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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전생-6화 (6/254)

6화

第四章수중동굴(水中洞窟)

유정목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합

에 나갔다.

“아마 나홀 정도 뒤에 올 게다. 다

녀오마.”

“다녀오십시오, 사부님.”

주서 천은 공손하게 인사하며 유정

목을 배웅했댜

좋아, 오늘이댜’

나홀이 면 충분하다. 수중 동굴의

위치는 물론이고 수령신과가 어디에

자랐는지도 알고 있었다.

조금 피곤하겠지만 나홀이 아니라

사흘 만에 화산파로 다시 돌아올 수

있댜

주서천은 유정목이 하산하고 정확

히 두 시진 뒤에 화산파를 몰래 떠

났댜

‘속가제자들, 특히 그 꼬맹이들 덕

분에 이렇게 몰래 빠져나가는 건 그

다지 어렵지 않단 말이지.'

속가제자들은 대부분 돈 많은 상인

의 자식이거나, 혹은 지체 높은 양

반들의 귀한 집 자제들이다.

그리고 그들 중 나이가 어린아이들

은 대부분 인내심이 그다지 많지 않

아 공동생활이나 규율에 답답함을

느껴, 틈만 나면 땡땡이나 도주할

궁리를 한다.

그중 제일 대표적인 건, 화산파의

외진 곳의 낡은 벽 아래에 구멍을

파서 몰래 빠져나가는 방법이었다.

보통 이 구멍을 통해 바깥에서 술

도 마시고 여자도 안는 등 일탈 행

위를 하고 다시 돌아오곤 했다.

참고로 이 비밀(?)의 통로는 사실

화산파도 잘 알고 있었으나, 그냥

못 본 척 묵인해 주고 있었다.

어차피 속가제자들은 보통 짧으면

일 년, 길어 봤자 삼 년 정도 후예

수련을 끝내고 하산한다.

곧 떠날 터이고, 이걸 묵인해 주지

않았다가 괜한 앙심을 품고 말썽올

부린다면 그게 더 골치다.

특히나 지체 높은 신분이라거나,

돈을 많이 지불했다면 아무리 속가

제자라 해도 막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통로는 그냥 내버려 두되,

혹시 모를 외부의 침입 등이 신경

쓰여서 고수를 몰래 배치해 감시시

키게 했댜

즉, 당사자들만 모르고 문파 내 제

자들이라면 누구라도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본산제자들도 이 통로를 종종 애용

하긴 했지만,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스승에게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에

속하는 속가제자들과는 달리 본산제

자들은 스승의 눈치가 보였다.

그만큼 주서천에게 있어서 오늘과

같은 날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거

의 일 년에 한 번꼴 정도다.

아직 오 년이란 세월이 남았지만,

결코 여유가 있는 건 아니 었다.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나가야만

한댜

참고로 오전 일과, 낙안지옥도 걱

정할 필요는 없다.

한참 신경 쓰여야 할 초기에야 빼

먹는 것이 아닌지 눈을 붉히고 조사

하지만, 일 년 넘어 낙안지옥의 왕

복이 익숙해질 때쯤이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련동을 목표로 낙안지

옥을 통과하는 제자들의 숫자가 워

낙 많다 보니 그렇다.

세세하게 신경 쓸 수 있는 건 정

말 어릴 때 정도와 입문한 지 별로

되지 않을 때다.

* * *

주서천은 눈에 띄지 않도록 몇몇

속가제자들과 함께 비 밀 통로를 통

해서 하산했다.

유정목뿐만 아니라 꽤나 많은 중진

들이 정기 회합에 참석했기에 상당

히 많은 제자들이 몰래 냐왔다.

그 덕에 근처에 있을 거라고 예상

되는 고수들에게 제지받거냐 하지는

않았댜

들고 나온 건 벽곡단 등 필수품

몇 개 정도와, 어릴 적부터 모아 온

용돈 몇 푼이었다.

“하, 이게 얼마 만인지!"

주서 천은 하산하자마자 밝게 웃으

면서 크게 심호흡했다. 실로 오랜만

에 맡는 화산의 바깥 공기 였다.

회귀 이전에는 화산오장로가 된 이

후 업무가 있어 내려올 일이 극히

드물었다.

회귀하고 난 뒤에는 강제적으로 바

깥에 나가지 못했으니 당연히 정문

근처에도 가 보지 못했다.

“춥군.”

후우.

입을 열자 허연 입김이 나온다.

뒤를 돌아보니 동매가 보였다.

