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전생-10화 (10/254)

10화

第六章화산검법(華山劍法)

뻣속까지 시려 오는 바람이 드디어

멈추고, 동면에 잠들었던 동물들이

몸을 일으켰다.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 던 눈은 녹아

없어졌고, 따스한 햇볕과 함께 화려

한 꽃들이 나타났다.

지금 화산에 핀 매화를 부르는 명

칭은 조매(早梅). 피는 시기 중 제

일 일찍 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겨울과 더불어 한 해가 지났고, 주

서천은 열 살이 됐다.

증진 체조. 아니, 절벽 등반올 시

작한 지도 어언 몇 달째.

"장하댜"

유정목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미소

지었다.

"요 몇 달 동안 정말로 힘들었을

텐데, 결국 네가 해냈구나. 이제 절

벽 등반은 이걸로 끝이다.”

유정목은 주서천의 어깨를 몇 차례

토닥여 준 뒤, 더 이상 참을 수 없

다는 듯 등을 돌렸다.

그러곤 자신의 가르침을 끝까지 수

행한 제자가 대견해 참지 못하고 소

매로 눈물을 훔쳤다.

"절벽은 싫어…… 절벽은 싫어……

절벽은 싫어……그만둬 주세요. 힘

내라고 소리치는 거 그만둬 주세요.

싫어, 위에서 바위가…… 그만…….”

주서천이 흐린 눈으로 중얼거렸다.

그 눈동자는 동태 눈깔처 럼 죽어

있었댜

몇 개월 동안 이어졌던 증진 체조!

아니, 증진 체조라는 이름에 감춰

진 지옥 훈련!

그에 비하면 낙안지옥 따위는 정말

별거 아니었다.

낙안지옥은 쓰러지기 직전까지 굴

릴지언정, 적어도 생명의 위협까지

는 느끼지 않는다.

그저 고통스러운 정도로 끝날 뿐이

었댜

하나 그에 비해 절벽 등반은 조금

만 긴장을 풀어도 생명에 위협이 생

긴댜 발을 헛디디거나, 도중에 졸아

서 떨어질 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더 최악인 건 힘들어도

신음을 내거나 그만둬 달라면서 우

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살려달라고, 더 이상 못

하겠다고 말하면.

“괜찮다, 너는 할 수 었다!"

라고, 우는 목소리로 유정목이 소

리쳤댜

문제는 그 목소리가 열의와 웅원으

로 가득 차, 자갈이나 돌멩이들이

진동에 흔들려 떨어져 내렸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그 탓에 죽을 뻔했던 적이 정말

한두 번이 아닌지라 결국 도중에 구

원과 앓는 소리를 포기했다.

그만두고 싶었던 적?

수십, 수백, 수천 번은 되뇌었다.

그러나 절벽을 전부 겨우 등반하면

유정목이 번개같이 달려와서 껴안고

는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정말로 미안하구

나. 하지만 널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었단다. 차라리 원망하려무나.”

전생을 통틀어서 가족이라 말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 끝까지 제자를

걱정했던 그 사람이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몇 번이나 사과하니 차마 그

만두겠다는 말이 입 바깥으로 나오

지 않았다.

‘차라리 몽둥이로 패는 괴팍한 사

부가 낫지…….'

그렇다면 정말로 화를 내면서 뭐라

따지기라도 했을 텐데. 이거야 원,

마음 아파서 할 수가 없었다.

결국은 끝내 절벽 등반올 포함한

증진 체조를 거부하지 못하고 시키

는 대로 따랐고, 모두 완수했다.

하면 할수록 덜 힘들었지만, 어디

까지나 익숙해진 것뿐이었지 여전히

위험천만했다.

발을 잘못 딛거나, 혹은 암반이 무

너질 때는 새로운 삶의 주마등이 몇

십 번이나 스쳤다.

다만 그 위험도만큼 훈련의 효과는

확실했다.

요 몇 개월, 주서천의 몸은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수련동에 다녀오면 휴식을 취하자

마자 곧바로 스승의 손에 이끌려서

절벽을 등반하러 갔다.

초기에는 오르는 데 정말 하루 종

일 걸렸다.

처음에는 도중에 휴식을 몇 번이나

취했다. 그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시

간이 흐르고 곧바로 후회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더 위험해진다는

걸 깨닫고, 그다음부터 아무리 힘들

어도 잘 쉬지 않았다.

