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전생-5화 (5/254)

5화

‘사부님께서는 어릴 적부터 몸이

좀 약했을 뿐이라며 그냥 넘어갔지

만, 생각해 보면 이상했어.’

애초에 무인이 병약하다는 것이 이

상하댜

내공심법이란 건 곧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주는 것.

그걸 연공한 무인이 일반인과 비슷

할 정도로 잔병을 자주 겪는다는 건

뭔가가 어긋난 것이다.

배를 굶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씻

지 않아 청결을 유지 못 하는 경우

도 아니었다.

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 수면 시

간을 맞춰 가며 대자연의 기를 호흡

하는데 건강하지 않을 리 없다.

설사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다고 해

도 그 체질은 진작 고쳐지고 끝냈어

야 한다.

물론 나이를 먹으면서 천수를 거의

다 누렸거나, 혹은 과거에 크게 내

상을 입었을 경우는 제외다.

하지만 유정목은 어떠한 경우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간단하다.

‘체질이 아니라, 질병에 걸리셨던

거지.'

병 이 얼마나 잠복하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또한 그 병에 대한 정체도 모른다.

심지어 이 병이 선천적인 건지 후천

적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나 이 병은 스승의 몸을 조금씩,

천천히 갑아먹다가 끝내 오 년 뒤,

그 목숨까지 집어삼킨다.

유정목이 큰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

을 주서천이 알게 되는 건 이미 그

의 건강이 많이 악화된 뒤 였다.

‘그때 그 무기력함이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어느 날, 스승이 고열을 홀리며 쓰

러졌댜

급히 의원을 불렀으나 절망적인 소

견을 냈다.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병이

잠복한 지는 꽤 된 것 같습니다. 지

금까지 이 런 증상을 보인 적은 없었

는데·… · ·.'

참고로 유정목은 어릴 적부터 워낙

자주 잔병을 달고 살았다 보니 의원

의 신세를 정말 많이 졌다.

정기적으로 검진받았지만 쓰러지기

전까진 어떠한 증상도 발견되지 않

았었댜

결국 유정목은 며칠 뒤에 유언 하

나 남기지 못하고 정신을 잃은 채

세상을 떠난다.

‘기필코 막아야 한다 ! '

회귀 이후 스승을 보자마자 펑펑

울었댜

그만큼 유정목의 촌재는 주서천에

게 있어서 특별했으며 또 소중했다.

유정목을 죽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면서 회 귀 뒤에 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하고, 되뇌었다.

스승을 살리는 것 . 그게 첫 번째

할 일이댜

‘그다음은 약 육 년 뒤. 지학(志學:

15세) 때였나.'

그리고 유정목을 떠나보내고 일 년

중원 무림 역사의 획을 긋는 사건

이 일어난댜

‘삼안신투(三眼神倫)의

庫)!’

비고(秘

지금으로부터 삼백 넌 전, 강호 무

림을 넘어 중원 전체에서 명성을 떨

친 전설적인 도둑이 있었다.

그 도둑은 무언가를 홈치 면 항상

세 개의 눈이 그려진 문장을 남겼

댜 그래서 삼안신투라 불리게 됐댜

삼안신투는 등장 이후 약 백 년

가까이 활동했으나, 그 누구도 삼안

의 문장 외에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백 년이 덜돼서 삼안신투의

활동이 멈추자, 관부는 삼안신투를

추포했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공표를 믿지

못했댜

근 백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삼

안신투는 관부 외에도 각종 무림 세

력을 포함하여 수많은 추적을 받았

하지만 정파, 사파, 마교, 혈교. 심

지어 그 황궁조차도 삼안선투를 추

적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삼안신투가 어딘가에 홈

친 것을 숨겨 두고 자연사했다고 생

각했댜

이후에 그 비고를 찾는 사람들은

줄을 이었지만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육 년 뒤, 그 전설의 비고

가 발견되어 세상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가 오기 전에 먼저 가서 털어

야 한다!'

미래에서 삼안신투의 비고가 발견

되자마자 온갖 사람들이 보물을 노

리고 벌 떼같이 몰려들었다.

전란의 시대가 열리지는 않았지만,

그에 준할 정도로 피비린내 나는 혈

투가 벌어져서 엉망진창이 됐다.

그리고 마지막엔 보물을 다 회수하

기도 전에 기관을 잘못 건드리는 바

람에 비고가 무너져 내리면서 끝이

났댜

그렇게 되기 전에 선수를 쳐야만

했댜

‘하지만 문제는 육 년 뒤에도 내가

나가지 못했다는 거야.'

