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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전생-8화 (8/254)

8화

第五章증진체조(增進體操)

"홈쳤느냐?"

유정목이 고개를 들어 주서천을 쳐

다봤다.

“아닙니다.”

주서천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부

정했댜

“빼앗았느냐?"

“아닙니다.”

“그렇다면 속여서 가져온 게냐?"

"절대로 아닙니다.”

계속되는 물음에 주서천은 전부 부

정으로 답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으며, 동요

도 없었다.

유정목의 눈처럼 올곧고 정직하게

빛났댜

다만 그 눈은 무엇인가를 각오한

듯, 결연으로 가득 차 있었댜

“그럼 이런 걸 어디에서 구한 게

냐?"

“그게·… ... "

주서천은 유정목에게 사실대로 고

했댜 다만 전부는 아니 었다.

알려 준 것은 유정목이 자리를 비

운 사흘간 화산파를 몰래 빠져나와

수중 동굴에 다녀온 것까지였다.

회귀를 해서 미래를 알고 있었다,

라는 미친 소리는 하지 않았다.

하나 이를 대신할 거짓말도 안 했

댜 아니, 정확히는 말할 수 없었다

는 것이 맞았다.

"홈.”

유정목은 말없이 무릎을 굽혔다.

"보아하니 나에게 숨기는 것이 더

있구냐"

" ...... ," •

주서천이 홈칫 놀랐다.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어떻게?' 라는 의문이었다.

유정목은 주서천의 손바닥 위에 올

려져 있는 수령신과를 손으로 부드

럽게 감싸 안았다.

"눈을 보면 안다.”

“사부님…… 저는…….”

겟댜"

유정목은 제자에게서 수령신과를

건네받았다.

"믿으마.”

그다음 말은 없었다.

그저, 그게 끝이었다.

추궁은 물론 어떠한 물음도 없었

유정목은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말을 믿었다. 의문이 있었으

나 그걸 캐묻지는 않았다.

그러곤 영약이라고 가져온 걸 군말

없이 건네받았다.

“정말로 그게 끝입니까?"

반대로 의아해하는 건 주서천이었

“어째서…… 아무런 의문도 없이

믿으시는 겁니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길 원한 건

자기 자신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한 상황이 었다.

그 물음에 스승, 유정목은 그저 언

제나처럼 자상하게 웃으면서 그 물

움에 답해 줬다.

“제자를 사부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을까? 정말로 의심스럽다면, 약

일 년 전에 널 추궁했을 게다. ”

주서천이 입을 떡 벌리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댜

‘알고 계셨구나……!'

약 일 년 전이면 회귀를 막 끝난

이후 괜한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어린아이 행세를 하며 연기했다.

나름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헛수

고였댜 유정목은 정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유정목은 주서천의 얼굴이 굉장하

게 변하자 쓰게 웃으면서 뒷말을 덧

붙였댜

“나도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른

단댜 다만 네가 언젠가부터 성숙해

졌는데도 그걸 숨기려던 게 느껴지

더구나. ”

아무리 아이가 빨리 성장한다 해도

한계가 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결과, 제자의

모습은 이상했다.

처음엔 혹여나 마(魔)라도 낀 게

아닌가 싶었다.

가끔씩 무공 수련을 잘못하여 미치

는 경우도 있다.

괜히 제자들이 아이 일 때 스승이

곁에 붙어서 감시하는 게 아니다.

미숙하기에 그런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었

몇 번이냐 생각해 보고, 추측도 해

보았댜 하지만 어떠한 논리도 통하

지 않았댜

그저 괜찮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댜

“사정이 있어서 숨긴 거지?"

주서천은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

“그렇다면 이 영약을 나에게 가져

온 것도 무언가 사정이 있는 것이겠

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유정목은 주서천을 끌어안았다.

“사부님…… 감사합니댜'’

꼬옥.

제자는 스승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러곤 얼굴을 어깨에 묻은 채 눈물

을 흘렸다.

유정목은 주서천의 둥을 토닥여 주

면서 농올 던졌다.

“아래에도 싸더니만, 이제 위로도

싸는구나."

“사부님…… 그건 좀 아닙니다……

끄흐혹!”

주서천이 엉엉 울면서 정색했다.

나름 회심의 농을 준비한 유정목이

어색해했다.

‘웃기려고 한 건데……

나?’

