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전생-7화 (7/254)

7화

도착한 장소는 기억 속의 수중 동

굴이 맞댜

제일 먼저 보인 이끼는 녹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며 공동 전체를 뒤덮

을 정도로 많았다.

그다음은 역시나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으리으리한 거목(巨木)이었

무수히 뻗은 가지들은 길고 복잡하

게 자라나 이끼와 더불어 천장과 벽

올 가득 메웠다.

잎사귀는 바깥 것과 달리 녹색이

아니라 물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었

그 몸체는 족히 천 년은 되지 않

았을까 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굵기

를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나무를 지

탱하는 뿌리 역시 가지처럼 바닥을

전부 뒤덮었다.

수중목(水中木)!

이름 그대로 물속에도 자라는 냐무

이댜 더더욱 신기한 것은 태양 빛

이 없어도 잘 자랄 수 있었다.

참고로 수중목은 상당히 희귀한 식

물 중 하나로, 중원 전체를 통틀어

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서천이 이렇게 놀란 건

수중목을 봐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수령신과를 발견하지 못

한 것도 아니었다.

이십 년 뒤, 낭인이 신냐게 떠들었

던 대로 청색으로 물든 과실이 바닥

에 굴러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

었댜

회귀 이전에도 몰랐던 게 존재했

‘저건 대체 뭐냐!'

뱀이었다.

수중목처럼 공동을 채울 정도로 큰

몸체는 아니 었으나, 그래도 일반적

인 크기의 범위에서 벗어난 뱀이 있

었댜

일단 길이가 대충 봐도 범상치 않

았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무려 오

장(丈) 정도는 되어 보였다.

길이도 길이지만 둘레 역시 대단했

는데, 대충 가늠해 보면 삼 척(尺)

정도 됐다.

형물!'

영험한 기운과 능력을 가진 동물이

나 식물을 곧 영물이라 칭한다. 수

중목 또한 영물에 속한다.

식물의 경우엔 그렇게까지 위험하

지 않다. 보통 식물이 위험한 경우

는 독성을 품은 독물에 분류되니까.

하지만 동물은 그 위험성이 심각하

동물임에도 사람 못지않게

데다가 무엇보다 지닌 힘이

고수조차 위협이 될 정도다.

‘저 정도 덩치라면……. ’

똑똑한

상당해

주서천은 전생에서 혼자 었던 시간

이 많다 보니 책을 상당히 읽었다.

그중에서는 영물에 대해서도 있었

고, 그 지식 덕에 비교적 자세히 아

는 편이었댜

‘제길, 최소 몇백 년은 산 영물이

댜'

특히나 뱀은 야수만큼 위험한 분류

에 들어간다. 뱀은 대부분 영물이

되면 속도, 근력은 물론이고 비늘도

단단해져 심각하면 검기도 튕겨 낼

정도였다.

무엇보다 제일 무서운 건 송곳니에

숨어 있을 독.

‘지금은 자고 있는 것 같지만…… . ’

아까까지만 해도 겨울인 것을 수백

번 욕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겨울인 것에 감사했다.

뱀은 영물이건 뭐건 간에 겨울이

되면 동면에 든다. 그 덕에 발견되

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었다.

‘싸우먼 아니 . 깨우면 죽는댜’

저 정도의 영물이라면 절정, 초절

정 고수 여럿의 힘이 동원되어야 겨

우 이길 수 있다.

어떠한 명검보다 더 절대적인 절삭

력을 지닌 병기, 화경의 증표인 강

기 (莖氣)가 아닌 한 힘들다.

즉, 적어도 회귀 이전의 무공을 지

니지 않은 이상 저 뱀에게 덤빈다는

건 자살행위였다.

‘이십 년 후에 저런 게 었었다는

간… .. 들었을 리가 없지. 실제로

없었을 데니까.'

그 입이 가벼운 낭인이라면 분명

저런 뱀에게 살아남았다는 걸 자랑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듣지 못했다는 건 이십

년 뒤에 저 뱀은 없었던 게 확실하

왜인지는 잘 모른다.

그 전에 다른 영물이나 은거기인에

게 사냥당했을지 도 모르고, 혹은 이

무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십 년 뒤

의 과거 , 지금 저 뱀은 이 수중 동

굴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

지독하게도 운이 나빴다.

‘도망쳐야 하냐?'

