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第五章증진체조(增進體操)
"홈쳤느냐?"
유정목이 고개를 들어 주서천을 쳐
다봤다.
“아닙니다.”
주서천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부
정했댜
“빼앗았느냐?"
“아닙니다.”
“그렇다면 속여서 가져온 게냐?"
"절대로 아닙니다.”
계속되는 물음에 주서천은 전부 부
정으로 답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으며, 동요
도 없었다.
유정목의 눈처럼 올곧고 정직하게
빛났댜
다만 그 눈은 무엇인가를 각오한
듯, 결연으로 가득 차 있었댜
“그럼 이런 걸 어디에서 구한 게
냐?"
“그게·… ... "
주서천은 유정목에게 사실대로 고
했댜 다만 전부는 아니 었다.
알려 준 것은 유정목이 자리를 비
운 사흘간 화산파를 몰래 빠져나와
수중 동굴에 다녀온 것까지였다.
회귀를 해서 미래를 알고 있었다,
라는 미친 소리는 하지 않았다.
하나 이를 대신할 거짓말도 안 했
댜 아니, 정확히는 말할 수 없었다
는 것이 맞았다.
"홈.”
유정목은 말없이 무릎을 굽혔다.
"보아하니 나에게 숨기는 것이 더
있구냐"
" ...... ," •
주서천이 홈칫 놀랐다.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어떻게?' 라는 의문이었다.
유정목은 주서천의 손바닥 위에 올
려져 있는 수령신과를 손으로 부드
럽게 감싸 안았다.
"눈을 보면 안다.”
“사부님…… 저는…….”
겟댜"
유정목은 제자에게서 수령신과를
건네받았다.
"믿으마.”
그다음 말은 없었다.
그저, 그게 끝이었다.
추궁은 물론 어떠한 물음도 없었
댜
유정목은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말을 믿었다. 의문이 있었으
나 그걸 캐묻지는 않았다.
그러곤 영약이라고 가져온 걸 군말
없이 건네받았다.
“정말로 그게 끝입니까?"
반대로 의아해하는 건 주서천이었
댜
“어째서…… 아무런 의문도 없이
믿으시는 겁니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길 원한 건
자기 자신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한 상황이 었다.
그 물음에 스승, 유정목은 그저 언
제나처럼 자상하게 웃으면서 그 물
움에 답해 줬다.
“제자를 사부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을까? 정말로 의심스럽다면, 약
일 년 전에 널 추궁했을 게다. ”
주서천이 입을 떡 벌리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댜
‘알고 계셨구나……!'
약 일 년 전이면 회귀를 막 끝난
이후 괜한 의심을 받지 않으려고
어린아이 행세를 하며 연기했다.
나름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헛수
고였댜 유정목은 정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유정목은 주서천의 얼굴이 굉장하
게 변하자 쓰게 웃으면서 뒷말을 덧
붙였댜
“나도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른
단댜 다만 네가 언젠가부터 성숙해
졌는데도 그걸 숨기려던 게 느껴지
더구나. ”
아무리 아이가 빨리 성장한다 해도
한계가 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결과, 제자의
모습은 이상했다.
처음엔 혹여나 마(魔)라도 낀 게
아닌가 싶었다.
가끔씩 무공 수련을 잘못하여 미치
는 경우도 있다.
괜히 제자들이 아이 일 때 스승이
곁에 붙어서 감시하는 게 아니다.
미숙하기에 그런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었
댜
몇 번이냐 생각해 보고, 추측도 해
보았댜 하지만 어떠한 논리도 통하
지 않았댜
그저 괜찮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댜
“사정이 있어서 숨긴 거지?"
주서천은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
댜
“그렇다면 이 영약을 나에게 가져
온 것도 무언가 사정이 있는 것이겠
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유정목은 주서천을 끌어안았다.
“사부님…… 감사합니댜'’
꼬옥.
제자는 스승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러곤 얼굴을 어깨에 묻은 채 눈물
을 흘렸다.
유정목은 주서천의 둥을 토닥여 주
면서 농올 던졌다.
“아래에도 싸더니만, 이제 위로도
싸는구나."
“사부님…… 그건 좀 아닙니다……
끄흐혹!”
주서천이 엉엉 울면서 정색했다.
나름 회심의 농을 준비한 유정목이
어색해했다.
‘웃기려고 한 건데……
나?’
아아, 스승이시여!
