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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이라는 시간 (161/170)
  • 3일이라는 시간

    3일이라는 시간

    1차전은 네메시스의 과감한 전략이 빛난 게임이었다.

    네메시스는 첫 번째 죽음의 던전에서부터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죽음의 방이라는 승부수를.

    ‘미친 건가?’

    아크는 네메시스의 과감함을 무모함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놀랍게도 네메시스는 죽음의 방을 공략해냈다.

    “이럴 수가!!”

    당연히 아크는 경악했고, 죽음의 방에서 엄청난 아이템을 획득한 네메시스가 반격을 개시했다.

    아이템의 차이는 엄청났다. 아크가 그것을 뒤집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어려웠고, 심지어 1라이프 차이라는 불운까지 따랐다. 그 탓에 죽음의 방에 들어가지 못했다.

    1라이프. 그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서버07782가 무난하게 승리를 거두었다. 승리는 분위기를 잔뜩 들뜨게 했다. 반대로 패배한 서버11111의 분위기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빌어먹을···!!”

    패배는 아크를 초조하고 급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운명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가?

    “아아···.”

    그런 의심이 싹을 틔웠을 때.

    놀랍게도 기적이 일어났다.

    “?!!”

    [검은색 수수께끼 구슬에서 이프리트-칼리프(★★★★★★)가 당신의 부름을 받고 나타났습니다.]

    수수께끼 구슬!

    첫 번째 아이템 선택 장소에서 획득한 검은색 수수께끼 구슬에서 6성 이프리트가 나온 것이다.

    4골드·6성! 그 터무니없는 괴물은 시작과 동시에 서버07782에 절망을 안겨주었다.

    “말도 안 돼···.”

    “검은색 구슬이었는데···!”

    “이, 이건 사기야!”

    “신의 농간이라고···!”

    이프리트-칼리프를 뽑은 플레이어는 첫 번째 죽음의 방을 통과하자마자 칼리프를 팔아서 900골드가 넘는 골드를 챙겼다.

    “정말 미쳤군···!”

    그가 이프리트를 판 이유는 간단했다. 이프리트-칼리프는 엄청난 챔피언이지만, 악마 조합이라는 단점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땅 마법사라는, 마법사보다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조합을 선택했다. 그러고는 두 번째 죽음의 던전만에 조합을 완성했다.

    이제 다들 겨우 6레벨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사실상 게임이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미친···. 타이탄이 4성이잖아.”

    우르르르콰과과광!!

    기정사실은 완벽한 사실이 되었다. 그는 땅 마법사라는 강력한 조합을 내세워 압도적인 힘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그 결과 승부는 3차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운명을 건 3차전.

    바로 그곳에서.

    “······.”

    아크가 네메시스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대로 간다면 승리는 확실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3차전을 승리로 마무리 지어 결승전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상현을 만날 게 분명했다.

    “드디어 이상현을 만난다.”

    네메시스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것은 승리의 짜릿함이었고, 기쁨이었으며, 일생일대의 적을 만난다는 설렘이었다.

    “기다려라, 이상현.”

    두근두근.

    네메시스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4강(3-30)에서 아크를 만났다. (3-29)에서 패배해 1라이프밖에 남지 않은 아크를.

    “내가 간다.”

    이제 승패가 완전히 정해지리라, 네메시스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챔피언이 전장에 존재하고 있었다.

    “무, 무슨?! 조, 조커 카드?!!”

    그 챔피언의 이름은 쿤드라였다.

    괴물들의 왕이자 종말을 부르는 이름 없는 괴물.

    「퀘에에에엑!!」

    전장에 그 모습을 드러낸 쿤드라가 울부짖었다.

    쿤드라에 대항하는 네메시스의 챔피언들은 2차전에서 대활약했던 땅 마법사였다.

    「바스러져라!!」

    땅 마법사들, 그러니까 타이탄들은 강력했다. 그러나 쿤드라(★★★★★★)의 적수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우레는 콩을 볶아먹는 번갯불에 지나지 않았다.

    “조커 카드라고······.”

    네메시스는 멍하니 전장을 바라보았다. 허탈한 표정은 쿤드라가 등장해서 짓는 게 아니었다.

    조커 카드를 사용한 아크가, 조커 카드 따위에 패배한 자신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하.”

    네메시스는 자신에게 그리고 아크에게 진심으로 실망했다. 아니, 실망스럽다 못해 경멸스러웠다.

    “이렇게 이겨서 마음에 드나?”

    “······.”

