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第七章사부출도(師父出道)
‘내 생각대로댜'
주서천의 눈동자에 유정목의 모습
이 담겼다.
유정목은 여전히 오행매화검을 느
리게 펼치고 있었다. 다만 십사수매
화검법을 펼칠 때와는 사뭇 달랐다.
그는 검을 펼치되, 제자가 편히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그래서 서
서 지켜보고 있는 주서천이 되도록
많이 볼 수 있도록 일부러 자세를
크게 하거나 시선의 방향에
등의 방법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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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리게 펼치는 것만으로도 힘들 텐
데, 제자가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배
려했댜
하나 그 배려는 이상하게도 오행매
화검의 삼초식이 시작할 때 즈음 멈
추었댜
주서천이 몸을 움직여 다른 방향에
서 보지 않는 이상,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자세가 간간이 나왔다.
유정목이 도중에 지치거나, 혹은
귀찮아해서 그런 게 아니 었다. 그
반대였댜
제자의 촌재도 잊은 채, 오행매화
검에 빠져들었다.
‘내 행동으로 바뀌는 미래.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냐 사부님일
줄은 몰랐다.'
방금 전 주서천은 유정목이 십사수
매화검법, 곧 본신의 무위 전부를
보였을 때 이상함을 발견했다.
‘오행의 불균형. 수령신과를 복용
한 탓에 수기 (水氣)가 상당 부분 치
우쳐져 있었다. '
수령신과의 힘으로 선천진기가 새
는 걸 막았다.
처음에는 그것이 전부인 것 같았으
나, 다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미세
하지만 그 잔재가 남았다.
주서천도 유정목이 십사수매화검을
보여 주기 전까지는 몰랐다.
유정목이 온 힘을 다해 검기(劍氣)
까지 발현했고, 기운 속에서 음기
(陰氣), 곧 수기를 느끼게 됐다.
그래서 일부러 오행매화검을 느릿
하게 펼쳐 달라고 요청했다.
오행매화검은 이름 그대로 오행순
환의 이치를 담은 무공이다. 오행의
불균형을 고치기에는 딱 좋았다.
그리고 느리게 펼쳐 달라고 한 건
보다 집중시키기 위해서였다. 워낙
미세한 탓에 놓칠 수도 있었다.
‘설마하니 영약 하나로 이렇게 바
뀔 줄은……. ’
질병이라 생각했던 병약 체질을 고
쳤고, 또 그것은 경지를 높이는 단
서가 되었다.
" ....... "
생각하는 사이 유정목이 오행매화
검을 최후 초식까지 전개했다. 그러
고는 바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지금 얻는 깨달음을 흡수하고, 경
지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주서천은 호법을 위해 주변을 경계
하면서도 유정목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숨을 죽였다.
‘오행의 불균형은 어디까지냐 계기
에 불과해.'
수령선과의 잔재, 수기가 그렇게까
지 많은 것도 아니었다. 불균형이라
해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미세한 부분을 보완한 것에 불과하
며, 내기가 더더욱 안정되고 내공이
손톱만큼 늘어난 정도였다.
그렇다면 유정목의 진정한 깨달음
은 무엇일까?
휴식(休息) . '
유정목은 근면 성실한 노력가다.
하지만 그 정도가 좀 과할 정도다.
워낙 올곧다 보니, 꽉 막혀 있다 평
가될 정도이다.
매화검수에 떨어진 이후로도 마찬
가지였댜 평생을 쉬지 않고 달려왔
댜
실제로 그를 아는 몇몇 사형제들은
그 근면 성실함에 질려 할 정도였
댜
이 노력은 너무 과해 하나의 집착
으로 보일 정도였다. 누가 말해 줘
도 소용없었다.
그저 열심히한다는 사고방식밖에
없었고 화산에 입문한 이후로 몸에
상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증진 체조만 봐도 알 수 있다.
유정목은 자기 자신을 밀어붙여도
너무 밀었다.
‘아아, 가끔은 놓아줄 때가 필요하
구냐'
오행은 곧 순환, 자연의 흐름이다.
유정목은 오행의 불균형을 고치면
서 재차 오행에 대해 고민하고, 생
각하고, 이해했다.
