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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5) (159/170)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5)

유니버스 STFT 챔피언쉽 4강(5)

[괴물 발키리(★★★)가 탄생했습니다.]

무토는 드디어 만들었다. 3성 발키리를!!

이제 5성 해골전사 따위는 두렵지 않다. 해골전사? 빛의 심판으로 일격에 보내버릴 수 있다.

“가고일도 4성으로 만들었다. 이제, 이제 언데드 따위는 두렵지 않아!!”

수호자 가고일 혼자서 언데드 셋 이상을 부숴버릴 수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무토는 자신을 믿었다. 이길 수 있다고, 이상현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상현이란 말이지.”

그러나 들떴던 감정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왜냐하면 상대가 바로 이상현이었기 때문이다.

6성 쿤드라는 물론이고 6성 하라톤조차도 꺾지 못한, 명실상부한 최강의 플레이어.

“···지켜봐야 한다.”

패배를 통해서 학습한 무토는 침착함을 머금고 이상현과의 승부를 기다렸다.

“녀석이 어떤 언데드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4강(3-21)에서 이상현을 만났다.

“신께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순백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꽃잎처럼 흩날리는 새하얀 깃털은 눈이 내리는 것처럼 포근하면서도 대관식에 쏟아지는 빛처럼 장엄했다.

발키리의 옆으로 용감한 수호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가오오오!”

“크앙! 크아아앙!”

“내 방패는 단단하다고!”

수호자들의 기운은 충만했고,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눈빛에서는 두려움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신을 위하여!!”

수호자들이 바라는 것은 완전무결한 승리였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은 불과 몇 초 만에 산산이 부서졌다.

“?!!”

지옥에서 기어 나온 깃이 분명한 시커먼 안개였다. 수호자들은 구역질이 치밀어오르는 안개를 무작정 헤쳐나가야만 했다.

그런데 몇 발자국 걸어 들어갔을까? 몇몇 수호자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머지도 새까맣게 변한 핏물을 울컥 토해냈다.

덜그럭덜걱.

독 안개 속에는 끔찍한 언데드들이 숨 쉬고 있었다.

발키리는 서서히 썩어 문드러지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빛의 심판으로 미라를 가루로 만들었다.

“모두 당황하지 마십시오! 위대한 신께서 우리를 지켜주고 계십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적었다. 모두 사라지거나 죽었거나 덜그럭덜걱 언데드로 변했기 때문이다.

“빛이 그대들을 심판하리라!!”

물론 발키리는 매우 강력했다. 첫 일격에 미라를 가루로 만든 것은 물론이고 듀라한과 데스나이트를 멸했다.

하지만 손이 하나인 탓에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용감히 맞서 싸우던 가고일도 마찬가지.

언데드들은 죽여도 죽여도 계속 되살아났다. 바로, 사령술사들의 손에 의해서.

“죽···어···라.”

“살···아···나···라.”

죽음과 탄생! 그 추악한 굴레가 영원히 이어졌고, 찬란히 부활했던 발키리조차도 죽음으로 물들였다.

순백의 날개는 땅에 떨어져 더럽혀진 지 오래였다.

“신이시여···.”

그것으로 모든 수호자가 쓰러졌다. 안개의 그것은 음흉한 미소를 감추며 안개를 더더욱 짙고 독하게 만들었다.

스으으. 스으으으.

언데드 조합이 약한 이유는 6골드 챔피언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가령 그라울러는 궁수가 없으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 그 이유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데스나이트를 뽑았으면 뽑았지, 그라울러는 뽑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다음으로 아포피스. 아포피스는 그라울러보다는 취급이 좋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등급이 상승하면 할수록 약해지는 이상한 챔피언이라서 나쁘다.

6초마다 내뿜는 독 안개? 움직이지 않으면 피해도 없다. 독 안개가 생성될 때마다 입는 독 피해가 전부니까.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독 피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늘어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보통 그 시간이 되기 전에 끝나며, 6골드 챔피언치고는 구린 능력이다.

독 피해? 전체적으로 보면 클지 몰라도 떼어놓고 보면 쓰레기다. 10언데드라고 가정할 때, 10칸을 이동해봤자 2000이 전부다.

