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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5) (166/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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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5)

    혼돈이라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챔피언의 등장에 장내가 술렁거렸다. 서버11111은 물론이고 서버13279의 사람들조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게 뭐지?”

    “혼돈···?”

    “홉?”

    “누구, 본 사람 있어?”

    “있을 리가! 나도 처음 보는데.”

    “혼돈이라니···.”

    웅성웅성!

    결승 3차전을 지켜보는 모두가 의문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소란스러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GM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상현에게 찬사를 보냈다.

    『역시, 역시!!』

    『이상현씨라면 반드시 혼돈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설마 마지막 게임에서 찾아내다니!』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 결승 3차전에서 혼돈이라니! 최강의 혼돈이라니!!』

    짝짝짝! 손뼉 소리와 함께 경박한 웃음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사람들이 눈을 깜빡였다.

    3초 후 사람들의 표정이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최강이라고···?”

    “최강···.”

    “혼돈이 최강···!”

    극과 극으로 나눠진 이유는 GM이 공식적으로 인정해버렸기 때문이다. 혼돈이 최강이라고 말이다.

    “이, 이상현이 최강의 조합을 뽑은 거야!!”

    “이겼다!!”

    “우리가 이겼어!!”

    사람들과 사람들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이상현의 혼돈이 짐승을 물어뜯고 있었다.

    「커허어엉···!」

    사냥은 무자비한 살육이었다.

    홉의 모습은 마귀와 흡사했다. 관자놀이에서 튀어나온 뿔에서부터, 상어를 닮은 뾰족한 이빨, 마녀처럼 고약한 손톱, 징그러운 꼬리 등등 여러모로 마귀와 비슷했다.

    마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귀는 그래도 인간미가 느껴진다면 홉은 그런 게 없었다. 순수 악 그 자체였다.

    【퀴아아악!!】

    홉은 짐승처럼 달려들어 감정이 없는 언데드처럼 적을 마구 물어뜯었다.

    그러자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찌나 섬뜩한지 갈비뼈 사이를 파고들어 심장을 후벼 파는 듯했다.

    콰득. 콰드득드득.

    홉의 입 주변에는 시뻘건 피가 흥건했다. 홉은 두 눈을 시뻘겋게 빛내며 다음 적을 향해서 달려갔다. 그러고는 굶주린 짐승처럼 마구 물어뜯었다.

    【킈아아···!!】

    울음소리는 악마의 비명이자 환희였다.

    “호, 호, 혼돈!!!”

    아아, 믿을 수 없게도 적이었다. 다름 아닌 이상현이 ‘적’이었다. 혼돈을 부리는 증오스러운 적.

    이상현이 바로 진짜 적이었다.

    부들부들!

    아크는 그 믿기 어려운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차올랐으며, 목구멍은 공포를 집어삼키고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손과 발은 썩어 문드러진 것처럼 덜덜덜 떨렸다.

    허억! 허억! 허억!

    숨소리는 마시는 것인지 내쉬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헝클어져 있었다.

    “이, 이, 이···상현···!!”

    아크는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적’을 바라보았다. 적의 모습은 끔찍하고 혐오스러웠다.

    “이상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언!!”

    아크는 자신의 운명을 떠올렸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적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원해야 하는 숭고한 운명을.

    “절대···. 지지 않는다! 반드시 널 쓰러뜨려서 내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겠다!!”

    두근두근.

    그러나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상현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조커 카드였기 때문이다.

    미지의 챔피언은 넥타르의 플레이어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몇몇은 게임을 포기할 정도로 큰 두려움을 느꼈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

    “우리가 졌어···.”

    한 번이라도 봤다면, 하다못해 결승 2차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두렵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결승 3차전이라서 그들은 두려웠다. 두려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

    신하영과 잭 로어와 엘리자베스도 혼돈의 등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혼돈? 혼돈이라고? 그런 속성이 존재했다고?

    “저, 저게 대체···.”

    “혼돈···.”

    “사, 상현!! 혼돈이라는 게 대체 뭐야?!”

    세 사람의 물음에 이상현이 대답했다.

