술,
해독법 등의 무공 외에도 강호에 필
요한 것들을 가르침 받았다.
괜히 연화각이 아니 라는 듯, 합격
자들은 일반 사대제자들과 수준이
다른 교육을 받았다.
주서천은 오늘도 적당히 십사수매
화검법을 교두가 보는 앞에서 보인
뒤, 개인 수련 시간을 가졌다.
주로 매화나무 근처에 앉아 매화생
공을 운기 했다. 이렇게 꾸준히 해
주는 게 내공을 쌓는 데 도움됐다.
“사형.”
운기를 끝내고 눈을 뜨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이러다가 정말 주화입마 걸리겠
다. "
주서천이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말
했댜
일 년 전, 두 사람은 연화각에 나
란히 입각했다. 그로 인해 일어난
반향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놀라게 했다면, 정말로 죄송해요.”
낙소월이 눈을 껌뻑 뜨면서 사과했
댜 빈말이 아니라 목소리에서 정말
로 미안한 기색이 느껴졌다.
“그렇게까지 사과할 필요는 없어 .
그나저나 여전히 애늙은이구…… 아
니, 그 할멈의 사손이니 당연한가."
낙소월은 열 살. 나이에 비해 어울
리지 않는 성숙한 정신이나 행동은
여전했다.
누군가를 배려하려 하고, 양보한다.
심지어 몇 살이나 많은 사형제들에
게 상담을 받기도 했다.
어딜 봐서도 열 살의 관록이 아니
었댜
이는 낙소월이 어릴 적부터 비상해
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사조인 철혈
매검의 엄중한 교육 탓이기도 했다.
“사형.”
낙소월이 볼을 부풀렸다.
“그래, 알았어. 미안하다. 사과하
먀"
주서천이 어깨를 으쓱이면서 자신
의 잘못을 시인했다.
남이 보기에 철혈매검은 피도 눈물
도 없는 사람일지 몰라도 제자에겐
아닐지도 모른다.
주서천이 순순히 사과하자 낙소월
이 흡족해했다.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태도는 보기 좋다고 생각해요.”
“그레 그나저나, 너도 참 별나구
나. 나 같은 사람이랑 어울리고 말
이야.”
주서천은 강호에 출도하기도 전에
별호가 생겼다.
내화외빈( 內華外貧)
겉모습만 요란하고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다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
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한 별호였다.
일 년 전, 입각 심사 때 주서천은
검법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 도로 마
구잡이로 검을 휘둘러 승리했다.
처음에는 무언가 사술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지만, 주서천이 영약이라
는 기 연을 얻은 걸로 해결됐다.
“정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네.”
”으, 저런 놈에게 기연이 찾아가다
니.”
“결국은 운만 좋은 놈이라는 거잖
아?”
그 대신 주서천에 대한 평가는 더
더욱 절하됐다.
영약. 곧 내공의 힘으로 밀어붙여
서 승리했다는 건, 결국 본연의 무
위는 형편없다는 의미다.
특히나 몇 년 동안 노력한 심사생
들 입장에선 주서천은 철천지원수보
다 더더욱 원망스러웠다.
어쨌거나, 외화내빈이라는 말과 달
리 반대로 내공은 화려하나 무공 실
력은 없다 해서 붙은 별호였다.
당연하지만 주서천 본인은 전혀 신
경 쓰지 않았다. 반대로 이런 평가
를 받는 것에 대해 내심 만족하고
있었댜
욕먹는 게 조금 짜증 나지만, 이
상적이다.’
연화각에 들어왔지만, 평재(平才)
로 인식됐다.
훗날 모습을 드러낼 적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과거의 인생을 후회하며, 현생을
되도록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로 했
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지켜야 했다.
“있잖아요, 사형 . ”
낙소월이 주서천을 물끄러미 쳐다
봤댜
"왜 ?"
“정말로, 평소에 보여 주는 게 본
래 실력인가요?"
“그래.”
주서천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거짓
말을했댜
연화각에 들어온 이후, 주서천의
행보는 여러모로 파격적이었고 또
주목과 기대를 받았다.
입각했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안 좋게 봤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설사 영약의 힘으로 운 좋게 입각
한 것이라도 제대로 가르치면 변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연화각에 편성된 몇몇의 교두들이
특히나 그랬다.
임무로 강호에 나간 유정목을 대신
하여, 비록 자신들의 제자는 아니지
만 그래도 나름 진지하게 가르쳐 줬
댜
하지만 본래의 실력을 감춰야 할
주서천이 그걸 제대로 따를 리 없었
댜 적당히 맞춰 미묘한 실력을 보
였댜
“그리고 심옥련 장로님이 나 싫어
하는 거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나
에게는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아.”
주서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낙소
월이 따라오려고 했지만, 손을 들어
서 제지했다.