무엇보다 아포피스에게 달라붙기만 하면 끝난다. 달라붙으면 1골드 챔피언조차도 아포피스를 쓰러뜨릴 수 있다.

까놓고 말해서 아포피스를 쓸 바에야 피닉스를 사용하는 게 몇 배는 더 좋다. 피닉스는 전장을 통째로 불태우니까!

그래서 언데드 조합은 약한데···.

“···강하다. 독 피해가 몇이지? 7언데드니까 100. 죽음의 손톱을 최소 2개 가지고 있다고 하다면···. 300. 거기에 두 마리니 600이군. 1칸당 600이라. 아니야. 방패전사가 녹은 걸 보면 800이야. 1칸당 800이라고. 그래서 녹아내린 거였어.”

패배를 곱씹을수록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무토는 이상현이라는 일생일대의 적을 향해서 무한한 경외심을 표했다.

“이래서 끝까지 숨겼군. 이래서 숨긴 거였어.”

장점이 뚜렷한 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무토는 아포피스 조합의 단점을 바로 꿰뚫어 보았다.

만약 아포피스 조합과 궁수 조합이 싸운다면, 아포피스 조합이 99% 패배할 것이다.

“발키리를 4성으로 만들면 이길 수 있을까?”

무토는 고개를 저었다. 발키리의 날개가 있다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12초만 지나도 1칸에 2400의 피해를 입는다. 그러면 4성이고 나발이고 이동하다가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길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니었다.

“타이탄. 타이탄을 뽑아야 한다.”

무토는 유니버스 STFT 챕피언쉽 4강에 진출한 플레이어답게 타이탄이라는 간단한 방법을 생각했다.

현재 스핑크스와 가고일과 황금사자와 같은 그림자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으니 타이탄을 뽑기도 수월할 것이다.

다만, 10수호자 효과가 사라지겠지만, 어차피 언데드의 독과는 상관없는 능력이다.

그러니 타이탄을 뽑는 게 몇 배는 더 낫다. 게다가 타이탄은 땅 속성이다. 만약 땅 속성으로 복제한다면···.

“타이탄을 뽑느냐 뽑지 못하느냐에 모든 게 달려있다.”

무토는 포기하지 않았다. 승리라는 까마득히 먼 빛을 움켜쥐기 위해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부터 타이탄만 뽑으세요.”

그런 무토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상현이 말했다. 장소는 모두가 함께 싸우는 영웅의 전쟁터였다.

이상현은 그곳에서 쿠론에게 말했다.

“타이탄만 봉쇄하면 우리가 이깁니다.”

“타이탄! 타이탄 말이죠? 알겠어요!”

“······.”

두 사람의 대화에 무토가 조용히 마음을 삼켰다.

쉽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도발을 할 줄이야.

“타이탄? 아! 이, 이런! 무슨 방법이 없어? 타이탄이 잘 나오는 방법이라든가···!”

차분한 이상현과 쿠론과 달리 라스칼은 방법이 없냐고 무토를 다그쳤다. 무토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없다. 그저 바랄 뿐.”

“그, 그런···!!”

무책임하고 바보 같은 소리지만 사실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이상현이 진작 사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무토는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타이탄이라는 반격의 불씨가 나오기만을.

희망이 가혹한 절망으로 끝나지 않기만을.

패배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물론 끝까지 발악은 하겠지만.”

무토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영웅의 전당.

현재 순위는 라스칼이 1위, 쿠론이 2위, 이상현이 3위, 무토가 4위다.

이곳에 무토의, 서버04211의 모든 것이 달려있으나 안타깝게도 타이탄을 뽑을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뭐, 수수께끼 구슬이라든가 황금 주머니로 타이탄을 뽑을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너무나 희박했다.

말하자면 무토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황금 주머니 아니면 제우스의 번개였다.

‘타이탄이 나온다면···.’

미래를 생각한다면 제우스의 번개였다. 제우스의 번개와 발키리의 날개를 장착시킨 타이탄은 그야말로 파괴의 신이니까.

그래서 무토는 제우스의 번개를 선택했다.

‘위험하지만 그래도 가야 해.’

이것이 마지막 승부수였다.

만약 타이탄이 나오지 않는다면.

3성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대로 게임이 끝날 것이다.