    “비밀무기입니다. 혼돈이라고 해서 만들 수 있으면 필승을 장담할 수 있는 히든 속성이죠.”

    이상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마치 별것 아니라는 것 같아서 더 의문스러웠다.

    물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필승 조합’이라는 것이다.

    “그게···. 정말이에요?”

    신하영의 물음에 이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여유가 묻어나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6성 타이탄이든 뭐든 간에 우리가 이길 겁니다. 왜냐하면 혼돈은 이기라고 존재하는 속성이니까요.”

    자신만만한 소리는 절대 오만함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STFT에서 혼돈은 만들면 99.9% 승리하는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STFT 12년 역사에서 혼돈이 패배한 경우는 딱 한 번뿐이었다. 그리고 그 한 번마저도 사실상 ‘버그’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상현은 100% 승리를 자신했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7연승을 넘어, 14연승을 거두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 3차전]

    [1위: 이상현(100)│14승, 0패]

    [2위: 신하영(79)│10승, 4패]

    [3위: 아크(72)│9승, 5패]

    [4위: 잭 로어(65)│8승, 6패]

    [5위: 옐림(54)│6승, 8패]

    [6위: 엘리자베스(53)│6승, 8패]

    [7위: 오르타(24)│3승, 11패]

    [8위: 하스스트론(0)│0승, 14패]

    14연승.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다 끝났군.]

    바람의 신은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 3차전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혼돈을 무슨 수로 이기겠어? 안 그래?]

    바람의 신의 목소리가 향한 대상은 죽음이었다.

    그러나 죽음은 대답하지 않았다.

    [밸런스 패치를 해서 혼돈이 평범하게 등장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뭐, 불완전한 게임이니 어쩔 수 없지.]

    바람의 신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돌연 표정을 바꾸었다.

    [네가 바라던 대로 되었군. 그래서 기분이 좋나?]

    그제야 죽음이 반응했다.

    [···고 다.]

    [뭐라고?]

    흐릿하던 목소리가 뚜렷해졌다.

    너무나 섬뜩한 목소리였다.

    [···더할 나위 없이.]

    [···최고다.]

    [···큭큭. 큭큭큭.]

    바람의 신은 정색했다.

    [···미친놈.]

    대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안 돼, 이걸로는 안 된다고···!!”

    아크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왜냐하면 방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돈을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눈앞이 깜깜했다.

    9마법사? 아니면 땅 마법사? 그것도 아니라면 땅 짐승? 그림자 수호자? 바람 궁수? 암살자? 피닉스? 어떤 조합을 해도 패배할 게 분명했다.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아크는 반쯤 미쳐버렸다.

    왜냐하면 혼돈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랍시고 떠올린 것들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공략이지, 한 번이라도 검증된 공략이 아니었다.

    형편없고 시답잖은 망상에 불과했다.

    그래서 아크는 미칠 것만 같았다. 시시각각 라이프는 줄어드는데, 동료들은 탈락하는데,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으니···.

    아아.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아크는 절규하고 또 절규했다.

    절망은 아크라는 존재를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으, 아, 아아···. 아.”

    바로 그때.

    조커 카드가 보였다.

    악마가 미소 짓는 조커 카드가.

    두근.

    두근두근.

    “······.”

    이상현은 정말로 조커 카드의 화신일까?

    아니다. 아니었다.

    만약 이상현이 조커 카드의 화신이었다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커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커 카드에 두 번씩이나 패배할 리가 없다.

    그래. 이상현은 조커 카드의 화신이 아니다! 적이지만, 적이 아니듯이, 조커 카드의 화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괜찮다.

    문제없다.

    그러니까 사용하자.

    마음껏 사용해서.

    적을 쓰러뜨리자.

    모두를 구원하자.

    두근!

    아크는 조커 카드에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뒤집었다.

    [조커 카드를 뒤집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봉인되어 있던 바포메트-유다(★★★★★★)가 음흉한 미소를 드러냅니다.]

    「오, 오오, 타락한 신이여!」

    혼돈의 열 번째 챔피언이자 마지막 챔피언인 ‘마라’를 전장에 배치하자 전장에 보랏빛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것은 지독한 악의이자 악마의 미소였다.