* * *
안 토해
0 서
사제 간의 끈끈한 애정을 과시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
한 건 영약의 복용이었다.
주서천은 유정목이 영약을 보다 쉽
게 흡수할 수 있도록 수령신과에 대
해서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 줬다.
사실 자세히라고 말할 것 없었다.
수기 (水氣)와 목기 (木氣)가 주된 성
분이라는 것 정도였으니까.
“그럼 호법을 부탁하마. ”
유정목은 수령신과를 복용하고 운
기조식에 들어갔다.
험청나군.'
눈을 감고 집중하자마자 영약의 기
운이 느껴졌다.
유정목도 영약을 복용한 건 처음이
었댜
화산파 정도의 대문파라면 영약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에게나 줄
정도로 썩어 넘치는 건 아니다.
영약이 허가된 건 소수의 후기지수
들뿐. 그들조차 일생을 통틀어 많아
봤자 한 번이었다.
‘그래, 이대로…… 헉?'
유정목은 운기하던 도중 당황했다.
다행히 도가심법의 감정 조절 덕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는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유정목은 비록 영약을 먹어 본 적
이 없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는
교본서를 보고 잘 알고 있었다.
영약을 섭취할 경우, 대부분은 그
기운을 운기를 통해서 단전으로 유
도해 내공처 럼 쌓아야 한다.
다만 영약의 기가 상당할 경우, 단
번에 내공으로 전환하면 기맥과 단
전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천천히 옮기
면서 조금씩, 조금씩 전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야만 했다.
그러나 유정목에게 일어난 일은 전
혀 달랐다.
그야말로 찰나라고 표현할 수 있는
짧은 순간, 어떻게 움직이지도 못하
고 기가 멋대로 움직였다.
폭주한 건 아니 었다. 만약 그랬다
면 그 거센 기세에 맥이나 장기가
뒤틀려 갈기갈기 찢겨진다.
수령신과의 기, 수목기(水木氣)는
유정목이 손을 대기도 전에 그의 몸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주화입마?'
마음과 정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아직 아홉 살인데…….’
제자, 주서천의 얼굴이었다.
영약이 잘못됐다는 의심은 하지 않
았댜 목숨이나 내공을 걱정하지도
않았댜 오직 제자의 걱정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허억!'
사라졌던 수목기 가 신체 깊숙한 곳
올 파고들었다.
‘그런 거였나!'
걱정이나 의문이 사라졌다.
보이지 않던 안개가 전부 사라졌
댜
그 대신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
댜
다만 무공이나 도(道)에 대한 깨달
음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약했던 체질에
대해서였다.
‘선천진기(先天眞氣)에 문제가 있
었구나!’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기.
생명의 근원이자 대자연의 또 다른
한 종류.
이를 선천진기라 칭한다.
다만 이 선천진기는 일반적인 내공
과는 좀 다르다.
우선 선천진기란 건 곧 생명의 근
원이댜 이를 소모한다는 건 곧 생
명을 소모한다는 말과 같았다.
선천진기 자체의 힘은 실로 대단해
서 사용한다면 대단한 힘을 얻을 수
있지만, 얼마 있지 않아 죽는다.
설사 다 쓰지 않는다거나 운이 좋
아서 살아남는다 해도 그 말로는 폐
인이나 급격한 노화로 정해져 었다.
또한 소모된 힘은 다시 보충되지
않는댜 쓰면 그걸로 끝. 설사 영약
올 먹는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유정목은 이 선천진기에 문제가 있
었댜
‘서천이가 날 살렸구나, 날 살렸
어 !'
유정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른 제자에게 달려가 안아 주고
싶었다.
주서천은 호법을 서다가 유정목이
채 한 시 진도 되지 않아서 뛰쳐나오
자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혹시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지만, 그다음 들
린 웃음소리에 안심했다.
유정목은 주서천을 안고 한참 기뻐
한 뒤에야 진정하고 자신의 몸에 었
었던 일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정확히는 선천진기가 아니라 담는
그릇이 문제였던 것 같지만 말이
다. "
“그릇 말입니까?"
주서천의 물음에 유정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 미세하지만 선천진기가 어
디에선가 샌 것 같구나.”
선천진기에 대해서는 주서천도 잘
모른다.
그건 과거에서도, 현재에서도, 미래
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명확하게 규
명된 건 없었다.