최소한의 휴식만 중간에 조금씩 취

한 뒤에 어떻게든 날이 저물기 전에

오르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등반이 끝나면 지친 모° 亡눌눔

이끌고 거처로 돌아가 근육을 풀어

줬다. 그다음은 운기조식으로 텅텅

빈 단전을 채워 주곤 잠에 들었다.

이 체계적인 훈련 방식 덕에 큰

효과를 봤다.

지속적인 절벽 등반으로 체력과 근

력이 오른다. 다만 그 대신에 몸,

특히 근육에 무리가 갔다.

하나 이 근육의 상처는 잠들기 전,

운기조식을 통해 얻는 내공이 재생

시켜 주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반복적인 훈련

으로 덕에 주서천의 신체는 눈에 띄

게 성장하고 강해졌다.

그 덕에 주서천은 열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열네 살 같이

보였댜

주서천은 과한 성장 탓에 키가 크

지 않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키는 무럭무럭 자랐다.

수령신과의 내공도 내공이지만 매

화에서 얻은 생공의 생명력과 재생

력 덕이었다.

이튿날.

아침이 밝은 다음에 눈을 뜨고 든

감정은 안도였다. 더 이상 그 지긋

지긋하고 위험천만한 절벽을 등반하

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몇 달 동안 빠짐없이 해 온 습관

에 어색하지 않냐고 누군가가 묻는

다면, 뺨을 쳐 줄 의향이 있었다.

주서천은 평소처럼 수련동에서 매

화권을 연공했다.

" 古O ?”

교두, 철웅은 주서천을 쳐다봤다.

‘성장기라서 그런지 잘 크는군. 또

그새 컸나.'

열 살이 열네 살로 보이는 건 좀

심하지만, 그렇다고 또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바깥과 다르게 이곳 화산파 내부에

선 균형적인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

고, 여가 시간 대부분을 몸을 움직

이는 데 사용하니 몸이 크지 않는다

면 그게 더 이상하다.

‘주서천이라. 매화권을 습득하는

속도도 빠르고, 저 정도면 꽤 괜찮

게 자라겠어.’

철웅은 그렇게 생각하며 흡족하게

웃었댜

“후우, 오늘은 돌아가서 뭘 하려

나. "

주서천은 거처로 복귀했다.

참고로 매화권은 이미 대성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데다가 생전에

경험한 기억 덕이었다.

원래라면 절벽으로 가야 할 시간에

이렇게 거처에 있으니 상당히 어색

했댜 하나 기분 좋은 어색함이었다.

약 일다경 뒤. 문이 열리면서 유정

목이 들어왔다.

“사부님.“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유정목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네. 절벽에 안 가서 너무 좋습니

댜'

하마터면 생각이 입 바깥으로 튀어

나올 뻔했다. 유정목이라면 왠지 모

르게 시무룩해하면서 ‘이 사부와 함

께하는 것이 그리 싫느냐……?' 라

고 할 것만 같았다.

"안 움직여서 몸이 좀 근질거리

지?"

“아나… .. 네, 조금 근질거립니다.”

누운 채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진심이었다.

“하하, 그럴 줄 알았다• 자, 나와

보거랴"

주서천은 유정목을 뒤따라 바깥에

나갔다. 두 사람은 거처 근처의 개

인 연무장에 도착했다. 그다지 크지

는 않지만, 둘만 있을 수 었는 공간

이었댜

유정목은 미리 준비해 둔 목검 한

자루를 가리켰다.

“자, 저걸 써라. 오늘부터 검법을

가르쳐 주마.”

‘아아, 벌써 그럴 때가 됐나.'

자고로 예로부터 화산은 검!

화산파 무공의 진정한 시작은 목검

올 쥐었을 때다.

그 중요성은 위와 같은 말이 전해

질 정도였다.

실제로 화산파예 막 입문한 제자들

도 그렇고, 가르치는 이들 입장에서

도 그리 생각했다.

검을 쥐기 전까진 어디까지나 기초

체력을 단련하고 몸을 만드는 정도

에 한해서 끝나는 수준이 었다.

주서천도 과거에는 검을 가르쳐 주

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제자리에서

팔짝 뛸 정도로 좋아했다.

