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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3) (164/170)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3)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3)

아이러니하게도 이상현의 심리전에 걸려들었던 게 아크에게는 큰 복이 되었다.

아크는 4성 늑대를 만들어 5성 늑대를 완성했다.

“됐어!!”

[전설의 늑대(★★★★★)가 달을 향해서 울부짖습니다! 보름달이 눈부시도록 환하게 빛납니다.]

아크는 늑대뿐만 아니라 멧돼지와 악어와 아나콘다도 수월하게 3성으로 만들었다.

지구 플레이어 잭 로어에게 지독한 견제를 받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잘 풀린 것이다.

“이렇게까지 잘 나오다니···!!”

어디 그것뿐인가?

두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는 황금 주머니(92)와 가이아의 축복과 수호자의 장갑이 나왔다.

92골드는, 조합을 두 번이나 바꾼 탓에 절대적으로 골드가 부족한 아크에게 가뭄의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가이아의 축복은 땅 짐승 조합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공격속도를 상승시켜주는 수호자의 장갑도 상당히 좋았다. 암살자인 도플갱어에게 장착시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니까.

“이상현! 네 덕분에 나는 잘 풀렸다. 너의 심리전 덕분에 오히려 더 강해졌단 말이다!!”

아크의 자신감은 충만했다. 주관적으로도 객관적으로 잘 풀린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리를 자신했는데···.

「우히히! 신비로운 마법의 힘이다!!」

룬의 마법서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이템의 등장에 그 모든 자신감을 한순간에 상실했다.

“이럴, 수가······.”

아크는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새처럼 절망했다.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힘이란 말씀!!”

오색찬란한 신비로운 마법의 힘이 꼬마요정-루의 작은 손에서 두둥실 떠올랐다.

그것은 경이로운 룬의 힘이었다. 룬의 힘은 짐승들에게는 무시무시한 저주를, 마법사들에게는 따스한 축복을 내렸다.

“도와줘, 친구들아!!”

꼬마요정-루가 챙이 넓고 끝이 뾰족한 고깔모자를 뒤집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여섯 명의 친구가 쏙! 나타났다.

“우오오오오!!”

꼬마요정-루의 친구들은 괴물 오우거였다.

녀석들은 잔뜩 성질이 난 상태였다. 아무래도 루가 초대장 없이 부른 게 원인인 듯했다.

“아우우우···!!”

덩치가 크고 사나운 오우거들의 등장에 전설의 늑대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크르으······.”

“키익···!”

다른 짐승들도 주춤주춤 엉덩이를 뺐다. 그러나 비좁은 전장에서 달아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서 짐승들은 어쩔 수 없이 덤벼들었다. 눈에 시뻘건 핏줄을 잔뜩 일으켜 세우며.

콰직! 콰드득!

퍼어어억!!

날카로운 어금니와 단단한 나무 몽둥이가 격돌했다.

짐승들의 어금니는 오우거들의 목덜미를 물어뜯었고, 나무 몽둥이는 짐승들의 머리통을 힘껏 내리쳤다.

퍼억!!

“카오오오···!!”

추잡스러운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꼬마요정-루는 고깔모자를 푹 눌러 쓰고는 그 안에서 친구들을 응원했다.

“힘내, 친구들아! 너희들은 할 수 있어! 이기면 맛있는 사탕을 줄게! 독이 들어서 엄청 시큼할 거야!”

“우워어어어···!!”

짐승들과 오우거들의 싸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우거들이 유리해졌다. 전설의 늑대가 야수의 본능을 드러내며 분전했지만, 체급 차이가 워낙 컸다.

“쿠와아앗!!”

괴물 오우거의 괴성과 함께 전설의 늑대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반으로 쪼개졌다.

그것으로 승부가 났다. 루의 고깔모자에서 소환된 오우거들의 승리였다.

“잘했어, 친구들아! 자, 받아! 독버섯 사탕이야!!”

꼬마요정-루는 약속대로 독이든 사탕을 나눠주었고, 괴물 오우거들은 그것을 먹고 배탈이 났다.

룬의 마법서의 등장은 넥타르는 물론이고 지구에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하하! 마법의 힘이다!」

「놀랍지롱? 놀랍지롱?」

신하영과 잭 로어와 쿠론은 승리라는 가장 짜릿하고 화끈한 감각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그만 소리를 질렀다.

“이, 이겼다!!”

“룬의 마법서라니!!”

“으하하! 게임 오버다, 외계인 놈들아!!”

쿠론은 승리에 심취한 나머지 거친 도발까지 날렸다. 뜨끈뜨끈한 주먹감자 세리머니였는데, 동작이 워낙 거칠고 커서 외계인(?)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

“······.”

“······.”

그러나 넥타르의 플레이어들은 전의를 상실한 탓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대꾸는커녕 승부를 포기한 듯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끝나지 않았다고!!’

오직 아크만이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난, 지지 않아!!’