아아, 스승이시여!

* * *

안 토해

0 서

사제 간의 끈끈한 애정을 과시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

한 건 영약의 복용이었다.

주서천은 유정목이 영약을 보다 쉽

게 흡수할 수 있도록 수령신과에 대

해서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 줬다.

사실 자세히라고 말할 것 없었다.

수기 (水氣)와 목기 (木氣)가 주된 성

분이라는 것 정도였으니까.

“그럼 호법을 부탁하마. ”

유정목은 수령신과를 복용하고 운

기조식에 들어갔다.

험청나군.'

눈을 감고 집중하자마자 영약의 기

운이 느껴졌다.

유정목도 영약을 복용한 건 처음이

었댜

화산파 정도의 대문파라면 영약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에게나 줄

정도로 썩어 넘치는 건 아니다.

영약이 허가된 건 소수의 후기지수

들뿐. 그들조차 일생을 통틀어 많아

봤자 한 번이었다.

‘그래, 이대로…… 헉?'

유정목은 운기하던 도중 당황했다.

다행히 도가심법의 감정 조절 덕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는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유정목은 비록 영약을 먹어 본 적

이 없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는

교본서를 보고 잘 알고 있었다.

영약을 섭취할 경우, 대부분은 그

기운을 운기를 통해서 단전으로 유

도해 내공처 럼 쌓아야 한다.

다만 영약의 기가 상당할 경우, 단

번에 내공으로 전환하면 기맥과 단

전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천천히 옮기

면서 조금씩, 조금씩 전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야만 했다.

그러나 유정목에게 일어난 일은 전

혀 달랐다.

그야말로 찰나라고 표현할 수 있는

짧은 순간, 어떻게 움직이지도 못하

고 기가 멋대로 움직였다.

폭주한 건 아니 었다. 만약 그랬다

면 그 거센 기세에 맥이나 장기가

뒤틀려 갈기갈기 찢겨진다.

수령신과의 기, 수목기(水木氣)는

유정목이 손을 대기도 전에 그의 몸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주화입마?'

마음과 정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아직 아홉 살인데…….’

제자, 주서천의 얼굴이었다.

영약이 잘못됐다는 의심은 하지 않

았댜 목숨이나 내공을 걱정하지도

않았댜 오직 제자의 걱정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허억!'

사라졌던 수목기 가 신체 깊숙한 곳

올 파고들었다.

‘그런 거였나!'

걱정이나 의문이 사라졌다.

보이지 않던 안개가 전부 사라졌

그 대신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

다만 무공이나 도(道)에 대한 깨달

음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약했던 체질에

대해서였다.

‘선천진기(先天眞氣)에 문제가 있

었구나!’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

생명의 근원이자 대자연의 또 다른

한 종류.

이를 선천진기라 칭한다.

다만 이 선천진기는 일반적인 내공

과는 좀 다르다.

우선 선천진기란 건 곧 생명의 근

원이댜 이를 소모한다는 건 곧 생

명을 소모한다는 말과 같았다.

선천진기 자체의 힘은 실로 대단해

서 사용한다면 대단한 힘을 얻을 수

있지만, 얼마 있지 않아 죽는다.

설사 다 쓰지 않는다거나 운이 좋

아서 살아남는다 해도 그 말로는 폐

인이나 급격한 노화로 정해져 었다.

또한 소모된 힘은 다시 보충되지

않는댜 쓰면 그걸로 끝. 설사 영약

올 먹는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유정목은 이 선천진기에 문제가 있

었댜

‘서천이가 날 살렸구나, 날 살렸

어 !'

유정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른 제자에게 달려가 안아 주고

싶었다.

주서천은 호법을 서다가 유정목이

채 한 시 진도 되지 않아서 뛰쳐나오

자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혹시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지만, 그다음 들

린 웃음소리에 안심했다.

유정목은 주서천을 안고 한참 기뻐

한 뒤에야 진정하고 자신의 몸에 었

었던 일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정확히는 선천진기가 아니라 담는

그릇이 문제였던 것 같지만 말이

다. "

“그릇 말입니까?"

주서천의 물음에 유정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 미세하지만 선천진기가 어

디에선가 샌 것 같구나.”

선천진기에 대해서는 주서천도 잘

모른다.

그건 과거에서도, 현재에서도, 미래

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명확하게 규

명된 건 없었다.

