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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전생-2화 (2/254)

2화

주서천의 영혼은 산전수전을 겪은,

백 살에 가까운 노인이지만 육체는

그렇지 않다.

이제 여덟 살이 된 어린아이일 뿐

이댜

그리고 대다수 어린아이들이 용당

그렇듯, 아이에게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대문파의 사대제자면 더더욱

그렇다.

문파에는 정해진 규율이나 생활이

있고, 그에 따라야 한다. 주서 천도

거기에 포함된다.

동이 틀 무렵에 일어나 제일 먼저

스승에게 문안 인사를 드린 뒤, 다

른 사대 제자들과 함께 수련동(修鍊

洞)으로 가서 아침 수련에 임한다.

"허1 혜…… "

- , -기 •

수련동은 화산의 낙안봉(落雅峰)

근처에 있댜 화산의 봉우리 중 근

처에 있기에 오르는 것이 정말 힘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성인 남성이어

도 오르는 것이 힘든데, 아이의 몸

으로 올라가면 두말할 것도 없다.

죽을 맛이었다.

수련동에 수련을 하러 가는데, 정

작 가는 길 자체만으로 수련이 된

‘이런, 쌍…….'

속으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다시 시작한 건 좋다. 하지만 재시

작한다는 건 곧 그동안 쌓아 올렸던

모든 것도 사라진다는 의미다.

전생이었다면 산책하듯이 올랐겠지

만 지금은 아니다. 입에서 벌써부터

단맛이 느껴진다.

눈물이 핑 돌고, 폐가 찢어질 듯이

아파 왔댜 발바닥도 허벅지 근육도

당겨 온댜

‘그러고 보니, 화산의 수련은 악명

높았었지!'

잊었던 기억 중 하나가 떠올랐다.

화산파가 괜히 대문파가 아니 다.

무공 자체가 뛰어난 것도 있지만,

제자들의 단련도 기가 막히게 잘한

댜 근데 그 단련법이 많이 엄하댜

어린아이건 청년이건 간에 육체가

딱 망가지기 전까지만 굴린다.

그런데 그 경계선을 기가 막히게

또 잘 아는 데다가, 평시에 교두(敎

頭)를 붙여서 조절하게 만든다.

감시하다가 정말로 한계가 올 것

같으면 쉬게 만들거나, 내공을 불어

넣어 준다.

그 덕에 몸이 지칠 만하면 회복하

게 되어 결국 어린아이의 몸으로도

낙안봉에 오를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이 구간과 수련에는 낙안지

옥(落雅地獄)이라는 명칭이 붙게 됐

낙안지옥을 끝내고 수련동에 도착

하면 수련 정도에 따라서 또 나뉘게

된댜

자신의 경우, 낙안봉에 도착하는

것만으로 끝난다.

좀 더 나이가 있는 사대제자들은

간단히 검법을 펼친다. 더 위로 가

면 비무까지 하는 사대제자도 있다.

"수고했댜 저기 있는 벽곡단으로

조식(朝食)을 한 뒤에 내려가도록

해랴'’

교두가 턱 끝으로 벽곡단이 쌓인

식탁을 가리켰다.

주서천은 남은 힘으로 교두에게 허

리를 숙여 인사한 뒤, 벽곡단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대부분의 어린아이들은 벽곡단을

씹자마자 ‘으웨!' 하구 맛이 없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벽곡단은 영양 성분이 가득하지만

맛은 없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 아니다.

그렇지만 주서천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댜 전생에서 워낙 많이 먹었기

에 아무렇지 않게 삼켰다.

그리고 약 일각(一刻: 15분) 정도

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내려갔다.

내리막길이기에 힘들지는 않았다.

“사부남 다녀왔습니댜"

“오늘도 고생했구나. 힘들었지?"

유정목이 쓴웃음을 흘렸다.

화산파의 제자라면 천재건 뭐건 간

에 낙안지옥에 대한 고통은 누구나

다 안다.

“마음 같아선 좀 더 쉬게 하고 싶

지만, 그럴 수가 없구나. 이 사부를

용서해다오.”