순환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면서
때로는 물 홀러가듯이 내버려 둬야
할 때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수기,오행,순환
이 세 가지를 깨우치고 이해한다.
그리고 절정의 벽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댜
긴 시간이 흐르고, 유정목이 두 눈
을 슬며 시 떴다.
눈빛도 기도도 전부 달라졌다.
전에 없었던 여유가 보였다.
다만, 전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미
소는 그대로였다. 거기에 여유까지
더해지니 마치 현인과 같았다.
“내가 아니라, 네가 날 가르치는구
나. 이 모든 게 네 덕분이댜"
제일 먼저 한 말은 애정으로 가득
한 미성이었다.
그 말에 주서천은 감격에 잠긴 목
소리로 외쳤다.
"축하드립니다, 사부님 ! "
주서천은 자신의 일인 것처럼 진심
으로 기뻐했다.
회귀 전, 언제나 스승에게 짐만 됐
댜 그의 임종 또한 제대로 보지 못
한 것을 미치도록 후회했다.
오직 빚만 진 것 같아 마음이 편
치 못했는데…… 그 숙원을 이렇게
나마 갚을 수 있는 게 행복했다.
주서천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삶에
감사했다.
* * *
"호, 소유검이 초절정에 올랐다
고?"
유정목이 초절정에 올랐다. 그 소
식이 퍼지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댜
“그것참 경사로군!"
화산파 같은 구파일방에는 고수가
많댜 괜히 대문파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하나 그렇다고 썩어 넘치는 정도는
아니다. 초절정 고수는 대문파 내에
서 도 귀한 전력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유정목이 그러한 초절정 고
수에 올랐댜 충분히 주목받을 만했
댜
평소에 유정목과 알고 지내던 사형
계들은 그를 찾아가 축하의 인사를
건댔다.
주서천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
주거지예 방문객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온 걸 처음 봤다.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소유검 대협이시라면 언젠가 해내
실 거라고 예전부터 믿고 있었습니
다. “
멜건 아니지만 받아 주십시오.”
유정목은 그렇게까지 발이 넓지 않
댜 나름대로 친하다고 말할 수 있
는 사람도 많아 봤자 다섯이었다.
하나 최근 방문한 사람들의 숫자는
일찍이 백을 넘었는데, 이들 대부분
은 연줄을 원하는 자들이 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화산파에는 화
산파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 다.
속가제자 중에서 지체 높은 집안의
자제의 경우, 시중을 들 사람 몇몇
과 호위 무사가 따라오게 된다.
그 외에도 의뢰인, 상인, 비무 목
적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했
댜
그리고 그들 중에선 화산파의 본산
제자들과 어떻게든 연을 만들려는
목적을 가진 자가 상당히 많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방문객 거의
모두가 그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구파일방 중 화
산파. 제대로 된 친분을 만들 수 있
다면 어떠한 검보다 든든하다.
힘이 없는 중소 방파의 경우, 화산
의 본산제자와 친분이 있다 하면 웬
만한 혹도 방파는 얼씬도 못 한다.
나쁜 의미로는 화산을 뒷배경으로
해서 권력을 발휘할 수도 었었다.
‘어휴, 사부님도 참.'
주서천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눈에는 방문객 한 사람 한 사
람을 열심히 웅대하는 스승, 소유검
유정목의 뒷모습이 비춰졌다.
휴식하는 법을 배웠지만 그 올곧은
품성은 여전했다.
‘경지에 오른 지 별로 되지 않아
피곤하다고 하면 더 이상 아무도 오
지 않을 텐데…….'
주서천은 걱정했으나, 유정목은 괜
찮다며 평소처럼 부드럽게 웃으며
사람들을 상대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스승이 사리분별
올 못 하는 건 아닌지라 호구 취급
올 당하거나, 빚을 만들지는 않았다.
선물 공세 또한 적당한 선에서 받
거나 받지 않는 능숙한 처신을 보였
댜
연화봉 정상, 상궁(上宮)
화산파가 시작된 이후 아직도 남아
있는 구조물로, 유구한 역사 동안
단 한 번도 모습을 바꾸지 않았다.
