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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3) (169/170)

END(3)

END(3)

[이상현. 넌 크나큰 실수를 저질렀다.]

[하찮은 인간 주제에 신격을 지닌 존재를 이기려 들다니. 그것이 너의 가장 큰 실수이자, 패배 요인이다.]

[넌 이길 수 없는 적을 상대로 덤빈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신하영의 죽음이다.]

그는 바람의 신이었다.

바람의 신은 진심으로 한탄하고 있었다. 이상현의 무모함을, 기회가 아닌 파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음을.

바람의 신의 곁에는 땅의 신과 생명의 신, 불의 신이 있었다. 그 이외에도 여러 신이 END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아, 어리석은 인간이여!]

[그대는 어찌도 이리 어리석단 말인가!]

[한심하구나, 한심해!]

[파멸이 곧 그대를 찾아가리라!]

[오, 물론 그대는 죽지 않겠지.]

[그대의 연인이 죽을 테니까.]

짝짝짝. 짝짝.

[자, 그래서 따라 죽을 거냐?]

[아니면 혼자서 후회할 거냐?]

[난 알고 있지.]

[그대는 후회할 것이라는 걸!]

[그래, 후회하고말고!]

흥겨운 노래는 어리석음을 찬양하는 노래였다.

[END]

[1위: 조커(1)│28승, 0패]

[2위: 이상현(16)│0승, 28패]

네 번째 영웅의 전당이 끝난 시점이었다.

이상현의 라이프는 어느새 16까지 줄어있었다.

이제 6번 아니, 9번만 패배하면 이상현의 라이프는 0이 될 게 분명했다.

물론 이상현도 그동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5성 방패전사.

5성 리빙아머.

5성 허수아비.

5성 미라.

5성 스핑크스.

4성 가고일.

4성 유니콘.

4성 황금사자.

4성 데스나이트.

4성 발키리를 만들었다.

황금사자의 경우 앞으로 셋만 더 모으면 5성이었다.

그리고 최강의 아이템을 만들었다.

[최후의 수호자]

↳해당 아이템을 장착한 챔피언의 방어력이 300%, 체력이 300% 상승한다. 적에게 받는 모든 피해가 70% 감소한다. 또한, 모든 군중제어기술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아군이 한 명 쓰러질 때마다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10% 상승한다. 1초마다 최대 체력의 10%를 회복한다. 언데드 특성을 90% 감소시킨다.

최후의 수호자!

황금사자나 데스나이트, 혹은 발키리에 장착시키면 사기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아이템을 완성한 것이다.

이상현은 이 최후의 수호자를.

[전설의 황금사자(★★★★★)가 탄생했습니다!!]

[괴물 오토마타(★★★)가 탄생했습니다.]

5성 황금사자에게 장착시켰다.

[전설의 황금사자(★★★★★)]

속성: 땅, 질서

직업: 그림자, 수호자

공격력: 781

방어력: 3909(300%)

체력: 46914(300%)

마나: -

스킬: 수호신, 태양의 상징

4000에 가까운 방어력과.

45000이 넘는 체력!

어디 그것뿐인가?

1초마다 최대 체력의 10%를 회복하며, 언데드 특성을 90%까지 감소시킨다.

그리고 10수호자와 갑옷 효과로 인해 적에게 받는 피해는 고작해야 5%에 불과하며, 9질서 효과로 기본공격의 60%를 반사한다.

가히, 천하무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인의 힘이 전설의 황금사자에게 깃듭니다.]

이상현은 이 무시무시한 황금사자에게 거인의 발자국을 장착시켰다. 주변 1칸에 피해를 입히는 거인의 발자국은 최후의 수호자를 장착한 황금사자에게 있어 최고의 공격 아이템이었다.

잠시 후.

END(2-29)가 시작되었다.

이상현의 주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황금사자였다. 그리고 죽음의 주력 챔피언은···.

마라-탐(★★★★★★)이었다.

“크허어어엉!!”