“쟈 앞으로 네가 익힐 검법의 시

범을 보여 주마. 이게 매화검(梅花

劍)이다."

유정목이 화산의 기본 검공, 매화

검을 펼쳤다.

제자의 눈에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도록 일부러 속력을 줄여 초식을

전개했다.

' 0 '

O •

주서 천은 연무장 바닥에 앉아 그걸

지켜봤다.

‘다 알고 었는 거군.'

회귀 전에 화산오장로였고, 말년에

는 화경에도 올랐다. 검법에 대해서

는 주서천이 유정목보다 위였다.

매화검이 워낙 쉬워 굳이 연습할

필요도 없다. 매화권처럼 몸에 익히

면 그만이었다.

아니, 매화권 만큼의 시간도 걸리

지 않는다.

매화검과 매화권은 그 기초와 구조

가 거의 동일해서, 그 묘리만 몸에

익혀 둔다면 쉽게 펼칠 수 었었다.

괜히 매화권부터 배우는 게 아니 었

하나 그렇다고 ‘사부님. 제가 사부

님보다 매화검을 더 잘 압니다.’ 라

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 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겉으론 최대한

홍미 있는 모습을 연기해야만 했다.

‘음, 아마 절정 정도의 고수셨

냐 ..... .'

삼류, 이류, 일류를 넘어가면 절정

에 오른댜 그 정도의 경지가 되어

야 강호에서 고수라 논할 수 있다.

‘분명 내가 기억하기로 사부님은

초절정을 앞두고 돌아가셨었는

데…… . '

전생을 떠올리는 건 썩 좋은 것만

은 아니다. 특히나 아비와도 같았던

스승에 대해선 더더욱 그렇다.

침상에 누운 채로 힘들어하시다가

눈을 감았던 유정목. 그 마지막 모

습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여하튼, 유정목은 절정 중에서도

최상승에 위치해 있었다. 초절정이

앞이었으나 결국 벽은 못 넘었다.

' ...... 어 라. ’

눈으로 매화를 쫓는 도중, 불현듯

어떠한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께 부족한 건 내공 같은 것

이 아닌, 깨달음. 그렇다면 그걸 내

가 가르쳐 줄 수 있다면……?'

무인, 특히나 벽을 앞에 두고 넘지

못하는 이들은 누군가의 조언에 항

상 목말라 있다.

하수들도 그렇지만 고수 역시 자기

들보다 몇 수 위인 자의 말을 귀담

O}듣는다.

이미 그 벽을 넘고 경지를 이룩한

자들에게서 벽을 넘을 수 있는 단서

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러한 일이 자주는 아니지

만 가끔씩 일어나며, 이 때문에 깨

달음을 얻기 위해

도 있었다.

‘그래, 이거야!'

고수를 찾는 자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깨달음이 부족하여 벽을 앞에 두

고 다음 경지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

다면 도와주면 되는 거 야. '

유정목이 절정의 경지인 걸 다행으

로 여겨야 했다.

초절정의 경지였고, 화경으로 넘어

가는 벽이라면 설사 주서천이라 할

지라도 별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벽의 높이도 높이지만, 일단 화경

의 고수들마다 각자 경지에 오르는

깨달음이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이

었댜

‘굳이 가르칠 필요도 없지 . 사부님

께서 무엇을 궁금해하시는지 확인하

고, 그 실마리만 전해 준다면…….'

자고로 무공이 건 공부건 간에 답만

알려 주는 건 의미 없다. 답을 알려

줘 봤자 이해할 수 없으니, 시원하

게 풀리긴커녕 자칫 잘못하면 껍껍

함만 늘어 벽이 두꺼워질 수가 있었

좋아, 한번 해 보쟈'

왠지 모르게 스승과 제자의 역할이

좀 바뀐 것 같았으나, 그런 사소한

것 따위 상관없었다.

모든 걸 잃고 세상 속에 고아로

던져진 자신. 그런 자신을 구원해

주었던 사람이 스승이 었다.

주서천에게 있어 스승은 곧 하늘이

자 세계. 무림맹주나 황제조차 비교

도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회귀 이후에도 그 존경심과 은혜에

대한 감사함은 여전하며, 그를 위해

서라면 설사 악귀나찰이 되어도 상

관없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

도였다.