    홉(1)【혼돈】

    ↳Ⅰ(15초 동안 공격력이 100%×등급만큼 상승한다)

    카탄(1)【혼돈】

    ↳Ⅱ(15초 동안 방어력이 100%×등급만큼 상승한다)

    롭(2)【혼돈】

    ↳Ⅲ(15초 동안 체력이 100%×등급만큼 상승한다)

    베스(2)【혼돈】

    ↳Ⅳ(15초 동안 공격속도가 100%×등급만큼 상승한다)

    툰(3)【혼돈】

    ↳Ⅴ(15초 동안 이동속도가 100%×등급만큼 상승한다)

    게리온(3)【혼돈】

    ↳Ⅵ(15초 동안 공격 범위가 주변 1칸×등급만큼 늘어난다)

    하프(3)【혼돈】

    ↳Ⅶ(15초 동안 기본공격 회피 능력이 16.5%×등급만큼 상승한다)

    카드모스(4)【혼돈】

    ↳Ⅷ(15초 동안 공격스킬 회피 능력이 16.5%×등급만큼 상승한다)

    키르가스(5)【혼돈】

    ↳Ⅸ(15초 동안 군중제어기술 및 적에게 받는 피해가 16.5%×등급만큼 감소한다)

    마라(6)【혼돈】

    ↳Ⅹ(15초 동안 공포를 일으킬 확률이 16.5%×등급만큼 상승하며, 체력에 비례한 독 피해를 입힌다)

    [혼돈(10)을 만들었습니다.]

    [전투 시작 1초 후, 모든 부정적인 효과가 한 번 제거됩니다.]

    [전투 시작 2초 후, 모든 긍정적인 효과의 지속시간이 영구적으로 늘어납니다.]

    [혼돈 속성을 가진 챔피언이 사망할 때마다 나머지 혼돈 속성에게 사망한 챔피언의 스킬이 부여됩니다(이때, 스킬의 효과와 지속시간은 스킬을 가지고 있던 챔피언의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최대 체력의 50%가 회복됩니다.] 

    이것이···.

    이것이 혼돈이 사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부정적인 효과를 제거하고.

    15초라는 시간제한이 있던 스킬을 영구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며.

    챔피언이 사망할 때마다 가지고 있는 스킬이 다른 모든 챔피언에게 부여되는 것은 물론이고 최대 체력의 50%가 회복되는 사기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기에 사기다.

    STFT에서 이보다 사기적인 조합은 존재하지 않았다. 잘 풀린 마법사조합조차도 비교 불가였다.

    뭐, 9마법사 조합이라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황금의 모래시계라든가 예언가의 구슬을 획득하면 이길지도 모르니까.

    다만 그게 불가능에 가까워서 비교 불가지만.

    여하튼 혼돈(10)을 완성했으니.

    이 게임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설령 아크가 6골드·6성 챔피언을 뽑는다고 해도.

    혼돈이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3-25)]

    [상대: 2위 아크(49)]

    [잔여 라이프(100)]

    [전투가 시작됩니다.]

    “우오오오!!”

    바포메트-유다가 울부짖었다.

    유다는 자신을 위해 죽어준 고마운 동료를 위로하며, 그의 시체에서 지옥 마귀들을 일으켜 세웠다.

    “가라, 저주받은 것들아!!”

    죽음에서 탄생한 지옥 마귀들이 홉에게 달려들었다.

    지옥 마귀들에게 둘러싸인 홉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다 머리와 몸통이 찢겨나가며 최후를 맞이했다.

    스아오으으.

    홉의 몸에서 보랏빛의 죽음이 퍼져나가더니 나머지 챔피언들에게 스며 들어갔다.

    그러자 카탄, 롭, 베스, 툰, 게리온, 하프, 카드모스, 키르가스, 마라의 공격력이 4배 늘어났다.

    “쿠와아아아아!!”

    또한, 감소했던 체력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아니?! 이럴 수가?!”

    바포메트-유다가 진심으로 경악했다. 물론 손에 든 흉기는 놓지 않았다. 유다는 흉기를 휘두르며 카탄을 공격했고, 순식간에 카탄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버렸다.