아크는 자신을 불태우고 또 불태워서 승부를 뒤집으려고 했다. 그래서일까? 눈빛이 악마처럼 사나웠다.

부르르르!

죽음은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드디어···. 놈이 온다.]

[이상현이 온다.]

그러자 믿을 수 없게도 들리지 않아야 할 터인 숨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에는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숨길 수 없는, 벗어날 수 없는 영원한 공포가!!

죽음은 그 소리를 마음껏 음미하며, 마지막이 찾아오기를 끝없이 기다렸다.

[큭큭. 큭큭큭.]

[크하하하하!!]

광기에 물든 죽음은 미쳐버린 게 분명했다.

상반된 분위기는 영웅의 전당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쿠론은 영웅의 전당에서 하울링이 아닌‘수수께끼 구슬’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이상현이 룬의 마법서라는 사기 아이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두고 봐! 나도 하나 띄우고 만다!!”

그래서 과감하고 용감하게 질렀다. 뒤는 생각하지 않았다. 룬의 마법서가 있는데 생각할 이유가 없으니까!!

[검은색 수수께끼 구슬이 푸스스!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산산이 부서집니다. 연기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저벅저벅 걸어 나옵니다.]

[영웅 그라울러(★★★★)가 합류했습니다.]

뜻밖에도 무모함은 행운을 불러들였다.

6골드·4성이라는 엄청난 행운을!!

순간 쿠론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구, 궁수 그라울러다!!”

궁수 그라울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궁수들을 뽑으면 언데드인 그라울러가 나올 확률이 대폭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뽑기 어려운 그라울러를 수수께끼 구슬을 통해서 뽑아버린 것이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하나였다.

“궁수! 궁수! 궁수를 내놔!!”

쿠론은 생각할 것도 없이 기존의 챔피언들을 모두 팔아치우고 궁수 조합을 만들었다.

[궁수(6)를 만들었습니다.]

[궁수들의 사거리가 +15칸, 명중률이 +200% 증가하며, 공격속도가 +20% 상승합니다.]

궁수들의 등급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1성이라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라울러니까!

궁수 그라울러!!

“다 죽었어, 외계인 놈들!!”

쿠론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함도 존재했다. 물론 궁수 그라울러를 만들었기에 오만할 자격이 충분했다.

이처럼 쿠론뿐만 아니라 잭 로어와 신하영도 좋은 아이템을 획득했다.

“굳이···. 견제를 할 필요가 없겠군.”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넥타르의 플레이어들이 손을 놓아버린 덕분이었다.

그들은 사기 아이템인 룬의 마법서를 보자마자 패배를 예감했고, 승리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1차전을 완전히 포기해버렸는데···.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

아크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크는 포기하지 않고 선택했다.

‘조커 카드’라는 선택을.

[조커 카드(1)를 구매했습니다.]

[조커 카드 속에 봉인되어 있던······.]

스으으으.

비릿한 냄새는 죽음의 냄새였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지만 익숙해져야 했던 냄새.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냄새.

고약한 악마의 향수.

두근두근.

내가 조커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조커 카드를 멀리했던 이유는 ‘적’이 조커 카드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그래. 조커 카드로는 적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조커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커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상현을 이길 수 없다. 적인 이상현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사실이 이제 명확해졌다. 분명해지고 또렷해졌다.

이상현을 이길 수 없다.

이상현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그러나 조커 카드라면···.

예선전 마지막 게임처럼 이길 수 있다.

조커 카드를 사용하면 이상현을 넘어설 수 있다.

적이지만 ‘적’이 아닌 이상현을 쓰러뜨릴 수 있다.

그 사실이 나를 이끈다.

나를 끌어당긴다.

나는 다가갔다.

······.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다.

적에게 도달하기 위한 승리.

적을 이기기 위한 승리.

오직 승리뿐이다.

······.

······.

그래. 이기면 된다.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과정도 중요하지 않다.

조커 카드가 비겁하다고?

비겁하지 않다.

이것 또한 하나의 전략이다.

운도 실력인 것처럼.

조커 카드도 전략이다.

······.

······.

······.

나는 알 수 있다. 느낄 수 있다.

지금 조커 카드를 뽑으면 이상현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저 강력한 이상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두근두근.

하지만 이걸 뽑으면 돌이킬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다.

······.

···아니.

이미 나는 걸어들어왔다.

단지, 그것을 외면하고 있을 뿐.

그러니까.

괜찮다.

문제없다.

[조커 카드 속에 봉인되어 있던 타이탄-제우스(★★★★★★)가 영겁의 시간을 거슬러 이곳에 강림했습니다.]

[타이탄-제우스가 파멸을 불러옵니다. 하늘이 요동치고, 대지가 비명을 지릅니다.]

[타이탄-제우스(★★★★★★)]

속성: 땅

직업: 그림자, 마법사

공격력: -

방어력: 2560

체력: 48000

마나: -

스킬: 우레, 파멸의 선고

[파멸의 선고]

↳전투 시작과 동시에 모든 적 챔피언에게 1500의 고정 피해를 입힌다. 이 피해는 절대 회복되지 않으며, 체력회복 능력을 50% 감소시킨다.

