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시간이 흘렀다. 한 달 정도의 시간
이었댜
동매는 아직 지지 않았다.
바깥은 아직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눈으로 가득하고, 찬바람이 분다. 사
대제자들은 빗질하기에 바빴다.
"후우 .. … .. "
주서천은 감았던 두 눈을 슬며시
떴댜
‘드디 어 전부 내 것으로 만들었다.’
한 달 전, 주서천은 수령신과를 복
용했댜
다만 영약의 기운이 생각보다 상당
했댜 아이의 몸 지금의 경지로는
한 번에 흡수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달이란 시간을 투자해서
몸에 별 탈이 없도록 천천히 흡수했
댜 그 내공이 반 갑자댜
반 갑자, 즉 삼십 년!
무려 삼십 년 내공을 고작 한 달
만에 쌓다니!
원래의 내공 이 년 반, 그간 한 달
동안 매화생공을 운용한 반년까지
합하면 무려 삼십삼 년이었다.
“아쉽군.”
주서천이 입맛을 다셨다.
수령신과가 품은 기운은 상당했다.
어쩌면 반 갑자가 아니라 일 갑자의
내공을 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안타깝게도 몸이 따라
주지 못했다.
그릇에 물을 계속 따르면 넘치기
마련.
단전도 마찬가지였다.
수령신과의 기운 모두를 흡수하기
에는 크기가 작았고, 그렇기에 육십
년 내공 전부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었다.
‘그래도 버린 건 아니니까 이걸로
참도록 하자.’
그 대신 나머지 반은 혈맥(血脈)
기맥(氣脈)에 투자했다. 통로를 넓
히고 무너지지 않게 튼튼히 다졌다.
다만 고통이 좀 동반됐다. 원래라
면 순서에 맞게 조금씩 확장해야 했
는데, 단번에 확 넓혀서 그렇다.
내공, 특히 회복이나 재생 에 뛰어
난 수목기로 쓴 덕에 내상을 입지는
않았댜 아팠을 뿐이었댜
“후, 드디어 매화기공을 대성했다.”
그간 십성에서 정체됐던 건 내공이
부족해서였다.
부족했던 것이 채워지자 경지도 자
연히 올랐다.
"드디어 영약에 실린 기운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구나. 하루하루가 고
난이었을 텐데, 정말 장하다.”
호법을 서고 였던 유정목이 칭찬해
줬댜
근 한 달 동안, 스승의 건강을 신
경 썼다.
영약 복용 이후 다행히 더 이상
기침을 하거나 아파하는 모습을 보
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
기에 의심을 완전히 거둘 수는 없었
댜 아직 지켜보는 중이었댜
"음, 삼십삼 년이라…….”
유정목은 제자를 진맥하곤 감탄사
를흘렸댜
“영약이 대단하긴 대단해.”
아홉 살의 나이에 이 정도 내공을
갖는 건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화
산파처 럼 대문파도 마찬가지다.
명문세가의 경우, 대를 이올 사람
이 한 명밖에 없다면 나이에 상관없
이 영약을 퍼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
하면 영약을 함부로 내줄 수는 없
댜
그렇다 보니 내준다 해도 무공에
대한 재능이나, 또 성년이 된 이후
성격을 꼼꼼히 살핀다.
그만큼 얻기 힘든 것이니, 어릴 때
내공이 이렇게나 넘치는 경우는 보
기 드물었다.
"좋아, 이 정도면 슬슬 증진 체조
를 시작해도 괜찮겠구나. 오늘부터
는 이 사부와 함께하도록 하자.”
"증진 체조……?"
낯선 단어에 주서천은 머리를 갸웃
거렸댜
기억을 못 하는 건인지, 아니면 처
음 듣는 건지는 모르겠으냐 회귀 이
전의 기 억 속에는 없었다.
이에 유정목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설명해 줬다.
“이 병약한 체질을 어떻게 해 보려
고 고안해 낸 체조법이다. 이름은
그냥 내가 아무렇게나 지은 것이고,
육체 수련법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댜"
과거, 유정목은 남들보다 건강하지
못한 몸을 어떻게든 고치기 위해 갖
은 노력을 했다. 그 노력은 매화검
수에서 떨어진 이후로도 계속됐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방법이
추구됐고, 그중 하나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건강 증진 체조였다.
‘한데, 전생에서는 그런 가르침은
받지 않았는데……?'
주서천의 의문은 곧 유정목에 의해
서 풀렸다.
“지금 네 몸에는 무려 삼십삼 년이
라는 내공이 잠들어 있다. 대단한
양이지 . ”
참고로 유정목은 매화생공에 대해
서 모른다.
일 년을 제외한 삼십이 년 내공
전부 영약을 복용함으로 얻은 것으
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 이 무조건 좋은 것이
라고는 볼 수 없단다.”
