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第八章연화입각(蓮花入閣)
연화각 심사가 열렸다.
심사는 둘로 나뉜다. 지성과 무학
이댜
지성의 경우,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애초에 심사 대상이 성년
이하라서 그렇다.
어차피 성년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뭘 바라나. 심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학문이 아니 라 무공이 었다.
웅성웅성.
”으, 위가 아파.”
"홍, 다 별 볼 일 없는 놈들뿐이잖
야"
연화각에 준비된 연무장 위.
어리면 예닐곱 살, 많으면 열두 살
정도 되는 사대제자들로 북적였다.
그 숫자가 백 명 정도 됐다.
이 많은 인원들이 전부 심사에 도
전할 어린 무인들이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시끌벅적했고,
반웅도 다양했다.
과한 긴장으로 당장이 라도 울 것
같다거나, 돌처럼 굳거나, 날이 잔뜩
서서 주변을 경계하기도 했다.
주서천은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대충 자리를 잡고 차례를 기다렸다.
“저건 누구야?"
“낯선 얼굴인데 . ”
주서천은 차례를 기다리는 중, 원
하지도 않던 주목을 약간이나마 받
게 됐다.
"심사에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지 않아?"
절벽 등반과 넘치는 내공 덕에 그
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열 살임에도
열네 살 즈음으로 보였다.
그 탓인지 연화각 심사 기준에 맞
지 않냐는 중얼거림이 자주 나왔다.
”뭘 그리 신경 써? 어차피 떨어질
놈이야."
누군가가 코웃음 쳤다. 명백한 비
웃음이었다.
“경쟁자가 될 만한 자들은 사전에
조사를 해 두었어. 기억 속에 없는
걸 보면 별거 아닌 놈이 분명해.”
연화각은 연령만 맞는다면 재심사
가 가능했다.
중원의 성년은 열다섯 살. 비록 열
네 살에 입각(入閣)한다 할지라도,
많은 장점이 따른다.
연화각 출신이라는 명예는 두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수준이 다른
우수한 수련을 받을 수 있었다.
설사 그 기간이 일 넌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이렇다 보니 연화각에 입각하기 위
해 준비를 하는 자들은 상당했고,
그들의 노력도 대단했다.
심사는 매년 다른 방식이긴 하지
만 비무가 자주 나오는 편이기에
서로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했다.
조금이라도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
기 위해서였다.
어쨌거나, 이러한 사전 조사의 범
위 안에 주서천이란 인물에 대한 것
은 거의 없었다.
그가 워낙 남들과 어울리지 않는
연유도 었었지만, 주목을 받은 건
바로 얼마 전 일이어서 그랬다.
"잠깐"
누군가가 주서천을 알아봤다.
“저 얼굴, 얼마 전에 봤었는데……
아, 그래. 소유검의 제자다.”
얼마 전, 유정목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려고 방문객이 찾아왔다. 화산
파 내부에서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 방문객과 관련된 제자
가 었는 모양이었다.
소유검이라는 이름에 몇몇 아이들
이 술렁였다.
"홍 !"
콧대가 높아 보이는 아이가 코웃음
올쳤댜
“그분의 명성은 최근 자자하지만,
그렇다고 그 제자가 특별하다는 이
야기는 들어 본 적 없어!"
‘음, 좋아. 그냥 넘어가 주먀'
조금이라도 스승에 대한 험담을 했
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박살 내 줄
생각이었지만, 반대로 칭찬에 가까
우니 넘어가기로 했다. 기분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저런 놈 신경 쓸 시간에 차라리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 두는 게 나
아!"
“맞아, 네 말대로야. 가자고.”
수다 떨기 좋아하는 둘이 떠나갔
댜
"홈, 딱 봐도 떨어질 놈들뿐이군.
굳이 힘쓰지 않고도 쉽게 붙을 수
있겠는걸?"
주서천이 안심한 듯 웃었다.
정확히 한 시진 뒤, 심사를 앞둔
사대제자들은 절망했다.
"안 돼, 망했어!"
여기저기서 비명이 난무했다.
심사가 시작하기 전, 주서천을 비
웃고 마음껏 떠들던 사대제자들도
새파랗게 질린 낯빛이었다.