설계부터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을
불러 세운 것이지만, 그 이후로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시간,
그리고 돈이 들어갔다. 그만큼 여러
의미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장소였
댜
상궁에서 내려다보는 화산의 경치
는 실로 아름답고 장관인지라 그 누
구라도 넋을 잃는다 한다.
그 명성 또한 대단하여 풍류가라면
한 번쯤 꿈꾼다는 장소이기도 하였
댜
또한, 풍치 외에도 상궁 자체만으
로도 엄청나다.
오래전이긴 하나 당대 최고의 건축
가들을 불러 천문학적 인 돈을 소비
해 만들었으니 당연했다.
완벽하게 이루는 구조는 물론이고,
외관으로 보이는 미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황제의 권력에는 미치지 못해 일부
러 황궁(皇宮)보다는 부족하게 보이
도록 만들었지만, 그래도 중원에서
손에 꼽는 구조물이 었다.
“유정목, 그 아이라면 해낼 줄 알
았네.”
상궁의 안, 눈부실 정도로 흰 수염
울 길게 기른 노인이 상석에 앉아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천하에는 백 명의 고수가 있다.
그들을 천하백대고수라 부른다. 주
로 초절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
경의 고수도 존재한다.
허먼 무림의 정상은 천하백대고수
인가?
아니다.
화경을 넘어서,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 경외의 시선을 받는 이
들이 촌재한다.
상천십좌(上天付座)
백 명의 고수들은 어디까지나 하늘
의 아래에 있다.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는 법.
하늘 위에는 열 명의 절대고수가
있었댜
그게 바로 상천십좌다.
상석에 앉은 노인 또한 그중 일인
이었댜
검선(劍仙) 우일문(祐 日聞) 진인
(眞人)
화산파의 장문인!
“병약한 체질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매화검수가 되었을 텐데 말이오. 참
으로 안타깝소. ”
상석에 앉은 우일문을 기준으로 이
제 곧 노년을 바라보는 중년인들이
양옆으로 앉아 있었다.
그들이 바로 화산 장문인의 보좌,
곧 장문인 다음으로 권위를 지니고
있는 화산오장로였다.
"홈, 내 듣자 하니 초절정에 오르
면서 그 병약한 몸도 나아졌다고 들
었소만·… ... "
"호오.”
우일문이 관심을 보였다.
유정목은 절정의 고수였으나, 그동
안 정작 제대로 된 전력 취급은 받
지 못했다. 병약한 체질 탓이다.
나쁜 건 아니었다. 인성도 괜찮고,
독종이라 불릴 정도의 노력가이며,
그럭저럭 재능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그놈의 병약한 체질
때문에 지구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임무도 내리지 않았었다.
“홈, 그렇다면 한번 제대로 된 검
진을 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화산파 입장에서 유정목이나 되는
인재를 내버려 두는 건 인재를 썩히
는 것과 같았댜
“그거 좋은 의견이군.”
또다시 미래가 바뀌었다.
이후, 상궁 회의가 열리는 도중 유
정목이 거론됐다. 장문인과 화산오
장로가 여는 이 회의는 명실공히 화
산파의 최고 회의이다.
초절정 고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안은 충분히 상궁 회의
예 들어갈 만했다.
그리고 약 보름 뒤.
수령신과의 복용 이후, 상궁 회의
가 끝난 지 보름이 지났는데도 유정
목은 기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에 화산파 수뇌부는 유정목이 병
약한 체질이 완쾌되었다고 판단. 그
를 불러 새로운 임무를 맡겼다.
즉, 강호 출두였댜
* * *
"허, 맙소사.”
정말로 전혀 없었던 일이 생겼다.
주서천은 유정목의 제자가 된 이
후, 그가 친목의 목적 외에 강호에
나간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
었댜 소식을 듣고 얼마 놀랐는지
모른다.
“끄옹.”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해서, 불안했
댜
유정목이 강호에 출두하게 되면 그
앞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
이댜
아무리 몇십 년 뒤의 미래를 알고
있는 주서천이라 할지라도,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었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그렇
댜 이 미래는 손톱만큼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