헹? 그게 무슨 소리지?'
주서천은 유정목의 지적에 어리둥
절했댜
이래 돼도 영약의 기운을 제대로
흡수하고 또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했다.
전생의 기억 전부를 운용했는데,
그게 좋지 않다고 지적하니 솔직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하늘 같은 스승에게는 무척 죄송스
러운 생각이긴 하지만, 무공에 대한
건 주서천이 한참 위다.
“무림에는 건기건체(健氣健體)라는
격언이 있다.”
건강한 기는 건강한 육체에 것든
댜
곧 내공과 육체의 조화(造化)를 뜻
한댜
“균형이란 건 중요한 법. 사람의
몸이란 건 생각보다 세심해서 그 균
형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망가지기
마련이지. 지금 너의 몸도 그렇단
다.”
‘아하!’
주서천이 그제야 머리를 끄덕이면
서 이해했다.
방금 가르침으로 몰랐던 걸 깨달은
건 아니다.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거야 원, 전부 안다고 말할 수
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 중요한 걸 주서천이 모르고
있을 리 없었다.
몸을 만드는 거 야 앞으로 천천히
할 생각이었다.
‘음, 과연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없었던 일이었군그래.'
전생이야 균형이고 뭐고 간에 가르
치는 것을 겨우 따라갈 정도로 바빴
댜
그런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육
체 수련을 가르칠 수 있을 리 없었
댜
“그럼 오늘부터 가르침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
주서천은 이해한 척하면서 순수하
게 기뻐했다.
전생에 없었던 스승과의 기억이었
댜
쩝, 그런데 체조 정도로 괜찮을
까? 아무래도 나중에 따로 몰래 나
와서 수련을 해야 할 것 같은데
...... ’
•
애초에 병약했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체조법.
과연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가
의문이었댜
별거 있겠어?'
주서천은 유정목을 보면서 바보같
이 웃었다.
* * *
증진 체조, 사흘째 .
사람은 후회라는 걸 한다.
그건 연령이냐 성별에 상관없이 한
댜
주서천도 그랬다.
그는 사흘 전, 바보같이 웃었던 자
신을 욕했다. 왜 우습게 본 것이냐
며, 몇 번이나 욕하고 울부짖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온몸에서 끔찍할 정도의 고통이 느
껴졌댜
이 정도 고통은 전생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였다. 아니, 어쩌면 인생을
통틀어 처음일지도 몰랐다.
뭔가가 잘못됐댜'
팔, 아니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
에 주서천이 생각했다. 뼈는 삐걱거
리고, 근육이 찢어질 것 같았다.
손톱은 이미 몇 개 부러졌고, 손은
물집으로 가득했다. 그에 따른 아픔
이 장난이 아니었다.
사흘 전, 증진 체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체조를 했다.
유정목이 가르치는 대로 몸을 풀었
댜
말 그대로 체조였다.
그다음에는 일 장의 거리를 경공으
로 펼쳐 왕복하는 일이었다.
시키는 대 로 하니 금방 내공을 소
모했댜
이후 유정목에게 칭찬을 받은 뒤,
그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향했다.
절벽의 아래였다.
“자, 이제 여길 오르면 된단댜"
" ·· ·· ••? " •
주서천은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화산은 중원오악(中原五岳) 중 서
악(西岳)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영산으로 칭송받는 곳이었다.
그 외관 또한 실로 대단해서, 누구
나 화산을 인근에서 보게 된다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하나,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법.
영산인 동시에 명산(名山)인 화산
은 동시에 험준하기로도 유명하여
무인이 아닌 이상 찾지 않는다.
화산파가 위치한 연화봉(蓮花峰)은
그나마 길을 만들어 놔서 등반하기
가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그 외의 지역은 그렇지 않
댜 최소 이류가 아니라면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주서천은 그 외부의 지형이
나 높이도 제대로 가늠을 수 없을
정도의 절벽을 등반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힘내 거라. 네가 처음
이라 그렇지, 원래는 별거 아니다!"
머리 위에서 스승의 목소리가 들려
왔댜
별거 아니라고?'
주서천은 절벽에 들러붙은 채로 침
을 꿀꺽 삼켰다.
부들부들.
열 손가락 전부 돌 모서리 부위에
베였댜 피가 굳은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었고, 손을 옮길 때마다 상처
는 늘어나기만 했다.
이까짓 상처 정도는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온몸의 근육이 쑤셔서
말이 아니었다.
아랫배와 더불어 온몸에 긴장과 힘
이 들어갔다.
힘들다고 그것을 풀 수는 없었다.
만약 여기서 풀었다간 아래로 떨어
져 몸이 성치 못한다.
만약 내공이라도 있었다면 어찌어
찌 버틸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
으니 환장할 노릇이 었다.