    아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추잡스럽군.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니. 그래. 네가 이겼다. 비록 더러운 수를 썼지만···. 승리는 승리지.”

    네메시스는 아크를 비웃었다.

    “큭큭큭! 지금의 승리를 마음껏 즐겨둬라. 이상현에게는 그 더러운 수법이 통하지 않을 테니까.”

    네메시스의 힐난에 아크가 주먹을 꽉 쥐었다. 부르르 떨리는 주먹에서 아크의 감정이 느껴졌다.

    “···난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거다.”

    아크가 적을 노려보았다.

    “설령 그것이···.”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크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것으로 결승전에서 맞붙을 두 서버가 정해졌다.

    이상현의 서버(13279)와.

    아크의 서버(11111).

    두 서버가 결승전에서 격돌하게 된 것이다.

    3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결승전까지 달려오느라고 정말 고생 많았죠? 3일 동안 푹 쉬세요. 네! 재충전의 기간이에요! 앞으로 이틀간은 모의게임도 금지입니다. 게임 이야기하면 혼내줄 거예요. 물론 다른 게임은 상관없지만요.』

    『그때까지 컨디션을 100% 회복해서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에 어울리는 플레이를 보여주세요!』

    『그럼, 3일 후에 만나요! 안녕~!』

    쥐와 너구리를 섞어 놓은 GM이 사라지고. 나는 신하영과 함께 잠시 걸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다음에서야 대화를 시작했다.

    “뭘 먹을까요?”

    모의게임도 못하는 마당에 무엇을 할까? 할 일도 없으니 배라도 채우는 수밖에.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고기.”

    “구체적으로는요?”

    “쇠고기.”

    “너무 쇠고기만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맛있는걸.”

    농담이 아니라 정말 맛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맛있는 쇠고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약 돈을 주고 먹어야 한다면, 1인분에 5만 아니, 10만 원을 줘서라도 사 먹을 것이다.

    물론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한 내가 그만한 돈을 낼 수 있을 리는 없지만, 3년에 한 번은 사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뭐, 좋아요. 저도 좋아하니까요.”

    신하영의 식성에 대해 말하자면 뭐든지 잘 먹는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나보다.

    식당으로 가니, 우리처럼 할 일이 없어서 밥이나 먹자는 생각으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입에 한가득 호떡을 쑤셔 넣고 있는 쿠론에게 인사했다.

    “또 호떡이에요?”

    쿠론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쿠론의 옆으로는 연인이자 남편인 에이든이 있었다.

    에이든은 쿠론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오! 상현! 이번에도 쇠고기?”

    “네, 맞아요.”

    내가 쇠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뭐, 모르는 게 이상할 것이다. 매번 쇠고기만 먹는 쇠고기 빌런이니까.

    “나중에 강·철권이나 할까?”

    “그건 생각해볼게요. 35판이나 연속으로 졌더니 하기 싫어졌거든요.”

    나는 STFT만 잘한다. 12년 동안 STFT만 했으니, 못하는 게 이상하겠지만, 여하튼 STFT 이외에는 정말 못한다.

    그래서 에이든에게 탈탈 털렸었다. 영혼까지 털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후후후! 원래 맞으면서 느는 거야. 여하튼 생각이 바뀌면 말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네, 에이든.”

    나는 인사를 한 다음에 신하영과 함께 쇠고기를 먹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도 인사를 했다. 이제는 어색한 사람도 어려운 사람도 싫은 사람도 없으니까.

    우물우물꿀꺽!

    “이거 팔면 진짜 대박이겠다.”

    “그 소리만 해도 벌써 100번 째네요.”

    “하지만 정말 맛있는걸.”

    참고로 쇠고기를 굽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신하영이다. 그 이유는 내가 정말 고기를 못 굽는다고 하영이가 냅다 접시와 집게를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그보다 밥 먹고 나면 뭐 할거예요? 검은 영혼이나 할까요?”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싸늘하다.

    아직 게임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죽음이 메아리친다.

    [YOU DIED]

    [YOU DIED]

    [YOU DIED]

    잭 로어는 엘리자베스와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뭐, 오붓한 시간이라고 해봐야 대화를 나누는 것 정도라고 해야 할까?

    물론 산책을 하거나 육체적, 정신적 교감을 나누거나 하는 등의 행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여유를 즐겼다.

    때때로 사색에 잠긴 눈으로 말없이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다거나, 풀을 뜯어서 후! 불거나, 등을 기대고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

    “······.”