중원에서 지학은 성년이지만, 화산

파에선 성년이 됐다고 자유롭지는

못하댜

화산파에서 강호로 나가려면 정말

특출 난 경우가 아닌 이상 약관 정

도 돼서야 허가가 나온다.

이는 애써 키운 제자가 강호에 나

갔다가 어이없게 죽게 하지 않기 위

해서댜

그래서 좀 더 철저한 준비를 시키

기 위해 약관의 나이까지 무공을 수

련시키고 강호에 내보냈다.

‘어떻게 해야 할까?'

* * *

다시 두 달이란 시간이 홀렀다.

그동안 일 년의 내공을 더 쌓을

수 있었다.

주서천의 내공은 총 이 년 하고도

반년 치였다.

"회귀 이전에도 느꼈지만 정말

로·… ... "

축기의 속도에 몇 번이 나 감탄하게

된댜

정파의 무공을 보통 정공(正功)이

라고 한다.

정공은 우선 안전하다. 수련을 올

바르게(正), 정석대로만 한다면 주

화입마(走火入魔)의 가능성은 적다.

그 대신 내공이 쌓이는 속도를 비

롯하여 수련 속도가 매우 느렸다.

그에 반면 마공(魔功)은 축기나 수

련 등 모든 면에서 반칙이라 칭해질

정도로 빠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 마공은 그 대신에 부작용이 너

무 많댜 괜히 마공이 아니댜

예를 들어서 마성에 물들어 광인이

되거나, 인육을 하거나, 성욕이 비정

상적으로 높다거나. 부작용만 해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다양

하다.

한데 매화생공은 정공인 주제에 마

공의 축기 속도와 같다는 특징을 지

니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공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준마공이

라고 칭할 정도는 된다.

“후,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

군. ”

주서천은 하루 일과를 끝나고 유시

(酉時: 17시 ~19시) 무렵에 스승의

거처로 향했다.

문 앞에 선 주서천은 들어가기 전

에 옷에 묻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

몸가짐을 확인했댜

"코로 1 코로I"

근2-, . 근크-,.

움찔 .

" ...... ,." •

주서천은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크

게 떴다.

방금 전, 문 너머에서 들렸던 목소

유정목의 기침 소리였다.

‘사부님 ...... !'

회귀 이전, 죽기 전까지

없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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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

냐이를 먹고도 의지했던 사람.

‘아홉 살의 해, 아직 때는 아니다. '

유정목의 남은 수명은 오 년 .

하나 ‘오 년이나’ 가 아니라 ‘오 년

밖에’댜

자고로 병이란 건 일찍 발견되어

초기에 조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늦어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정확히 어떠한 병인지도 모르니,

최악의 상황에는 지금 당장 손써야

할 수도 있었다.

주서천은 근 두 달 동안 무공을

성실하게 수련하면서도 끊임없는 고

민을 했다.

‘역시 신의에게 진료를 봐 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신의(神醫)

의술의 경지가 명의(名醫)를 넘어

당대 최고의 의원. 그야말로 살아

있는 전설이다.

정말로 이 전란의 시대에는 고금

이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수들

과 기인들이 가득하다.

신의 역시 그중 한 사람이며, 전란

의 시대 도중 사망하여 이름을 남기

고 사라진다.

‘하지만 신의를 어떻게 부르지?'

신의는 마음대로 오라 가라 할 수

없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신의는 한때 괴의(怪醫)

라 불렸을 정도로 성정이 괴팍한 자

여서 마음을 얻으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심지어 협박을 해도 결코

통하지 않는다.

과거 몇 차례 무림맹주나 그 외에

장로들의 부탁을 들어주기는커녕 무

시한 유명한 일화도 있었다.

‘분명 신의가 희귀한 의서(醫書)에

환장한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기는

하는데·… ... '

신의는 의학의 정점에 선 위인인

만큼, 그만큼 다양한 의서를 수집하

여 낭독하고 있다.

그 양이 얼마나 많냐면, 중원의 의

서는 모두 신의가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었을 정도였다.

의서라서 다행이지 만약 그게 무공

서적이었다면 아마 신의를 중심으로

피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렇다 보니 신의는 본

인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의서라

면 환장을 한다.

실제로 신의의 진료를 받기 위해

의서를 구하는 자들은 상당히 많으

며, 그 덕에 그렇지 않아도 값비싼

의서는 신의의 등장으로 인해 폭등

하게 됐다.

‘의서가 화산파의 서고에 있다고

소문을 낼까?'

나쁘지는 않은 방법이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신의가 소문만 듣고 바로 움직일

리는 없었다.