‘으, 아까워 죽겠네.’
겉으론 흥미 없다는 듯이 멋있는
척은 다 했지만, 실은 당장 돌아가
서 낙소월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
댜
매화검봉, 낙소월.
그녀를 보았던 기 억은 아직까지도
기억 깊숙한 곳에 강렬하게 남아 있
었다.
정파 무림의 후기지수들 앞에 서
있었으며, 매화검봉이라 칭송받으면
서 수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았다.
워낙 그 명성이냐 실력의 차이가
많이 나서 주서천은 그 등만 쫓을
뿐, 말 걸 용기조차 없었댜
그런 사람이 함께해 주고, 이름을
불러 주고, 웃어 주고, 이야기를 나
눠 준다. 충분히 행복한 일이었다.
몇 년 뒤에 낙소월은 무림제일미를
논할 정도로 미녀가 되는 동시, 영
웅으로서 우뚝 솟아오른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주서천이 동경
했던 사람
몇 년, 몇십 넌, 죽기 전까지 쫓았
던 사람들.
그 사이에 낙소월은 분명히 있었
댜
"좀만 더 참아라, 주서 천.”
낙소월도 낙소월이지만 심옥련도
문제였다.
입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시
기, 심옥련은 주서천을 싫어하는 티
를 내며 상당히 신경 썼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서천
이 형편없으며 딱히 사고 치지 않고
조용히 있자 홍미를 꼈다.
지금은 눈에 띄지 않게 인내할 때.
주서천은 이 점을 명심하고, 또 명
심했댜
* * *
연화각에는 화산파의 천재, 기재,
수재들이 모여 있다. 그 인원은 주
서천을 제외하고 아홉 명이었다.
주서천은 처음 연화각원들을 보았
올 때 예상은 했으나 역시 놀라움
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구성 인원
들 대부분이 낙소월과 나란히 전장
에서 활약한 인물들이라 그렇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연화각은 화산파의 인재들만 모인
곳 그리고 후기지수로 성장시키기
위해 여러 신경을 써 준다.
이 중에서도 정말로 특출 날 경우,
일찍이 상승의 무공이나 영약을 제
공해 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야말로 미래는 떼어 놓은 상상.
장문인이 나 화산오장로, 매 화검수는
구 할 이상이 연화각 출신이었다.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
낙소월을 비롯하여 연화각원 전부
연이라곤 하냐도 없었던 사람들이었
댜 전부 다른 세상에서 살았댜
이들은 주서천의 얼굴은 물론이고
이름도 모른다.
그건 전생에 화산오장로가 되었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있는 모두…… 전란의 시
대에서 사라진다.'
몇십 년간 계속된 전란의 시대. 그
시간 동안 화산파의 전력은 몇 번이
나 바뀌었다.
매화검수, 화산오장로, 심지어 장문
인까지.
일찍이 영웅이라 불린 이들은 평화
를 대가로 목숨을 잃었다.
눈앞에 사형제로 부를 수 있는 사
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살
아남는 건 주서천 혼자뿐이 었다.
‘아니, 이제 냐도 어떻게 될지 모
르려냐. '
회귀 이전의 삶에서 주서천이 끝까
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약간의
운과 어중간한 무위 덕분이었다.
대부분 정예라 불리는 이들은 주요
임무에 투입됐고, 암살의 대상이 됐
댜
삼류, 이류 정도의 하수들은 대부
분 병력으로 소모되어 사라져 갔다.
그에 반면 적당한 수준의 무인들은
스스로의 몸을 어찌어찌 지켜 가면
서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주서천도 중간을 넘어, 일
단은 영재반인 연화각에 들어오게
됐으니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나도 누군가가 쫓는 등이 되는 걸
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야, 내화외빈 ! "
자신의 별호를 부르는 목소리에 몸
올 돌렸다. 그곳에는 잔뜩 성이 난
얼굴을 한 소년이 있었다.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눈초리는 험
악했고, 잔뜩 흥분한 듯 씩씩거리면
서 거칠게 심호흡했다.
장골이 여타 아이들보다 지대한 편
이었고, 머리가 가시처럼 삐죽뻐죽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예, 이건(利建) 사형.”
이건은 세 살 위, 올해로 열넷인
연화각원이다.
"네놈!"
이건이 핏발 선 눈동자로 주서천을
사납게 노려봤다. 그 눈동자에 떠오
른 감정은 명백한 질투였다.
주서천은 곤란한 듯 뒤통수를 긁적
였고, 이건은 이쪽을 똑바로 쳐다보
면서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러곤 우
악스러운 손으로 멱살을 거칠게 휘
어잡았다.
“네가 감히 사형이 한 말을 쥐똥으
로 받아들여? 내 분명 저번에 낙
매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
올 터 그걸 알고도 감히 낙 매에게
말을 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