    “이제 여덟 놈이···.”

    바포메트-유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또다시 체력이 차오른 것은 물론이고, 방어력마저 4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 죽여!! 죽이란 말이다!!”

    유다의 다급한 명령에 짐승들이 더더욱 거칠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공격력과 방어력이 4배로 늘어난 혼돈은 강력했다.

    설상가상으로···.

    콰직!!

    하라톤이 처치한 롭의 죽음에서 흘러나온 보랏빛 기운이 체력을 4배 상승시켜주었다.

    “크흐흐.”

    카드모스는 멍청한 하라톤을 비웃으며 짐승들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그 압도적인 힘에 짐승들은 울부짖었고, 바포메트-유다가 끔찍한 괴성을 질렀다.

    “이, 이, 불쾌한 것들이이이이!!”

    바포메트-유다가 혼돈을 향해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단단한 흉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파괴적이었다.

    그러나 혼돈의 존재가 죽으면 죽을수록 다른 나머지 혼돈이 강력해졌다.

    “부오오오!!”

    전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혼돈의 존재들에게 유리해졌다. 반대로 짐승들은 지쳐갔으며, 아군인 바포메트-유다에게 잡아먹히기까지 했다.

    “크아악! 죽어, 죽으란 말이다!!”

    바포메트-유다가 포효했으나, 턱밑까지 차오른 죽음의 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

    마라가 바포메트-유다를 내려다보았다. 공허한 눈동자는 그 어떠한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아, 안 돼애애애애···!!”

    울부짖는 바포메트-유다의 머리 위로 마라의 손에 내려왔다. 그것으로 짐승과 혼돈의 전투가 끝났다.

    뿌드득.

    6성 바포메트가 쓰러졌다.

    4성도 5성도 아닌 6성 바포메트가 패배한 것이다.

    “아, 아아, 아아아···!!”

    아무리 최악의 6골드 챔피언이라고 할지라도 6성이다. 궁극이라고 일컬어지는 6성.

    그런데 이기지 못하고 패배했다.

    혼돈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도리어 쓰러졌다.

    6성은커녕 5성조차도 없었는데···.

    4성 따위가 전부였는데···.

    패배했다.

    패배했다.

    패배했다.

    패배했다.

    패배했다.

    이상현에게 패배했다.

    “으아아아아아···!!”

    뿌득! 뿌드득!!

    아크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쥐어뜯었다. 패배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믿기 싫었다. 그래서 뜯고 또 뜯고 또 뜯었다. 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부들부들. 덜덜덜.

    끔찍한 절망이 아크를 집어삼켰다. 이 상황에서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건 불가능했다.

    “난, 나는, 지지 않아. 지지 않는다고···!!”

    아크는, 아크는 이상현에게 패배해버린 바포메트-유다는 물론이고 짐승들조차도 모조리 팔아버렸다. 그러고는 얼마 안 되는 푼돈으로 조커 카드를 구매했다.

    눈동자에 비친 것은 희망이 아니라 광기였다. 화르륵 타올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광기.

    아크는 운명이라는 이름에 미쳐버린 게 분명했다.

    “절대 지면 안 돼! 지면 안 된다고···! 난, 나는 선택받은 자란 말이다!! 운명에 선택받은 자!! 그런 내가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말이다!!”

    열두 장의 조커 카드가 아크의 손에서 뒤집혔다.

    열두 장의 조커 카드는 아크의 모든 것이었다.

    아아!

    검지와 엄지에 끼울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열두 장의 카드가.

    흰색과 검은색의 카드가.

    “제발···!!”

    운명 혹은 인생이라니.

    그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어느 누가 믿어줄까?

    아크는 열두 장의 조커 카드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 가벼운 것에 모든 것을 걸면, 눈앞에 들이닥친 무거운 문제가 해결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크는 조커 카드를 개봉했다.

    [조커 카드 속에 봉인되어 있던 괴물 히드라가···.]

    [조커 카드 속에 잠들어 있던 영웅 오크······.]

    [조커 카드······.]

    [······.]

    악마가 미소 짓는.

    조커 카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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