‘ ••••••• ’

그 외의 방법을 떠올려 보지만 이

렇다 할 답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

댜 그동안 제법 여러 고민을 했댜

제일 확실한 방법은 삼안신투의 비

고댜

육 년 뒤, 비고의 촌재는 무림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는 신의조차도

움직이게 한다.

확실히 비고에 숨겨져 있는 의서라

면 진료는 물론이고 치료까지 부탁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너무 어려 행

동의 제약이 붙어, 마음대로 사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었다.

비고의 위치는 화산에서 제법 거리

가 꽤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무공

이 아직 약해서 많은 문제가 된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강호에 나갔다

가 산적이나 낭인에 의해서 어이없

게 목숨을 잃을지 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이러한 경우를 상정

하고 화산파가 눈 뜨고 감시하고 있

으니 무리다.

‘신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

만 대체 몇 번이나 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상황이 상황인지라 미래에 있을 일

들을 동원해 봐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무능력함에 화가 났다.

주서천은 정신을 가다듬고 분노를

잠재운 뒤, 다시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려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다.

‘신의가 제조한 단약 같은 건 없

나?’

신의는 의학에 관해선 전부 정점에

서 있댜 제약(製藥) 능력 또한 그

사이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그 약은 당연하다시피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의 고가로 거래된

댜 신의의 약이니 당연했댜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 것 중 하

나댜

수중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니 이

것도 불가능.

‘잠깐, 굳이 신의의 단약일 필요는

없잖아!’

주서천이 무릎을 탁 차고 벌떡 일

어났댜

‘영약(靈藥)이 었다!'

영약이란 건 자연의 기나 정수를

담고 있는 약으로, 보통 무인에겐

내공 증진을 가져다준다.

그렇지만 애초에 ‘약'이기에, 경지

를 높이는 등 강해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치료의 목적으로 쓰인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주서천은 머리를 두들기며 자신의

멍청함을 꾸짖었다. 지름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고 있었다.

‘어디 보자, 영약이 발견된 게 몇

가지 있었는데 . '

과거의 기억을 정리하면서 떠올려

다 봤다.

생각나는 건 세 가지에서 네 가지

정도.

그리고 마침 그중 하나가 화산 근

처에 있었다.

‘수령신과(水靈信果)!'

발견된 건 약 이십 년 정도 뒤.

전란의 시대일 때다.

어떤 낭인이 전쟁 도중 치명상을

입고 도주하다가 그만 강물에 빠져

급류에 휘말리게 된다.

하나 그 낭인은 운 좋게도 급류를

타고 아무도 모르는 수중 동굴에 도

착하여, 기연을 겪게 된다.

신기하게도 수중 동굴 안에는 어떠

한 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그 나

무에서 열린 열 매 가 바로 수령신과

그 낭인은 수령신과를 복용해 이후

내공이 크게 증진하여 덕분에 천하

백대고수의 반열에 오른다.

그야말로 기연 그 자체였다.

‘다행이다, 지리적으로도 가깝다! '

수중 동굴이 위치한 곳은 화산에서

북쪽으로 좀만 더 가면 나오는 화음

(華陰)이라는 동네다.

그 근처에는 산서와 하남, 그리고

화산이 있는 섬서의 경계선인 강이

있댜

경공을 사용하거냐 말을 타고 꾸준

히 이동하면 채 하루도 되지 않는

거리에 었어서 좋다.

이 낭인이 워낙 말하기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위치가 워낙 유명해져

미래에는 관광 명소처럼 될 정도였

무엇보다 화산파 역시 혹시 수령신

과가 또 없나 싶어 강 근처의 동굴

을 이 잡듯이 뒤져 조사한 적이 있

었댜 그 덕에 주서천도 나름 자세

하고 알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조사 이후에 동굴

이 몇 개 발견됐으나 수령신과는 물

론이고 나무도 발견되지 않았다.

‘삼류 수준의 낭인을 순식간에 천

하백대고수까지 오르게 해 준 영약

이댜 가능성은 충분하댜'

특히나 그 낭인은 영약의 복용 이

후 엄청난 내공을 손에 넣었다고 한

그 정도 기운이라면 유정목의 질병

또한 내공으로 눌러서 해결할 수 있

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 그동안 삼안신투의 비고에만

눈이 가려져 있었군. 좀 더 다양하

게 보는 시각을 가져야겠어.”

주서천은 그동안의 행동을 반성했

‘분명 사부님께서 일주일 뒤에 정

기 회합에 참석한다고 하셨으니, 그

때가 기회다.'

정기 회합은 약 삼 일에서 오 일

정도 한다.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

하댜 이때가 기회였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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