유정목은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댜

아침 수련 일명 낙안지옥은 어디

까지나 근육과 체력을 키우는 기초

에 불과하다.

수련동을 다녀오면 각자의 스승을

찾아가 오전 지도를 받게 된다.

“괜찮습니다, 사부님!"

주서 천은 그 누구보다 자상하고,

또 고운 마음을 가진 사부의 배려에

적잖이 감동했다.

전생에서도 그렇지만 현생에서도

여전히 스승은 자상하기만 하다. 부

모님의 부재에 아무렇지 않았던 것

도 이런 유정목이 있어서 그랬던 걸

지도 모른다.

"좋아, 그럼 운기행공에 들어가도

록 하자구나. 매화기공(梅花氣功)이

아직 익숙하지 않을 데니 내 도와주

도록 하마. ”

유정목은 제자리에 앉은 뒤, 자신

의 앞에 앉으라는 듯 지면을 툭툭

쳤댜 주서천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가 짚은 자리 에 가서 등을 보인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자, 일단 내가 부르는 구결부

타… ... ”

유정목은 주서천에게 매화기공의

구결을 읊어 주면서 그 뜻에 대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강연해 주었다.

매화기공은 총 십이성(十二成)으로

이루어져 었는데, 오성(五成)이 되

기 전까지는 주화입마의 위험이 있

어 이렇게 운기행공을 감독해 준다.

참고로, 매화기공이란 건 화산파에

입문하게 되면 제일 먼저 배우게 되

는 기초적인 내공심법이다.

화산파의 대표적인 기초 정공(正

功) 중 하냐로서, 단전을 쉽게 형성

시켜 주고 기맥(氣脈)을 다져 준다.

다만 정공이 웅당 그렇듯, 내공이

쌓이는 양도 적고 속도도 상당히 느

리다.

내공심법 자체는 난해하지 않아서

대성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지만,

쌓이는 내공은 정말 별로 없다.

“하나, 애초에 기초를 다져 주는

내공심법인 데다가 매화기공을 연공

한다고 다른 걸 배우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서 특별히 걱정할 건 없단

댜"

또한 비록 화산파 내에선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기초적 인 무공예 속

하나 강호에선 일류에 속했다.

괜히 구파일방, 대문파의 무공이

아니다.

"예 ! "

주서천은 힘차게 답했다.

꿍, 다 아는 사실인데 . '

제자를 위해서 열심히 강연한 사부

에겐 정말로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

히 말해서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주서천에게 있어서 매화기공은 이

미 옛적에 대성한 기초 무공이고,

또 무위도 전생에 이룬 것이 있어

무공에 대한 이해도나 깨달음이 스

승보다 높다.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훗날 미래에 밝혀질 매화기공예 대

한 비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 같은 스승 앞에서 지

루해하며 홀려들을 수도 없는 노릇

이댜

피곤하기는 해도 열연을 보이면서

강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선 곧바로 대성하고 싶

댜'

전생의 기억과 경험이 있으니 대성

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러면 당연히 눈에 띄게

된댜

천재니 뭐니 하면서 강호에 소문이

난댜

그게 마음에 걸려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아직 이르다.'

영웅의 삶을 동경했으냐, 그렇다고

어릴 적부터 주목을 받을 생각은 없

었댜 반대로 사절이댜

쓸데없는 주목을 받게 되면 행동에

제한이 생길 뿐만 아니라, 미래에

있을 불온한 세력의 목표가 된다.

‘조심해야 해.'

전생에서 어찌어찌 평화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건 결코 쉽게 얻은 것

이 아니었다.

앞으로 있을 전란의 시대에서 활동

하는 세력들은 보통이 아니다. 자신

이 어찌할 수 없는 괴물들뿐이다.

그중에선 미리 방해가 될 싹을 자

르는 자도 있어, 눈에 띄면 곤란했

댜 그래서 아직 힘을 키우기 전까

진 되도록 얌전히 지내는 편이 좋았

그러니 겉으로는 눈에 띄지 않는,

전생과 똑같이 평범한 모습을 보이

면서 살아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로 그럴 생각

은 없지만 말이야.'

