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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전생-4화 (4/254)

4화

第三章매화우무(梅花友無)

수련동.

“주서천!”

"예 ! "

화산파의 삼대제자이자 낙안지옥의

교두인 철웅(鐵雄)의 부름에 주서천

은 힘찬 대답과 함께 나갔다.

“어제 부로 매화기공을 오성 달성했

다고 들었댜 맞느냐?"

"예, 그렇습니댜"

“그렇다면 네놈도 오늘부터 권법

수련에 동참한다.”

매화기공의 오성을 달성하기 전까

지의 육체의 단련은 낙안지옥의 왕

복과 마보(馬步) 정도로만 끝난다.

그리고 약 일 년에 걸쳐 매화기공

의 오성을 달성할 때 즈음, 육체 수

련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매화권(梅花拳)을 가르쳐 주겠

댜"

"예, 알겠습니댜"

화산의 자랑은 검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무공이 전무한 건 아니다. 검

법만큼은 아니지만 있긴 하다.

대부분 난해하지 않고 간단한 편에

속하며, 검을 쓰지 않을 경우를 대

비한 호위이며 기초기다.

"강호에는 백 일창(百 日槍), 천 일도

(千日刀), 만일검(萬日劍)이라는 말

이 었다.”

병기를 다루고 익힘에 있어 검을

익히는 것이 가장 힘들고 시간이 많

이 든다는 걸 비유하는 말이다.

"권법 또한 화산의 정수가 담겨 었

으니, 검법을 배우는데 있어 좋은

기초가 될 게다. 그러니 불만하지

말고 따르도록!"

철웅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서천은 군소리하지 않고 권법 수

련에 합류했다.

‘호, 보통은 화산의 검을 먼저 접

하지 못한다며 실망하기 마련인

데…… 자세가 좋군.'

철웅이 그 뒷모습을 보고 속으로

작게 감탄했다.

이후, 주서천은 일상에 조금 변화

가 생겼다.

새벽에 일어나 매 화나무 근처에서

꼭 운기조식을 했다. 다만 그게 조

금 눈길을 끌었다.

사대제자 대부분은 아직 성년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뿐이었다. 자고로

아이란 건 호기심이 많은 법이다.

그런 아이들의 사회 속에서 매일

혼자 매화나무예 앉아 운기조식을

하면 당연히 눈에 띈다.

"야, 매화우무(梅花友無).”

운기행공을 막 끝내고 눈을 뜨니

웬 일련의 무리가 찾아와 있었다.

다들 동년배 정도의 아이들뿐이었

“너 매화밖에 친구가 없다며?"

킥킥!

“자고로 아이만큼 순수한 악(惡)은

없다 하였다.”

주서천 이 몹시 슬픔에 잠긴 얼굴로

중얼거렸다.

멜래?"

딱 봐도 아이들 무리를 이끄는 대

장 꼬마가 그 말을 듣고 뭔 개소리

를 하냐는 표정을 지 었다.

주서천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 우수에 잠긴 눈으로 말을 이었

"보통 이럴 때는 형이 너희들 상

대하기 귀찮으니 좋은 말할 때 가

랴' 라고 말하겠지 . ”

"뭐?"

“하지만 그래도 분명 너희는 나에

게 시비를 걸 거야. 세상이란 그런

증오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 연쇄가 일어나기 전

에 끊도록 하겠다. ”

아이들에게 있어 주서천의 말은 어

려웠다.

자고로 아이의 사회에서 말을 어렵

게 하면 잘난 척한다, 재수 없다고

보이기 마련이다.

그들은 처음에 혼자 있는 주서천을

조금 놀리려 왔으나, 그가 이렇게

나오니 점차 기분이 나빠졌다.

“오라, 이 악적들이여 ! 이 주먹, 그

증오의 연쇄를 끊도록 지금까지 매

화권을 연마해 왔다!"

주서천이 지면을 박차고 몸을 날렸

그다지 빠르지는 않았다. 이제 막

매화생공과 매화권을 시작했으니 당

연한 일이다.

”뭐, 뭐야. 이 미친놈은!"

대장 꼬마가 당혹스러워하면서 날

아오는 주서천을 향해 주먹을 날렸

댜 상당히 빠른 속도였댜

“하하"

주서천은 재미있듯이 웃으면서 가

볍게 피해 냈다.

속도와 힘은 대장 꼬마가 위지만,

그래 봤자 아이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주서천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어떤 움직임을 할지, 어떻게 공격

을 해 올지 눈에 뻔히 보였다.