언제인지도 모를 오래전부터 개념

정도만 내려오는 정도. 선천진기가

어디 잠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사용하고 싶을 때, 마음과 정

신을 집중하게 되면 어디에선가 홀

러나와 소비된다.

문제는 사용자들조차도 그저 느낌

과 생각만 있을 뿐 그 원리에 대해

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하류 잡배건 고수건 마찬가지

였댜

여하튼 간에 유정목은 이 선천진기

를 담는 그릇 측에 문제가 있어 진

기가 미세하게 소모되고 었었다.

그 양은 털끝, 아니 그 이하로 적

었댜 하지만 그 양조차도 사람의

몸에는 큰 영향을 끼쳤다.

생명의 근간이 소모되니 당연히 몸

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생기

지 않으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다.

무공 수련을 하여 내공을 쌓아 경

지를 높인다 해도 선천진기와는 전

혀 다른 영역이라 해결할 수 없었

‘과연, 대충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겠댜 나무(木)의 생기(生氣)가 선

천진기의 그릇을 고쳐 놨구나.'

주서천은 유정목이 약간 설명한 것

만으로 어떻게 된 것인지 전부 이해

했댜

앞에서 유정목이 열심히 가르쳐 주

고 있었지만, 이미 주서천은 그 설

명을 보충해 줄 정도로 잘 알고 있

었댜

애초에 유정목이 알 정도라면 화경

에 오른 적 있었던 주서천이 모를

리가 없었다.

‘나무는 곧 생명. 선천진기 정도는

아니지만 수령선과의 생기라면 대체

할 수 있다. 그걸로 보완했구냐.'

흘러나오던 걸 막았으니 이제 걱정

할 건 없었다.

소모된 것도 수령신과가 다시 채워

둔 모양이다.

목기, 곧 생기로 소모된 선천진기

를 회복시키다니 !

절대 회복할 수 없다는 상식을 박

살 냈다.

‘하지만 그건 사부님이었기에 가능

했댜'

유정목은 선천진기를 쓰지 않았다.

만약 사용했다면 수령신과고 뭐고

그냥 죽었다.

그릇 쪽에 문제가 생겨 정말 미세

하게, 정작 본인도 느끼지 못할 정

도로 조금씩 홀러나온 정도였다.

그런데 그 양을 정상적인 범위로

돌려 놓는 것만 해도 수령신과 같은

절세의 영약을 복용해야 했다.

참고로 수령신과의 기운은 오직 선

천진기를 고치는 용도로만 사용됐

댜 내공으로 전환할 수가 없었다.

유정목은 몸만 건강해졌을 뿐, 영

약의 기운은 단 하나도 내공으로 전

환하지 못했다.

결국 여전히 필사를 각오한 것이

아니라면 선천진기는 쓰지를 못한

댜 유정목도 이를 경고했댜

유정목이 워낙 특수한 상황이었을

뿐이었다.

됐어 .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지금 중요한 건 미래가 바뀐 것.

열네 살의 해가 밝아도 걱정할 것

없다.

스승, 유정목은 죽지 않는다.

몇십 년 전, 스승을 그렇게

게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나뿐인

잃었댜

허무하

가족을

아직 가르침을 받지 못한 것이 많

았댜

“그리고 이건 네가 먹도록 하거

랴"

주서천의 손바닥 위에 수령신과가

올라왔다.

“사부님!”

수중 동굴에서 얻은 수령신과는

그중 하나는 이미 사용했고, 하나

가 남았다.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으라는 말

은 하지 말아라. 내 몸은 내가 더

잘 아니까. 네 스승은 괜찮다.”

“그러면 내공 증진용으로……."

“그러면 더더욱 너에게 필요할 게

댜"

유정목은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했

이에 주서천은 좀 더 설득해 보려

고 했으나, 유정목이 엄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체념해야만 했다.

유정목은 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한

편이지만 한번 고집을 부리면 누구

도 못 말릴 정도로 완고하다.

그 점은 주서천 본인이 그 누구보

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됐어. 더 이상 무리하지 말

쟈'

스승은 제자의 억지에 수긍해 줬

추궁하기는커녕 믿는다고 말해 줬

지금까지의 일들만 해도 솔직히 스

승에 대한 큰 결례였다. 유정목이라

서 넘어갈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잘 생각했댜"

그제야 유정목의 입가에 다시금 미

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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