‘사부님은 결코 절정 정도의 경지

에서 머무를 사람이 아니다.'

11 화

일주일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홀렀

주서천은 요 일주일 동안 유정목에

게 매화검을 전수받는 한편, 어떻게

깨달음을 전해 줘야 할지 고민하면

서 검을 휘둘렀다.

매화검처럼 기초적인 것을 이미 완

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상태인지라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하나 주서천이 자신의 생각에 너무

깊이 빠진 탓에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댜

바로 유정목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

다는 점 .

‘이럴 수가!'

유정목은 주서천이 휘두르는 검을

보고 경 악을 금치 못했다.

‘요 일 년 전부터 무언가 범상치

않더니만,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

은!'

매화검은 기초다 보니 쉽다. 매화

권까지 대성했다면 그 난이도는 대

폭 하락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 만에

매화검을 저렇게 여유롭게 펼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처음에 이론으로 알기 쉽게 설명했

다 하여도 저 정도로 하는 건 분명

이상했댜

그렇다면 내릴 수 었는 결론은 한

가지.

‘내 제자가 천재였구나!'

주서천은 결코 천재가 아니다.

근골이나 반사 신경 둥의 타고난

신체 능력은 물론이고, 혈맥이나 기

맥이 천성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었

그건 그를 제자로 둔 유정목이 더

더욱 잘 알았다.

하지만 재능이란 건 신체 능력과

두뇌 능력만 있는 게 아니다. 오롯

이 검에 대한 재능일 수도 있었다.

유정목은 주서천이 그런 부류라고

생각했댜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착

각했다고 하는 게 옳았다.

주서천은 어디까지나 원래 이루었

던 경지를 답습하는 것에 불과했다.

또한 매화검이 워낙 기초라서 그렇

기도 하다. 하나 그러한 사정을 모

르는 유정목의 입장에선 주서천이

검술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

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

만약, 주서천이 유정목의 증진 체

조. 그 지옥 수련을 겪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할 수 없었을 거다.

스승에 대한 조언을 생각하면서도,

나름대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최대

한 실력을 숨기고 펼쳤다.

그러나 지옥 수련으로 인해 육체

능력이 워낙 좋아진 덕에 무의식적

으로 매화검의 모든 걸 펼쳐 버렸

‘이 정도면 능히 연화각(蓮花閣)

에…….'

연화각. 화산파 내의 구조물 중 하

나인 동시에, 오직 선택받은 ‘사대

제자'들만 소속될 수 있는 기관이

쉽게 설명하자면 매화검수의 축소

성년이 되기 전, 사대제자들 중에

서도 두각을 보이는 인재들이 따로

수련을 받기 위한 곳이다.

또한 장문인이나 화산오장로의 제

자들처럼 특출한 이들 역시 연화각

에 들어가서 수련을 받았다.

스승이 스승이다 보니 대부분 그

첫 시작은 일반 제자들에 비해 앞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또한 역대 매화검수의 구 할 이상.

거의 대부분이 이 연화각 출신이었

유정목 자신은 아쉽게도 연화각에

들어가지 못했다. 병약했던 체질 탓

이었댜

어쨌거나, 주서천 정도의 실력이라

면 충분히 연화각에 들어가 좀 더

수준 높은 수련을 받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영약이 내려질 수도

있고, 전담 교두 또한 옆에 붙어서

직접 가르침을 줄 수도 있었다.

힘과 재능만 증명할 수 있다면 최

고의 대접을 받을 수 었다. 불공평

해 보일지 몰라도 화산파처럼 대문

파 아니, 무림의 방파라면 흔한 일

이었다.

며칠 둬

주서천은 유정목에게 부탁했다.

“사부님 송구하오나 매화검 외의

검을 보여 주실 수 있겠습니 까? "

"매화검 외의 검 ?"

"예 . ”

주서천이 머리를 끄덕였다.

제자의 부탁에 유정목은 고민에 빠

졌댜

아직 매화검을 연공한 지 이주일도

채 되지 않은 제자. 아니, 검을 쥔

지 이주일도 되지 않은 제자였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한들, 매화

검도 전부 대성하지 않았는데 상승

의 검법을 가르쳐 주면 방해만 된

댜 유정목이 걱정하는 건 그것이었

주서천이 이를 눈치채고 재빨리 말

을 덧붙였다.