"허?"

국 •

대장 꼬마가 기겁하며 몸을 급히

돌렸으나, 이미 늦었다. 주서천은 대

장 꼬마의 가슴을 발로 후려쳤다.

격!"

대장 꼬마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주서천이 고개를 끗끗하게 세우고,

슬퍼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강호의 주먹이다.”

멜라는 거야, 방금 그건 발차기잖

아!"

원래의 주서천은 상당히 조용하고

얌전한 편이었다. 중압감 같은 것에

억압되어 살아와서 그렇다.

평생을 수련하느라 그럭저럭 보냈

고, 중년이 됐을 때 즈음에는 눈치

만 보다 살아서 음침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회귀 후에 그 성격이 좀

변했댜 정확히 말해선, 억압된 걸

모조리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새로운 삶에선 좀 더 자유롭게. 근

데 그게 좀 어처구니없게 이상한 방

향으로 가 버렸다.

”젝젝…… 저 미친놈 잡아!"

대장 꼬마가 복부를 부여잡은 채

소리쳤댜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와아아, 하

고 소리를 지르면서 주서천에게 덤

몄댜

“하하, 매화권이다! 매화권을 받아

라!"

주서천이 오냐, 하면서 아이들을

상대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의 입장에서 아

이들과 싸우는 것은 그저 소꿉장난

에 불과했댜 아이들은 나름대로 전

력을 다했던 것 같았지만 주서천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의 움직임은

너무 단조롭고 쉬워서 눈을 감고도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주서천은 덤벼오는 아이들 사이를

추어(,報魚: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유린했다.

”으아아악!”

“꾸웨엑!"

아이 들이 비명을 홀 리며 대거 나가

떨어졌다.

주서천은 그 아이 들을 보고 자상하

게 웃었다.

“이 아저씨랑…… 비밀 친구 할

래?"

"히이이익!"

그곳에 광인 (狂人)이 있었다.

아이, 특히 어린 남자아이에게 있

어 ‘싸움에서 졌다.’ 라는 건 무척이

나 수치스러운 사실이다.

만약 그 싸웠던 상대가 나이도 어

리고 체격도 작으면 더더욱 그렇다.

주서천에게 시비를 걸었던 아이들

은 그게 부끄러워서 그에게 된통 당

한 걸 굳이 말하고 다니지 않았다.

사대제자 중에서 막내인 데다가 또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단

체로 덤렸다가 손도 못 대고 당했

댜 그게 알려지면 체면이 말이 아

니다.

반대로 주서천이 혹시라도 누군가

에게 말을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노

심초사하며 그를 지켜봤다.

"호흐, 아이들이 그렇지 뭐.”

그 덕에 이 소란은 크게 커지지

않았고, 주서천 입장에서도 눈에 띄

지 않을 수 있어서 크게 만족했다.

“그래도 반성하자. 참지 못하고 그

만 욱해 버렸네. 몸이 어려져서 그

런지 나이도 거꾸로 먹은 기분이

야."

주서천은 스스로를 반성하면서도,

얼마 전 일을 떠올리면서 흐뭇하게

웃었댜

이렇게까지 자유롭게 날뛴 적은 또

처음이었다. 회귀 전에도 이런 막무

가내인 적은 없었다.

“그럼 방해꾼도 없으니 다시 수련

에 집중할까.”

참고로 대장 꼬마 등 시비를 걸어

왔던 아이들은 동년배 무리 중에서

도 제일 높은 위치에 속했다.

그들은 혹시라도 주서천이 무용담

을 펼칠까 봐 신경 쓰여,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려는 아이 들을 사전에

막았댜

그 덕분에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

지 않고 혼자서 매화나무 근처에서

수련을 할 수 있었다.

* * *

매화생공을 운기하고, 매화권을 배

운 지 어언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

“하하!”

그 시간 동안 얻은 결과물은 굉장

했댜

“무려 반년 치 내공을 한 달 만에

쌓다니 ! ”

매화생공의 축기 속도가 장난이 아

니었다. 매화와 함께 호흡한 덕에

반년 치 내공을 쌓는 데 고작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에 단전을 완성했고,

매화기공의 오성을 이루는 데까지

운기조식해서 일 년 치를 쌓았다.

그런데 그중 반을 고작 한 달 만

에 이루었다. 기쁘지 않다면 그게

이상하다.