영물이란 게 괜히 영물이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기척을 느끼고 잠

에서 갤지도 모른다.

그러면 정말 죽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기도

아깝댜'

머리를 슬쩍 들어 수중목을 슬쩍

확인했다. 압도적이라 표현할 수밖

에 없는 거목 아래, 과일이 보였다.

물빛으로 물든 과실. 필시 수령신

과다.

가지나 뿌리, 그 외에도 살펴봤지

만 수령신과로 보이는 건 바닥에 구

르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저게 분명하다.'

수령신과도 그 낭인이 신나게 떠들

어 잘 알고 있다.

‘하지 만 ....... '

바로 옆에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진 거대 뱀의 머리가 있었다. 도

저히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 ••••••• ’

주서천은 눈동자를 굴려 고민에 잠

겼다.

여기서 물러나느냐.

아니면 전진하느냐.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주서천은 몸을 낮추고, 최대한 기

척을 숨겼다. 그러곤 거북이처럼 L

릿느릿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사부님 !'

내년에도 기회가 었지만, 그때도

뱀이 없을 거라는 보장은 할 수 없

만약 열네 살 때까지도 이곳을 둥

지로 삼고 있는 다면 끝이다. 유정

목은 역사대로 죽게 된다.

그 불안과 공포가 주서천에게 용기

를줬댜

주서천은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수령신과에 조심스레 접근했다.

두근! 두근!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심장

소리댜 지금 만큼은 번개가 내리치

는 것처럼 유난히 크게 들렸다.

주서천은 뱀의 눈치를 보면서 소리

죽여 이동했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

후회는 과거에 이미 여러 번 했다.

그 분함과 원통함을 아직도 잊지 못

한댜

‘어?'

앞으로 다가가자 수령신과가 비교

적 잘 보였다. 손바닥에 딱 들어올

만한 과실이었다.

그러나 멀리서 봤을 때와 다른 점

이 였었다.

‘하나가 아니라 둘?'

바로 뒤쪽에 경사가 있어서 못 봤

댜 그런데 다가가니 수령신과가 또

하나 보였다.

‘이게 웬 횡재냐!'

하마터면 웃음이 튀어나올 정도로

기뺐댜

이십 년 뒤에 낭인은 수령신과를

하나만 복용했다고 밝혔다.

추측해 보자면 아마 저 나머지 과

일은 눈앞에 뱀이 훗날 떠나면서 파

손됐었을지도 모른다.

좋아, 침착하게. 침착하게'

허리를 굽혀 손을 뻗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굴러가지 않도록 잡아

서 품에 안았다.

수령신과 하나는 무사히 회수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 역시 소리 나지

않게 조심스레 품에 넣었다.

됐다!'

웃음과 기쁨은 꾹 참고 허리를 폈

옆에 자고 였던 뱀은 여전히 움직

이지 않았다.

주서 천은 속으로 환호하며 등을 돌

렸댜

그리고 그 순간, 주서천은 얼어붙

었댜

새애애액

반개한 눈매 사이로 금안(金眼)이

보였댜 세로로 갈라진 동공에 주서

천의 얼빠진 모습이 비쳤다.

" •••••• "

숨 쉬는 것도 잊었다. 아니, 생각

이 멈췄다.

뱀이 눈을 살짝 뜬 채로 주서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살의도, 먹잇감

을 찾아 헤매는 의지도 아니었다.

어떠한 감정도 없는 것처럼, 공동

너머 지상으로 이어진 강물처럼 차

갑기 그지없었다.

머리 위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물

이댜

적어도 뱀이 홀린 물은 아니었다.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이었다.

뱀과 눈을 마주 본다.

그 눈을 보고 본 것은 아홉 살의

어린아이.

그리고 포만감과 나태였다.

뱀은 다 뜨지도 않은 눈을 몇 차

례 껌뻑이더니, 이내 홍미를 잃은

듯 머 리 자체를 옆으로 돌렸다.

머리의 무게가 상당한 듯 옆으로

돌려 눕자 공동 전체가 살짝 흔들렸

댜 그게 끝이었댜

뱀이 다시 잠든 것인지, 아니면 잠

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인지는 모

른댜 얼굴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얼음처럼 굳어 있던 주서천은 가만

히 있다가 다시 걸었다. 얼마의 시

간이 걸렸는지는 모른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질렸다.

