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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전생-12화 (12/254)

13화

“끄응 이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

지?"

전생에서 열 살 때는 한참 낙안지

옥과 주거지를 왕복하면서 무공 수

련에 힘쓸 때였다.

다른 일에 신경 쓸 정도로 여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전란의 시대가 일어나기

전의 일이다. 그에 대한 정보는 거

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주서천이 알고 있는 건 주로 전란

의 시대. 그 계기이기도 한 삼안신

투때부터댜

그 전에 일어난 일들은 정말 소소

한 것들뿐. 그것조차 아는 것이 적

었댜

“하하하, 이게 얼마만의 임무인지

모르겠구나.“

유정목은 제자가 불안에 떨건 말건

간에 정말로 기분 좋은 듯이 웃었

댜 주서천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유정목이 어떠한 마음으로 지냈는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

그는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임무에서 제외됐다. 임무

를 받는다 해도 보통 단기간 또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다.

장기간 임무예는 상당한 지구력이

요구된다. 특히 사안이 급한 임무의

경우, 중간에 열이 올라 몸에 제한

이라도 생긴다면 정말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유정목은 강함에도 불구하

고 여러 중요 임무에 빠졌고, 이를

안타까워하곤 했다.

언제는 사문에 진 빛을 제대로 갚

지 못한다며 울적해할 정도였다.

이러한데 어찌 스승을 말리겠는가?

걱정되긴 해도, 스승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떤 일입니까?"

주서천은 유정목을 걱정스레 쳐다

보며 물었다.

그러자 유정목은 평소처럼 절로 편

안해지는 미소를 홀리곤, 쪼그려 앉

아 제자와 눈을 맞췄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네 사부는

죽으러 가는 게 아니니까. 이 병약

한 체질을 고치기는 했지만,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대단한 일을 맡긴

건 아니란다.”

초절정에 오르면서 몸이 고쳐졌다

곤 하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 중요

한 임무를 맡길 수는 없었다.

유정목에게는 아직 실적도 없고,

몸도 약했던 전과 아닌 전과가 있으

니 신뢰할 수는 없었다.

유정목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에 기분 나빠하지 않고 수긍했다.

화산파 수뇌부는 이러한 연유로 일

단 시범적으로 중급 정도의 임무에

유정목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알겠습니다. 무사 귀환을 기원하

겠습니다.”

주서천은 걱정하는 마음 반, 축하

하는 마음 반을 섞어 유정목을 배웅

해 주었다.

열 살이 되는 해, 주서천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다.

“아, 그리고 연화각 심사에 네 이

름을 올려 두었으니 미리 준비하거

랴 아마 너라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게댜'’

"콜록, 콜록 ! "

연화각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기침이 절로 나왔다.

‘아니, 어째서?'

어린 시절은 눈에 띄지 않고 보내

는 게 좋다. 후일을 위해서라도 그

러는 편이 좋았다.

한데 연화각이 웬 말인가!

연화각은 화산의 인재들만 모인

곳 화산파는 물론이고 무림 방파가

눈여겨보는 기관이었다.

이곳에서 대부분 차대의 매화검수

가 나오니, 당연히 주목을 끌 수밖

에 없었다.

"임무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

만 강호에 나간다면 널 봐줄 사람

이 별로 없지 않느냐. 연화각에 들

어간다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을

게댜 아니 , 반대로 이 못난 사부보

다 잘 가르치겠지 . ”

“그렇지 않습니다! "

“하하하, 항상 말하는 것이지만 너

는 날 너무 띄워 주는 경향이 있다.

어쨌거나, 너라면 충분히 연화각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아,

그렇다고 너무 부담은 갖지 말고.

떨어져도 괜찮다.”

미치도록 부담이 갔다.

자애로운 눈. 그 안에 보이는 감정

은 ‘신뢰'였다.

자신의 제자라면 연화각에 무조건

들어간다. 심사에 떨어지지 않을 이

유가 하나도 없다며 확신했다.

