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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좌의 게임-46화 (46/177)

# 오늘부터 1일 #

올 것이 왔다.

번의 얼굴은 차분했지만, 손엔 땀이 쥐어졌다.

다른 이들은 뭐라 생각할지 몰라도 스캇은 스컹크, 딘딘은 코뿔소, 은사는 올빼미 같은 남자라 생각하는 번이었다. 그리고 이 남자. 집정관은 고릴라다.

사람과 닮았지만, 야생성은 그대로 유지한 강력하고 포악한 야수. 거기에 영리해서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

“······.”

여기가 승부처라는 걸 느낀 번이 잠시 침을 삼키며 호흡을 고른다.

그런데 그사이,

-음?

-저분은?

-어라?

사람들의 머리가 돌아갔다.

두 사람이 대청으로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녀께서 어인 일이시오?”

가장 먼저 입을 뗀 황제가 갸웃했다. 선약도 없이 신전 관계자가 대청에 드나드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옆에 선 남자가 대신 대답한다.

“제가 청했습니다.”

스캇이었다.

“네가? 무슨 일로?”

빠른 걸음으로 번의 근처까지 온 스캇과 성녀는 황제에게 인사한 후 번을 힐끔 보았다.

스캇이 입을 연다.

“이번 일이 쉽게 넘길 수 없다는 판단에 그 진위와 당위성을 가려내고자 객관적으로 사리구분을 해줄 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무슨 말이더냐?”

만약 공개적인 자리가 아니었다면, ‘너, 이게 무슨 짓인데?’라고 말했을 황제가 스캇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번 황자의 몸엔 악마가 기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차도를 보이곤 있으나, 아직 완전히 회복된 상태라 말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그 악마가 번 황자에게 적지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들으셨겠지만, 수도에 돌고 있는 병의 증세가 사실 비간트라고 특정할 순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랬다. 콜레라나 다른 전염병도 지금과 같은 유사징후를 보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번은 페스트라 단정했다.

“그렇지않아도 그 얘길 하던 참이었다. 신중해야 하는 사안이니까.”

황제의 말에 스캇이 끄덕였다. 그러면서 말한다.

“저는 번 황자가 그리 느낀 이유가 반드시 있다 생각했습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번 황자는 나이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영민합니다. 아무리 최근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지만, 치기로 나설 자리가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파악할 것입니다.”

-그건 그렇군.

-하긴 후계의 자리가 걸린 판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없지.

-만약 이게 허튼짓이라면 잃을 게 너무 많지.

사람들이 동조하는 것을 보며 스캇이 쐐기를 박았다.

“성녀님.”

그가 손을 내밀자, 가루비가 가볍게 머리를 숙여 보이곤 앞으로 나섰다.

“오늘도 만백성을 위해 노력하시는 황제 폐하. 사견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크흠, 말씀해보시구려.”

악마 들린 번을 잡아올 때 신전과의 관계가 어색해지긴 했어도 성녀는 성녀다. 공적인 자리에선 대우해주어야 마땅했다.

“저는 신을 모시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알 수 있습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는 지식과 행동, 말이 전파되는 경험도 여럿 했었고요. 비록 악惡이라 할지라도 그 원리는 비슷하다 생각됩니다.”

신전은 민초의 가장 낮은 부분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그래서 병이 퍼지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도 신전이었으며, 어제 황궁에 알린 것도 신전이었다. 성녀 역시 이 사태가 절대 가볍지 않음을 직감하고 있었는데, 마침 스캇이 찾아왔다.

“..그런가?”

황제가 반신반의하며 성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시선을 돌려 번에게 다가섰다.

“황자님.”

“예, 성녀님.”

그녀의 눈가가 살짝 찡긋했다.

번은 속으로 웃으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황자님께선 이 악독한 병이 확산하기 전에 막을 수 있으신가요?”

아까 집정관이 했던 질문과 일맥상통한 말. 번은 고개를 돌려 집정관을 보았다. 그가 끄덕인다.

‘쥐라..’

번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크크크..’

웃음을 참기가 힘겹다.