우렁찬 포효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두려움을 모르는, 공포를 짓밟고 일어서는 용맹한 울부짖음이었다.

황금사자가 적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눈동자에 적들의 모습이 비쳤다.

적들의 모습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면서도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선명했다.

적들은 무시무시한 짐승이자 괴물이며, 악마였다. 세상에 저들보다 끔찍한 존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크아앙!!”

황금사자의 외침과 함께 수호자들이 진격했다.

수호자들은 반드시 적을 쓰러뜨리겠다는 필사의 각오로 적을 공격했다.

【······.】

마라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음을 머금었다. 그것이 기쁨인지 비웃음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두 가지 감정이 뒤섞여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일까? 섬뜩하고 오싹했다. 마치 희망을 바스러뜨리는 것에서 희열을 얻는 것 같아서···. 구역질이 나왔다.

콰직! 콰드득! 콱!

수호자들은 최선을 다해서,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서 적들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적들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이, 이럴 수가···!”

단단한 방패전사의 방패는 유리그릇처럼 박살 났고, 허수아비의 다리는 빠각! 부러졌다. 리빙아머는 고철이 되어 땅바닥에 처박혔으며, 스핑크스는 모래로 돌아갔다.

그나마 데스나이트와 발키리, 용맹한 황금사자가 끝까지 맞서 싸우고 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빛이···! 빛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발키리가 신의 품으로 돌아갔다.

데스나이트가 홉과 카탄을 처치했지만, 롭을 넘어서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크아앙! 크아아앙!!”

살아남은 수호자는 황금사자뿐이었다.

황금사자는 거칠게 울부짖으며 자신을 둘러싼 적들을 공격하고 또 공격했다.

콰직! 콰드드득!!

거인의 힘은 적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최후의 수호자는 황금사자를 절망으로부터 보호했다.

“크허어엉!!”

롭과 베스, 툰이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게리온과 하프가 추악한 분노를 터트리며 황금사자를 압박했다.

그러나 용맹한 황금사자는 쓰러지지 않았고, 도리어 게리온과 하프를 처단했다.

【크으으······.】

이제 남은 적은 카드모스와 키르가스, 그리고 마라 뿐이었다. 황금사자는 그 셋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어쩌면 공포라는···.

가장 무시무시한 적을 물리칠 수 있을 듯했다.

“?!!”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라-탐이 입을 벌렸다.

그러고는 황금사자를 한입에 꿀꺽 집어삼켰다.

콰드득.

보고도 믿기 힘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었다.

【크흐흐.】

마라의 웃음은 탐욕 그 자체였다.

이상현이 최후의 수호자라는 최강의 아이템을 만들었을 때 느꼈던 희망은 착각이었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탈을 뒤집어쓴 어두운 절망이었다. 패배라는 끔찍하고도 무시무시한 절망.

“끝났어···.”

최후의 수호자를 장착한 5성 황금사자의 패배. 그것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했다.

“···다 끝났다고.”

쿠론은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차마 더 지켜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

“······.”

“······.”

그들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이상현의 패배를, 신하영의 죽음을, 자기 일처럼 슬퍼하고 고통스러워했다.

“···빌어먹을.”

쿠론은 사기를 친 신놈들이 진심으로 밉고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하찮은 인간답게···.

기도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제발 지지 마···.’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거짓말일 것이다.

누구나 죽음은 두렵다.

미치도록 두렵다.

두려워서 도망치고 싶다.

그러나 신하영은 후회하지 않았다.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어서?

아니면 후회해봤자 소용없어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아요.’

신하영이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이상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현이라면···. 이상현이라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진심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전 당신을 믿어요.’

이상현은 패배하고 또 패배했다.

도저히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세 장의 라이프 감소권을 써서 가까스로 죽음을 유예하고 있지만···. 그것도 벌써 한계에 다다랐다.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1 감소합니다.]

[잔여 라이프 1]

[영웅의 전쟁터로 이동합니다.]

END(2-35).