“저걸 어떻게 이겨?"
몇몇 아이들은 아예 싸우기도 전에
전의를 상실하고 포기했다.
"저 천재가 언젠가 나올 줄은 알았
지만…….”
"설마하니 그게 오늘 일 줄 누가
알았겠냐고!“
옆에 있던 아이가 원망 어린 목소
리로 호소하더니만, 어깨를 축 늘어
뜨린 채 터덜터덜 걸어갔다.
“다음!”
심사관이 차례를 기다리는 사대제
자들을 지명했다.
그러나 대부분 힘 없는 발걸음으로
되돌아갔다.
"허어 . ”
주서천도 놀란 얼굴로 심사장을 쳐
다봤댜 한가운데, 심사관 앞에 나이
어린 미(美)소녀가 서 있었다.
‘낙소월(落小月)!'
화산파의 사대제자로서, 나이는 주
서천보다 한 살 어린 아홉 살이다.
또한 나름 화산파의 유명 인이 었다.
주선천의 머릿속으로 낙소월에 대
한 정보가 떠올랐다. 이는 그녀가
회귀 이전의 세상 속에서도 선명하
게 기억에 남을 만큼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댜
‘매화검봉(梅花劍鳳)이라니 …… !'
매화검봉, 낙소월.
현(現) 화산오장로 중 홍일점이자
초절정 고수로 이름 높은 철혈매검
(鐵血梅劍)의 사손(師孫)이었다.
사제 관계부터 범상치 않지만, 그
녀 자신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의
인물이댜
한 시대를 들썩일 정도로의 재능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어릴 적부터 심
상치 않은 자질을 보여 주었다.
그 자질과 노력, 그리고 화산오장
로를 사조로 두었으니 그 미래는 보
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전생의 삶에서 낙소월은 무
시무시한 속도로 성장해 매화검수에
이름을 올린다.
이후 정파 무림의 후기지수 중에서
도 제일이라는 ‘봉(鳳)’이 별호에 붙
올 정도로 인정받았다.
하나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하였
는가.
전란의 시대가 열린 이후, 낙소월
은 크게 활약하여 영웅이 되지만 끝
내 서른도 되지 않아 죽는다.
또한 무력도 무력이지만, 낙소월이
과넌 정도 되었을 때 즈음, 일찍이
무림 제 일의 미모에 들어갔다.
주서천이 쫓았던 영웅의 등. 그 등
을 보였던 사람 중 일인이 바로 매
화검봉 낙소월이었다.
“하아, 운도 지지리도 없지…….”
산책하는 기분으로 심사에 임하려
고 했댜 주변의 심사생들 중에서
위협이 될 만한 자는 없었다.
단 한 명, 낙소월은 제외하고.
“다음!"
”콕 ! "
도전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 었다.
이 중에선 오늘이 마지막인 자도 있
었댜
그들은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수고
가 되지 않도록 심사장 위로 올라와
낙소월에게 도전했다.
채―앵!
“아악!"
낙소월이 검을 휘두르자 도전자들
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당
연지사(當然之事)였다.
심사관들 몇몇이 혀를 차면서 고개
를 좌우로 흔들었다. 더 이상 볼 필
요도 없다는 눈치였다.
낙소월은 화산오장로의 사손. 어 릴
적부터 우수한 가르침과 상승의 무
공을 가르침 받았다. 거기에 본인의
재능도 뛰어나니 승패의 유무는 뻔
했댜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안, 희망,
열의 등의 다양했던 감정은 없었다.
오롯이 절망 하냐밖에 안 보였다.
도전자들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았
댜
반대 로 사대제자들 중에서 도 상위
에 속하는 이들밖에 없었다.
연화각은 성년이 되기 전의 정예
집단. 영재들만 모이는 곳이니 도전
자의 수준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그저 상대가 나빴올 뿐이었다.
“영웅은 뿌리부터 다르다고 하더니
미-…… ” L.:. •
주서천이 혓웃음을 홀리면서 자리
에서 일어났다.
“다움!”
심사관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목소
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나
서는 자가 없었다.