-웃지 마! 음흉한 놈아! 소름 돋는다! 그만해라! 못 봐주겠다! 악마 같은 놈! 광대 같은 놈!

견디지 못하고 속에서 악마가 튀어나올 정도로 번은 이 상황이 즐겁다.

쥐?

‘세상에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나?’

평범한 것도 그가 하면 특별해진다.

뻔한 것도 그가 뒤틀면 관심이 간다.

번에겐 그럴 경험과 추억이 고스란히 있기 때문이다. 그래, 추억. 책으로 배운 지식이나 스승에게 들은 기억이 아닌 몸으로 체득한 생생한 체험 말이다. 번이 척추 아래 깊은 곳의 힘을 자극했다.

-뭘 하려고..? 야! 그만둬! 들킨다!

악마가 기겁하며 반응했지만, 번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번의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되며 다시 예전처럼 무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흐읍..?”

“화, 황자님?”

사람들이 놀라 뒷걸음질 칠 정도로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번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흘러나왔다.

“쥐는 이를 갈지 않으면 고작 1년 만에 윗니가 10cm이상, 아랫니가 12cm이상 자라기 때문에 굶어 죽지 않으려면 생후 2주부터 이를 갈아야 합니다.”

권위 있는 학자의 브리핑처럼 아주 전문적인 어조로 설명을 시작하는 번.

“녀석들은 빛에 예민하지만, 시력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대신 청각과 촉각이 발달해 있죠. 색맹으로 인해 거의 모든 색을 회색으로 보며 어두운 곳에서도 콧수염으로 벽을 더듬으며 다닐 수 있습니다.”

번의 말은 아주 기이했다.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전문적이고 규격화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듣는 이들은 마치 생생한 경험담을 듣는 기분이었다.

왜 아니겠는가?

“생활 영역에 물과 먹이가 있는 한 은신처를 벗어나지 않으며 후각과 미각도 좋고 수영도 곧잘 합니다. 또한 도약력도 뛰어나서 1m 가까이 뛸 수 있으며, 항시 주둥이 수염을 핥아 언제든 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합니다. 아주 부지런하지요.”

쥐? 모두가 안다. 하지만 누구도 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진 못한다. 거짓말로 지어내려 해도 어려울 거다. 아니, 그럴 이유조차 없지 않은가?

“······.”

“······.”

머엉-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자, 황제가 헛기침하며 물었다.

“어찌 아느냐? 악마가 알려주더냐?”

번은 차라리 잘됐다 생각했다. 이제 사람들이 의심할 일이 생기면 다 악마에게 뒤집어씌우면 되는 거니까. 어차피 소문도 난 김에..

“부정하진 못하겠습니다.”

“악마가 해악을 끼치진 못할망정, 우리에게 이로운 지혜를 전해주었다? 그것이 말이 되느냐?”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 일어나고 있는 사실입니다. 아마 제 안의 악마에게 어떤 변고가 일어난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뭐, 뭐가 어쩌고 어째? 내가 뭘? 야!

번의 능력 중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아주 많았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이러한 것들을 고심하며 감추고 살아왔었다. 하지만 이젠 핑곗거리가 생긴 거 아닌가? 악마라는 핑계.

그저, 악마만 억울해 환장할 지경이겠지만.

“그래서? 그런 쥐의 습성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 박멸할 수 있다? 그것이더냐?”

“쉽진 않겠지만,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게 시간과 인력을 주신다면 일주일 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쥐만이 문제가 아니라,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그 벼룩은 어찌 해결할 생각이더냐? 쥐가 없어도 사람에게 옮겨붙으면 그만 아니냐?”

벼룩?

‘크크크크..!’

번이 입을 꾸욱 다물었다.

말문이 막혀서가 아니다. 터지려는 미소를 감추려고 하는 것뿐이었다.

“그것에 대한 방비는..”

번의 이야기는 십여 분 이상 지속되었다.

-으음.. 과연..

-확실히 그런 방법이라면..

-아주 기발한 발상이외다.

성녀가 있는 자리다. 그게 번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번의 붉은 눈동자와 기묘한 목소리는 악마를 의심할 수 없었고, ‘지식’의 일부는 이 시대엔 없는 것이었다.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해결해 보이겠습니다.”