유정목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

리가 아니다. 실제로 주서천은 그만

한 실력을 갖추고 였었다.

“자, 그럼 다녀오먀"

주서천은 울상을 지으려다, 제자에

대해 너무나도 마음이 여린 유정목

올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환하게 웃으면서 그를

보내야 했다.

* * *

냐홀뒤

“아, 쉬펄'’

주서천은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비

명을 질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주서천은 스승이 남기고 간 문제에

피눈물을 흘렸다. 요 나홀 동안 연

화각에 대한 심사로 잠도 제대로 이

루지 못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심사에 떨어

져야 한다. 붙으면 이래저래 주목도

받고 귀찮아진다.

자하신공을 들킬 염 려는 하지 않아

도 괜찮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귀찮

은 게 따른다.

그러나 그의 감정은 전혀 다른 방

향이었다.

‘사부님의 믿음을 배신할 생각이

냐!'

스승, 유정목은 곧 신. 신이 믿는

다 하였으니, 그 기대를 외면하기가

힘들었다.

연화각에 들어가 기대를 충족시켜

주고 싶었다.

‘하. 전생에는 그렇게 들어가고 싶

은 곳이었는데, 지금은 들어가야 할

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니 !'

연화각. 그 이름만 들어도 괜스레

가슴이 떨린다.

사대제자들에게 었어 연화각은 곧

성지.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곧 화

산의 기대주라 평가받는다.

또한 화산파 제자들의 우상인 매화

검수에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하니,

성지일 수밖에 없었다.

주서천도 회귀 이전의 삶에서 연화

각을 동경했었다. 화산파의 제자라

면 누구라도 동경하는 기관.

회귀한 이후로 좀 더 멋진

꿈꿔 온 주서천이다. 감정이

없다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삶을

아예

주서천은 생각을 정리할 겸, 인적

이 드문 곳을 찾아 검법 수련에 빠

졌댜 참고로 오행매화검이었다.

그 외에도 육합검, 낙영검법 등부

터 시작해 유정목도 배우지 못한 이

십사수매화검법을 수련했다.

마음 같아선 자하검결도 수련하고

싶었지만, 적어도 자하신공을 사성

까지 달성해야 할 수 있었다.

‘사실, 이미 주목받고 있기는 한

데……. '

초절정 고수도 아무냐 되는 게 아

니다.

무엇보다 유정목은 일찍이 매 화검

수의 후보에 올랐었다. 그것만으로

도 충분히 인정받는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유정목은 강호 바깥에

선 몰라도 화산파 내에선 나름대로

알려져 있는 편이었다.

주서천이 제자로 들어온 이후로는

그 약간의 명성도 사라졌지만, 초절

정 고수에 오르면서 다시 생겼다.

유정목이 나름 유명인 비슷하게 되

면서 당연히 그 제자에 대한 이야기

도 그럭저럭 퍼졌다.

특히나 유정목과 연을 맺으려는 속

가제자나, 방문객들에게도 말이다.

이성과 감정

어떠한 것에 따를지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다.

"안 그래도 삼안선투로 머리가 아

프…… 어?"

연화각, 주목, 그리고 삼안신투의

비고

이 세 가지가 요인이 모여서 서로

꼬리를 물고, 가지를 뻗어 새로운

정보를 나열한다.

검법으로 땀을 뺀 그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

각들을 재차 정리했다.

삼안신투의 비고가 발견되는 건 오

년 둬 어차피 무조건적으로 일이

년은 빨리 강호에 출두해야 한다.

비고에 잠든 보물의 양이 정확히

얼마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적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걸 전부 옮기고 숨기려면 최소한

일 년의 시간은 필요하다. 어쩌면

타인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

르는데,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려면

또 그건 그것대로 시간이 걸리니 이

년은 필요하다.