힘들고, 지치고, 온몸은 쑤시고. 어
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그만큼
고된 수련이었다.
아니, 애초에 아홉 살밖에 되지 않
은 어린아이를 이렇게 무리시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아무리 내공이 남들보다 많다고 해
도 절벽을 등반시키다니. 잘못되어
도 단단히 잘못됐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주서천은 증진 체조라고 우습게 본
걸 단단히 후회했다.
병약했던 사람이 건강을 위해 만든
체조라 하여, 그냥 몸풀기 운동에
불과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됐다.
소유검, 유정목.
그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제대로 인
식해야 했다.
유정목은 남들보다 몇 배나 불리한
체질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매화
검수의 후보에 올랐던 남자다.
형편 좋게 재능이라는 이름만으로
오른 게 아니다.
남들보다 몇 배나 되는 노력이 필
요했댜
체질을 전부 고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걸 보완하기 위해 안 보이
는 곳에서 남들보다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체질 탓에 매
화검수를 포기했어야 했지만, 그 노
력과 실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실제로 화산파 내부에서도 유정목
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
고, 그만큼 아쉬워했다.
어쨌거나 그러한 사람이 과연 그
체질적인 결함을 손쉽게 보완했을
까? 당연히 아니다.
던1으으옥!”
안간힘을 내면서 다시 등반을 시작
했댜
몸과 마음이 당장 그만두라고 비명
올 질러 댔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강도라
나… .. !'
새삼 스승에 대한 촌경심이 피어올
랐댜
내공 없이 절벽을 등반하는 것.
확실히 효과는 좋다.
무인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내공을
사용해서 고통과 몸의 부담을 줄인
댜 내공을 쓰면 몸의 기능을 보호
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훈련 자체가 잘 진행되지 않는
댜
자고로 몸이란 건 부러지고, 찢어
지고, 다치면서 그 전보다 한층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마치 철과 같이, 두드리면 두드릴
수록 그 내구성은 진화하게 된다.
즉 그 이론상 이 절벽 등반은 육
체를 단련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셈
이었댜
내공은 전부 소진했고, 조금이라도
긴장과 힘을 풀면 죽을지도 모르니
상시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근육에 부담이 가니 자연히 단련이
되고, 끊임없이 힘을 써야 하니 훈
련에 있어선 완벽 그 자체였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세 가지다.
“사부남 저 진짜 이러다가 죽습니
다."
첫 번째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
"저 아홉 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한창 자라야 할 몸인데 솔직히 이건
좀 심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아직 아이의 몸이라는
것 무리하면 성장에 문제가 생길지
도 모른다.
“오, 정말로 좋은 질문을 했구나.
괜찮댜 네 몸에는 상상 이상의 내
공이 숨겨져 있어서, 그 부분은 운
기조식을 할 때 알아서 해결해 줄
게댜 내공이란 건 곧 생명 그 자체
이기도 하니까.”
‘들켰나 ....... '
주서천도 그 정도는 안다. 모를 리
가 없다.
아니, 반대로 유정목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매화에서 흡수해 온 생기의 성장
촉진과 재생력은 완벽 그 자체이다.
그리고 세 번째.
“사부남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진
짜 너무 힘듭니다. 정말로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정말로 끔찍하게 힘들다는 것.
온갖 풍파를 겪은 사람조차도 포기
하게 만드는 고통. 두 번째는 그렇
다 쳐도 첫 번째만큼 중요했다.
여기서 힘을 풀고 포기하면 죽는
댜 그 정신적인 압박감은 두말할
것 없고, 육체적인 고통까지.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쳐 버릴 정도로의
고된 훈련이었다.
이런 걸 군말 없이 해낸다는 건
결코 정상이 아니다.
‘쉬펄.’
눈물이 찔끔 흐를 것만 같았다.
원래 주서천은 노력하고 필사적인
인물이 아니다.
요행으로 어찌어찌 살아남아서, 어
쩌다 보니 운이 좋아서 화산오장로
에 올랐던 것뿐이었다.
그 성격은 회귀한 뒤로도 마찬가지
댜
애초에 회귀 이후 계획을 세운 것
자체가 요행의 집합체. 매화생공도
마찬가지였다.
남들보다 적은 노력과 정신력의 소
모로 많은 결과물을 낼 수 있어서였
댜
수령신과의 경우는 스승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어 필사적
으로 바둥거 린 것뿐이 었다.
영웅을 동경했으나, 멀었던 사람.
“그래, 많이 힘들겠자… ... ”
유정목이 제자를 내려다보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동자는 물기에 젖어 파르르
떨렸다.
“사부님 · · · · · · ! "
주서천이 유정목의 얼굴을 보고 환
하게 웃었다.
“그렇지만 그건 잠깐의 고통일 뿐,
그 고통 또한 지나갈 게다.”
"예?"
주서천이 두 귀를 의심했다.