번의 이야기가 끝나자, 대청엔 침묵이 감돌았다. 이제 황제의 결정만 남았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황제가 집정관을 바라본다.

“꼭 비간트라 단정 짓지 않아도 서민위생을 위해 쥐잡기 운동처럼 꾸민다면 시도해 봄직 합니다.”

“그래서 얻는 이익은?”

쥐가 해를 입힌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시대다.

“손해도 없지 않습니까? 운동 삼아 들쑤시고 다녔다 여기면 그뿐이지요. 봄이지 않습니까? 겨우내 뒤룩뒤룩 붙은 살 좀 덜어내야지요. 하핫!”

집정관이 웃었다.

그의 머릿속엔 다른 것에 대한 생각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겉으로 볼 땐 번의 이야기에 동조하는 것 같이 보였다.

“흐음.”

황제가 턱을 쓰다듬으며 번을 내려본다. 대현자와 집정관까지 거드니, 그냥 내치기에도 그렇다.

“사내는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번이 꾸벅 머리를 숙였다.

시원한 답이 만족스러운 황제.

“좋다! 해봐라!”

허락이 떨어졌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군.

-허허.. 쥐잡기 운동이라니. 내, 살다 살다..

-어떤가? 큰돈 드는 일도 아닌데. 혹시 아나? 정말 질병을 막을지.

모두가 긴가민가하다.

하지만 이제 황제의 명까지 내려진 상황. 어쩔까? 이제 지켜보는 일만 남은 것 아니겠는가.

장내가 웅성웅성 소요가 일고,

“폐하!”

번이 다급히 외친다.

이 기세를 몰아 얻을 것이 몇 가지 더 있었다.

“······?”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선 제게 권한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 질병이 그 악독한 비간트로 확진되었을 때,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좋다, 황자는 필요한 것을 말해보라.”

이왕 하기로 한 거 꼬투리를 잡을 생각은 없다. 황제는 그런 사람이니까.

“제 순수한 뜻과 의도를 정치적이나 사리사욕을 목적으로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황제가 끄덕였다. 황비들의 알력다툼도 이미 알고 있다. 경연 기간이니만큼 민감할 수도 있고.

“거기에 더해 아직 물증은 없지만, 의심 가는 일도 있습니다.”

“그것이 무어냐?”

“그것은.. 따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번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곤란한 표정으로 주변을 힐끔거리자, 황제가 이해한다는 듯 끄덕였다.

“좋다. 오늘 중에 서면으로 제출하거라.”

번은 여러 번 예를 취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계속 요구했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기사 열과 언제든 수도 경비대를 동원할 수 있는 권한. 거기에 신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앞의 두 가지는 별문제 없다. 황제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번에게 던졌다.

손바닥만 한 문장이 그려진 금빛 패牌.

“그것이면 언제든 병력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단, 개인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될 시 엄하게 벌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번은 패를 두 손으로 쥐고 넙죽 엎드렸다.

황제의 시선이 성녀에게 머문다. 신전의 도움? 언제나 이게 거슬린다. 빚을 지긴 싫었으니까.

하지만,

“제 힘이 닿는 곳까진 황자님을 돕겠습니다.”

순수히 답하는 성녀다.

성녀가 이리 나오니, 황제로선 그저 웃을 수밖에.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 사람들 앞에 서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봄이 왔다! 해서, 황실에선 백성의 위생과 거리의 청결함을 위해 쥐를 박멸하는 운동을 하고자 한다!”

황제는 이때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쥐 한 마리에 1쿠퍼의 현상금을 걸겠다! 기한은 일주일! 에비뉴의 모든 쥐새끼들의 씨를 말려라!”

“크흡..!”

황실의 재정을 담당하는 집정관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뭐, 뭐라? 현상금?

“폐, 폐하?”

아무리 푼돈이라지만, 세상에 쥐가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황제의 여흥을 위해 몬스터 토벌이나 사냥 같은 것을 준비하고 있었지 않나? 쥐잡기에 많은 돈을 써버리면 그건 물거품이 된다.