언제인지도 모를 오래전부터 개념
정도만 내려오는 정도. 선천진기가
어디 잠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사용하고 싶을 때, 마음과 정
신을 집중하게 되면 어디에선가 홀
러나와 소비된다.
문제는 사용자들조차도 그저 느낌
과 생각만 있을 뿐 그 원리에 대해
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하류 잡배건 고수건 마찬가지
였댜
여하튼 간에 유정목은 이 선천진기
를 담는 그릇 측에 문제가 있어 진
기가 미세하게 소모되고 었었다.
그 양은 털끝, 아니 그 이하로 적
었댜 하지만 그 양조차도 사람의
몸에는 큰 영향을 끼쳤다.
생명의 근간이 소모되니 당연히 몸
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생기
지 않으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다.
무공 수련을 하여 내공을 쌓아 경
지를 높인다 해도 선천진기와는 전
혀 다른 영역이라 해결할 수 없었
댜
‘과연, 대충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겠댜 나무(木)의 생기(生氣)가 선
천진기의 그릇을 고쳐 놨구나.'
주서천은 유정목이 약간 설명한 것
만으로 어떻게 된 것인지 전부 이해
했댜
앞에서 유정목이 열심히 가르쳐 주
고 있었지만, 이미 주서천은 그 설
명을 보충해 줄 정도로 잘 알고 있
었댜
애초에 유정목이 알 정도라면 화경
에 오른 적 있었던 주서천이 모를
리가 없었다.
‘나무는 곧 생명. 선천진기 정도는
아니지만 수령선과의 생기라면 대체
할 수 있다. 그걸로 보완했구냐.'
흘러나오던 걸 막았으니 이제 걱정
할 건 없었다.
소모된 것도 수령신과가 다시 채워
둔 모양이다.
목기, 곧 생기로 소모된 선천진기
를 회복시키다니 !
절대 회복할 수 없다는 상식을 박
살 냈다.
‘하지만 그건 사부님이었기에 가능
했댜'
유정목은 선천진기를 쓰지 않았다.
만약 사용했다면 수령신과고 뭐고
그냥 죽었다.
그릇 쪽에 문제가 생겨 정말 미세
하게, 정작 본인도 느끼지 못할 정
도로 조금씩 홀러나온 정도였다.
그런데 그 양을 정상적인 범위로
돌려 놓는 것만 해도 수령신과 같은
절세의 영약을 복용해야 했다.
참고로 수령신과의 기운은 오직 선
천진기를 고치는 용도로만 사용됐
댜 내공으로 전환할 수가 없었다.
유정목은 몸만 건강해졌을 뿐, 영
약의 기운은 단 하나도 내공으로 전
환하지 못했다.
결국 여전히 필사를 각오한 것이
아니라면 선천진기는 쓰지를 못한
댜 유정목도 이를 경고했댜
유정목이 워낙 특수한 상황이었을
뿐이었다.
됐어 .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지금 중요한 건 미래가 바뀐 것.
열네 살의 해가 밝아도 걱정할 것
없다.
스승, 유정목은 죽지 않는다.
몇십 년 전, 스승을 그렇게
게 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나뿐인
잃었댜
허무하
가족을
아직 가르침을 받지 못한 것이 많
았댜
“그리고 이건 네가 먹도록 하거
랴"
주서천의 손바닥 위에 수령신과가
올라왔다.
“사부님!”
수중 동굴에서 얻은 수령신과는
둘
그중 하나는 이미 사용했고, 하나
가 남았다.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으라는 말
은 하지 말아라. 내 몸은 내가 더
잘 아니까. 네 스승은 괜찮다.”
“그러면 내공 증진용으로……."
“그러면 더더욱 너에게 필요할 게
댜"
유정목은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했
댜
이에 주서천은 좀 더 설득해 보려
고 했으나, 유정목이 엄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체념해야만 했다.
유정목은 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한
편이지만 한번 고집을 부리면 누구
도 못 말릴 정도로 완고하다.
그 점은 주서천 본인이 그 누구보
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됐어. 더 이상 무리하지 말
쟈'
스승은 제자의 억지에 수긍해 줬
댜
추궁하기는커녕 믿는다고 말해 줬
댜
지금까지의 일들만 해도 솔직히 스
승에 대한 큰 결례였다. 유정목이라
서 넘어갈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잘 생각했댜"
그제야 유정목의 입가에 다시금 미
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