“나 역시 어릴 적, 그 부근을 오르
면서 몇 번이나 의문을 던졌다. 그
리고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오르니
되더구나. 너도 무사히 성공할 수
었을 게다.”
유정목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힘내라는 듯이 평소처럼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 · · · · · · 아. ”
주서 천은 그 미 소를 보고 절망했
댜
‘사부님, 정녕…… 정녕 그런 분이
셨습니까 ...... ,,
강호에는 이 런 말이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남도 해낼
수 있을 거 라는 소리는 하지 말라.
무인이건 뭐건 간에 자고로 사람에
게는 각자 한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냐도 했으니, 너도 할 수 있다.
가르침 부류의 안 좋은 것 중 하
나로 꼽을 수 있다.
물론 경우 자체는 주서천이 유정목
보다 낫다.
당시 유정목에겐 같은 나이 대의
제자들보다 더 우위에 선 내공도 없
었으며, 그에 알맞은 육체와 일평생
을 이미 살아온 성숙한 정신도 없었
댜
그러나 그 의지만큼은 남달랐다.
당시 스승이 시킨 것도 아닌데 누
구의 도움도 없이 자발적으로 절벽
을 혼자 등반하는 것.
그것 자체의 발상과 실행으로 옮기
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
댜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일이었댜
주서천조차도 현생이 아니라 전생
이라 할지라도 이처럼은 못 한다.
노력만큼은 화산파 내에서도 발군!
주서천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못 하겠습니다.”
“괜찮다! 밤이 될 때까지, 새벽이
될 때까지도 함께 있어 주마! 배가
고프면 함께 벽곡단을 먹자꾸나!"
유정목이 힘내라는 듯이 소리쳤다.
쿠르르르.
먹자꾸나…… 꾸나…… 나…….
"히 1"
디 •
주서천이 식겁했다.
스승의 웅원하는 목소리는 메아리
가 되어 머리 위쪽에 있던 자갈들을
우수수 떨어트렸다.
‘정말로 이런 생각하기 싫지만
’
••••••
•
주서천이 울상을 지었다.
‘사부남 이제 보니 더럽게 못 가
르치시는구나!’
유정목의 인성은 올바르다. 정말로
정직하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요령이 없
고, 고지식했다.
즉, ‘어떻게든 노력과 열정,
로!' 라는 사고방식으로 똘똘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의지
뭉친
‘아아, 이 어찌나 사람다우신 사부
님인가!'
재능과 의지를 내리고 병약한 체질
올주었댜
훌륭한 성품과 인성을 내리고 고지
식함을 주었다.
“정말로 미안하다. 나도 이러한 고
통은 주고 싶지 않았단다. 하지만
그대로 둔다면, 분명 많은 내공에
의하여 게으르게 될 게다…….”
유정목은 절벽 아래에서 하나밖에
없는 제자가 절벽을 등반하는 걸 보
며 진심으로 아파했다.
원래 제자에게 정이 특히 많으며
성격이 모질지 못한 그의 입장에선
당장이라도 제자를 돕고 싶었다.
“괜찮습니댜 다시 생각하니까 조
금 게을러져 도 될 것 같습니다. 이
미 전 앞서 있지 않습니까, 사부님.”
주서천이 초조한 기색으로 말했다.
“아니, 앞으로 너의 미래를 위해서
라도 그럴 수 없단다. 부디 이 사부
를 용서하려무나. 아니, 차라리 미워
하거랴"
“아니요, 사부님. 정말로 전 괜찮습
니다. 제가 잘못 말했습니다. 게으르
지 않게 살 데니, 함께 다른 방법을
찾아 주셨으면 합니 다. 사부님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손에 슬슬 힘이 풀렸다. 휴식을 너
무 취했다. 다시 오르기는 해야 하
는데 미치도록 싫었다.
‘이건 회귀 이전에 사부님에 대해
서 몰랐던 불초, 제자에 대한 벌이
다!'
정말로 이런 면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댜
아니, 솔직히 모를 만했다.
회귀 이전에 주서천은 일반적인 수
련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었
고, 유정목은 건강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유정목이 주서
천을 이렇게 제대로(?) 가르칠 만한
일 자체가 별로 없었다.
"진짜, 진짜 너무 힘듭니다. 이러다
가 저 죽습니다.”
주서천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도울 수 없는 날 원망해도 좋다.
그러니, 함께 힘내도록 해 보자. 난
널 믿는다.”
유정목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살짝
웃었댜
그 웃음은 마치 원시천촌을 연상케
했댜
주변의 안개가 슥 사라지고, 구름
이 걷히고, 어둠 속에서 내리는 한
줄기 빛과 같을 정도로 눈부셨다.
그 미소를 보면서 주서천은 입가에
미소를 그려 내면서 생각했다.
겁펄…… 좇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