"물론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아닙

니다. 그저 저희 화산의 또 다른 검

올 제대로 본 적이 없어 그렇습니

댜 화산파의 제자로서 제대로 된

화산의 검을 한 번쯤은 보고 싶습니

댜"

"음, 좋야 알겠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 주

는 것만으로는 딱히 문제가 되지 않

는댜

수련동 근처에만 가도 사대제자

중, 일찍이 입문한 앞 기수 사형제

들이 매화검 외의 검법을 수련한다.

만약 보는 것만으로 문제가 됐다면

일찍이 수련동에서 제재를

것이댜

유정목은 자세를 잡기 전,

기대에 찬 눈을 한 제자의

느끼곤 고민에 잠겼다.

‘어디 보자…….'

가했을

은근히

시선을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검법은 다섯.

육합검(六合劍), 낙영검법(落英劍

法), 매화영롱검(梅花玲職劍) 오행

매화검(五行梅花劍), 십사수매화검

법 (十四手梅花劍法)이 었다.

육합검과 낙영검법은 기초 검공 수

준에서 약간 위에 었는 검법이다.

대부분의 속가제자들이 이 정도만

익히고 하산한다.

매화영롱검은 화산의 얼마 없는 쾌

검(快劍)이고, 오행매화검은 이름

그대로 오행을 담아 펼치는 검이다.

둘 다 그럭저럭 상승 자락에 걸쳐

있으며, 속가제자 중에서도 인정받

은 자들만이 배울 수 있었다.

동시에 속가제자의 한계선이기도

하댜 이 둘을 제외한 상승 무공은

본산제자가 아닌 한 배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십사수매화검법은 이름

에도 알 수 있다시피 이십사수매화

검법의 축소판이다.

화산의 상승 무공 중 끝자락에 있

으며, 그만큼 난이도도 상당했다. 유

정목 자신도 대성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십사수매화검법을 보여

주도록 하마.”

유정목은 고민 끝에 결정했다. 비

록 아직 대성하지 못했지만, 이왕

보여 주는 것이라면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것 중 제일인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보여 주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보

먀 너는 십사수매화검법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예, 사부님. 십사수매화검법은 이

십사수매화검법의 일초식인 매화노

방(梅花路傍)부터 십사초식인 매화

난만(梅花爆漫)으로 구성 된 화산의

검입니다.”

이십사수매화검법은 이름 그대로

이십사초식으로 되어 있다. 최후 초

식인 매화만리향(梅花萬里香)까지

펼칠 수 있게 된다면 검에서 매화

향이 난다.

과거, 누군가는 매화 향이 나는 것

이 뭐가 대단하냐고 비웃었지만, 이

는 실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검을 펼쳤는데 냄새가 난다는 건

곧 자연의 순리(順理) 자체에 영향

올 끼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검수라면 누구나 꿈꾼다는 경지.

괜히 화산파 제자들이 매화검수를

우상으로 두는 게 아니다.

“그래, 잘 알고 었구나. 다만, 혹시

라도 착각할지도 모르니 부가적인

설명을 해 주마. 십사수매화검법의

초식은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초식과

같아 보여도, 실은 조금 다르다. 만

약 똑같았다면 그건 십사수매화검법

이 아닌 이십사수매화검법이지 않겠

느냐?"

"축소판, 곧 하위 호환을 말씀하시

는군요. ”

주서천은 이미 다 알고 있었으나

유정목의 긴 설명예 맞장구를 쳤다.

십사수매화검법은 이십사수매화검

법의 축소판.

초식 열네 개를 하나의 검법으로

정리하여 난이도가 줄은 대신, 그만

큼 그 위력 또한 상당 부분 줄었다.

"잘 알고 있구냐 좋댜 그 정도면

됐댜'’

유정목은 제자의 답변에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곤 자세를 잡고 십사수매화검

법을 펼쳤다.

주서천은 매화노방부터 펼쳐지는

걸 보고 왠지 모르게 가슴이 울킥했

쟁전에서 볼 수 없었던 걸 보게

되다니.’

회귀 이전에는 매화검 하나만으로

도 벅찼다. 그래서 인지 유정목은 주

서천에게 상승 무공을 보여 주지 않

았댜 아까 말했듯이 방해가 될 것

같아서였다.