"올해는 끝이야…… 내년이 있으니
까 ...... "
“나이도 어리잖아…… 왜 올해인
데……!"
여기저기서 체념과 절망이 담긴 한
숨이 터져 냐왔다. 그렇게 연화각의
심사가 끝나냐 싶었다.
“아직 있습니다. ”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
이 등장했다.
‘소유검 의 제자잖아?'
심사관이 주서천을 알아봤다.
"저 멍청한 놈!"
반 시진 전, 주서천을 우습게 봤던
사대제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
댜 명백한 조소(時於吳)였다.
승패는 뻔하다. 이 중에서 낙소월
을 이길 수 있는 도전자는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승패의 유무
에 상관없이 얼마나 버틸지가 관건
이었댜
게다가 주서천은 경계해야 할 경쟁
자 후보에도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
댜 실제로 대부분 심사생들이 주서
천을 보고 ‘저건 또 뭐야?' 라면서
의아해했다.
“망신당하고 싶어서 환장했나?"
“아니, 그냥 생각이 없는 거야. 낙
소월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저런 만
용을 부릴 수 있는 거지.”
주변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바로 시작해도 괜찮겠습니까?"
주서천이 심사관을 바라보면서 물
었댜
심사관은 대답 대신에 머리를 주억
거렸댜
"잘 부탁할게요.”
낙소월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아직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
이임에도 예법이 몸에 배었다.
주서천은 낙소월의 인사에 목례로
답한 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언제
든지 튀어 나갈 준비를 했다.
손에 쥔 검에 살짝 힘을 주고, 시
선은 똑바로 정면을 쳐다본다. 표정
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이에 낙소월이 주서천을 신기한 듯
이 쳐다봤다.
"절 보고 그렇게 평온한 표정을 짓
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겨야말로 뭔 아홉 살 주제에 그렇
게 성숙해?"
주서천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홀렸댜
몸에 밴 예의도 그랬지만, 지금처
럼 차분한 목소리로 저렇게 또박또
박 말하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자고로 아이들이란 남녀 상관없이
천진난만하기 마련인데, 낙소월에게
서는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요. 마치 말
씀하시는 게 아저씨 같아요.”
“그래?"
‘음, 젊게 봐 줘서 좋군.'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
로는 기뺐다.
실은 아저씨가 아니라 할아버지니
까.
"선수는 양보할게요.”
낙소월이 여유를 부렸다.
“고맙다. “
주서천이 환한 얼굴로 씩 웃었다.
될 수 있으면 눈에 띄지 않도록
선을 지켜서 연화각에 합격해야 한
댜'
상대가 상대다 보니 승리할 경우
파장이 상당하다. 그러 면 강호 바깥
까지 유명세를 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패배를 할 수도 없었다.
합격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 그렇다.
그렇다면 이기되,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아니 라 안간힘을 써서 이긴
것이라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초장부터 이렇게 꼬이냐.'
낙소월만 아니었다면, 그럭저럭 기
재나 평재들 사이에 맞춰 실력을 조
절했다면 의심 없이 합격한다.
그러나 하필이면 소위 천재, 낙소
월이 튀어나와 머리가 아파졌다.
일 년을 기다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런 시간 따위는 없었댜
“그럽 간댜"
주서천이 내기의 흐름을 용천혈로
움직였다.
"삼 초식 안에 끝날 것 같은데?"
심사관 중 누군가가 중얼거 렸다.
다른 구경꾼들의 반웅도 마찬가지였
댜 모두가 그리 생각했댜
그러나…….
“후웁!”
순간 숨을 들이쉬었다. 몸에 힘이
들어갔다.
여린 허벅지 근육이 순식간에 수축
됐다가 팽창했다.
주서천은 지면을 밀어내듯이 다리
를 휘둘러 몸을 날렸다.
파—앗!
주서천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낙소월에게 당도했다.
" •••••• .I "
•
낙소월이 생각지도 못한 상대방의
속력에 깜짝 놀라면서 두 눈을 껌뻑
였다.
"허 I"
디 •
지켜보고 있던 구경꾼들도 놀랐다.
특히나 지루한 기색이었던 심사관들
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