”으, 이 추위에 수영을 해야 하다

니 . ”

주서천이 질색한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댜

하필이면 겨울. 시기는 최악이었다.

주서천은 방한의(防寒衣)의 매무새

룰 다듬은 뒤, 주머니에 돈이나 물

품을 재확인했다.

그다음에는 화음이 있는 북쪽을 향

해서 경공을 펼쳤다.

‘암향표(暗香臘)!'

주서천은 매화권이나 매화기공 외

에도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 다른

무공을 수련하곤 했다.

그중 하나가 암향표로, 화산의 대

표적인 경공이다.

원래라면 열셋에서 열네 살은 되어

야 배울 수 있지만, 지금의 주서천

에게 있어선 그런 건 무의미하다.

이미 화산파의 무공은 장문인에게

만 허락된 자하신공까지 알고 있었

화음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 렸다.

”헉헉, 젠장.”

경공을 배운 건 좋지만, 애석하게

도 경공에 소모되는 내공은 검법이

나 보법보다 많은 편이다.

주서천은 동년배 중에서도 내공이

제일 많았으나, 그렇다고 하루 종일

경공을 펼칠 정도는 아니 었다.

정말 많이 지치고 힘 들었지만, 그

래도 시간은 제한되어 있었기예 걸

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덕에 예상

한 시간의 범위를 별로 벗어나지 않

고 도착했다.

“그래도 도적 들을 만냐지 않았으니

운이 좋았어.”

섬서는 구파일방 중 화산파와 종남

파(綜南派)의 거점인 지역인 만큼,

치안만큼은 우수한 편에 속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우수한 거지, 완

벽한 건 아니다.

산적이나 도적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일부러 가진 게 없다는 걸

보여 주려고 위장까지 했다.

다섯까진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겠

지만, 그 이상은 체력이나 내공이

부족해서 무리라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주서천에게도 이번 일은 약

간 도박이었다.

여하튼 간에 주서천은 화음에 도착

하자마자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저

잣거리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바로

마울올 빠져나왔다.

혹시라도 괜한 시비라도 컬리면 체

력만 소모한다.

아이의 경우 얕보는 경우가 많고,

강도의 표적이 되기가 쉬워 식사도

일부러 객잔에서 하지 않았다.

어리면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일단 준비 운동부터.”

목적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었었다. 수중 동굴로 가는 길 자

체가 기억하기 쉬운 외진 곳에 있

고, 길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서

헤매지 않았다.

“하, 정말로 들어가고 싶지 않구

나. ”

수중 동굴까진 굳이 수공(水功)을

익히지 않아도 잠영(潛泳)을 통해서

갈 수는 있다.

일반인이라면 도중에 숨이 막혀 목

숨이 위험하겠지만, 심폐 능력이 몇

배나 뛰어난 무인의 경우는 예외다.

굳이 성년이 아니라 아이라도 충분

히 갈 수 있었다.

그동안 이 장소가 오랫동안 발견되

지 않았던 건 정말로 외진 곳인 데

다 근처에 아무것도 없어서 그렇다.

애초에 일반인이 아닌 무인이 미치

지 않는 이상 이런 곳까지 와서 잠

영으로 동굴에 갈 리가 없다.

이십 넌 뒤에 이곳을 발견한 낭인

도 강에 빠졌다가 정신을 잃어 운

좋게 수중 동굴로 흘러들어 갔을

뿐.

“하냐, 둘. 하나, 둘.”

주서천은 준비 운동으로 근육을 충

분히 풀어준 뒤에야 품 안에서 소지

품을 꺼내서 근처에 숨겼다.

이 외진 곳까지 올 사람은 없지만,

들짐승이 가져갈지도 모르니 구덩이

를 만들고 흙을 덮었다.

"부디 얼어 뒤지지만 않기를!"

풍덩!

주서천이 강 아래로 뛰어들었다.

수면이 위로 치솟았다가 떨어지며

크게 출렁였다.

‘육시랄!’

잠수하자마자 욕을 안 할 수가 없

었댜

발끝부터 시작해 머리까지 파고드

는 차가움. 찬 정도가 아니라, 뻣속

까지 시리고 아파 왔다.

한겨울에 바깥에서 알몸인 채 냉수

로 몸을 한 차례 씻고 얼음을 피부

에 문대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주서천은 입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속으로 크게 후회했다.

‘마음의 준비를 좀 더 하고 올걸!'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주서천은 그 마음을 꾹 참

았댜

이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의 고

통을 결국 두 번이나 겪을 뿐. 변하

는 건 없다.