“그리 쉽게 여기실 사안이 아니옵..”

하지만 황제는 껄껄 웃었다.

“가라!”

번을 향해 팔을 휘저으며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이왕 하는 거 축 처져 분위기 늘어지게 하는 것보단 이편이 더 즐겁지 아니한가?

“어디 네 마음대로 해보거라! 으하하하!”

확실히 분위기 휘어잡는 덴 타고난 남자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현상금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진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원하는 걸 얻은 번이 만족스럽게 외쳤다.

.

.

.

로또를 사면 꽝이 다반사다. 당연하다 본래 확률이란 게 그런 거니까. 번의 생을 돌아보면 이것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간다. 대체 몇 번의 환생을 했던가? 그런데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처음을 제외하곤, 이번이 최초였다. 하지만 쥐는 8회, 벼룩은 무려 24회나 된다.

그때는 ‘나한테 대체 왜 이러세요? 씨발 놈아!’ 분노해서 신을 저주했었는데, 이 상황에서 돌이켜보니 참 얄궂지 않나? 그딴 추억이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고마워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벼룩으로 살아보고 말하자.

-뭘 하는 거냐?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와 지하실 비밀공간에 처박혀 앉아 있는 번에게 악마가 물었다.

“뭘 하긴. 쥐 잡으려는 거지.”

번은 지금 쌀포대 하나를 가져와 쌀알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오랜 세월 살아온 악마조차 번이 뭘 하려는 건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고작 그걸로?

“크크크..”

번이 즐겁다는 듯 웃었다.

-재수 없게 웃지 말고, 시원하게 말해봐라! 고작 쌀 한 포대로 어떻게 쥐를 잡겠다는 거냐?

물론 쌀이 쥐가 좋아하는 먹이이니 수십 마리 정돈 낚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번이 해결해야 하는 쥐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수십만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쥐란 놈들은 말이지. 아주 의심이 많고, 영리한 것들이야.”

-그래서?

“이물질에 대한 경계도 대단해서 먹을 것이 앞에 있어도 며칠이나 간을 보기도 하지. 놀랍게도 딴 놈이 먹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기도 한다니까?”

-넌 그딴 걸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당연히 해봤으니까 알지.

“크크큭.”

악마의 궁금증을 가볍게 무시하며 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돌연 바지를 내렸다. 속옷까지 말이다.

- 너, 지.. 지금 뭐하냐?

악마가 놀라 말하는데, 번은 태연하게 포대에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졸졸졸..

누가 봐도 정신 나간 행동이었다. 악마는 황당해서 말조차 잃었다.

쪼로록.

어처구니없는 소음만 울려 퍼지고, 마무리까지 탈탈 턴 후 바지를 추키는 번.

“크흐흐..”

웃는 그가 지금 어떤 메시지를 듣고 있는지 악마는 모른다.

「암컷 시궁쥐의 생식분비물을 사용했습니다.」

「맹독을 배출했습니다.」

포대에 스며든 번의 오줌엔 아주 특수한 성분이 녹아 있었다. 환생을 거듭하며 얻은 번의 수많은 능력 중엔, 이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폐기물 같은 것들도 존재했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쓰일 줄이야!

-미친놈.. 대체..

악마가 어이없어하는 와중에도 번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쌀포대를 짊어졌다. 그러더니 지하를 나와 방에서 나가면서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휘익~ 휘이익~ 휘이이익~”

「동료를 부릅니다.」

평생 쓸 일 없을 것 같던 또 하나의 능력이 이렇게 세상에 나온다.

「어떤 굼뜬 곰쥐가 반응합니다.」

「어떤 예민한 시궁쥐가 궁금해합니다.」

「발정 난 수컷 쥐가 코를 킁킁거립니다.」

정확히 22~90kHz 사이 영역의 소리로 말이다.

-이 망할 놈아! 누구 답답해 죽는 꼴 보려고 하느냐! 말해! 뭘 하는 거냐! 말하라고!

발걸음 가볍게 집 대문을 나서던 번이 끌끌 웃으며 말했다.

“잔말 말고, 팝콘이나 준비하라고.”

여전히 악마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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