그러니까 다섯 번째 영웅의 전쟁터까지 버틴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아니면 무의미한 발악이라고 여겨야 할까?

그게 어느 쪽이든 이제 곧 결판이 나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현재 이상현의 병력은.

5성 방패전사, 리빙아머, 허수아비, 미라, 스핑크스, 가고일, 유니콘, 황금사자, 데스나이트, 발키리로 이루어진 5성 수호자 군단이다.

창고에 오토마타가 있지만 3성에 불과했다.

그리고 아이템으로는 최후의 수호자와 배신의 깃발, 악마의 눈, 거인의 발자국, 전사들을 이끄는 승리의 여신, 사막의 수호자, 제우스의 번개, 황금의 모래시계가 있었다.

만약 평범한 게임이었다면 100%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겠지만, 적은 이보다 강력한 힘을 불과 END(1-1)만에 얻었다. 그래서 평범하게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

황혼에서 나타난 영웅들은.

적에게 죽었던 플레이어들이었다.

『공겨억!!』

『이 악마들아···!!』

『반드시 너희들을···!!』

『쓰러뜨리겠다!!』

『영혼이 되어서라도···!!』

『으아아아!!』

영웅들은 그때처럼 적에게 철저히 유린당했다. 전쟁이 아닌 일방적인 학살에 불과했다.

그러나 적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오, 저토록 훌륭한 비명이란!】

【기뻐해라, 이상현!】

【너의 연인도 곧 저렇게 될 것이다.】

【물론 너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너는 도망치겠지. 너의 연인을 버리고 말이다.】

【그러니 한 가지 약속을 해주마.】

【너의 연인은 특별히 강력한 영웅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말이다.】

【큭큭! 크하하하!!】

그러나 이상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전장을 바라볼 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못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제 마지막 승부를 남겨두고 있으니까.

【자, 이상현.】

【이제 시시한 게임을 끝낼 때가 왔다.】

【너는 곧.】

【패배할 것이다.】

【바로 너의 오만으로 인하여.】

죽음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 영웅의 전당이 열렸다.

[배신의 깃발을 선택했습니다.]

이상현은 그곳에서.

마지막 아이템을 획득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가 보군.】

【마지막이니만큼 특별히 시간을 주지.】

죽음의 말에 GM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지만, 그 이상은 나서지 못했다. 죽음이 단호하게 막아섰기 때문이다.

【자, 말해봐라. 60초 동안 무슨 말이든 좋으니까.】

죽음의 관대한 호의에 신하영을 비롯한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이상현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이기면 재미있나?”

이상현의 물음에 죽음이 대답했다. 죽음의 얼굴에는 비릿한 냄새가 날 것 같은 웃음이 가득했다.

【큭큭! 큭큭큭!!】

【크하하하!!】

【기꺼이 대답해주지!】

【그래, 재미있다! 재미있어서 미칠 것만 같다!!】

【네놈의 말대로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걸 지켜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더군!!】

죽음의 대답은 거짓이 없는 진실이었다. 그 대답에 이상현이 실소했다.

“뭐, 그렇겠지. 뭐든 그렇지만 압도적으로 이기는 게 재미있으니까.”

【오, 이상현! 뒤늦게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너는 패배했고, 나는 승리했다. 오직 그 사실만이 있을 뿐이다.】

죽음의 미소는 참으로 고약했으나 결코 오만함이 아니었다. 절대적인 자신감이었다.

그런데 이상현이 피식 웃었다.

【내가···.】

【웃기는 말이라도 했나?】

죽음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자 이상현이 대답했다.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

【···무슨 헛소리냐?】

죽음이 흔들렸다.

이상현이 말했다.

“그건 바로 역전승이야. 이길 수 없는 게임을 뒤집었을 때, 플레이어는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고. 그거 알아? STFT에 무적은 없어. 어떤 조합을 선택해도 빈틈이 존재하지.”

그리고 마지막 게임이 시작되었다.

철컹철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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