‘상대는 이상현이니까.’

나는 드래곤 하트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다른 마땅한 아이템이 없고, 견제할 만한 아이템도 없어서, 사령술사의 힘을 상승시키는 게 가장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드래곤 하트를 획득했습니다.]

쿠론에게도 말했지만, 타이탄만 견제하면 내가 이긴다. 그래서 나도 타이탄을 뽑았다.

비록 둘에 불과하지만, 나와 쿠론이 동시에 뽑으면 무토에게 타이탄이 나타날 확률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1~4골드 챔피언들과는 달리 6골드 챔피언은 뽑으면 뽑을수록 나올 확률이 줄어드니까.

그리고 무조건 3성 이상을 만들어야 하는 무토와 달리, 나는 아포피스에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 아포피스보다는 데스나이트나 사령술사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서 ‘골드’를 써도 문제가 없다.

그래.

여차하면 내 쪽에서 타이탄을 3성으로 만들 수도 있다. 물론 그림자가 없어서 힘들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3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4강(3-22)에서 이상현에게 패배했다.

4강(3-23)에서 쿠론에게 승리했다.

4강(3-24)에서 쿠론에게 승리했다.

4강(3-25)에서 이상현에게 패배했다.

쿠론에게는 승리했지만, 이상현에게는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무토는 그 사실이 뼈에 사무치도록 아팠다. 그러나 라스칼처럼 조커 카드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여기서 반드시···.’

어째서 무토는 조커 카드에 손을 올리지 않는 것일까? 운만 좋으면 타이탄을 쉽게 뽑을 수 있는 조커 카드에.

‘타이탄을 3성으로 만든다.’

물론 골드가 부족한 것도 있다. 자존심 문제도 있다.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상현이 조커 카드를 뽑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래서 무토도 조커 카드를 뽑지 않았다.

뭐, 조커 카드를 뽑지 않고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조커 카드를 뽑지 않았던 이유다.

‘실패하면···.’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리면 어떻게 될까?

승리가 아닌 패배로 이어진 나락이라면···.

그때도 버틸 수 있을까?

‘받아들여야겠지.’

그건 두고 볼 일이었다.

네메시스는 화면에서 시선을 뗐다. 더는 지켜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처음부터 이상현이 이길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곧 있을 4강전을 대비했다.

‘게임에 100%는 없다. 아무리 나라도 실수를 범하면 패배할 것이다. 그러니···. 남은 시간 동안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가 패배로 이어질 테니까.’

아크는 충분히 이길 수 상대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방심하면 진다. 꼬이면 진다. 실수하면 진다.

네메시스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아크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반드시 이겨서···. 결승전에서 이상현을 꺾고 말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네메시스가 아크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처럼, 아크 또한 네메시스에 집중하고 있었다.

‘강하다. 이상현 다음으로 강하다는 표현을 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크는 운명이라는 거룩한 계시를 믿었다.

그리고 자신을 믿었다.

‘그러나 내가 이긴다.’

무토와 라스칼이 죽음의 방에서 획득한 것은, 아니 저지한 것은 죽은 자들의 축제와 흑사병이었다.

두 아이템 모두 언데드 조합에게 있어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저지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그 탓에 피닉스의 심장이라는 아이템을 빼앗겼지만, 두 아이템이 넘어가는 것보다는 나았다.

무토는 두 번째 선택, 그러니까 마지막 선택에서 황금 주머니(1~100)를 선택했다.

달리 선택할 아이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 그런 것을 떠나서 골드가 필요했다. 타이탄을 3성으로 만들 골드가.

“쳇! 거지 같은 아이템이군.”

라스칼은 그나마 도움이 되는 미노타우로스의 도끼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상현은···.

[3. 실피드의 날개]

[―]

[7. 성스러운 목걸이]

[8. 그림자 갑옷]

세 개의 아이템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림자 갑옷이겠지.’

무토는 그것이 그림자 갑옷일 거라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남아있는 아이템 중에서 타이탄의 우레를 막아주는 그림자 갑옷이 제일 좋은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나와라, 타이탄!!”

그리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4강(3-26)에서.

[괴물 타이탄(★★★)이 탄생했습니다!]

희망의 불씨가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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