    3일이라는 시간이 느릿느릿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차분하고 여유로운 두 사람이었다.

    “갈까?”

    “응.”

    날이 뉘엿뉘엿 저물고 나서야.

    잭 로어와 엘리자베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방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편안한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의 주제는 게임이 아닌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야기였다.

    관계의 파멸(?)의 부를 수 있는 위험천만한 대화 주제였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안타까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싸늘하다 못해 비수가 날아와 꽂힐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강무혁과 김인식과 김원호는 고스톱을 쳤다.

    “패 돌립니다.”

    내기는 엉덩이 로우킥이었다. 1점 당 0.5로우킥.

    봐주는 것 없이 실전 도박이었다.

    참고로 손장난은 50로우킥이었다.

    “이번에는 꼭 이긴다.”

    “이기면 가만 안 둬.”

    돈이나 황금이나 그런 것들을 걸 수도 있었지만, 여기서 그딴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니까.

    그래서 승부욕을 활활 불태울 수 있을 만한 걸 찾았고, 엉덩이 로우킥이 되었다.

    “바보 같은 생각이네.”

    “당장 하자.”

    참고로 지금까지 강무혁은 218로우킥을 맞았고, 김인식은 252로우킥, 김원호는 345로우킥을 적립했다.

    “나도!!”

    알렉스 로드 윈이, 사이좋게 로우킥을 차는 세 사람을 보고 끼워달라고 했다가 광박·피박·쓰리고에 나가떨어졌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아, 또 쌌잖아.”

    “그걸 기다리고 있었지!”

    “어억?!”

    세 사람은 새벽까지 고스톱을 칠 작정인지 계속해서 패를 돌렸다. 덕분에 그들의 엉덩이는 매우 단단해졌다. 마치 계란이 맥반석 계란이 된 것처럼 말이다.

    퍽! 퍼억! 퍽퍽!

    “뎀프시 로우킥이다!!”

    같은 중국 출신인 리 쉔과 왕슈잉은 자동차 경주를 펼쳤다. 자동차가 부서질 정도로 밟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속도 제한이라는 가장 큰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경주였다.

    부아아아아앙!!

    두 사람은 미친 듯이 질주했다.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로지 속도감만이 그들을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액셀을 밟고 또 밟았다.

    계기판의 회전 속도계와 속도계는 최대치를 뚫고 나갈 지경이었다.

    카라할스와 올리베이라, 마모나, 제임스는 배 위에서 유유히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

    철썩철썩.

    바다의 파도는 잔잔했으며, 바람과 햇빛은 적당했다. 물고기를 낚아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네 사람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뜻밖에도 네 사람 모두 낚시가 취미였기 때문이다.

    물론 광적인 취미까지는 아니고, 심심풀이 삼아 즐기는 놀이 정도였는데···. 카라할스가 큼지막한 청새치를 낚아 올리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이다.

    “다들 이렇게 큰놈은 처음 보죠? 뭐, 조금 힘들었지만 제 손에 걸린 이상 끝장이죠.”

    카라할스의 은근한 도발에 세 사람은 낚싯대를 붙잡았다. 도발을 듣고도 응하지 않으면 낚시꾼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되니까!

    그리하여 네 사람은 해가 저물 때까지 아니, 저물어서도 낚싯대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오, 오오!!”

    청새치는 물론이고 세 사람까지 낚은 카라할스는 또다시 청새치를 낚아 올렸다. 대단한 실력이었다.

    파닥파닥!!

    3일이라는 시간은 사뿐히 지나가는 바람과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갔다. 그리고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의 마지막인 결승전이 그 위대한 막을 올렸다.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결승전】

    【지구: 이상현(1), 잭 로어(2), 알렉스 로드 윈(3), 강무혁(4), 신하영(5), 쿠론(6), 김인식(7), 엘리자베스(8)】

    【넥타르: 아크(1), 옐림(2), 오르타(3), 하스스트론(4), 엘 카이자(5), 무르시므(6), 게온(7), 오시리스(8)】

    【1차전: ??】

    【2차전: ??】

    【3차전: ??】

    【최종 승자: ??】

    【게임을 시작합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

    【시스템 오류】

    【시스템 오류】

    【시스템 오류】

    【시스템······.】

    【10%, 20%, 30···. 100%】

    【시스템 수정 완료】

    【대상: 서버(13279), 서버(11111)】

    【1차 목표: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우승】

    【1차 목표 달성 성공: 16명 생존】

    【최종 목표: END】

    【최종 목표 달성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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