무공에 대한 깨달음과 지식이 있는

데 그대로 썩히는 건 너무나도 아까

운 일이다. 또한, 전생처럼 유년기를

보낸다면 또 그건 그거대로 의미가

없다.

주서천은 자신의 분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남들보다 특별하다곤 하지만, 그건

재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

나 기억과 지식뿐이었다.

진짜 괴물들을 상대하려면 보다 빨

리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을 할 수 없게 된다.

화경에 오르는 데 한평생이 걸렸

고, 또 그것도 회광반조의 힘으로

올랐던 것뿐이다.

화경에 오르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막막하다. 어쩌면 영

원히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보다 빠르게…… 아니,

많은 시도를 하여 앞서가야 한다.

그래야 숨통이 트인 채로 싸울 수

있댜

‘그러니 매화기공을 유지하여 세간

의 눈을 속이되,

을 연공한다.'

또 다른 내공심법

매화기공의 안전성은 무림에서 손

에 꼽힌댜 굳이 비교를 하자면 무

당파나 소림사의 심법 정도다.

얼마나 안전하냐 하면, 매화기공을

연공하는 도중예 다른 내공심법을

익혀도 될 정도였다.

물론 매화기공을 연공한다는 건 초

심자라는 의미이니 다른 내공심법을

제대로 익힐 수 있을 리 없다.

배워 봤자 도움은커녕 헷갈리고 힘

만 더 들어 의미가 없었다.

오직 언제든지 매화기공을 대성할

수 있는 주서천의 경우에만 허용된

‘바로 자하신공(紫霞神功)을!'

남존이라 불리는 무당파에 삼대신

공(三代神功)이 있다면, 화산파에는

자하신공이 있다.

자하신공은 일정한 경지에 오르게

되면 내기를 운용할 시, 자색의 기

류가 생기는 특징을 가졌다.

또한 그저 겉멋만 대단한 것만이

아니라, 그 위력도 경천동지할 정도

하나 이 자하신공은 오직 화산의

장문인에게만 전승된다. 설사 화산

오장로라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서천이 그 구

결을 알고 있는 건, 그때의 상황이

좀 예외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란의 시대에선 사람이 정말 쉬이

죽었고, 그건 장문인처럼 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설마하니 장문인이 그렇게 돌아가

실 줄은 몰랐지.'

먼 과거, 화산의 장문인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이후 그 제자가 뒤를 잇

게 되었지만, 불안이 남게 됐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장문인이 된

그에게는 자신의 뒤를 이을 제자가

아직까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자신이 전대의 장

문인처럼 돌연사할 상황을 걱정하여

자하신공의 구결을 오장로에게만 알

려 주었다. 만약을 위해서였다.

원래라면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

이지만, 그만큼 혼란과 전란으로 가

득한 세상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여하튼 이러한 사정 덕에 주서천은

장문인의 제자가 아님에도 자하신공

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하신공은 일정한 경지

에 오르기 전까진, 눈치재기가 정말

로 힘든 특징을 지녔다.'

자색의 기류를 내보이게 될 경우,

하수도 그 정체를 알게 된다. 그만

큼 특색 있는 무공이 자하신공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 자하신공은 계륵이 었다.

자색이 피어오르기 전까진 그다지

대단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눈치

재기도 힘들다.

어차피 자하신공은 워낙 난해하기

도 하고, 전생에서도 구결만 알았던

무공이기에 느긋하게 연공하면 된

그럼 적어도 전생보단 좀 더 앞선

출발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

‘나중에 눈치재서 추궁을 받게 될

무렵이라면, 벌써 전란의 시대다. 그

때가 되면 적당한 핑겟거리가 있겠

지 . '

아직 기감도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

고, 단전이나 기맥도 제대로 다져

있지 않기에 당장은 배울 수 없다.

하지만 후에 장문인에게만 허가된

화산파의 신공을 배울 수 었다는 생

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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