정말 최소한의 시간이 일 년 . 웬만

하면 이 년. 즉, 열세 살 때 강호에

출두할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여태껏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히 지냈는데, 방금 전에

방법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 멍청한 놈!"

주서천은 자신의 우둔한 머리를 탓

하면서 분개했다. 여태껏 고민한 것

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열세 살 정도의 나이예 강

호에 나가려 면, 보통의 방법은 통하

지 않는다. "

스승에게 부탁을 한다고 할지라도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면 유정목도

위에서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유정목에게 어떤 변

명을 해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막막

했댜

그러나 이 골치 아픈 사정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너무

나도 간단한 해결 방안이었다.

화산파가 사대제자들을 성년이 넘

어서, 약관 정도에 내보내려는 이유

는 간단하다. 애써 키운 제자가 실

력도 되지 않아 비명횡사할 것 같아

서였댜

물론 강호 초출의 경우, 사대제자

들만 보내지는 않는다. 실력 좋은

삼대제자를 보호자로 붙인다.

하나 사람 일, 아니 강호의 일은

모르는 법 . 어떤 변수가 적용될지

모른다.

그래서 적어도 그 변수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일정한 힘, 무공 수위를

요구해 심사를 한다.

‘삼안신투의 비고와 눈에 띄는 것

이 둘을 저울질하면 두말할 것도 없

지 . 삼안신투의 비고가 먼저댜'

비고의 가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 .

그 안에든 보물의 용도는 무궁무진

하댜

첫째로 영약. 주서천에게 부족한

건 내공이니, 그것만 해결하면 전생

의 무위를 찾는 건 시간문제였다.

둘째는 비급과 병장기. 이 둘은 후

에 전란의 시대에서 함께 싸울 인재

들을 모으는 데 사용된다.

그 외에도 미끼로 쓴다거나 이것저

것 사용의 용도는 정말 많으니, 일

단 챙겨 두는 게 좋았다.

‘적당한 선만 지켜 가면서 눈에 띄

쟈 어차피 난 나이가 어리니, 그렇

게까지 경계하지 않을 거야. 연화각

에 겨우 들어갈 정도로만 실력을 보

인댜'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린다. 아

직 세분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럭저

럭 뼈대를 세웠다.

"후 새로이 얻은 삶임에도 불구하

고 이렇게 무능하다니.”

주서천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

“헛똑똑이야, 헛똑똑이 . 아는 것만

많고 그걸 제대로 응용할지 모르잖

야 반성해라, 주서전"

스스로의 머리를 툭툭 두들기면서

정신을 빠짝 차렸다.

확실히 자신은 남들보다 앞서간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변수가 나오면

거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

문이었다.

애초에 주서천이라는 인간은 그다

지 유능하지 않다. 화산파의 가르침

올 그대로 따른 것뿐이었다.

명령을 받는 데만 익숙할 뿐. 현명

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걸 답하기

도 애매했다.

어떻게 아등바등 살아가다 보니 초

절정에 겨우 올랐고, 죽음이 다가와

서야 운이 따라 화경에 오른다.

그뿐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평재.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덜떨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그것뿐.

주서천은 그걸 명심했다.

애초에 조금만 생각해도 좋은 결과

를 낼 수 있을 정도로 현명했다면,

회귀 이전 전생에서도 모두에게 인

정받아 제대로 된 화산오장로가 됐

을 것이댜

그래도 주서천에게 장점을 꼽자면

분수를 안다는 점 이 었다.

그 덕에 전란의 시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남은 시간은 삼 년. 올해 연화각

에 입각(入閣)해서 우수한 성적을

낸댜 그리고 사부님에게 졸라서 어

떻게든 억지를 쓴다면 강호에 나갈

지 몰라. 노력하는 건 나와 맞지 않

지만 별수 없지.”

삼년

기한을 열세 살까지 .

주서천은 모든 걸 걸 기 로 했다.

연화각의 입각 ! 강호 초출 ! 삼안신

투의 비고!

이 셋을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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