아아! 아아아!!

어째서 승리는 이토록 짜릿하고 달콤할까?

나는 승리를 꾸역꾸역 집어삼켰다.

왜냐하면 너무나 기뻤기 때문이다.

“아하!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게 나는···.

승리에 잡아먹혔다.

아크가 6성 타이탄을 뽑았기에 이상현이 타이탄을 4성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3성은 가까스로 만들었지만 4성은 200골드를 쏟아부어도 불가능했다.

「아앗! 내 책인데! 너무해!」

「돌려줘!!」

이상현은 ‘룬의 마법서’를 꼬마요정에게서 타이탄으로 옮겼다. 그러자 타이탄이 4성이 되었다.

9마법사 타이탄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실질적으로는 5성 타이탄이었다.

“······.”

이상현은 다음으로 용병에게 ‘요정의 고깔모자’를 씌워주었다.

「나에겐 이 모자가 너무 작은 거 아니야? 뭐? 대머리라서 괜찮다고? 어디 한 번 죽어볼래?」

이상현이 용병에게 요정의 고깔모자를 씌운 이유는 도발 스킬의 범위가 주변 3칸에서 6칸으로 두 배 늘어나기 때문이다.

상하좌우 6칸.

중앙에 세워두면 모든 적 챔피언에게 도발을 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요정의 고깔모자를 씌운 것이다.

“······.”

잠시 후,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투 시작과 동시에 푸르른 룬의 마법서가 활짝 펼쳐지며 적군에게는 무시무시한 마법의 저주를, 아군에게는 성스러운 마법의 축복을 내렸다.

그리고 두 개의 우레가 내리쳤다.

하나는 마녀를 불태우는 우레였고, 다른 하나는 짐승들을 불태우는 우레였다.

“와라, 추잡한 냄새를 풍기는 짐승들과 꺽다리 동상아!! 내가 바로 이곳에 있다!!”

다음으로 용병이 도발을 날렸다.

도발은 힘차게 달려오던 짐승들은 물론이고, 후방에 침입한 암살자들과 타이탄-제우스를 힘껏 끌어당겼다.

“감히···!!”

타이탄-제우스는 분노하며 쿵. 쿵. 쿵 걸어갔다. 짐승들은 용병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기 위해서 달려갔다.

“으하, 하하.”

용병은 죽음을 앞두고 실성했다.

단단한 갑옷과 방패로 무장한 용병은 불과 3초 만에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그리고 우레가 내리쳤다. 용병의 도발에 이끌려 중앙에 모인 짐승들과 타이탄-제우스에게 우레가 내리친 것이다.

콰과과과···.

우레는 짐승들을 새까맣게 불태워버리며 죽음의 연기를 피워올렸다. 살아남은 짐승은 없었다. 모두 불탔으며, 오로지 타이탄-제우스만이 죽지 않았다.

“버러지 따위가!!”

타이탄-제우스는 감히 자신을 공격한 ‘가짜’를 향해서 우레를 내리쳤다.

우르르르콰과과광!!

“공격! 모두 공격해!!”

마법사들은 타이탄-제우스를 향해서 강력한 마법을 쉴 새 없이 쏟아부었다. 하지만 우레와 비교하면 하찮을 뿐이었다.

콰과과광.

“드디어 바스러졌구나, 하찮은 존재여.”

타이탄-제우스의 우레가 가짜 타이탄을 한 줌의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가짜 타이탄에게는 발키리의 날개가 존재했다. 타이탄-제우스에게 존재하는 피닉스의 심장처럼, 발키리의 날개라는 부활 아이템이 존재했다.

“이럴 수가?!”

놀랍게도 가짜 타이탄은 그 즉시 부활했고, 타이탄-제우스에게 우레를 내리쳤다.

우르르르콰과과광!!

“크아아악···!!”

타이탄-제우스에게는 피닉스의 심장이 존재했지만, 가짜 타이탄의 우레는 그 심장마저도 화르륵! 불태워버렸다.

룬의 마법서의 신비로운 힘이었다.

“내, 내가···!!”

타이탄-제우스는 자신의 파멸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의식이 사라질 때까지 파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주했다.

쿠그그그······.

그것으로 전투가 끝났다.

타이탄-제우스를 쓰러뜨린 이상현의 승리였다.

그리고 서버13279가 패배했다.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감소합니다.]

[잔여 라이프 0]

[0]

[0]

······.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 결과]

[1차전: 서버11111(승)]

[2차전: ??]

[3차전: ??]

[최종 승자: ??]

왜냐하면 이상현이 승리한 건 딱 한 번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10땅을 만들어 타이탄-제우스를 몇 번이고 복제한 아크는···.

그 한 번을 제외하곤 다 이겼다.

그래서 서버13279가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이겼다. 이상현을 이겼어···!”

아크의 입가에 미소가 깃들었다.

비릿한 승리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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