원래라면 주서천이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가르쳐 주려 했으나, 그러기

도 전에 안타깝게 절명하였다.

제일 가까운 사제 관계임예도 주서

천은 스승의 검을 제대로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주서천은 속으로 자신을 꾸짖으며

유정목에게 집중했다.

지금의 경지 자체는 유정목이 한참

위이나, 보는 눈만큼은 화경에 올랐

던 주서천이 위였다.

실제로 주서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정목의 검과 무공에 대해서 파악

할 수 있었다.

‘구초식까지는 완벽하신 것 같고,

십초식인 매 화만개(梅花滿開)부터는

막히시는군. 다행히 깨달음이 아니

라 숙련도의 부족이신 것 같은

데 … … . '

십사수매화검법은 주서천도 회귀

전에 대성한 경험이 있었다. 내공과

약간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유정목보

다 완벽하게 펼칠 수 있을 자신이

었었다.

웅?'

주서천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중l-!"

l=I •

유정목이 십사초식인 매화난만까지

펼쳤댜 상당한 내력과 체력을 소진

했는지 땀을 홀렸다.

“자, 방금 것까지 해서 십사수매화

검법이다. 다만 이 못난 사부의 실

력이 부족해 완벽하게 펼칠 수는 없

었구냐. 미안하다.”

과연 유정목. 보통이라면 제자 앞

이란 걸 생각해 조금이라도 멋져 보

이려고 허세를 부렸을 것이다.

아니, 설사 제자 앞이 아니라 하여

도 대부분의 무인, 특히 정파인은

자존심이 무척 높은 편이었다.

자신의 부족함이 부끄러워 숨기려

고 할 텐데, 유정목은 아무렇지 않

게 공개하며 무공의 전부를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면서 사과했다.

“아닙니다, 사부님!"

주서천이 무한한 신뢰를 담은 눈으

로 손뻑올 쳤다.

"장문인은 물론이고 무림맹주도 지

나가다가 ‘허억!' 하고 경탄할 정도

의 홀륭한 검이셨습니다!"

"요 녀석,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는 말 정도는 듣지 않았느냐? 칭찬

이 과하면 아부로 보이니라.”

유정목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었

그래도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

"명심하겠습니다, 사부님.”

결코 아부 따위가 아니 었다.

주서천에게 있어서 유정목은 신이

었댜

“자, 또 보고 싶은 검 이 라도 또 있

느냐?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것

도 보여 주마.”

그 말에 주서 천은 속으로 환호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속마음과는 달리 겉으론 최

대한 아무렇지 않게, 순수하게 호기

심이 강한 열 살의 아이를 연기했

“오행매화검도 보고 싶습니다, 사

부님 . ”

“이 사부의 무능함을 만회할 기회

를 주는구나. 오행매화검은 일찍이

대성하였으니, 전부를 보여 주마.”

본산제자가 매화검을 대성하게 되

면 몇 가지 상승 무공을 배우게 되

는데, 그중 하나가 오행매화검이다.

제자가 오행매화검을 보여달라는

걸 딱히 이상하거나 의아하게 생각

하지는 않았다.

“사부님, 불초 제자가 견식이 부족

하여 방금 전 사부님께서 십사수매

화검법을 펼쳐 주셨을 때 무엇이 지

나간지 보지 못하였습니 다. 송구하

오나 이번에는 느릿하게 펼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말고.”

유정목은 제자가 열 살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무공 공부에 열의를 보

이자 무척 흡족해했다.

재능도 있는 데다가 자세도 이렇게

훌륭하다니 . 이런 제자를 둔 것이

스승으로서 무척 자랑스러웠다.

유정목은 주서천이 요청한대로 오

행매화검의 일초식부터 느릿하게 펼

쳤댜

참고로 무공이란 건 검법이건 도법

이건 간에 뭐 든지 일부러 느릿하게

펼치는 게 더욱 어려운 법이다.

검 한 번 휘두른 것조차도 느릿하

게 움직이면 상당한 근력이나 체력,

지구력이 필요로 한다.

정신력도 마찬가지다. 느릿하게 펼

치는 걸 그만큼 의식해서 그렇다.

비록 예전에 대성한 무공이라 할지

라도, 매화검 정도의 수준이 아닌

이상 상당한 집중이 필요했다.

‘ -=- , 。

그리고 주서천은 그 점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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