지금 주서천의 내공은 일 년 하고

반년 치였다.

"매화권도 이 정도면 되려나.”

주서천이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쐐액!

매화권에 대해서는 이미 교두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몸에 숙련되지 않았던 것뿐이지,

몇 번 집중해서 수련하니 채 한 달

도 되지 않아 거의 다 익혔다.

회귀 전에는 일 년 가까이 걸렸던

것 같은데, 그걸 한 달도 되지 않아

서 손발처럼 다룰 수 있게 됐다.

‘음, 남은 건 지루한 반복뿐이구

나.’

정신적인 깨달음에 따른 이해도가

있다 하여도 그걸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전설상에서냐 나온다는 천무지체

(天武股體)가 아닌 이상, 무리를 하

면 몸이 따라 주지 못한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아홉 살 어린

아이의 육체다. 괜히 욕심을 부렸다

간 신체가 망가진다.

만약 몸만 따라 줬다면 매화권이고

뭐고 어디 검이라도 훔쳐서 검법부

터 수련했을 것이다.

그럴 수 없으니 별수 없이 차근차

근 단계를 밟아 가면서 매화 권법을

펼쳐 몸을 단련시켜야만 했다.

참고로 주서천 입장에서 느린 거

지, 남들이 보기엔 미 칠 정도로 빠

른 속도였다.

원래 처음에 배울 때는 천재가 아

닌 이상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

니 느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계획의 검토나 해야겠어.'

매화권은 굳이 생각을 하지 않아도

펼칠 수 있다.

거의 무의식이라 할 수 있을 정도

의 경지다.

굳이 구결이나 권로(拳路)를 생각

할 필요 없었다.

주서천은 그 대신 앞으로 었을 미

래의 일 몇 가지를 되뇌며 정리했

“정말로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나

에게 일어냐는 일들 중 제일 먼저

기억에 남는 건…….”

주서천의 얼굴에 검은 그늘이 꼈

앞으로 오 년 뒤, 열네 살 때의 일

이댜 몇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아

직도 그 일을 결코 잊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해에 스승 유정목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

소유검(笑柔劍) 유정목.

언제나 미소가 부드럽고 순하다 하

여 붙은 별호다.

주서천은 유정목에 대해서 누구보

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사부님 … ... .'

유정목은 존경받을 만한 위인이자

무인이댜

결코 주관적인 게 아니었다.

남을 배려하는 성격, 자상함, 편안

한 미소. 인격적으로 홈잡을 것 하

나 없었다. 무공도 뛰어났다.

화산에는 매화검수(梅花劍手)라는

직책이 있다.

매화검수는 무위와 오성, 인격 등

철저하고 엄격한 심사와 시험을 통

과해야만 오를 수 있다.

그만큼 그 기상은 화산파 내에서도

제일이며, 화산파의 제자라면 누구

나 꿈꾸는 우상이었다.

유정목은 한때 매화검수의 후보에

오른 적이 있었을 정도로 뛰어났다.

몇 차례의 심사도 통과했다.

본인 또한 그 꿈을 가지고 열심히

했댜

하지만 결과만 말하자면 유정목은

어떠한 연유로 인해서 매 화검수에

오르지 못한다.

바로 예로부터 지니고 있었던 지병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지병인지도 몰랐었

유정목은 어릴 때부터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그만큼 몸으로 펼

치는 것 또한 정확하게 잘했다.

하지만 남들보다 쉽게 지치고, 근

골 또한 빈약했다.

태생적으로 체력과 근골이 좋지 않

았기 때문이다.

화산파에 입문했을 직엔 주변의 동

기들에게 약골이라며 놀림을 받을

정도였다.

하나 유정목은 이에 굴하지 않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남들보다 배

는 노력하여 신체를 단련했다.

태생적으로 빈약했던지라 남들보다

더욱 힘들었지만 굳건한 의지 끝에

어떻게든 이겨 냈다.

그러나 이 빈약한 체질은 나이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크게 아팠던 적은 없었으

나 가끔 미열이 오르는 등 잔병치례

를겪었댜

매화검수가 되는 조건은 정말로 엄

하고 철저하다. 이 잔병을 자주 겪

는 탓에 결국 심사에서 떨어졌다.

주서천에게 다른 사형제가 없었던

것도 이러한 연유가 있어서 그렇다.

유정목이 건강이 그다지 썩 좋지 못

해서 주서천 외에 제자를 더 받아들

일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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