무엇보다 잠수를 무한히 할 수 있

는 게 아니다. 체력의 한계가 있으

며, 한 번의 잠수만으로 이미 상당

히 소모해서 재시도할 때 도리어 더

힘들지도 모른다.

‘정신 차려, 이 멍청아! '

다시 한 번 살아갈 기회를 얻었으

나, 역시 천성을 버리지 못하나 보

회귀 이전에도 그렇게 대단한 위인

은 아니었다. 해서 잘되지 않았고,

힘들면 변명하고 포기하기 바빴다.

‘이까짓 고통으로 사부님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다! 설사 지

옥에 떨어진다 하여도 구하겠다!'

눈을 번찍 뜨고 이를 꽉 깨물었다.

평생 동안 가족이라 부를 수 있었

던 유일한 사람.

고아였던 자신을 구해 주고 무공을

가르친 스승.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바보 같고

멍청한 제자를 사랑해 주고, 자상하

게 웃어 주었던 소중한 사람이다.

주서천은 유정목의 미소를

으로 떠올리며 잠영에 힘을

머릿속

박찼댜

* * *

수면 위로 떨어졌다.

둑둑

물방울이

부글부글.

고요하기만 했던 수면이 갑작스레

끓기 시작했고, 수면 너머로 시커먼

그림자가 고속으로 솟구쳤다.

"푸하!”

주서천이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자

마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물도

함께 들어갔지만 상관없었다.

멸문록, 콜록!"

주서천은 물을 마구 토해 냈다. 그

리고 시원한 공기를 폐 깊숙이 들이

쉬었다가 내뱉었다.

딱딱딱!

주서천이 덜덜 떨면서 이를 부딪치

는 소리였다. 그의 안색은 시체처럼

창백했댜

“지, 지, 진짜 웨, 웨질 뻔했네

.. .. .. ”

주서천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더듬었다.

그는 이미 물 바깥으로 뛰쳐나와

주변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바닥에

누워서 숨을 골랐다.

수중 동굴까지 오는 길은 다행히

헤매지 않았다.

공기도 생각보다 부족하진 않았다.

버틸 만했다.

내공 덕에 심폐 능력이 일반 성인

남자보다 높다.

그러나 물이 생각 이상으로 차가웠

이 추위가 정말 상상 이상이었던지

라 끔찍했다.

“이, 이, 이러다가 도, 동사하겠

어 . ”

주서천은 쏟아지는 잠을 참기 위해

뺨을 꼬집은 뒤, 감각이 잘 느껴지

지 않는 몸을 손으로 주물렀다.

그리고 곧바로 운기조식을 통해 내

공으로 냉기를 몰아내고 열기를 최

대한 끌어 올렸다.

효과가 있는 듯, 주서천의

점차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아 ....... "

나1:!.l 으

77L

주서 천은 가부좌를 풀고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이리도 나약하다니!'

어린아이의 몸과 내공을 너무 우습

게 봤댜 생각 이상으로 버티기가

힘들었댜

회귀 이전에 왔을 때는 전혀 아무

렇지 않았던 기억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시간이 그다지 별로 없다. 얼른

수령신과를 회수해서 돌아가자.'

여전히 미치도록 추웠지만 죽을 정

도는 아니었다.

주서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을

따라 쭉 걸었다.

뚜벅뚜벅.

고요했던 동굴이 주서천의 발걸음

소리로 메아리치며 가득 찼다.

‘음, 어둠을 걱정했는데 이끼가 있

어서 다행이야.'

그다지 밝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발광하는 이끼가 바위 곳곳에 자라

나 길을 밝혀 줬다.

만약 이 이끼가 없었다면 동굴 벽

에 몸을 기대 조심하며 앞을 걸어야

했을 것이다.

내공을 끌어 올려 안력(眼力)을 높

이면 앞이 보이긴 했겠지만, 지상으

로 돌아갈 내공을 남겨 둬야 했다.

시간이 약 일각 정도 홀렀을 무렵.

두 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는 공

간이 점차 넓어졌고, 길이 끝나며

백 명 정도 수용 가능한 공동이 나

타났댜

공동 또한 지나왔던 곳처럼 수많은

이끼들로 가득했고, 은은한 빛이 모

여 상당한 밝기를 자랑했다.

“찾았…… 흡!"

주서천이 반색하며 소리를 내다가

숨을 삼켰다.

그러곤 몸을 낮춰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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