생각 자체가 이어지지 않았다.

손에는 수령신과를 놓치지 않고 들

고 있었다.

주서천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는 뛰지도 않았고, 빠르게 걷지

도 않았다.

마치 산책하듯이 천천히 일정한 간

격으로 걸어가 수면 아래로 몸을 천

천히 담갔다.

스옥

수면 위로 머리가 올라왔다.

어린아이였다.

아이, 주서천은 바깥으로 나왔다.

분명 아까 잠영했을 때는 해가 중

천에 떴댜

그런데 지금은 해가 지며 하늘을

붉게 물들고 있었는데, 그 색이 무

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주서천은 아까와 달리 조용히 지상

위에 올라오곤, 우수에 잠긴 얼굴로

중얼거렸댜

“쌌댜 ...... ,,

* * *

주서천은 수령신과를 무사히 회수

하고 중식이 되기 전에 화산파로 복

귀했댜

딱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유정목은 석식 무렵에 회합에서 돌

아왔다.

그리고 며칠 뒤, 주서천은 고민에

빠졌댜

‘이걸 사부님께 어떻게 드리지?'

화산파에서 수령신과 같은 과실은

없댜

일단 외관부터가 범상치 않다.

크기는 일반적인 과실이냐, 그 색

이 물빛을 띤다.

한눈에 봐도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후우. 애초에 영약이라고 언질을

주지 않는 건 너무 위험하다.'

영약이라고 먹기만 한다고 다 끝나

는 게 아니다.

수령신과처럼 강력하고 거대한 기

운을 소유한 영약은 복용할 때 각별

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복

용하게 된다면 갑작스레 몸으로 들

어오는 기운에 당황하게 된다.

그럼 그 당황은 통제 불능으로 이

어져 최악의 경우 내공이 폭주해 주

화입마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그 '

어떻게 말해도 의심을 피할

없다.

수는

이만한 영약을 돈으로 사려면 최소

천금 정도는 들어야 하고, 길가에서

주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정파의 제자로서 누군가에게

홈쳤다라고 할 수 없지 않는가. 애

초에 그런 실력도 없고 말이다.

주서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꿍꿍 앓으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

"무슨 고민이라도 있느냐?"

유정목은 그런 제자의 고민을 얼마

가지 않아서 눈치겠다.

“사, 사부님!"

"요 며칠 동안 얼굴에 근심과 고민

이 가득하더구나. 혼자 고민했는데

도 풀리지 않는다면 때로는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단다.”

유정목은 언제나처럼 주서천의 머

리를 쓰다듬었다.

“끄옹.”

주서천은 겉모습은 아이지만 속은

노인이다.

나이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또

무공의 깨달음으로 보나 유정목보다

몇 수 위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회귀를 했건 말

건 간에 유정목 앞에만 서면 정말로

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유정목 앞에선 무엇을

숨기기가 예전부터 참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회귀한 이후

괜한 의심을 피하고 눈에 띄지 않으

려고 뻔뻔스럽게 거짓을 고했다.

연기력도 상당히 수준급이라서 다

들 껌뻑 속아 넘어갔다.

눈앞의 한 사람, 유정목만 제외하

고.

‘그레 의심을 사고 추궁을 받아도

어쩔 수 없어.'

주서천은 각오한 듯 침을 꿀꺽 삼

켰댜

‘사부님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만약, 영약 복용 기간이 오늘까지

였다면?

그 생각이 들자 등골이 오싹해졌

물론, 과한 생각일지도 모른댜 주

서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과한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만약'이라는 것이 무척

마음에 걸렸다.

주서천은 용기를 내 품 안에서 수

령신과를 꺼냈다.

“사부님, 이걸 복용해 주시지 않겠

습니까?"

“그게 무엇이냐?"

“영약입니댜'’

주서천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

했댜

‘하'

속으로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홀러나왔다.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며칠 동안 똥 마려운 것처럼 꿍꿍

앓더니만, 갑자기 영약을 꺼냈다.

그러곤 다짜고짜 그걸 복용하라고

했댜

누구라도 어이없어한다.

” .. .. .. 중 ” 古·

유정목이 침음을 홀렸다. 그 올곧

은 시선은 주서천이 손에 쥐고 있는

물빛 과실 , 수령신과로 향했다.

잠시간의 고요.

그리고 고요를 끊은 건 유정목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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